그리고 하늘을 담은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 푸르름 끄트머리에 걸려있는 것이 바로 당신의 목적지,
하루 일과를 마치고는 당신의 방에 자리를 잡았죠.
잠들 준비를 했을까요? 아니면, 다른 할 일을?
임무 전달은 보통, 이런 메신저 문자에 임무 파일을 함께 보내주지 않던가요?
헤더 린든:(오, 호출...) (지부장실까지 어떻게 가더라? 곰곰...)
시간이 시간인지라 복도의 조명들은 꽤 어두워졌으나, 아직까지는 대원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편입니다.
새로 파트너십을 맺은 이야기, 저번 임무로 망가진 건물에 관한 복구 처리 상태, 하릴없는 잡담들…
피스 건물답게 깨끗하고 정돈되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삭막한 복도를 걷고 있노라면..
타이밍 좋게 당신이 서 있는 층에 멈춰서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합니다.
곧 부활절이라고 곳곳에 곱게 포장한 달걀 바구니를 놓아둔 것이 눈에 들어오네요.
지부장실은 최상층에 있으므로 엘리베이터는 최상층으로 올라갑니다.
당신이 혼자 지부장실까지 가는 일은 잘 없지요.
거하게 사고를 쳤거나, 파트너를 바꿔 달라고 선언하거나, 혹은…
홀로 지부장실에 가는 이유들은 대부분 그렇기 때문입니다.
복도에 커다랗게 난 창문으로 도시의 야경이 내려다 보이고,
헤더 린든:(사고를 치진 않았던 것 같은데. 틈 하나 없이 견고하게 닫혀진 문을 가만 응시한다.)
(숨 하나 내뱉고 똑똑똑.) ... 린든입니다.
방 안쪽에서 지부장이 서류를 읽어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테이블 위에는 당신의 프로필이 화면에 열려 있는 태블릿이 올라가 있고요.
그는 엄격한 성격이나 휘하 대원들을 아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중년의 화염계 지휘자였죠.
임무 전달도 태블릿으로 곧바로 하거나, 브리핑룸으로 호출하지 않고 굳이 지부장실로 불렀네요.
당신을 부른 지부장은 ‘극비’ 인장이 찍혀있는
서류를 당신에게 건네줍니다.
런던 지부장:출장을 좀 다녀와야겠네. 읽어봐.
헤더 린든:... (내밀어진 서류를 가만 들여다 본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치고는 삐딱히게 고갤 기울이던가.) 심각한 일이네요. 그런데... 저 혼자만 갑니까? 제법 인력난인 것 같은데.
런던 지부장: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다만은, 요청한 건 1인이니까. 필요 이상의 인력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 한 명 남았다는 지휘자의 정보다.
이어 그녀는 손에 들린 또 하나의 프로필을 당신에게 건네주는군요.
아래로는 그가 입대 이후 참전한 임무 목록과 결과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헤더 린든:(줄글을 가만 읽어내고는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린다. 합이 맞을지가... 염려스러운데.)
알겠습니다. 제가 출장으로 가는 거라면, 날짜가 어느 정도로 잡혀있을까요? (인력이 제법 안정될 때까지?)
런던 지부장:안 그래도 그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서류가 빠르게 타올라 재로 변하고, 서류 뒤에 끼워져 있던 비행기 티켓만이 손에 남습니다.
런던 지부장: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출발해 줘야겠어.
이 사건은 코드 레드, 즉 극비로 올라온 사건으로 최상부층만이 알고 있다. 결코 밖으로 알려서는 안 되므로 입을 조심하도록. 참고로 기본 수당이 트리플로 붙은 임무다.
바로 짐을 싸서 헬기 탑승장으로 가면 공항까지 이송해 줄 거다. 대외적으로는 출장이 아니라 휴가를 가는 것이라 부대 비행기 사용이 불가하다. 휴가계는 열흘. 내가 올리고 승인해두겠다.
급하게 굴어서 미안하지만, 그쪽에 혼자 남아버린 지휘자가 안내자와의 접촉을 벌써 열흘쯤은 못해서 여유가 없는 모양이라지.
헤더 린든:아뇨. 괜찮습니다. 싸움터는 항상 위급하지 않던가요. (여긴 24시간 내내가 아니지만. 고개를 주억인다. 시간을 가늠하고... 더 들을 게 없다면 짐을 싸러 가겠다 덧붙인다. 급하다니 서둘러야지... 그런 단순한 사고.)
런던 지부장:이 임무는 아테네 지부에 전적으로 일임되어 있으므로 도착하면 그쪽 지부장의 명령을 들을 것. 나 역시 사건에 관하여 많이 보고받지 못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게 더 없어 유감이군.
저쪽에서 상당히 말을 아끼는 편이니, 모쪼록 매사 신중하도록.
지루한 비행시간이 지나 천천히 고도가 낮아집니다.
새파랗던 하늘이 벌써 붉게 물들어 있는, 반나절만의 지상이군요.
큰 사건이 일어난 것 치고, 공항은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공항 직원들에게 인사를 받으며 내려서, 로비로 나가면 지인이나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당신이 프로파일에서 본 사진 속 인물인 아가일이 서 있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인파 속에서 당신을 짚어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응시하다가 상대를 향해 걸음한다. 약간의 간극을 두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테네 지부의, 아가일 발렌티아입니다.
헤더 린든:(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을 비집고 나가 아가일에게로 다가간다. 건네오는 인삿말을 가만 들으며 형식적인 대답을 골라 내뱉었고.)
런던 지부의 헤더 린든입니다. (잘 부탁드린다며 악수를 청한다.)
아가일을 당신의 손을 힐긋 내려다보다 선선히 맞잡습니다.
그의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을 거라는 지부장의 말이 문득 스쳐 지나갑니다.
다만.. 표정은 여전히 고요해 정확한 느낌을 알기는 어렵네요.
손끝에 아주 약간, 힘이 들어갈 적에 맞잡았던 손은 다시 각자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갑니다.
아가일 발렌티아:(가볍게 숨을 내리쉰다.) 차량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달리 할 일이 없으시다면 바로 지부로 출발하시죠.
헤더 린든:(상태가 안 좋은 게 맞는 것 같은데... 빈 손을 몇 번 쥐락펴락한다. 치고는 참 태연한 모양새라 무어라 덧붙이기 미심쩍다.) 알겠습니다. 이만 가죠.(출구 어딘가로 고갯짓한다. 가벼운 재촉)
당신은 아가일의 안내에 따라 그의 개인 차량에 탑승해서 아테네 지부로 출발합니다.
노을이 벌써 뉘엿뉘엿 넘어가, 붉게 물든 거리 속 사람들은 평화로워 보이는군요.
이런 사건으로 오지 않았다면.. 관광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아가일이 시선은 여전히 전방을 향한 채 입을 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다시-.. 그리스에 온 것을 환영하며,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현재 아테네 지부로 가는 중이고, 도착까지는 약 15분 정도 소요 예정입니다.
런던과 달리, 아테네 지부의 지부장은 각성자가 아닙니다. 각성자였다면 정말 지부 자체가 블랙아웃이 되었을 터죠.
다만 부지부장은 각성자였기에, 현재 격리 상태입니다.
마찬가지로 아테네 지부를 비롯해 그리스에 있는 모든 이능력자들이 정신 착란 증세를 보였고, 부대에 소속된 대원들은 부대 병실에, 무소속 일반 이능력자는 군 소속 병원으로 이송되어 있습니다. 이쪽의 파트너 역시 마찬가지고요.
헤더 린든: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는 정확한 까닭이나 그에 대한 실마리 같은 건 잡혔는지... 다른 특이 케이스가 있다던가요.
아가일 발렌티아:지부의 전원이 해당 크리쳐 토벌에 참전 중인 것은 아니었으나, 해당 크리쳐가 죽으면서 낸 울음소리에 일괄적으로 착란 증세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정신이 명확하지 않고, ‘돌아가야 해’ ‘같이 가’ 등의 헛소리를 반복하고 있고요.
도착하면 우선 지부장님을 뵙고- 상황을 전달받을 텐데, 아마 오늘 이외의 별다른 임무는 없을 겁니다.
헤더 린든:... 어디로? (눈가를 찌푸리고는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이런 사례가 있던가? 짧게 고민하는 듯 말이 없었다.)
음-... 일단 알겠습니다. 지부까진 15분 걸리다고요... (그리고 입을 다문다. 서로 간 알아야 할 건 이게 끝인가 싶어서. ... )
기묘한 침묵 속에서, 여전히 차량은 평온한 그리스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차가 부드럽게 코너를 돌면, 높다랗고 커다란 문 안으로 들어가 안에 마련된 주차장으로 이동합니다.
다만 위로 높았던 런던 지부에 비하면 낮은 돔 형태의 건물에, 백색 일색인 건축물입니다.
두 개의 대리석 기둥을 세우고 세모난 조각을 올린, 신전의 문 같은 입구까지,
확실히 다른 점은- 지휘자와 안내자로 보이는 이들이 없고,
쥐어짜인 것 같아 보이는 흰 가운의 연구원과 의사들만이 좀비처럼.. 돌아다니고 있다는 정도군요.
차에서 내리면 지나가던 좀비.. 아니, 연구원이 아가일에게 약식으로 경례를 합니다.
두 사람은 지체 없이 지부 건물로 들어섭니다.
흰 대리석 바닥은 깨끗하지만 그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은 분주하고, 생각에 잠겨있거나, 피곤해 보입니다.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벽에 커다란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지상층은 1층, 2층, 3층, 4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모양입니다.
1층은 로비와 안내데스크, 지부장실, 소규모 의무실, 브리핑룸과 카페테리아.
3층은 대원들의 숙소와 체육관으로 통하는 육교.
4층은 헬기와 구조선 필드로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 1층은 식당과 편의시설, 지하 2층은 연구실로 사용 중인 모양이네요.
건물 뒤편에는 드넓은 연병장, 딸린 건물로는 부대 병원과 체육관이 있습니다.
아가일은 당신을 이끌고 1층 지부장실 앞에 도착합니다.
마찬가지로 커다란 문 앞에서 아가일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하면, 문이 열립니다.
안쪽에 앉아 있는 서글서글한 중년 남성이 눈에 들어오네요.
권위적이기보다는 부드럽고 자상한 인상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잠을 줄인 탓인지 약간 피로한 기색이 엿보입니다.
헤더 린든 씨, 맞으시죠? 이런 상황에 와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헤더 린든:아닙니다. 당연한 일이니까요. (고개를 가볍게 젓는다. 지부장으로 시선을 가만 두고)
자세한 상황이 궁급합니다만...
아테네 지부장:아아,네. 대강의 이야기는 발렌티아에게 들었으리라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설명을 드릴게요.
4일 전. 크레타 섬의 신전 터에서 대형 병기급의 새 형태 크리쳐가 발생했고, 10인으로 구성된 팀이 토벌에 나섰습니다.
토벌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크리쳐가 사망하며 내지른 비명으로 인해, 팀원 전원이 착란 증세를 보였으며 그와 동시에 그리스 전역의 이능력자들에게 같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정신 착란을 일으키는 크리쳐가 처음은 아니고, 데이터상 사흘 정도면 정신이 돌아온다지만.. 이렇게까지 넓은 범위는 처음이라 경계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들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
현재 크리쳐 시신이 끈적한 점액과 함께 땅에 들러붙어 있습니다. 현재 크레타 신전터에 연구원들이 파견되어 크리쳐 시신을 수습하고 연구하는 중인데 진척도가 크지 않기에 아직 두 사람은 할 일이 없다. ...고 하면 좋겠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도 환각이나 환청을 듣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오늘은 여독을 풀고, 내일은 정보수집 겸 수도로 나가서 시민들 동향을 파악해주면 좋겠습니다.
예상으로 일반 시민들 중 환각이나 환청을 듣는 것은 아마 ‘안내자’ 의 기질이 있는 사람일 확률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유형의 시민들을 발견할 경우, 보고를 해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생각했던 것보다 무난한 임무인 것 같다.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 동향 파악 외에도 하달될 일이 있을까요. 인력 부족이 부족해 빠져있는 구멍을 메꾸기 위해 제가 불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위험성이 덜해 보이는 일에 맥이 살짝 빠진 모양.)
아테네 지부장:우선-.. (웃는 낯으로 아가일을 슬쩍 바라본다.) 저희 지부에, 유일하게 의식 상태인 지휘자의 가이딩이 필요해서요.
언제까지고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 왜 린든 씨를 골랐냐고 한다면... 으음, 린든 씨가 프로파일 상 이 일에 가장 적합한 유능한 인재로 보이더군요. 곁에 있는 발렌티아가 워낙에 사람을 까다롭게 골라서,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어요. 파장 기대치가 가장 높기도 했고요.
아가일이 눈을 조금 가늘게 뜨는 게 보입니다..
헤더 린든:가이딩이야... 당연하죠. 파트너의 공백이 제법 있었다고 들어서... (곁눈질로 아가일 한 번, 지부장 한 번 번갈아 바라본다. 상사와 부하 간 사이가 좋은 모양이지, 생각해보며... 칭찬에 구태여 얼굴을 구길 필요는 없었으니 비뚜름 입꼬리를 올린다.)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고) 상황 전달은 이걸로 끝인가요?(축객령이 곧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자기는 어디로 돌아가야 의문이 들었고)
(돌아가야 하는지... )
아테네 지부장:(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잇는다.) 크리쳐 시신 연구에는 사흘에서 나흘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 기간 동안은 수도 탐문과 함께
불시에 나타날 크리쳐들을 처리해주면 좋겠습니다.
민간인은 이 사태를 모르지만, 현재 지휘자와 안내자들의 활동이 전면 중지된 상황이니 시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서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뜸) 추가 인력인 연구원과 의사들, 그리고 부대원의 격리까지 겸하고 있어서 죄송하게도 부대에 현재 비어있는 숙소가 없습니다.
발렌티아는 아테네 지부 소속이니 방이 있으므로 일단 그와 한 방을 쓰고, 방을 치우게 되면 다시 배정해주겠습니다. 원하지 않는다면 호텔을 잡아줄 수도 있고요.
아, 아니면 발렌티아의 별장이 이 근처에 있으니 그곳에서 머무셔도 좋을 것 같군요. 어느 호텔에 못지않게 크고 쾌적한 곳이라.. 머무르시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으실 겁니다.
헤더 린든:저야 어디든 상관 없습니다만... (자릴 가리는 쪽도 아니거니와 어차피 서로 파트너가 될 거라면 떨어져 있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았고.) 발렌티아의 의사는 어떤가요. (방이든 별장이든 주인이인빤...)
(주인이니까....)
아가일 발렌티아:(상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손님방이 서너 개 정도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가장 넓은 곳으로 준비해두도록 하죠.
아테네 지부장:프로파일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발렌티아는 원래 아일랜드 출신이셨으니까요.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헤더 린든:... 그럼 별장에 신세 좀 지겠습니다.(자릴 가리지 않는다지만 딱 편할 곳을 피하는 얼간이는 아니었으니...)
아테네 지부장:(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도 뭣하지만, 이 근처에 있는 웬만한 시설보다도 괜찮은 곳이거든요.
주인 되는 분이 워낙에 극성이니 그렇겠지만..
아가일 발렌티아:.. ...안내가 끝났다면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고개를 조금 비스듬히 기울이고 지부장을 바라본다.)
아테네 지부장:하하.. 그래요, 그래요. 린든 씨에게는 다시 한 번 선뜻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내일은 별 일이 없다면 바로 발렌티아의 별장에서 출발하여 임무를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알겠습니다. (미묘한 눈길. 아... 뭐지? 상사와 부하가 다소 아버지와 아들 같다...) ...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주차해두었던 차에 다시 타고, 아테네의 번화가를 달립니다.
타오르는 노을도 벌써 끝물인지라 푸르던 그리스에도 붉은 장막이 한 겹 드리워져 있습니다.
길거리의 가로등, 가게의 전등에도 불빛이 속속 켜지기 시작해 시야에 번져드는 반짝임이 가득합니다.
각자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길거리를 걷고, 벌써 취한 듯 벤치에 늘어진 이들도 있네요.
아가일 발렌티아:그러고 보니-... 그리스는 처음이신지. (운전대를 잡고 침묵하다 무겁지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연다.)
헤더 린든:처음입니다. (간결한 대답.) 국외로 나갈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어서요. 나름 빠뜨리기 아쉬운 인력이니까.(뒷말은 막 던지는 농에 가깝다.)
... 스물넷에 아테네 지부로 오셨다고 하던데. ... 평가하길 이곳은 어떤가요?
아가일 발렌티아:그렇지 않았더라면 부르지 않았을 겁니다. 감당 못 할 인재와 나란히 서는 건 선호하지 않는 편인지라. (다소 흔들림 없는 투로.. 대답이 돌아온다. 물음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크리쳐 사태가 발발하는 날만 아니라면 대부분이 조용합니다. 평화롭다 해야 할까... 애초 그런 곳을 원해 옮겨온 것도 맞으니.
헤더 린든:(짧은 침묵. 내뱉는 상대부터가 아주 태연해, 농이라 덧붙이기 애매했다. 아무래도요, 그리 덧붙이며 비스듬히 웃길 택하고) 더블린 지부는 좀 소란스럽던가요? (그러며 다시금 침묵. 제 허벅지 위를 검지를 까닥여 두드린다. 톡톡 거리는 소리가 세 번 울렸을 적,)
굳이 근무지를 바꿀 정도로... 하는 이유가 있었나.
아가일 발렌티아:조금 많이. 시선이 몰리는 것도 여러 모로 번거로웠고요. (고저 없는 투가 이어진다. 배경음마냥 깔린 차량의 소음과 겹쳐 들리는 두드림을 듣더니)
글쎄요, 갱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해야 할까. 이쪽의 방침과... 여러 모로 안 맞기도 했고요. (성향 차이입니다. 더블린 지부 자체는 멀쩡히 돌아가고 있고. 그리 덧붙였다.)
헤더 린든:(시선은 밖으로 비껴간다. 빠르게 넘어가는 광경을 유심히 바라보며 그런가요, 가볍게 호응했다. 시선이 몰린다고. 집안에서 꾸준히 지휘자를 배출했다던가? 제법 어릴 때 입대했던 것 같고... 훑어봤던 줄글 몇 자를 떠올려 본다. 그러며 맺는 결론. 고저없는 목소리가 튄다.) 어릴 때부터... 피곤하셨겠네요. ... 그런 식으로 집단과 괴리가 생기는 건... (툭 튀는 모난 돌의 삶이란. 아가일의 경우 자기가 이해하는 삶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도 몰랐으나, 당장 구체적으로 파고들고 싶진 않았다. 파고들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고. 예비 파트너가 예민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 이곳은 많이 둘러보셨습니까?... ... 어디까지 일을 이유로 왔지만 가볍게 둘러 볼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추천할 곳은 있는지?
아가일 발렌티아:(시선이 잠시 당신 쪽으로 향한다.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오래 가진 않았지만은) -어줍잖은 공감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니 유념할 필요 없습니다. 이쪽이 유난인 걸 부정할 생각도 없고. (목소리에 날이 서 있지는 않았다.)
웬만한 곳은 전부 들러 보았습니다. 관광이나 휴양지로 유명한 곳인 만큼 처음 오는 이들에게는 어느 곳이든 제법 무난하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만은-.. (운전대 잡은 손끝이 느리게 안감 부분을 문지른다.) 별장과 유적 중간 즈음에, 괜찮은 곳이 하나 있습니다. 내일은 그곳부터 둘러볼 예정이고요.
헤더 린든:(시선만 굴러가 아가일을 향한다. 가늘게 뜬 눈으로 흘겨 보고 느른히게 팔짱을 낀다.) 공감이요? ... (글쎄... 자기가 생각하기엔 이해까지가 적당했다. 듣기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는지,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의중 하나가 남아있었는지. 애매한 아가일에게로부터 시선을 떼 앞을 본다.) ... 유념해둬서 나쁠 게 있습니까? 어차피 합을 맞출 사이라면 많이 알아두는 게 나을 텐데. ... (가볍게 으쓱인다.)
나가서 별일이 없길 빌어야겠네요. 괜찮은 곳이라고 하시니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고... (그러며 해야 할 일을 가만 복기한다. 순서를 매기는 듯 손가락이 차례로 곱아들고, 중지까지 굽어졌을 때 말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한량처럼 굴겠다는 건 아니고요. (뜸)
(그렇게 어물거릴 적, 상대가 먼저 입을 연 의중을 가만 생각해본다. 나름의 아이스 브레이킹이겠지 싶었다...) 아니면 제 쪽에서 유념할 거리라도 말할까요? (당신은 없고 나는 있단다. 상황을 타 내뱉은 것인지, 진짜 있는지는... )
아가일 발렌티아:(가볍게 숨을 내리쉰다.) 굳이.. 깊게 이해하려 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와서는 크게 중요한 일도 아닐 뿐더러..- (뜸) 개인적인 일로 타인을 피곤하게 만드는 건 원하지 않아서요. 그게 타인이건 파트너건. (...)
그 편이 당신에게도 좋을 겁니다. 저번과 같은 종류의 크리쳐라도 나타난다면 당신과 나까지 나란히 의식 불명인 상태로 병동 신세를 져야 할 테니. (농담이다.. 아마도. 이은 말에는 눈을 몇 번 깜박인다.) 아마 주변이 그리 만들 겁니다. 조금만 마음을 놓아도 사람을 늘어지게 만드는 곳인지라. (내용에 비해 어조는 평이하다. 이어 신호등이 바뀌자 차를 매끄럽게 멈춰 세우더니 고개를 가볍게 까닥여 보인다.) 무엇을?
헤더 린든:그렇다면야... (이번에야말로가 이해일 것이다. 더 캐묻기보다는 엉성한 마무리를 택하는 것으로. 잠깐 입이 벙끗거리다가 다물렸다.)
... 농담이죠? (조금, 어이가 없다는 투. 실없는 소리라도 들은 것 마냥.) 짐짝이 되자고 온 건 아니니까요. 만약 같은 종류의 크리쳐가 나타난다면 음... 노력해야죠. (역시 애매한 마무리다. 아는 게 없으니 타파하겠다는 다짐도 요원하고, 본인은 보다 몸을 쓰는 일에 능숙했기에 짧은 상황 안에 번듯한 가설을 세워보겠단 다짐도 저 멀리에 있었으니까.) 노력이라... (어떤 일에? 살피고, 싸우고, 구하고... 아마 더 유능할지도 모를 상대를 보조하는 것까지. 생각이 적당히 뻗쳐나가자 더 이어지지 않았다. 상념을 뒤로 하고...)
가령, ... 나는 남의 개인적인 일에 피곤함을 느낄 만큼 심약하지 않다는 점. (고개를 비스듬히 해 아가일 쪽을 본다. 유념할 가치가 있느냐는 듯이.)
아가일 발렌티아:이쪽도 그 날 다른 곳에 나가 있지 않았더라면 그리스에 있는 지부는 죄 블랙아웃이 됐을 겁니다. 그랬다면 지부장 얼굴이 볼 만 했겠다 싶지만서도.. (이건 확실히.. 농담. 이어지는 대답에는 다시금 눈을 몇 번인가 깜박였다.) 직접 마주하고 이해하는 편이 더 빠를 겁니다. 이쪽에서도 확실히 특이 케이스로 분류되는 모양이었으니.
(다시 페달을 밟을 적에, 이어진 말에 한동안 정적이 이어진다. 조금 어색해질 만큼 틈이 벌려진 후에야, 눈길을 당신에게 준다.) 각오가 제법- 대단하신데. 모쪼록.. 사그러들지 않길 바라죠.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면면들은 질색이거든.. 그리 답하는 표정은 처음 만났을 적보다는 조금 더 유해진 기색이다.)
차는 번화한 거리를 느긋하게 지나, 민가가 모여있는 골목을 스쳐..
도시 중심가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얼마 가지 않아 사람은 드물어졌으나 관리가 꾸준히 이루어지는 듯 정갈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네요.
이내 자동차는 아가일의 집으로 보이는 자택의 차고에 멈춰 섭니다.
대략 3층쯤 되는 듯한 고급스러운 흰 벽돌에 푸른 지붕.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며 주변을 에워싼 정원에는 허브와 올리브 나무를 비롯한 온갖 식물이 가득합니다.
담장에는 흐드러지게 핀 새파란 장미가 휘감겨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네요.
주인을 닮아 섬세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는 이곳이,
차에서 내리면.. 사용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를 향해 다가옵니다.
지긋한 나이의 그는 아가일을 향해 공손이 인사를 건네더니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헤더 린든:(형식적인 미소를 띄우곤 고개를 까닥인다. 아가일과 사용인을 몇 번 번갈아 흘깃거리고는) 묵을 방의 위치가 궁금한데... (당장 다소 낯선 상황이라...)
이어 그는 친절한 미소와 함께 당신의 짐을 들고 대문으로 이끕니다.
대문 주변으로는 두세 명의 사용인이 저택을 관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널따란 1층의 거실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벽면에는 사진과 그림이 걸린 액자가 달려 있습니다.
결코 값싸지는 않을 것 같은 가구와 화분 따위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네요.
중앙 홀을 감싸듯이 이어진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 그리고 뒤이어 3층입니다.
한 걸음 정도 앞장서 걷던 아가일은 잠시 멈춰서더니 뒤돌아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헤미스, 저택 안내를 부탁하지. 마무리가 되는 대로 이쪽의 방으로 오게끔 하고.
처리할 일이 있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모쪼록 편히 둘러보시길.
아가일은 당신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건네더니, 먼저 계단을 올라 사라집니다.
헤더 린든:... (별장이래도 이런? 스케일을 상상한 건 아니었는데... 이젠 텅 빈 자리를 조금 아연하게 바라보았다가 사용인에게로 고갤 돌린다.) 그럼, ...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용인:그럼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워낙에 바쁘신 분이신지라..
당신이 승낙하면, 헤미스는 가방을 다른 사용인에게 맡긴 후 걸음을 옮깁니다.
사용인:짐은 우선 2층 손님방에 가져다 두라고 지시해 두었습니다. 이쪽으로..
1층에는 거실과 접견실, 주방, 다용도실이 위치해 있습니다. 왼쪽 별채는 사용인들이 기거하는 곳이고, 오른쪽 문은 온실로 향합니다. 저택 뒤편에는 훈련실이 위치해 있고요.
다만.. 온실은 주인님이 허락하지 않으시는 이상 출입이 어려우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허허, 20여 년을 함께한 저희도 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라서..
까다롭다는 말을 듣는 게, 이걸로 몇 번째더라..
헤더 린든:음... 알겠습니다.(조금 더 아연한 얼굴...) ... ... 온실을 아끼나 보네요. 원예가 취미라든가... 아까 보니 정원도 관리가 잘 된 것 같더라고요.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 게 나을지도. ...)
사용인:(당신을 바라보며 가만히 웃는다.) 예, 어렸을 적부터 화도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부친께서 식물원을 운영하시기도 했었고.. 뭐랄까, 주인님의 온전한 안식처 같은 곳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실런지. (여러 모로 신경쓸 것도 많으시니까요. 느릿하게 걸음한다.)
적당히 안내가 끝나면, 그는 이어 당신을 2층으로 이끕니다.
사용인:2층에는 서재와 드레스룸, 손님방이 위치해 있습니다. 린든 씨께서는 이곳을 이용하시면 되고요.
현재 머무르고 있는 손님은 린든 씨 외에 없으니 마음 편히 계셔도 좋습니다.
이내 그는 늘어선 문 중 하나의 앞에 섭니다.
넓은 침대와 테라스, 원형의 목재 테이블과 의자, 책장과 이어진 책상.
벽걸이 선반에는 싱싱한 히스꽃이 화병에 담겨 있고, 그 옆으로 조각이며 인테리어 소품 따위가 몇 개 늘어서 있습니다.
나무를 닮아 따뜻한 색감의 방 안은, 발을 들이는 것으로도 안정감을 줍니다.
헤더 린든:(방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화병께로 시선이 머문다. 걸음을 하나 둘 내밀어 근처에서 유심히 바라보던가. 낯선 이의 집. 낯선 방.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머무를 곳엔 생각했던 것보다도 정 붙일 거리가 많아 보여서... 뻣뻣한 얼굴에 실금이 가고 이내 풀어진다.) ... 좋은 방이네요. 마음에 듭니다.
(뜸) 아, 아직 더 둘러봐야 할 곳이 있나요?(굼뜨게 굴었으니. 이런 여유는 끈에 가서 부릴 법한 것이었다.)
(끝에)
사용인:마음에 드신다면 다행입니다. (물음에는 몸을 반 정도 틀더니) 거의 다 둘러보신 듯합니다만.. 주인님의 방은 3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잠시 뵙고 다시 돌아오시는 것으로 하시죠.
층 전체를 개인 공간으로 쓰는 모양인지, 문은 2층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복도에는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은은한 장미향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의 체향이 밴 것인지, 아니면 이 장소가 그에게 향을 덧씌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헤미스는 이어 중앙에 있는, 가장 큰 문을 가볍게 노크합니다.
물음에는 직후, 들어오라는 짤막한 대답이 문 너머로 들려옵니다.
이 저택을 돌며 쉽없이 받은 느낌이라고는 하나, 그-아가일-를 가져다 그대로 방으로 형상화해 놓은 것 같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피콕 블루로 감싸인 벽면에, 어두운 갈색으로 흐트러짐 없이 각을 그리며 놓인 가구들.
방 한가운데에는 소파와 테이블, 옷걸이, 찬장과 책상 등이 마찬가지로 깔끔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벽면 양쪽으로 난 문은 짐작컨대 개인 서재와 침실일 터입니다.
만난 시간은 결코 길지 않으나.. 그답다, 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공간이네요.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훑고 있던 듯한 아가일이 이내 가볍게 종이 따위를 정리하더니 헤미스에게 가볍게 눈짓합니다.
시선만으로 그 저의를 알아챈 듯, 이번에도 헤미스는 두 사람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는 먼저 방 밖으로 사라집니다.
가볍게 제 뒷목을 쓸어내리던 아가일이 이어 당신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헤더 린든:근사하던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들어오면서 본 정원도 아름다웠고. ... 마련해주신 방도 마음에 들고요. (이는 감상은 많았으니 말을 정돈하느냐고 말 사이 틈이 있다.) 마주한 시간은 짧지만 당신 같은 저택입니다. 이 방은 중에서도 가장 당신을 담아낸 곳 같고요. (느긋하게 시선을 굴려 방을 훑었다.)
일은 다 봤습니까?
아가일 발렌티아:감사히 듣도록 하죠. (성의를 표하듯이 가볍게 고개를 까닥여 보인다. 이은 말에는 다시 말을 이어나가고) 예, 거의 마무리되어가던 일인지라.
(이어 잠시 침묵.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책상 앞으로 돌아나온다. 목재로 된 몸체에 비스듬히 선 뒤 천천히 제 손 하나를 당신에게로 내민다. 무도회에서 춤을 청하듯 손바닥을 천장 향해 내보인 채다.)
달리 급한 일이 없다면- 이것부터 해결할까 싶은데.
헤더 린든:(상대가 일어나서 자릴 옮기기까지. 별 대꾸나 반응 없이 아가일의 움직임만 가만 바라본다. 이 다음을 기다리는 것 마냥. 그렇게 앞으로 내밀어지는 손이 보이자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손 하나를 내민다. 맞잡는 다거나 맡기듯이 얹는 것과는 다르게 딱 쥐여주는 뉘앙스로.)
급하니 좀 재촉해도 되는 문제였는데. (퍽 태연하게 동행하고 말을 주고받으니 조바심마저 들지 않았다. 얼마나 괜찮은거고 괜찮지 않은지 가늠하는 눈치. 차분하게 아가일의 면을 살폈다.)
아가일 발렌티아:-..딱히. 이 정도는 쉬이 버틸 만 합니다. (마찬가지로 차분한 어조가 잇따른다. 시선을 얼마간 더 당신에게 고정해두고 있다가 느릿이 맞잡은 손을 조금 위로 들어올린다.)
놀랄만치 차가운 상태인 아가일의 체온과 당신의 체온이 뭉그러져 섞이며..
시선을 내리깐 아가일이 천천히 당신의 손바닥에 입술을 누르면..
대리석같이 매끈한 감촉이 손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한 차례 얕은 소름같은 것이 발가락 끝에서부터 몸을 타고 정수리로 오릅니다.
아가일에게는 아마 조금 더 큰 파도로 와닿았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심해에 잠겨 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이의 호흡처럼.
숨을 깊게 마셨다가 느리게 내쉬는 상대의 숨소리가, 방 안에 스치듯 울립니다.
숨결이 닿은 손바닥으로 그의 입술에서 느른한 한숨이 떨어짐과 동시에-
어떤 견고한 유대로, 서로가 묶였다는 것이 본능적으로 감지됩니다.
시종일관 냉한 표정으로 있던 아가일의 낯에도 찰나에 만족감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손바닥에 스치는 입술에 머리카락이 흐드러지는 소리까지 귓가에 선명히 들리는 고요한 방 안.
시야에 들어오는 바깥의 풍경은 밤하늘에 잠겨 있습니다.
헤더 린든:... (애써 손에 힘을 뺀다. 손가락 끝을 무심코 움찔거릴까 신경이 쓰인 탓에.) 좀, 괜찮은지. (시선은 상대에게로 고정한다. 느긋하게 고개를 기울여 바라보면서. 보니 자기 상태를 제대로 표하는 인간은 아니구나 싶어, 귀찮다고 느낄 정도로 물어 달달 볶아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가일 발렌티아:(고개를 여전히 조금 숙인 채로, 붉은 눈만 조금 굴려 당신을 향한다. 의중 읽어낼 수 없는 시선이 얄따란 눈꺼풀 아래 느릿이 목전의 상대를 담듯 기계적으로 움직이기를 반복할 적에, 나직한 음성이 목 안에서 흘러나온다.) ...-덕분에, 라고 해 두죠. (이어 몇 차례 소리를 담은 호흡이 흘러나온다. 그 소리가 완연히 신기루처럼 허공으로 사라지기까지는, 십여 초가 더 소요되었다.)
기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새삼스럽지만. (그리고는 그제서야 잡고 있던 손을 다시 내려, 본래 위치하던 곳까지 느릿하게 움직여 준다. 내린 채인 상대의 반대 팔과 비슷한 각도로 맞춰졌을 즈음에야 이전보다는 미약하게 온기가 감돌기 시작한 체온이 떨어져 나간다.)
헤더 린든:(향해 오는 시선은 피하지 않는다. 누군가 저와 시선을 마주할 때, 피하지 않고 눈을 마주하길 몸을 습득한 사람처럼. 눈꺼풀이 내려앉고 다시 거둬지는 사이에 선명한 건지, 선연한 건지, 섬뜩한 건지 애매한 눈에 집요히 따라붙을 뿐이다.) 뭘요, 당연한 것을. (상대에게 안정이 찾아오거든 기묘한 고양감인지, 보람인지가 이어졌다. 맡은 일을 완전히 수행했다는 뿌듯함... 그런 감각이, 헤더는 좋았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이걸로 끝이겠죠?(온기가 남은 손. 금방 허전함이 매달리는 손이다. 대신 가볍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아가일 발렌티아:(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다시 몸을 곧이 일으키니 상태는 온전히 평소와 다름없는 것으로 돌아와 있다. 기대어 있던 몸을 또한 바로 세운 뒤 시계를 흘긋 바라보았고)
남은 건-.. 저녁 식사 정도, 겠군요. 이걸 일과로 간주할 생갹이 있다면야.
커튼이 열린 테라스 너머로는 붉은 태양도 완전히 가라앉아,
3층의 식당을 이용해도 좋고, 3층의 공용 키친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무관합니다.
첫날이니만큼 아가일은 당신의 뜻을 존중해주려는 모양입니다.
헤더 린든:그것도 중요한 일과긴 하죠. (하마터면 잊을뻔 했다며 가볍게 덧붙인다. 이어지는 짧은 고민. 내일도 외출할 텐데...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있나.) 식당을 쓸까 하는데... (괜찮겠죠? 물론 괜찮다고 대답할 테지만. 그런 예측이 들면서도 한 번 물어보게 되는 것이다.)
아가일 발렌티아:원하시는 대로. 아마 사용인이 간단하게 준비해 두었을 겁니다. (시간도 거의 다 되어 가는 듯하니, 갈까요. 그리 물으며 먼저 느릿이 한 걸음을 떼어냈다.)
헤더 린든:얼마나 간단히일지... (낮게 중얼거린다. 자기가 아는 간단히와 상대가 내뱉는 간단히 사이에 얼마큼의 차이가 있을지. 아가일이 걸음 하나를 다 떼고 나서야 그 뒤를 쫓는다.)
정말로 가벼운 저녁 식사인 모양인지 접시가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널찍한 그릇에 칼집을 내서 구운 통통한 소세지와 아스파라거스, 우유와 치즈를 곁들어 요리한 몽글몽글 보드라운 에그 스크램블.
얇게 썬 토마토를 비롯하여 파인애플, 오렌지, 푸릇푸릇 신선한 야채가 각각 입에 넣기 알맞은 크기로 잘려있고 달콤새콤한 사우전드 아일랜드 소스를 뿌린 샐러드 또한 눈에 들어옵니다.
(각오?했던 것 보다는 간단한 것 같기도... 좋다. 만족스럽다.)
아가일이 권하는, 방금 막 열었는지 향긋한 내음의 포도주입니다.
달큰한 아이스 와인으로 식사 도중 가볍게 마시기 좋겠어요.
아가일 발렌티아:술은 좀 하시는지. (병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린다.) 음주에 취미가 없으시다면 다른 것을 내어 오고요.
헤더 린든:취미가 아예 없다고 하기엔 애매하죠. 권하는 술이 궁금하기도 하고. (딴에 긍정적인 대답이다.)
대작을... 원하는 거라면 더 애를 써보긴 할 텐데. (입매는 반듯하나 눈가가 히죽이는 듯 휜다. 부러 멋쩍음이 강조되는 마무리. 명백한 농담이라고 표를 내는 모양이다.)
아가일 발렌티아:그렇다면야, 한 잔 정도는. (느릿이 셔츠 소매를 걷더니 당신 앞에 놓인 와인잔으로 병을 가져간다. 반짝이는 적포도색이 투명한 유리를 채워나가는 양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가볍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흘렸다.) -..그리스에서의 첫 아침을 숙취로 시작하시고 싶은 게 아니라면야 관두시죠. 승부는 거절하지 않는 성격이라지만은- (이런 곳에서 힘 빼지 말라는 뜻. 마찬가지로 무겁지 않은 어조였다. 이미 채워져 있던 제 몫의 잔을 당신 쪽으로 아주 조금 기울인다. 함의는 명백하다.)
헤더 린든:생각보다 호전적이시네요. 대작에 자신도 있어 보이고. (의외라는 양 군다. 투명한 잔 안으로 색이 차오르는 모양새를 살피는 낯은 딱딱하게 굳어져 사무적인 모습에서 약간의 안정이 깃들어 편해 보이던가. 서로간 전보다 풀어지지 않았나 생각해보며 잔의 가는 대를 쥔다.) ... 건배사가 필요하던가요? (술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괜한, 실없는 말을 내뱉고 싶어지는 까닭이란... 면식 짧은 이에게도 꽉 묶여져 느껴지는 유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가일 발렌티아:승부에 쉬이 물러서지는 말라고 배운지라. (와인을 따르느라 앞으로 기울어 있던 상체를 다시 뒤로 물린다. 와인잔을 느릿이 돌리며 피어오르는 향취를 잠시 음미하고 있다가) 건배사만치 거창한 것은 생각해 두지 않았습니다만은-.. 마땅한 게 생각났거나, 원하신다면 자유로이 하시죠. 요란하게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으니, 당신이. (느긋하게 숨을 내리쉬었다.)
헤더 린든:엄격해라... (조금 질렸다는 투.) ... 보이는 것처럼 즐기지 않는 쪽이지만.(잔을 살짝 기울여 액체가 한 쪽으로 쏠리는 걸 바라본다. 찰랑이는 게 영롱하다.) 낯선 곳에 떨어지면 다른 행동을 하고 싶어지니까요. 장소가 바뀌었지 내가 바뀐 게 아닌데도. (잔에 꽂혀진 시선을 거두고 아가일의 손을 살핀다. 그에게 들린 잔과의 거리감을 살피며 입을 벙끗거렸다.) 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라. ... 앞으로의 일이 평탄하게 풀리길 바라죠. (소탈한 바람. 담백한 어조다. 말이 맺어지자 아가일의 잔을 향해 제 잔을 기울였다.)
아가일 발렌티아:그렇다면 그것 또한 당신이겠지. 인간과 환경은 원하든 원치 않든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이니까. 다만- (붉은 것에서 시선을 움직여 녹색에 머무른다.) 그 어느 상황에서든.. 스스로를 잃진 마시길. (스스로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어찌 정의내릴 수 있는지는 당신만이 알겠지. 평이한 말투의 대답이 돌아올 적에는 별 말은 없이, 고개만 조금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이어 맑은 소리를 내며 유리잔 두 개가 부딪히며 소리를 자아낸다.)
비행의 피로감과 이런저런 일로 노곤해진 몸에 가볍게 취기가 오릅니다.
무거웠던 몸과 정신이 찰나에 그 짐을 덜어낸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밤이 깊어갈 즈음에.. 앞으로 이곳에서의 나날 또한, 이리 평온했으면 좋겠다고
밤이 가고, 처음 타지에서 맞는 해가 떠올랐습니다.
커튼 너머에서 들어온 반짝이는 햇살이 눈꺼풀 아래로 스며듭니다.
헤더 린든:(가만 누워서 머릴 굴려보자... 몇 잔... 몇 병?을 마셨지? 곰곰...)
(아?)
헤더 린든:(돼지?아닌가? ... 그렇다면... 숙취는... 있나? 없나?)
헤더 린든:
건강
기준치: |
50/25/10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헤더 린든:(이능력자는 알코올 분해도 뭐가 특출난가 싶다...) (비척이며 욕실에 들어가서 방 밖을 나돌아다닐 준비를 한다. 씻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
식사를 고민하던 차, 타이밍 좋게 노크 소리가 울립니다.
어제 저택 안내를 도왔던 헤미스의 목소리입니다.
헤더 린든:(목소리가 들리자 걸음을 옮긴다. 문앞에 서선 가로막는 걸 열어젖히고) 덕분에요. (가볍게 마저 인사를 건넨다.) 식사... 때문에 오셨나요? (시간을 보아하니 애매했지만...)
헤미스는 당신을 바라보며 깍듯이 인사를 합니다.
사용인:예, 오늘까지는 여유가 있다고 하셔서 푹 주무실 수 있게끔 두었습니다.
조식 시간은 조금 지난지라 간단하게 간식을 준비해 두었는데, 의향이 있으실까요?
헤더 린든:네... 조금 출출하네요. (늦게 일어난 만큼 공복의 시간이 는 셈이라. 준비해 두었다니 거절하기에도 아쉬웠다.) 아... 그, (뭐라고 칭할까. 짧은 침묵) 집... 주인께서는 일어나셨는지. ...
사용인:편히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그 호칭은 이곳에서 기거하는 이들만 사용하여도 무방하니까요. (유하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분은 아침에 기상하셨습니다. 생활 습관이 번듯하게 잡혀 계신 분이라.. (....) 아마 지금이라면 가볍게 티타임을 가지고 계시는 중일 테니 만나뵐 수 있을 겁니다.
헤더 린든:(아하...) 음, 그거... 굉장히 그답네요. (으쓱이고) 그럼 아가일을 먼저 만나볼까 하는데.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손가락 두 개가 곱는다. 끼니보다도 오늘 일정을 먼저 복기하는 편이 중요할 것 같았다.)
사용인:아직 식당에서 일을 처리하고 계실 겁니다. 식사를 하는 김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면 좋을 것 같군요. (안내를 자처하듯 눈을 가볍게 움직였다.)
하얀 테이블에는 오렌지 주스와 카야잼 토스트가 놓여 있습니다.
한쪽에는 포도, 무화과, 키위 등 빛깔 좋고 싱싱한 과일들이 그릇에 들어 있네요.
테이블 왼쪽에서 태블릿을 든 채 앉아 있습니다.
그 옆에는 붉은 빛이 도는 홍차가 담긴 찻잔이 놓여 있네요.
당신의 기척을 느낀 그가 시선을 옮겨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간밤에- 잠은 잘 주무셨는지.
헤더 린든:(태블릿에 시선을 한 번 던지다. 테이블을 끼고 아가일 건너편으로 가 테이블을 가볍게 쓸었다. 대답을 내뱉기까지 적당한 타이밍에서 한 박자 느리게 입을 달싹인다.) 어때 보여요? (어깨의 으쓱임. 그리고 아가일을 향한 고갯짓이다.)
당신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도 괜찮은 밤이었을지도. 자기가 일한 것도 있으니까.)
아가일 발렌티아:적어도 숙취에 시달린 얼굴은 아니군요. 취미 없다 하신 것 치고는 제법 적극적이시길래 아침에 어찌 될런지가 조금 궁금해지던 참이었습니다만은. (농인지 진담인지 모를 소리를 하고는 잔을 기울여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넘긴다.)
안 좋았다면 여러 모로 큰일이었을 테니까요. 이쪽은 사람 보는 눈에서는 크게 틀린 적이 없거든. (...) (당신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어 가볍게 고개를 까닥였다.) 덕분에 근 일주일 중에서는 가장 편히 보냈습니다.
헤더 린든:음...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지그시 눈을 감는다. 눈가 사이를 짚는 건 덤으로... 흐릿한 지난밤을 그려보지만, 엄청 부어라 마신 것 말고는 모든 게 흐릿하다. 뚱한 표정에서 눈썹에 호쾌한 선을 그린다. 부러 거만한 투로 어깨를 다시 으쓱였다.) 그 정도야... 다른 동료와 견주자면 전 피라미거든요.(이건 농담.) 취미 없는 건 사실입니다.(이건 진담이겠고.) 혹시 기어오길 기대했다든가... (그렇다면 좀 아쉽게 됐네요, 하는 눈치.)
보람찬 대답이네요. 일어나서 생각하니 조금 신경쓰였는데... (자기 전에도 신경이 쓰였던가? 그건 모르겠다. 취해있었을 테니까.) 나도 나쁘지 않았어요. 잠자리가 편했어서. (간극) ... 이제 뭘 물어볼까요. 태블릿으로 뭘 보고 있는지? 아님 오늘 일정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마지막 몇 문장에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다.)
아가일 발렌티아:(미약하게 달각, 소리를 내며 찻잔과 받침이 맑은 소리를 낸다. 이어진 말에는 가볍게 숨소리를 흘리고는) 그리 말씀하시니 어떤 양일지 궁금하긴 합니다만은.. 관두시죠. 정말 그랬다가는 집 밖에 서있어야 했을 테니. (태블릿의 전원을 끄고는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었던 몸을 곧이 세운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간단한 보고 업무입니다. 이곳은 아침이지만 상대쪽은 하루의 마무리를 할 준비를 하는 곳도 적지 않으니까요. (눈 깜박) 어제 지부장이 한 말 그대로입니다. 이쪽과 인방 부근을 조금 순찰하며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주변의 동태를 파악할 것, 그리고 민간인 중 안내자의 재능이 있는 이들이 있다면 보고할 것.
점심 시간이 멀지 않았으니 간단히 요기를 하고 출발하면 괜찮을 겁니다.
헤더 린든:다른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몰상식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마음은 없으니까요. (고개를 살짝 젓는 것으로 다음 대화에 신경을 기울인다. 화제를 길게 이끌거든 다 날아갔다고 생각한 알코올 냄새가 제가 내뱉는 단어 사이로 스밀 것 같단 기분이 들었다. 의자 당긴다. 죽여낸 끄는 소리가 얕게 깔린 적막을 할퀴고 지나간다. 예의 무던한 얼굴로 돌아와 자리하고는 고개를 주억였고.) 알겠습니다. ... 음, 이건 제 몫이겠죠? (느긋하게 손을 움직여 주스가 든 잔을 들었다. 무의미한 주제 환기의 신호탄이었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담아둔 질문이 있습니다. 오늘은 가볍게 순찰을 돌 계획이라지만, 혹시 모르니까. 제가 당신의 능력에 대해 더 주의할 게 있을까 싶어서. 서류로만 훑은 게 다니 알 수가 있어야지... (저주나 독이 깃들었다 하니. 아군도 위험한 게 아닌가?)
아가일 발렌티아:몰상식한 것과는 별개로- 굳어 있다는 느낌은 듭니다, 당신. (힐난하거나 비꼬는 어조는 아니었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심상을 읊는 것에 가까운.) 군인의 전형, 같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만은- (느릿이 상대와 시선을 맞춘다.) 적당한 경계나 자기 통제에는 반대할 여지가 없으나.. 필요 이상으로 부담을 안고 계실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쪽이 이리 말한들 결국 받아들이는 건 본인의 몫이겠지만. 어쩌면 그 자체가 천성일 수도 있을 터.._) 간단한 요리라면 사용인들이 어렵잖게 내어올 수 있을 테니 입맛에 맞지 않다면 편히 말씀하셔도 무방합니다. (덧붙이듯 흘리고는 간극 사이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골라낸다.)
일반 공격계 지휘자들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화염계 능력자 근처에 있다면 타죽는 것을, 전격계 능력자 근처에 있다면 감전사하는 것을 신경써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고요. (....) 이쪽의 공격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진입하지 않는 이상은 보통 타겟팅의 형식으로 구현됩니다. 말인즉슨 대상에게서 튕기거나 공격에 실패하면 유해성을 다소 잃는다는 의미고요. (다만- 소리 없이 숨을 들이쉬며)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보통 백업이나 방어 특화 능력을 가진 안내자를 파트너로 고릅니다. 당신 또한 마찬가지고. (납득이 되셨는지, 그리 묻는 얼굴은 또다른 질문이 돌아오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을 기색이었다.)
헤더 린든:음-... (이어지는 말을 가만 들으며 아가일의 면을 살핀다. 미지근한 시선을 굴려 금방 테이블 위에 놓여진 과일을 향했다. 애꿎은 그릇만 노려보는 것이다.) 글쎄요. 나름 유들하게 굴었다고 생각했는데. (빈 손을 들어 뒷덜미를 느리게 쓴다.) 나쁘다고 듣지 않았습니다. 군인의 전형... 같다는 비유가 나쁘다고 느끼지도 않아요. 다만 의문스러울 뿐이죠. 내 경계나 자기 통제가 그리 극심했는지가. (특히 통제요. 지난밤을 떠올리자면 저와 거리가 먼 단어로 느껴지거든요. 지나가는 듯 가볍게 덧붙였다.) 그리고 그 점들을 짚어내시는 의중이. (그런 경계가 못미덥던가요? 예측하는 투로 그리 중얼거리고.) 공연한 경계로 파트너 사이에 그르칠 일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철없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러니, 이런 조언은... 나보다 당신에게 필요한 거 아닙니까? (게슴츠레 뜬 눈은 아가일에게로 던져졌다. 그의 얼굴을 살피면 위로 몇 가지 단어와 줄글이 떠올랐다. 예민함, 완벽주의, 인내, 절제, 컨트롤 프릭-이건, 아마도- 그리고 찌르면 피가 나올까 싶은 낯이 보인다. 그 얼굴을 보며 잠깐 사이 살펴서 내린 결론으로, 아가일은 안드로이드 로봇처럼 입력된 내용은 죄 도출해내는 사람 같았다. 대대로 지휘자를 배출한 집안이랬으니, 그것도 보면 군인 집안 아니던가. 그의 삶엔 규칙과 위계질서가 뿌리 깊게 스몄을지도 몰랐다.) 가만 보면 굉장히 건조한 사람으로 보이거든요. 투정이나 불만이란 감정이 제초제 맞은 잡초처럼 사라진 것 같다고. 뭐... 이미 어른에 직업이 직업인 사람이니 당연하겠지만. 더 유별나게 느껴져서. (들춰본 파일을 떠올린다. 그러니, 요지는...) 상태를 너무 숨기려고 하지 마시라고요. 그거야말로 부담을 안고 계시는 행동이 아닙니까? 아니더라도... 파트너에게 숨은 부담을 안겨주는 행동이니까요.
(이어지는 대답에는 실소를 보인다. 하긴, 그렇지요. 라는 말이 빤히 쓰여진 얼굴로.) 쓸데없는 질문이었네요. 그냥 안전 체크를 가볍게 한 걸로 치고. (납득이 되었다는 양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더 묻는 건 나중으로 해야겠네요. 그냥 혹시 합을 맞출 일이 있을까 싶어서 말문을 튼 거였으니...(잡담이 길어져도 되는지도 모르겠어서.)
아가일 발렌티아:무어라 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만-..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으시길래. (미세하게 파동을 일으키며 일렁이는 붉은 찻물을 내려다본다. 흐리게 상을 비추는 제 모습까지도.) 정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해야 할까. 그야 난데없이 타국으로 건너와 낯선 이와 파트너를 맺으라고 하면 누군들 아니겠냐만은.. (말을 고르듯 손끝이 테이블 모서리를 느리게 쓸었다.)
못 미더웠으면 애초에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요지라는 것은- (간극) 좀 거칠게 말해서, 이쪽 하는 행동거지에 하나하나 눈치 볼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종종 말을 하는데도 황망하게 구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지라. (다소 표현이 뭉툭하나, 결국 풀어 말하면 어느 상황에서는 주눅들지 말라는 뜻이 된다. 저에게 그리 대해도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사람의 천성이라는 것이 쉬이 고쳐지는 게 아니라서. (인생 태반을 그리 학습하고 살아오기도 했고. 잇따른 말은 중얼이듯 크지 않은 어투였다.) 비효율적인 감정은 이후에 처리해도 되는 일입니다. 잡초가 발목을 묶어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없는 들판이 낫지 않나. 애초에.. (반대고요. 당신과 느릿이 시선을 맞추며 덧붙였다. 아예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념하도록 하죠. 적어도 언제나 사리 분별은 할 만한 상태여야 한다는 건 자각하고 있으니까.
(제 옷단을 느릿이 정리한다.) 없는 편이 양쪽 모두에게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은.. 일이 어디 마음대로 흘러가는 법이 있던가요. 한 번 정도는 그럴 때가 오겠죠.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온다면, 문제 없이 합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어느 정도의 신뢰가 없었다면 애초에 난 당신을 안내자로서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라고. 그 말을 한 뒤에는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 남은 내용물을 깔끔히 비웠다.)
헤더 린든:(상체를 바로 세우고 팔꿈치로 테이블 위를 짚는다. 양손을 맞붙이고서 턱에 가만 대자, 말이 없다. 골똘히 머리를 굴리는 것처럼 보였고, 정말 그랬던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명쾌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손을 내렸다.) 좋습니다. 네... 제가 조금 꼬아서 받아들인 모양이네요. (검지를 위아래로 당겨 손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짧은 간극을 뒤로) 제 상황을 봐준 것처럼, 갑작스러운 타국행이었죠. 솔직히 파트너를 처음 맺는 사람이면 다 낯선 사람이긴 했으니 새로운 파트너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냥은 아닌 것 같고. (두드리는 소리는 느긋하게 나열되는 단어와 이질적으로 빠르게 굴러갔다. 말을 멈추며 그 소리도 고요히 휘발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좋아하진 않아요. 하지만 괜스레 눈치를 들이게 되죠. 어떨 수 없이 눈치를 들이게 된다고요. 낯섦이란 특수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나는, (간극.) 그리 세심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당신의 이야기가 적힌 파일을 넘겨 받았을 적, 내가 변함없이 무신경한 안내자로 남을 때, 이곳-... 당신에게 큰 도움이 못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효율이 덜해 보인다면 타협점을 찾아봐야겠네요. (머쓱하단 눈치로 몸을 물렸다.)
네에, 확실히 천성이라는 게 변하기 힘든 것이죠. (이어지는 대답을 다 듣자니, 실로 체감하는 바가 있다.) 그 말도, 그렇고. 그르치면 안될 일이 태산인 사람한테는 더더욱 맞는 말이겠고. 그냥... 감정과 상태에 전후사정을 바로 나눌 수 있는 그 경이로운 점이 마냥 좋기만 한가 싶어서요. 극단적인 방법엔 극단적인 양면이 존재하니까. (동전처럼, 알죠? 그러며 고개를 기울인다. 상대가 덧붙여온 말에 의구심을 표하는 양.) 좋은 평가에 감사를 표할까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실제로 듣는 기분은 괜찮은데. (주스를 쭈욱 들이키고 잔에서 입을 뗀다.) 합을 맞출 일은 없는 게 더 낫겠지만... 그런 일이 생기거든 만족스럽단 생각이 드실 겁니다. (몇 차례 잔에 입을 대고 내용물을 비워낸다. 예의 무던한 얼굴.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지레 찔렸다는 듯이 덧붙였다.) 이렇게 굴라고 해준 말씀이잖아요. (그쵸? 그러는 태연함이란. 딴에 상쾌하게 굴려는 농담이었겠지.)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이 어떤 사람이건 이쪽에게 꺾어가며 맞춰갈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충돌이 우려되더라도 일단 들이받아 보시라는. (양보, 내지 눈치를 이유로 제 기량 발휘 못하거나 되려 일을 꼬아버리는 유형을 너무 많이 봐온지라. 테이블 두드리는 소리에 잠시간 귀를 기울이다가) 어느 편이 가장 효율적일지는- 그리고 가장 편할지, 라는 물음의 답은 당신이 아시지 않습니까.
그 단점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효율', 내지 편리함이고. (이어 자신감, 내지 약간의 확신을 담은 듯한 대답이 돌아올 적에 일순 눈빛에는 만족이 감돌았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원하는 대로 하시죠. 당신이 선을 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 (대화의 마무리. 주변을 정리하고 먼저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아침의 느긋한 시간을 보낸 뒤,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시 방으로 향합니다.
태양은 이미 가득 내리쬐여 바깥은 눈이 부실 지경이고,
거리에서는 벌써부터 활기찬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요.
이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거리는, 여러가지 색상이 부드럽게 칠해진 벽과 붉은 지붕이 주가 됩니다.
하얀 벽돌에 푸른 지붕과 바다가 트레이드 마크인 산토리니 섬의 이아 마을은 아테네에서 배나 항공기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하네요.
여름의 그리스는 굉장히 덥고 건조하며, 겨울은 덜 덥지만 습하다고 하고요.
햇살은 따갑지만 밤이 되면 약간 쌀쌀하기도 합니다.
어제와는 달리 운전기사가 모는 차에 몸을 싣고 향한 곳은..
19세기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어 고풍스러우면서도 조금 미로처럼 얽혀 있기도 한 거리가 특징입니다.
고대 아네테의 시장터이자 아고라의 일부로 아테네의 샹젤리제라고 불리기도 한다네요.
이곳을 지나 에르무 거리로 간다면 현대화된 거리에서 또 다른 쇼핑이나 휴식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천천히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보이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오래된 정취가 느껴지는 거리.
곳곳에 심어진 가로수와 화분, 햇살을 담뿍 받아 색이 유난히 쨍한 색의 꽃이 피어오른 담장.
아름답게 꾸며놓은 관광지 티가 나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크고 작은 다양한 상점들이 많아요.
어느샌가 다가온 삼색의 길고양이 한 마리가 당신의 발목에 몸을 쓱 부비고 골목으로 멀어집니다.
헤더 린든:(오, 고양이... ... ... 고양이 빤... 아가일 빤...) 닮았네요.
아가일 발렌티아:(황당하다는 기색 숨기지 않고 나란히 걷는다..)
헤더 린든:(힐끗 보곤 자기도 마저 걷는다. 즐겁군... )
약간 오르막길인 길 양옆으로 가게들와 노점상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올리브나무로 만든 공예품 가게군요.
기념품으로 좋을 조각 제품과 올리브로 만든 비누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사람이 몰려있는 곳은, 수제 가죽신발을 파는 곳이에요.
사람 좋게 생긴 노인 한 사람이 자리를 깔고 앉아 가죽신발을 엮고 있습니다.
멋들어진 필체로 쓰여진 시가 여러 장 걸려있는 헌책방, 은으로 만든 공예품을 파는 가게.
그리스의 푸르름을 함뿍 담은 그림 가게의 앞에는 몇몇 화가들이 앉아서 즉석 그림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가게에 들려도 됩니까? (몸을 돌려 아가일을 본다. 엄지를 치켜들어 뒤를 가리키는데, 그 끝에는 올리브나무 공예품 가게가 자리했다.)
아가일 발렌티아:(뜻대로 하라는 듯이 고개를 까닥인다.) 규모는 작아도 솜씨가 괜찮은 이들이 제법 됩니다. 발길 가는 곳으로 가시죠.
헤더 린든: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뭐든 만족스럽겠네요.(그렇게 걸음을 떼고 공예품 가게 앞에서 잠깐 기웃거린다. 짧게 뜸을 들이더니 가게 내부로 자리를 옮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40대 중후반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은 남성이 인사를 건넵니다.
공예품 가게 주인:어서 오세요~ 편히 둘러보시고 언제든 말씀 주세요.
헤더 린든:(인사에 가볍게 목례한다. 적당히... 선물용으로 살 물건이 있나 기웃기웃)
내부를 둘러본다면... 섬세한 손길이 오간 것이 분명한 작품들이 여럿 눈에 들어옵니다.
작은 나비나 부엉이부터 시작해서 용, 유니콘 같은 신화 속 생물들이나 가위 내지 깃펜 같은 일상 물품들까지.
원하는 모양의 조각이 있다면,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동물 모양 조각이 더 있는지 살펴본다. 하나가 아니라 둘인데... 개와 고양이가 있나?)
한쪽 벽면에, 동물 조각으로 가득 찬 선반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진 귀와 세운 귀, 단모종과 장모종, 대형과 소형 등..
종류별로 굉장히 많은.. 조각들이 놓여 있네요. (!)
헤더 린든:(좋다. 처진 귀, 장모종, 대형... 의 개 조각을 골라낸다. 이건 가족의 몫이 되겠고. 조금 고민되는지 몇 차례 고갤 갸웃이다가 단모종 고양이 조각을 잡는다. 누구의 몫인지는...)
... 물건을 계산하려는데요. (지체 없이 가게 주인에게로 향한다.)
공예품 가게 주인:네에, 두 개 해서.. 19유로입니다~
헤더 린든:19유로요... 잠시만요. (지갑을... 이번엔 챙겼다. 챙겼겠지. 정확히 19유로를 지갑에서 꺼내 값을 치루자.)
주머니에는.. 다행히 제대로 환전을 해 둔 돈이 든 지갑이 있습니다.
공예품 가게 주인: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바깥에 제 아들이 만든 것들도 있으니 여유가 있으시다면 한 번쯤은 구경해 보시고요!
헤더 린든:시간이 되면 또 들리겠습니다. 둘러보기도 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선다.)
가게를 나와 두 걸음 정도 옮기다 보면.. 한 소년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소년:구슬 맞추기~! 성공하면 선물을 드려요!
선물이랍시고 올라와 있는 것들을 보면, 소년이 조각한 듯한 조각품들입니다.
마감이 살짝 모자라지만.. 예상 외로 섬세하네요.
개중에 눈에 띄는 것은 새싹이 든 화분 조각, 그리스 신전을 미니어처로 만든 키링, 장미 모양을 조각해 가죽끈을 끼운 팔찌 정도가 있습니다.
헤더 린든:음-... (소년과 늘어진 조각품을 가만 바라본다. 어쩐지 탐나는 것들이 눈에 걸려서인지... 소년에게 슬쩍 다가가선 묻는다.) 구슬 맞추기 룰이 어떻게 되나요?
소년:어렵지 않아요~ 내가 구슬 든 컵을 돌리면은? 손님은 맞추면 되는 거랍니다~
어쨌든 소년은 초롱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게임에 응하면, 넉살좋은 소년과 종이컵 세 개를 둔 맞추기를 시작합니다.
그 중 하나에 자그마한 구슬이 쏙 들어가고, 소년은 현란하게 종이컵을 움직입니다.
소년:자 자~ 맞추면은~~ 선물이 있고~~ 틀리면~~! 나는 좋아요~~
그의 손놀림이 멈추면, 정답을 맞출 차례입니다.
소년:보자~ 보자~ 한번 더 도전해 보실래요? 참가비는 이번에도 공짜!
헤더 린든:(... ... ...) 한 번 더 하죠. (...;;)
소년은.. 이번에는 오른쪽 컵을 샥.. 올립니다.
컵이 세 개니까~ 기회도 세 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 보실래요~?
헤더 린든:(일이 풀리지 않자 돈으로 해결하고 싶단 충동이 문득... 문득 들었다...)
음... 이번이 마지막이 되겠네요. 한 번만 더 부탁합니다. (...;;)
샤카샤카샤카샤카샤카샤카샤카.............
헤더 린든:(옆에서 보고 있다고........)
헤더 린든:(피스적 존엄성이 깎인 기분이다.....................)
소년이 당신을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뒤에서 조용히 보고 있다가 한숨 한 번 내쉬고는 소년과 당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 이쪽도 세 번, 적용되나.
소년:그럼요~ 그럼요~.. 기회는 누구에게나 세 번! (손가락 세 개 쫙 펴보인다.)
아가일이 제안에 응하면, 소년은 이번에도 손을 날래게 움직입니다.
소년:컵을 두 개로 바꿔야 하나~.. (중얼..)
한쪽 눈썹을 까닥이던 아가일이.. 왼쪽 컵을 골라내면..
소년은 환하게 웃으면서 정답!!!을 외칩니다.
소년:그래도오~ 치사하게 능력을 쓰고 그러지는 않았네요~~ 축하해요!! 무얼 가지고 싶으세요?
아가일 발렌티아:(답하라는 듯 당신을 보며 고개 약간 까닥인다.)
헤더 린든:... 저요? (그래도 당신이 골라야지... 하는 떨떠름한 눈으로 아가일 본다.)
아가일 발렌티아:가지고 싶은 게 있어서 참여한 거 아니었습니까? (대수롭잖은 어투로 묻는다.)
헤더 린든:그렇긴 하지만... (말끝을 흐리다가 이내 명쾌히 수긍한다. 양보해준다면 받아야지.)
저기 가죽끈 팔찌로 고를게요.
소년:음음~ 현명한 선택~ (팔찌를 쏙 빼서 건네준다.)
그리고, 그리고.. 만사형통하나 넘어지지 않도록 발아래를 잘 보아야 하겠다아~!
헤헷. 아무 말이나 해 봤어요. 또 놀러오세요!
헤더 린든:음... 확실히 전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재수가 별로인 것 같으니. 가보겠습니다. (소년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아가일을 가만 본다.)
그리고, 이건 답례라고 치죠. (그러며 직전에 구입한 고양이 조각을 아가일 손에 쥐여준다.)
아가일 발렌티아:(시선 잠시 당신과 소년을 번갈아 움직이다가도 제 손에 들린 것을 보며 미묘한 낯이 된다. 순순히 받긴 하다가도 발걸음 멈춰선 뒤 입 조금 움직이다가..) -..닮아서 샀다, 라는 뜻이 있었던 건 아니길 바라죠. (....)
헤더 린든:(먼산....) 갑시다..............
(어디로? 근처에 안경점이 있다면 들어가봤을지도. 약간의 자괴감이 잔존하기 때문에... )
헌책방이 있던데. 글 좋아합니까? (화제 전환이 더 급한 것 같다.)
아가일 발렌티아:.. ..고서적을 해독하는 건 가끔 즐기는 편입니다. 고대 그리스어에 관심이 없지 않은지라. (흥미로운 내용이 많기도 하고요. 눈 조금 가늘게 뜬 채다.)
헤더 린든:근사하네요. 취향의 고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헌책방이니까. (있을지도 모른다며 책방으로 쏙 들어간다. 찾을 것도 사고자 하는 것도 없지만... 어쩐지 달라붙는 시선이 따가워서.)
책방 안으로 들어서면, 오전 햇살을 맞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노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뚫어져라 당신을 보고 있던 붉은 시선도.. 그제서야 잠시 거둬지는군요.
헤더 린든:(내부를 조용히 살펴본다. 영화 같은 데에선 이런 낡은 책방에서 엄청 수상한 책을 찾아내곤 하지 않았던가? 뭔가... 이능력자에게 일어난 특이현상에 대한 실마리가 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식물백과 따위가 있는지 살펴본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안경점 안 가도 될 것 같다)
또렷해진 정신에.. 새싹이 그려진 두꺼운 책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헤더 린든:(음... 그리스어는 아예 모를 텐데.)
(... 그런데 책방에 오다니?)
아가일 발렌티아:뭐라도 보셨습니까. (한쪽에서 작은 책자 형태의 도서 두어 권을 들고 나온다.)
헤더 린든:아마도, 식물백과인 걸 봤네요. 생각해보니 전 그리스어를 배운 적이 없어서... (으쓱인다. 책을 사도 집에 가지고 가면 무용지물이 될 게 뻔했다.)
그쪽은 어때요?(들고 있는 책에 시선을 둔다.)
아가일 발렌티아:외국어 서가 쪽에 영어가 한두권쯤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서도-.. (동네 책방이니 그마저도 아주 실속력은 없는 종류였으리라. 시선에는 책을 조금 들어 눈높이에 맞춘다.) 고대에 있던-.. 저주와 치료법에 대한 책입니다. 이곳에서 가끔 통상적으로 시판하지 않는 것들을 들여오는 경우가 있어.. 종종 들릅니다.
짤막한 설명 후, 아가일은 책값을 지불하고 가게 문 쪽으로 나섭니다.
헤더 린든:(조용히 뒤따라 가면서) 있어도 자라리 영국으로 가 사는 게 낫겠죠. 그래도 나름 구경은 됐습니다. (이마저도 새로운 경험이라면 새로운 경험이니까...) 그런 장르도 취급하시는군요. 능력 때문에? 아님 그냥 의학에 관심이 있었나.
아가일 발렌티아:둘 다, 라고 해두죠. 신화나 고고학적 영역에는 유구하게 취미를 두고 있었습니다. 많은 지부 중 굳이 아테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할 만큼. (책 든 봉투를 고쳐쥔다.)
와글와글 모여있는 사람들, 분수대 앞에서 합주중인 이들이 보이는 풍경.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보면, 소매치기로 보이는 남자가 가방을 들고 달리고 있습니다.
뒤따라서 한 무리의 관광객들도 달리고 있네요.
소매치기는 마침 두 사람의 곁을 지나치고 있습니다.
(그냥 잡기? 다리 걸기? 능력을 사용하기? ...)
헤더 린든: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97 |
판정결과: |
대실패 |
(아)
소매치기:
민첩
기준치: |
55/27/11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감당할 수 있다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요?
헤더 린든:(조금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소매치기:
민첩
기준치: |
55/27/11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지면의 틈에서 가늘지만 단단한 뿌리가 새어나와,
주변에서는 당신의 능력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반항하는 소매치기와 연신 감사인사를 하며 환호하는 사람들.
붙잡은 소매치기를 가까운 경찰서로 데려가 준다면, 경찰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경찰:아이고야. 감사합니다. 신세를 졌네요! 그러고 보니 요 며칠 피스분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뵈니 안심했어요.
여튼,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헤더 린든:아니... ... 네. 당연한 일을 한 거고. 후처리 잘 부탁드립니다. (잘 안 보이는 게 맞는 일이겠죠... 말하진 않았다. 다만 조금 아연한 얼굴로 연긴 고갤 끄덕일뿐. 더 뭐라 덧붙일 말도 없으니까...)
갑시다. (어디로? 어디로든. 관심은 조금... 그랬다. 부담스럽고 역하다든가. 난감하다든가. 어쩔 줄 모르겠으니... 그러며 고갤 수그리곤 아가일 옆에 서선 걸음을 옮긴다. 가려질까? 가려지면 좋을 듯...)
아가일 발렌티아:(주변을 훑던 시선이 당신의 말에 초점을 모은다. 난감함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기색에 잠시 눈썹을 까닥이다 입을 연다.) 점심 시간도 되어가는 듯한데, 잠시 식당에라도 앉아 있다가 재개하는 건 어떠실런지.
헤더 린든:좋네요. 그러고 보니 나와서 식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고... (정말로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느꼈는지... 금새 태연한 투로 답한다. 먼저 걸음을 떼기까지 기다려보면서.)
아가일 발렌티아:쏠린 시선 헤쳐 놓기에도 나쁘지 않겠죠. (무겁지 않은 투로 덧붙이고는 안내하듯 먼저 발을 옮긴다.)
그렇게 아가일의 안내를 따라 거리를 걷다 보면..
주변에 와글와글 모여있는,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낮춘 채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관광객 A:...그래서, 어제 그 부부 아들은 찾았대요?
관광객 B:네. 정말 다행이죠. 그런데.. 어디가 이상하다나 봐요.
관광객 B: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오늘 일정을 다 취소하더니, 돌아갈 항공편을 급하게 구하고 있다고.
관광객 A:어딜 다친 건 아닐까요? 걱정이네...
관광객 B:누가 그러던데,
뭐에 씌였는지 자꾸 바다로 가야 한다나…
헤더 린든:(일반인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고 했던가. 더 뭐라 물으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고... 마저 귀를 기울인다. 그 부부와 아들에 대해서 다른 대화가 오가는지?)
약간의 의문을 뒤로 한 채 거리를 구경하며 올라가다 보면,
조금 높은 위치에 자그마하고 예쁜 식당이 있습니다.
근방 가게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곳이라는 아가일의 설명이 잇따릅니다.
들어가면 푸근한 인상의 중년 부부가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그들은 여러분을 풍경이 넓게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자리로 안내해주네요.
이 식당의 주 메뉴는 ‘수블라키’로, 돼지고기와 양고기, 닭고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처럼 촉촉한 육즙이 가득하게 구워낸 고기에 레몬소스가 곁들여져 있고, 고슬고슬 담백하게 볶아진 야채볶음밥.
푹 삶은 뒤 살짝 구워낸 감자와 요거트 소스가 뿌려진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한 끼 식사입니다.
헤더 린든:저는 양고기로 하고... (아가일 한 번 본다. 그쪽은? 묻는 눈으로.)
아가일 발렌티아:닭고기로 하겠습니다. (이어 고개 돌리고는 주인 부부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아가일이 익숙한 모양인지. 중년 부부는 다가와서 그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어서는 늘 감사드린다며 와인 한 잔씩을 서비스로 내어 주네요.
아주 자신하는 음료라며 드셔보시라고 사람 좋게 권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어제 밤새 달리셔서 와인은 구미가 당기지 않으시려나.. (농담 섞인 투로 잔을 가볍게 흔든다.)
헤더 린든:... 따지자면 지금 근무 중인데. (가늘게 눈을 떠 아가일을 바라본다. 한참을 말이 없다가 잔으로 시선을 옮기고) 인기가 좋으시네요. 이쪽으로 자주 나와보셨나? (이젠 거의 노려보듯 잔을 쳐다본다.)
아가일 발렌티아:포도주가 물처럼 받아들여지는 곳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는 문장이죠. (태연자약하게 늘어놓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제 몫의 요리를 잠시 내려다본다. 짤막한 감사 인사도 함께다.) 자택과 가장 가까운 지구 중 하나니까요. 종종 순찰 목적으로 나오고는 했습니다. 덕분에 면식 있는 사람들이 조금 생긴 것이고.
헤더 린든:제 근거가 얼마나 얄팍한 것 투성이인지 여실히 깨닫는 것 같고... 그래도 근무 중이니까 조심하시고요. (간극. 그리고 덧붙인다.) 어젯밤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당기진 않습니다, 확실히. (그러며 식기의 손잡이를 조용히 매만진다.) 흥미롭네요. 좀 어때요? 그냥... 그런 것들이요. 태도나 분위기나. 전근 오신지도 좀 되었으니 이곳도 많이 익숙해지셨을 텐데. 만족스럽던가요? (보기에 여럿 호의를 산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해본다.)
아가일 발렌티아:간단히 요약하면.. 생각했던 분위기대로- 입니다. 애초에 조금 조용한 곳을 찾고자 이곳으로 향했던 것도 맞고. (출장 잦은 이들이 죄 여기를 추천해주더군요. 와인잔을 느리게 돌리다가 한 모금을 넘긴다.)
의무를 다하고, 안심시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해결되고는 합니다. 이런 곳이라면야 더더욱. (간극) 당신 보기에는 어떠십니까. 짧았지만.. 조국의 지부를 제쳐 두고 머무를 만한 곳 같다는 생각이 드시는지.
헤더 린든:생각했던 분위기대로... (눈썹이 과장스러운 호를 그리고 내려온다. 명확히 답을 맺자면 만족스럽다는 소리겠죠, 하는 얼굴일 것이고.) 되짚어보면 의도는 요양과 다를 바 없어 보이고... (게슴츠레 눈을 떠 보인다. 그리고 짧은 침묵.)
휴양지로서 머물라고 한다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네요. 하지만 근무지를 옮기는 건 또 다른 일이니까. (식기를 쥐곤 까닥여 허공을 헤집는다. 고심하는지 눈썹 사이 간격이 좁아졌다.) 나의 커리어도 가족도... 친구나 동료 모두 두고 오래 떠나있으라는 건 약간, 힘들지 않을까, ... 해서. (뜸) 힘들지 않습니까?
아가일 발렌티아:아니라고 한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제법 뻔뻔히 덧붙이고는 제 몫으로 주어진 식사를 느릿이 입에 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까지 팽개치고 노느냐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지만은.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일이니까요. 지휘자든 안내자든. (크리쳐라는 건 예고 없이 출몰하는 존재들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낮과 밤, 때와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그들이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거의 내지 않은 채 식사를 이어나가다가 돌아온 대답에 시선을 들어 다시 당신 쪽으로 두었다. 의중을 헤아리듯 눈이 깜박이지도 않은 채 몇 초간 고정되어 있더니) 그닥. 사람을 곁에 많이 두는 편은 아닐 뿐더러- 그런 것에 연연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온지라.
헤더 린든:역시... 놀러오신 거군요. ...보기보다 한량이시네요. (이런 억지가. 그럼에도 놀 것 같단 생각은 안 들지만...) ... 놀고 싶은데 못 노는 거 아닌가요. (딴에 태연한 얼굴로 입안에 음식을 떠 넣는다.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음을 외하고 길게 침묵이 이어질 적, 목이 크게 울렁이자 입이 열렸다.) 일할 현장직들은 거의 리타이어 되었으니... 힘내야겠네요. (그러니까... 당신. 그리고 본인 또한.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 게 우리네 일 아니던가.)
그럼 정정하죠. 잠깐 머물다 가라고 한다면 머물다 가겠습니다. 우중충한 도시보다 화창한 휴양지에서의 일이 훨 휴식처럼 느껴지니까. (테이블에 박아둔 시선만 굴려 들썩인다. 멀뚱히 오는 시선을 마주 바라보더니 목을 뒤로 물린다.) 따지자면 이전 지부가 당신의 홈그라운드 아니었나 싶은데. 명성에 값이란 게 있잖아요.(눈을 깜빡이며 평범한 인간상을 그려본다. 적당히 선하고 적당히 욕심 있는, 이탈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엔 미련하고 이미 털어낸 감안에 깊게 유감을 표하지 않은 사람의 궤도가 보인다. 그러며 아가일의 대답은 그 평범한 궤도에서도 멀리 떠나온 대답이라 생각이 들었다. 몰이해는 의문으로 다시 귀결된다. 왜? 글쎄. 다른 궤도를 계산해야 그 다음이 보이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그 다음은? 다음은...) 멀리 갈 만큼 가치가 있나요?
아가일 발렌티아:무어, 당신의 파트너가 생각보다 게으른 인간이라는 점에 불만이라도 있으신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 놓을 적에 흘긋 시선을 당신에게 준다.) 놀고 싶다고 놀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던가요. 어린아이라도 그러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인데. (....) 한 번 더 닥쳐오지 않으리란 보장 또한 없으니. 그 전에 팀이며 다른 인원들이 멀쩡한 상태로 되돌아와야겠고요. (당신의 말마따나, 전시를 고려한다면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으나.. 그에게서는 큰 조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인의 능력에 대한 어느 정도의 프라이드가 있거나, 아니면 본디 그냥 성정이 그렇거나. 쉽게 말해 위기 상황에서도 불안을 내비치지 않는.)
원하지 않아도 한동안은 이곳에 있어야 할 테니까요. 지휘자가 한 명 뿐이듯 의식 차린 안내자도 당신이 유일하니. (식물들이 더 잘 자라기도 합니다. 라며 가벼운 담소를 덧붙이기도 한다.) ..-본토를 떠난다고 해서 사라질 명성이었다면 진작에 그만뒀을 겁니다. 이 바닥은, 필연적으로 하는 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나이프로 고르게 고기를 조각내며) 오히려 가문의 이름이라는 걸 업지 않고 이쪽이 무얼 할 수 있는지 증명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 되겠고. (이어진 상대의 침묵. 개의치 않는 듯도 하나 분명 신경은 당신에게 기울어져 있다.) 손해보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제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도 않고요. 옳다 믿는- 옳은 선택을 한. 그뿐입니다.
헤더 린든:(부러 대답하길 뜸들인다. 어깨를 으쓱이며 흘긋이는 시선을 모른 체 할 뿐이고.) 불만이라곤 안 했습니다. 널널한 구석이 있으신 것 같아서... 오히려 반가운 편이죠. (그러며 자기도 제법 뻔뻔히 응수하는 것이다.) 이거... 조금 암울한 주제 같네요.. 제 처지를 자조하거나 비꼬고 싶진 않은데... 부정하기엔 또 지당하신 말씀이라. (그리곤 멀뚱 아가일을 바라본다.) 오히려 당신은 불만은 없습니까? (당신이나 본인이나 처지에 얼마큼의 차이가 있나 싶지만서도. 소란에 그런 염세-이해하기로는 염세였다.-를 느끼며 잘도 입대를 했구나 싶었다. 그런 가는 예측에 굵직한 확신이 요했으니...) 음... 유의미한 실마리가 잡히면 좋을 텐데요. 그런 실마리도 현상을 다시 마주해야 잡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릇 속 내용물을 착실히 비워간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급하진 않으시네요. (다만 확신을 가지기도 전에 그 태연한 분위기를 마주하자니 무엇이 더 필요할까 싶어지는 것이다. 지휘자나 파트너로서 견고함이 철옹성과 같으니까. 생각의 끈이 잠시 끊긴다.)
으음... 사실 한량은 이쪽이었나 싶기도 하고. (사실을 되짚어보니...) 그건 좋은 것 같죠. 잘 자라는 건. (뜸) 근사한 대답이네요. (명료한 답이 튀어나간다. 그리고 다시 입을 다물던가. 생각을 정리하는 듯... 인정욕? 아니, 그건 좀 다르지. 구분, 독립... 자아 규명? 이것도 글쎄다. 목적 의식이 뛰어난 사람인 것 같은데... 작게 앓는 소리. 벼려진 감상은 어지럽게 숨은 지 오래다. 다만 갈피가 잡힐 것 같았다.) 마지막 질문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바닥에서 무엇을 위해 증명하려는 겁니까? 말마따나 본토를 떠나 사라질 명성이 아니죠. 기세의 차이가 있겠다만... 결국 이 바닥에서 통할 명성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으니까요. 이름을 업지 않고 증명을 논하실 거라면... 다른 길도 있지 않았나 싶어서.
아가일 발렌티아:뭐.. 그렇다고 해서 농땡이를 피우려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는 길에 만난 위인들이 죄 험악하게 말을 해 대서 이미 아시고도 남았겠지만. (그러니까, 당신 눈앞의 이 사람은 제 성정을 부정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빈 손가락을 까닥이며) 불만이라면. 어디에서? 지금 이 상황? (되물음. 의도, 내지 정말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할 수 있으니 하는 것이고, 이쪽의 능력이 되니 하겠다 마음먹은 것. 그 외에 다른 것이 필요하던가. (참으로 그다우나.. 당신이라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몰이해를 벌릴 수밖에는 없는 답변. 이를 어찌 둘 것인지는 당연히 당신에게 달렸을 터다.) 현장팀에서 분석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루이틀 내에 결론이 나올 겁니다. 그 전까지는.. 속단은 금물이니까요. 애초에 저희가 이곳에 나온 이유도, 그렇지 않았던가.. (시민들의 동향 파악 및 심리적 안정. 그 직책을 맡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런 판단에서 기인한 것이 현재의 태도라고 볼 수 있겠다.)
(접시를 비우고, 잔에 든 와인으로 입 안을 헹군다. 냅캔을 집어들었을 적에, 여러 가지 상념이 스치는 녹음 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가장 잘 하는 것- 이쪽이 타고난 것을 활용하는 것뿐입니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 반대로 말하건대 '내'가 애쓰지 않는다면 피어날 수 없는 것.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무엇을 '위함'이라는 건 없다.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을 함으로써 이것이 제 주변 세계에 뻗치는 영향 또한 끌어안는 것. 그것이 아가일 발렌티아라는 사람의 자기 증명 방식이요 존재의 이유가 되겠다.)
그럼 이번엔 이쪽이 물을까. 왜 입대를 결심했습니까. 딱히 당신은 영웅놀이 같은 걸 해보겠다고 함부로 이름을 내놓았을 것 같지는 않거든. 나름대로 무언가 판단이 선 부분이 있었을 것처럼 보인다는 뜻인데.. 착각입니까.
헤더 린든:안 합니다. 역시 들은 게 많아서, 엄두가 안 나거든요. 혹여 이런 파트너는 됐다고 내쫓기면 꼴이 말이 아니기도 하고... (상황이 상황이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그만큼 질색을 당하다간 얄팍한 제 자존심에 금이 가겠단 과장이다. 까닥이는 손을 바라보곤 의자 안으로 몸을 한껏 물려 앉는다.) 이 상황에서. 아님... 환경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거기서 거긴가. (에두르거나 한참 열린 물음이겠거니. 불만에 방점이 찍힌 말이므로 원하는 방향으로 받아들이란 태도다.) 아뇨... 동감합니다. 할 수 있으니 한다는 데에는. (팔을 길게 뻗어 식기를 휘적인다. 그릇을 가볍게 긁고 음식물이 뒤집힌다. 헛손질 한 번에 시선은 그릇으로 오래 가있었으니, 팔을 거두며 아가일을 본다. 별 시름 없는 눈이었다.) 편협한 직감이었나 보네요. 당신은 무언가 더 있을 줄 알았다는 게... (고개를 설레설레 젓곤 말을 잇는다.) 그건, ... 그렇죠. (멋쩍게 재차 그릇을 비워내다 보면 문득 드는 감상이랄 게 있다.) ...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쓰는 것 같네요. 현상이 불행이라면, 하필 유일하게 남은 지휘자가 당신이라는 점이 다행인 것 같다고. (물론 아테네 지부 내의 지휘자를 마주한 적이 없었으므로 이러한 평가마저 속단에 가까울 수도 있었으나, 기묘한 확신 하나가 든다. 자기가 출장을 올 적, 이보다 나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란... 그런 확신이.)
... 이쪽 가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서.(입매가 비스듬히 올라간다. 배우지 않았으므로 모르겠단 투였다.) 글쎄요... 가꾸어야 한다, 라... 저는 원인과 까닭이 명확한 편이 좋습니다. 까닭이 있어 행동하는 게 당연한 일이죠. 문제가 생겨서, 혹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당위성에 벗어난 일에선 안주를 택하는 게 편합니다. 아니면 삶이 너무 각박해지니까요... 그래서 당신의 동력이 궁금한 건데. 그것마저 당연하다는 말로 간단하게 정리될 거라면... (그릇은 제자리로. 허리도 다시 곧게 세운다.) 그 증명이 어디까지 뻗쳐나갈지 궁금하네요. 피어날 적엔, 시들 걸 대비한답니까?
왜 입대를 결심했냐고요. (간극이다. 영웅 놀이가 튀는 구절에선 실없이 웃었던 것 같다.) 영웅 놀이에 뜻이 있진 않죠. 하지만 영웅은 좋아합니다. 근사하잖아요? 불의에 맞서는... 가장 위험한 곳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란. 그런 영웅에게서 배운 것도 많죠. (양손을 깍지 껴 무릎 위에 가지런히 둔다.) 뿌린 만큼 거두고 싶단 마음이 있었어요. 당신을 도와주는 만큼 세상에게 다정할 것, 이 정도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란 말에 이끌리던 때라. (뜸) 결심은 결심이고 유지는 가변적인 거라... 판단이 정확했는지 시비를 가리기 힘드네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대답을 맺었다.)
아가일 발렌티아:(결론내린 문장에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인다. 말을 고르듯 약간의 뜸이 이어진 후) 가장 적합해 보인다는 이유로 당신을 이곳으로 불렀다는 말은 몇 번이고 거듭한 듯하니.. 생략하겠습니다. 좋게 해주신 말은 기억하도록 하죠. (가벼운 고개 까닥임. 명백한 감사의 제스처다.) 그에 대해서는- 사람은 어차피 언젠가 죽으니 굳이 열심히 살아갈 필요 있느냐, 하는 물음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들 걸 대비한다기보다는.. 얼마나 오래 꽃을 피워낼 수 있는지, 그리고 빛 바래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죠. 이 '능력'이라는 것은 제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이쪽은 언제나 제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그라드는 것을 피하려 드는 편이고요. (대답이 되셨는지. 차분히 답할 적에 식사의 끝을 알리며 제 차림새를 다시 한 번 정돈한다.)
이끌리던 때라는 건. 지금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베풀어 주는 만큼- 사람들이 돌려주던가요. (답은 어쩌면 그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허나 굳이 상대에게서 한 번 더 들으려 하는 것은, 아마 그 나름대로 당신을 이해하기 위한 발판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뭐..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주 틀리다 생각지는 않으니 여기서 머무르고 있는 거겠죠. 말마따나 당신은 원인과 명분이 명확히 규명된 것을 선호한다고 했으니, 완전히 옳고 그름의 경계가 흐려졌더라면 여기서 머무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지라. (안주하며 쉬어가기에 썩 좋은 곳은 아니니까요, 여기는. 농조 비스무리한 문장이 덧붙여진다.)
슬슬 마무리하셨다면 이만 자리를 옮겨볼까 하는데, 괜찮으실런지.
헤더 린든:(상대가 옷매무새를 재차 고칠 걸 볼 때에 느리게 고개를 주억이며 뜰 준비를 했다. 답이 되었느냔 물음엔 몸짓으로 답을 던졌으나 다시 곱씹게 되는 흐름이 있는 탓에. 시들기보다 오래 필 궁리를 한다는 데에서 삶을 대하는 또 다른 방식 하날 습득한 기분이 든다. 대비적인 삶에서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영위에서 영속으로의 흐름을 잡는 방식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건 당연한 일. 다시금 고개를 깊이 끄덕인다.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고.) 모두가 돌려주는 편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분명 보답은 있으니까. (탐탁치 않은 구석이야 늘상 있었으므로. 부러 명료히 답한다.) 별 자각은 없었는데 말이죠. (덧붙여지는 농까지 주워듣곤 속절없는 웃음을 짓는다. 금방 정적으로 돌아갈 면임에도 재채기마냥 참을 수 없다는 듯 굴더니.) 그렇네요. 여긴 실없이 머무르기엔 좋지 않으니까... (그러며 느긋하게 일어선다.)
좋습니다. 유익한 식사 시간이었어요.
가게 주인과 인사를 주고받은 뒤 식당을 나섭니다.
담장 위에서 낮잠을 자는 새들과 레이스로 뜬 듯한 담쟁이 덩굴들.
띠링띠링 자전거가 지나가며 울리는 벨소리가 들립니다.
가로수 아래에 곤란해 보이는 쌍둥이 둘이 서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쌍둥이 남동생:..누나 때문이야! 누나가 놀래켜서 풍선이 날아갔잖아!
쌍둥이 누나: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우는 바람에 놓친 거잖아!
헤더 린든:(쌍둥이 번갈아 물끄럼 바라보다가 스윽 다가간다.) ... (풍선이 날아갔다함은... 가로수를 가만 살핀다. 풍선이 걸려있나?)
와앙 우는 통에 누나도 어쩌다 보니 풍선을 놓쳐버린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기웃... 높이를 가늠해본다. 손만 뻗어서 닿을 정도인가?)
헤더 린든:(소란스럽게 굴긴 좀... 가볍게 점프해본다.)
헤더 린든: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커다란 나무의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사이사이로 햇빛이 떨어지고,
햇빛을 품은 푸르른 나뭇잎이 당신의 정수리로 떨어집니다.
두 아이는 언제 싸웠냐는 듯 금세 꺄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쌍둥이 누나:우와, 감사합니다! 근데… 언니는 피스예요?
(당신이 입은 제복을 힐끔거리며)
헤더 린든:음... (허리를 조금 굽히고 마저 답한다.) 맞아요. 관심 있나요?
쌍둥이 누나:헉.. 네! 당연하죠! TV에 나오는 걸 봤는데, 다들 엄청 멋있어서.....
쌍둥이 남동생:헐… 나는 능력자랑 이렇게 말해보는 게 처음이에요! 싸인해주시면 안 돼요?
쌍둥이 누나:어..어? 아니야, 잠깐만. 혹시…?
쌍둥이의 시선은.. 이내 당신 뒤에 선 아가일에게도 향합니다.
쌍둥이의 시선이 꽂히자, 아가일은 눈썹을 까닥입니다.
싸인은 이 사람이 더 근사할 텐데.
아가일 발렌티아:(당신 보면서 눈 가늘게 뜬다..) ..-사람 대하는 건 너희 앞에 있는 사람이 더 잘하니 그에게 부탁하도록. (...)
헤더 린든:동심을 지켜주진 않는군요... (막...)
... 싸인 말고 악수는 어때요?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면, 일단 아이들이겠지만...)
아가일 발렌티아:(어이가 없다는 눈빛이 된다.. 몇 초간 침묵을 고수하다 결국에는 몸 숙여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주었던가)
-..오래 있지는 못하니, 꼭 필요한 말만.
아이들은 그렇게, 여러분과 악수를 주고받고..
제대로 차려입은 모습에서 더 감명을 받은 모양이에요.
그렇게 소란 아닌 소란을 처리하고 움직이다 보면..
브런치 가게 근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청소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청소년 A:...그러고 보니 타야는 집에 들어왔대?
청소년 B:아니, PS쪽에서 데려갔대. 그 뒤로는 소식이 영 없나 보던데..
청소년 A:안내자가 된 거 아냐? 그럼 레노아 아줌마도 편해지겠네! 보상금도 나오고! 보수도 좋지!
청소년 B:야, 목소리 좀 낮춰. 꼭 좋은 것만도 아닐 텐데…
청소년 B:아니, 가족이라고는 아줌마랑 남매 뿐이니까. 그래서 그런가… …….
헤더 린든: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청소년 B:...니베도 뭔가 이상한 것 같았어. 연락도 안 받고.
청소년 A:왜 그러지? 무슨 일이 있나... 이럴 게 아니라, 직접 가볼래?
두 사람은 곧 맞은편에 있는
카페 레노아로 들어갑니다.
헤더 린든:(뭐지? ...) (맞은편으로 고개를 까닥이고 슬금 따라가 본다...)
곧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게 꾸며진 카페 레노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투명한 창 너머로 보이는 건, 손님이라고는 먼저 들어간 아까의 두 청소년 뿐이고..
이 청소년들 역시 손님이라기보다는, 여주인 곁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마 ‘레노아’일 중년 여성은 눈밑이 검은 게 영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헤더 린든:(조금 떨어져서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가 들리나...?)
헤더 린든:(이능력자 역시 신체적으로 초월적 만능은 아님에... 아쉽다.)
(자연스러운 위장이라 함은... 뭐가 있더라? 허공 보며 가만 고심한다.)
자연스럽게 손님인 것처럼 행동하면 됩니다. (!)
헤더 린든:(아가일 봄... 아기자기한 곳에 들어가기엔 우리 너무 제복스럽게 입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일단 손님처럼 들어갈까요.
아가일 발렌티아:(잠시 고민하는 기색. 허나 거리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게 가라앉은 기색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내부의 현지인들에 시선을 주었을 적에,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일단은, 그 편이 자연스러운 정보를 얻어내는 데 나을 것 같으니.
헤더 린든:(고개 끄덕이고... 카페로 들어선다.)
맑은 종소리와는 대비되는 수심 깊은 목소리가 두 사람을 반깁니다.
헤더 린든:(가볍게 고개를 까닥여 반응한다. 느리게 발걸음을 옮겨 내부로 들어서고 나서,) ... 기운이 없으신데.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카페 레노아 주인:...예? 아니, 아니에요. 아무 것도.. 죄송합니다. 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어요?
헤더 린든:죄송하실 필요는 없으신데... (난감하다는 투로 가볍게 손을 젓는다.) 곤란한 일이 있으시면, 혹시 도움이 필요하실까 해서요. (더 무어라 운을 띄울까, 고민하며 아가일을 돌아본다. 손님으로 들어 왔으니 주문을 해야 할까 싶어... 어쩌냐는, 내지엔 무얼 주문하냐는 물음이 담긴 눈이다...)
아가일 발렌티아:-..이쪽은 에스프레소로. (간결한 대답. 이어서는 빈 자리 중 적당히 거리를 확보할 만한 곳을 찾아 가볍게 눈짓한다. 당장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얻어낼 생각은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하겠다)
헤더 린든:(대답과 이어지는 눈짓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에스프레소 두 잔으로 주문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힘없이 주문을 받아 간 뒤에는, 음료를 만드는 여주인과 그 곁의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옵니다.
손님이 있는 것을 의식한 탓인지 목소리가 조금 작네요.
헤더 린든: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듣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청소년 B:...튜나는 그래서 지금 PS에 있는 거예요?
카페 레노아 주인:...그렇지. 걱정이 많이 되네. 그게, …. 너희끼리는 무슨 일 없었니?
청소년 A:아뇨. 그냥 똑같았는데… 아줌마, 니베는요?
카페 레노아 주인:...위에 있긴 한데, … 잠시만.
거뭇한 눈밑, 울었는지 눈가가 붉고 조금 부어있는 듯이 보입니다.
PS에 아이가 끌려간 것은 분명 걱정될 일이지만, 정도가 너무 심해 보이네요.
레노아는 두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한 박자 늦게 인지하고는 힘없이 묻습니다.
카페 레노아 주인:더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헤더 린든:(눈치 한 번 살핀다. 대화를 더 들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아뇨... 지금은. 필요한 게 생기면 따로 요청하겠습니다.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면, 그녀는 다시 카운터로 돌아갑니다.
청소년 B:니베 보러 가도 되나요? 메세지도 안 읽길래 걱정했어요.
카페 레노아 주인:... … … 그게, …..
카페 레노아 주인:...열이 나서 그런지. 헛소리를 조금 해.
청소년 B:?!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카페 레노아 주인:... … 아, 니야. 괜찮아질 거란다.
못 나가게, 막아 뒀으니까..
카페 레노아 주인:…
바다, …. …에 가고 싶다고 자꾸, 아니. 내가 너희들에게 무슨 말을...
레노아는 명백하게 더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카페 레노아 주인:... 아니, 그, 바다, … 바다, 도와주면 되는데, … 으응, 아니, 내가 치울게, ...
청소년 B:어떡해. 아주머니. …아주머니? 진짜 괜찮으신 거예요?
헤더 린든:(지부 내에서 이능력자들이 겪었다던 증상 아니던가... 어쩔까. 테이블 위로 손가락을 까닥인다. 간결한 소리를 내곤 출입문 밖으로 고갯짓한다. 밖으로 나가 마저 이야기하자는 듯. 안에서 속닥거려서 더 좋을 건 없을 것 같고...) ... 혹시 더 물을 건 없겠죠? (상대는 충분히 불안해 보이는 모양새다. 심약해 보이는 사람을 붙잡자니 탐탁지가 않기도 하고...)
아가일 발렌티아:..본부에도 연락을 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우리 쪽 능력자들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건.. 곧 저들에게도 비슷한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니까.
(이쪽 역시 필요한 정보 자체는 전부 얻었다고 파악했는지, 들은 바에 의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두 사람의 이름을 입에서 되뇌이는 데 그친다.)
그렇게 여러분이 본부에 연락을 취하려던 순간-
두 사람의 업무용 타블렛에 동시 알람이 울립니다.
헤더 린든:(타블렛 화면을 가만 본다. 14%... 그리고 지도로 시선을 옮기고) 가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아가일 발렌티아:(액정을 내려다보며 가볍게 혀를 찬다.) 해변까지는 20분 정도. 밟으면 15분 정도까지도 가능할 겁니다.
..차는 올 적에 골목 바깥에 주차시켜 놓으라 했으니 바로 출발하시죠.
헤더 린든:서둘러야겠네요. (그러며 먼저 성큼 한 걸음을 뺀다.)
차에 타고 출발하면, 그 순간에도 크리쳐 반응은 속속 오르고 있습니다.
차량은 순식간에 시장거리를 빠져나와 외곽의 한적한 도로를 타고 달립니다.
어깨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태양 빛을 받는 푸르른 반짝임…
글리파다 해변이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을 지나치고, 도로를 한 차례 더 빠져나오면 모래사장.
PS 밴 여러 대와 함께 접근 불가 라인이 쳐진 곳이 보입니다.
차에서 내리면 군복을 입은 비능력자 대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두 사람을 발견합니다.
그는 이내 빠르게 달려와서 군복 조끼를 내밉니다.
대원 A:안녕하십니까! 안쪽에 민간인들이 많은데 통제가 불가능해서, 도와주십시오!
헤더 린든:(주위를 둘러보며 조끼를 받아든다. 통제가 불가하다는 말에선 미간이 깊이 패이던가.) 대응 속도가 좀 더디네요. 일단 알겠습니다. (고개를 까닥이며 소란스러운 방향 향한다.)
관광을 하고 있었을, 혹은 해변가에서 음식을 팔던 상인들 삼십여 명이 바다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반쯤 빠져버린 사람과, 넘어진 채로 모래사장을 기어서 파도로 들어가려는 사람들까지.
대원들이 그런 사람들을 붙잡고 바깥으로 끌어내, 이송 차량에 태우고 있습니다.
대원 A:3번 차량 인원 끝났어요. 출발시키겠습니다!
우선은 바다로 들어가려는 시민들을 최대한 막고,
그들을 차에 태울 수 있도록 다른 대원들에게 인계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이능력을 사용해 모래사장과 얕게 들이닥치는 파도 경계에 풀뿌리를 얽혀 벽을 세운다. 바다와 가장 가까이에서 기고 있는 사람부터 팔을 붙잡고 이끌어 물리고자 손을 뻗는다.)
시민들은 넘어지거나 붙들리면서도 팔을 허우적 움직여 해변 너머, 바다를 갈망합니다.
그들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눈동자가 풀려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가지 못하게 잡는 것에도 반항은 하지 않으며..
그다지 힘이 세진 상태도 아닌 것 같다는 점일까요.
제압하기 위해 가깝게 가면 그들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씩 민간인을 대피시키고 있으면…
주변에서도 크리쳐 탄생을 경고하는 대원들이 고함을 치고 대열을 정비 중입니다.
분명 크리쳐 반응으로 올라온 것은 한 개체 뿐이었는데,
지금 당신의 본능에는 더 위험한 사이렌이 거세게 울리고 있습니다.
어디인지 모를 온 사방에서 기척이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처음 맛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고, 짓눌리듯 위험한 감각이요.
아가일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은 모양인지, 멈칫하며 바다 쪽을 돌아보길 반복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영 좋지 않은데, 감이. (가볍게 혀를 찬다.)
헤더 린든:지금은 좀... 당신 말이 틀렸으면 했으면 하는데.
당신이 딛고 선 모래사장이 부글부글 범위를 넓히며 끓기 시작하더니..
새파란 막에 싸인 듯한 무언가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모래를 폭포처럼 떨어뜨리며 작은 주택 크기로 부풀어 오른 막을 거대한 날개가 찢으면,
그 안에 들어차있던 푸른 액체가 모래사장 안으로 빠져나가고..
결국 거대한 새 형태의 크리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날개를 크게 펼치고 내지르는 비명에 시야가 일순간 흔들리네요.
노을빛을 반사하며 번뜩이는 저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에 붙들리면,
사람의 피부는 연약한 비단처럼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 것입니다.
이상하고도 다행인 것은 한 마리 뿐이라는 것 정도입니다만..
붙들리면, 사람의 피부는 보드라운 촛농처럼 도려내지고 말 것입니다.
위험했던 감각 치고는 그나마 다행으로 한 마리 뿐이나..
크리쳐는 당장이라도 날아가려는 듯 날갯짓합니다.
이능력은 기능치를 100으로 둡니다. 따라서, 실패의 경우는 없으며 턴에 따라 이능력을 응용한 자유로운 공격과 방어가 가능합니다.
턴은 PC & KPC 이능력 공격 → 크리쳐의 반격 (회피 or 공격으로 공격일 경우 KPC & PC의 방어 이능력 추가) → 크리쳐의 공격 → PC와 KPC의 이능력 반격 혹은 회피 → PC&KPC 이능력 공격 입니다.
KPC와 탐사자가 이능력으로 롤하는 방어는, 성공 시 차등 대미지를 부여합니다.
하위 레벨: 1d3, 동일 레벨: 1d2, 상위 레벨: 0
아가일 발렌티아:(..한 마리? 의문 어린 눈을 하다가도 가볍게 전투 태세를 취한다.) 지원을 부탁합니다.
(이어 순풍이 몰아치고, 일순 허공에 십수 개의 마름모꼴을 한 핏빛 결정체가 떠오른다. 치명적인 독소를 머금은 채 반짝이는 가시들이, 창조자의 지휘에 따라 소리없이 바람 가르며 푸른 크리쳐에게로 꽂혀든다.)
이능력
기준치: |
100/50/20 |
굴림: |
5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6 |
헤더 린든:빠르게 끝내죠. (능력으로 지면 사이사이에 자리한 거대한 뿌리를 들어 올린다. 땅을 가리고 몸집을 불리는 뿌리가 촉수처럼 꿈틀거리며 바닥을 기고 허공을 가른다. 이내 크리쳐 위로 육중한 몸을 내리쳐 움직임을 봉한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새 크리쳐:(주변이 흔들린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크게 비명을 지르면서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든다.)
물어뜯기
기준치: |
150/75/30 |
굴림: |
9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6 |
아가일 발렌티아:(날려보낸 가시가 크리쳐에게 꽂혀듦을 확인한 후, 손을 위아래로 크게 휘저어 선홍색의 막을 만들어낸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헤더 린든:(능력을 사용해 막을 두르듯이 뿌리를 올려 막는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7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크리쳐 :: 54/100
아가일 :: 12/12
헤더 :: 9/11
크리쳐가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집니다.
얕은 지진과 함께 모래바람이 크게 날리고, 일순간 시야가 차단됩니다.
그 기괴한 비명은 새빨갛게 물든 하늘을 갈기갈기 찢을 듯이 비통합니다.
땅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일더니 중심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머리가 찡하니 울리고 잠시간 시야에 잔상이 남습니다.
크리쳐는 마치 그 공격을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몸을 틀어,
이질적일 정도로 새빨간 혀와 뾰족하고 커다란 이빨이..
아가일 발렌티아:
정신
기준치: |
85/42/17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정신
기준치: |
85/42/17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정신
기준치: |
85/42/17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헤더 린든: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새 크리쳐:
날개짓
기준치: |
150/75/30 |
고장: |
넘어짐 |
굴림: |
5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0 |
날개짓
기준치: |
150/75/30 |
고장: |
넘어짐 |
굴림: |
1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9 |
아가일 발렌티아:(몰아치는 바람에 인상 찡그리며 다시 한 번 막을 만들어낸다. 붉은색 구체 주변으로 파도가 넘실거리기 시작한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4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헤더 린든:아니, 이게, 미쳤나... (당황스러운 어조. 금방 제가 일으킨 풀뿌리 사이로 몸을 쑤셔 넣는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8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GM:아가일 1d6, 헤더 1d3 굴려주세요.
아가일 발렌티아:(여전히 무표정하게 결정체를 지휘한다. 유리 조각이 맞부딪히듯 매끄러운 소리를 내며 모인 결정체가 거대한 꼬리의 형상을 보이더니 크리쳐를 향해 그대로 후려친다.)
이능력
기준치: |
100/50/20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22 |
헤더 린든:(머리를 한 번 털어내고 시야를 환기한다. 아직 가라앉지 못한 모래먼지를 뚫고 다시 한 번 지면이 갈라진다. 잔뿌리끼리 떨어지고 제 몸을 재차 불려 사방으로 허공을 갈라 크리쳐에게로 향한다.)
이능력
기준치: |
100/50/20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6 |
크리쳐 :: 3/100
아가일 :: 9/12
헤더 :: 8/11
날개를 넓게 펼친 크리쳐가 날아가려는 듯이 날개를 크게 퍼덕이면,
두 사람의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며 밀려납니다.
그 찰나의 틈에 크리쳐는 벌써 부유하기 시작했습니다.
헤더 린든: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가일 발렌티아:
정신
기준치: |
85/42/17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정신
기준치: |
85/42/17 |
굴림: |
8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음 턴의 이능력 수치 -10
아가일 발렌티아:끈질기게... (숨 크게 내쉰다. 다시 한 번 가시처럼 날카로운 결정체가 수십 개 허공에 떠올라, 화살촉처럼 날아든다. 확실히 마무리를 짓기 위함이라.)
이능력
기준치: |
100/50/20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3 |
헤더 린든:(얼굴을 와락 구기곤 귀를 먹먹하게 막는다. 근처 갈라진 지면을 기는 뿌리가 순간 멈칫거렸다. 이마저도 순간, 퍼덕이는 날개를 휘어 잡으려는지 다시 크리쳐를 향해 뿌리가 허우적거렸다.)
이능력
기준치: |
90/45/18 |
굴림: |
4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7 |
새 크리쳐:
물어뜯기
기준치: |
150/75/30 |
굴림: |
4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0 |
아가일 발렌티아:(앞 향해 뻗은 손끝이 아주 조금, 까맣게 물든다. 숨을 고르게 내리쉰 후.. 다시 한 번, 방벽을.)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50/20 |
굴림: |
8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헤더 린든:(뒤로 몸을 물린다. 흔들리는 시야에 눈가를 가늘게 뜨고 다시 막을 두르듯 뿌리로 벽을 세운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90/45/18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GM:아가일 1d3, 헤더 1d2 굴려주세요.
크리쳐 :: 0/100
아가일 :: 8/12
헤더 :: 6/11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고개를 들고, 날개를 휘두릅니다.
벌어진 부리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습니다.
단말마를 내지르려는 듯, 크리쳐가 부리를 벌립니다.
헤더 린든:(몸을 뒤로 물린다. 피해야 해.)
아가일 발렌티아:
정신
기준치: |
85/42/17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헤더 린든: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짧은 순간 두 사람의 시야가 까맣게 죽었다가 돌아옵니다.
정신을 차리면, 모래사장에 무릎을 꿇은 채 깨어납니다.
크리쳐는 마지막 단말마도 내지르지 못한 채 머리부터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뒤이어 거대한 몸까지 쓰러지면, 커다란 모래바람이 일고 지면이 한 번 흔들립니다.
크리쳐의 시신을 운반하는 대원들 너머로 보이는 시퍼런 바다에는 붉은 노을이 잔뜩 스미고,
위화감은 오싹함과 섞인 잔향을 남기며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뱉어내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손끝의 색이 신경 쓰이네요.
아가일 발렌티아:-..수고하셨습니다. (가볍게 당신 쪽으로 고개를 까닥인다.)
헤더 린든:(지친 낯으로 어깨를 으쓱이기만 한다.) 당신도요. ... 그보다 괜찮습니까?
아가일 발렌티아:괜찮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싶은데. 이 정도야.. (제 손 잠시 내려다보고) 약을 먹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 굳이 수고 들일 필요 없어요.
헤더 린든:뭐어... 그렇다면야. 안 괜찮으면 바로 말하시고... (납득한다는 투인데도 긴가민가, 떨떠름한 얼굴이다. 괜찮다는데 달라붙을 성미가 아니니 넘어가길 택한 모양.)
음, ... 이번 크리쳐는 석역찮은 구석이 있었으니까요, 확인 차 물어본 겁니다. (그러며 제 머리를 탈탈 털어낸다. 워낙 모래가 휘날렸으니까. 손을 내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별 다른 피해는 없나, 이 또한 가벼운 확인을 위해...)
크리쳐는 더 이상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느낀 그 기묘함은 무엇이었을까요?
크리쳐가 완전히 죽은 것으로 확인되면 모래바람이 크게 일고, 헬기가 착륙합니다.
널찍한 헬기에는 본래 10명 정도의 동료가 함께 탑승하곤 했는데.. 오늘은 단 둘뿐이네요.
고도가 오르면 작아지는 해변과 그리스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유화처럼 보입니다.
타오르듯 새빨간 노을이 내려앉아 번진 풍경이 느긋하네요.
아테네 지부로 복귀하면, 바로 지부장실에 보고차 들러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듣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가시죠. (제 손목 느릿하게 돌리면서 먼저 발걸음 옮긴다.)
여전히 어수선한 기지 내에는 연구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만- 어째..
어제보다 좀 더 바빠 보이고, 인원이 적어진 느낌이네요.
헤더 린든:(궁전 터... 잠깐 들린 소리들을 곱씹으며 마저 지부장실로 향한다.)
지부장실로 들어가면, 방금의 전투 영상을 보던 지부장이 일시중지를 누른 후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아테네 지부장: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곳은 없으시고요?
헤더 린든:음... 그리 심하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아마도요. 그러며 아가일을 힐긋 바라본다.역시 아마도다.) 간단한 치료는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오늘 일에 대해 보고를 하겠습니다. 동향을 살필 때, 시민 중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몇 있었습니다. 바다로 가야 한다고 헛소리를 한다든가... 그런 양상으로요.
아테네 지부장: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발렌티아와 가이딩은 진행했나요? 높은 확률로 또 뻗댔을 것 같은데.. (가만 웃으면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네, 보고가 끝나면 잠시 들르도록 하세요. 만일이라는 건 언제나 중요하니까요.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잠시 침묵하며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가) 바다로요. 다른 인력들에게도 듣긴 했습니다. 우리 쪽 지휘자들 역시 그 상태가 되기 전에.. 비슷한 말을 했거든요.
아마 몇몇은 지휘자 혹은 안내자. 그런 기질을 가진 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하여 추가 인력을 배치하도록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고개 까닥이고)
또 달리 하실 말씀이 있나요?
헤더 린든:아... (탄식. 그게 뻗대는 거였나? 불만스러운 눈으로 아가일을 흘긴다.) 보고 후에... 여유가 생기면 할까, ... 합니다. (아마도요.)
크리쳐에 대해서는... (말이 희미하게 흩어진다. 느꼈던 위화감을 되짚는 듯 오래 말이 없다.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고, 입술을 감춰 물다가 놔주길 몇 번. 뜸을 들이고서 겨우 입을 연다.) 전투 직전엔 그 해변이 크리쳐의 둥지처럼 느껴졌다고 할까요. 웨이브와는 미묘하게 다른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보이는 개체는 하나였고요. 하지만 전자의 경우, 어디까지나 소수 사람의 감각에 근거한 것이니 신뢰할 만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며 입을 다문다.)
아가일 발렌티아:(한 발 뒤에서 팔짱 낀 채 보고 있다가 눈썹 까닥인다.) ..-감당할 수 있으니 말을 안한 겁니다. 오지랖을...
아테네 지부장:예에. 오지랖이 아니라 지부장으로서의 임무고 책임이죠. 그 정도 규모라면 2단계까지는 갔을텐데 꼭 가이딩 받으시길 바랍니다. (유들하게 웃어 보이더니 다시 헤더를 향해 시선 돌리고)
흐음.. ...유념해 두겠습니다. 그 현상에 대해서는, 조금 짐작 가는 것이 있군요. 완벽한 관련성은 아직 찾지 못했으나.. 분명히 상관 관계가 있을 거예요.
현재 크노소스 궁전, 즉 크레타의 미궁 터 지하에 무언가 감지됨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크리쳐 반응은 아니고.. 지하에 거대한 유적이 있는 것 같아요. 연구원들이 충원되어 발굴 중이며, 내일 오후 정도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거라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두 사람은 이만 푹 쉬시고, 내일 점심식사 후 유적지로 출발 예정입니다.
오늘 밤은 어느 곳에서 머무르실 예정이신가요? 두 사람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헤더 린든:(할 말이 많은 얼굴을 한다. ...) 그럼, 알겠습니다. 내일 점심식사 후로요. (임무를 복기하고 이어지는 물음에 답한다.) 마저 머물던 곳으로 복귀하는 게, 심적으로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아가일의 저택에서 계속 위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아테네 지부장:괜찮은 곳이죠? (가볍게 미소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헤더 린든:네. ...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그러며 목례한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가일이 미리 연락을 해 둔 모양인지, 건물 밖에 차가 대기 중이라는 말을 전하는군요.
헤더 린든:(바로 밖으로 가면 되는 건가. 알겠다며 고개를 주억인다. 그리고 간극... ...)
뻗대길 아주 태연하게 하시던데?(하며 눈썹 하나가 들썩인다. 시비인지 핀잔인지...)
아가일 발렌티아:(이번에도 먼저 앞서 걷다가 멈춰 선다. 고개 돌려 당신 빤히 바라보는 양이.. 당당하기 그지없다.) 버틸 수 있으니 말 안 한 거라고 말씀을 드린 걸로 기억을 하는데.. (....)
헤더 린든:허... (단전에서 막막함이 날숨으로 튀어나온다. 얼굴을 마주하자 황당하다는 얼굴을 한다.) 약간 할 말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신데... 버틸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는 것부터 버틸 거리가 있다는 거겠고. 지부장님의 말씀을 보아하니 이전 파트너에게도 괜찮다며 넘어간 일이 한두 번 아닌 것 같고요. 앞선 상황들을 되짚으면... 당신 말에 그냥 넘어가면 안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눈살을 찌푸리니 미간에 골이 깊어진다.)
엄살이 필요 이상으로 없으신 편, 아님... 내 능력에 불신이 있으셨나.(결국 왜 그러느냔 물음의로 귀결된다. 굳이 수고스러운 길로 돌아가려는 게 의문인 것으로... 금방 태연한 낯을 해 손을 들이밀었다. 아가일을 가만 바라보았다. 이는 악수를 청하는 모양새로 보일 것이다.)
아가일 발렌티아:(번거롭다는 표정을 숨길 생각도 없는 것이, 아마 당신의 예측이며 말이 전부 얼추 들어맞는다는 뜻이 되겠다.) 안 괜찮을 적에는 티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컨트롤 가능한 선에서는 저 혼자 처리하겠다는 것이 무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있다. 많이.)
그에 대한 답은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 타인에게 빚지는 걸 즐기지 않습니다. 엄살이랄 게 필요한 일도 아니라 생각하고. (...) (참으로 대단한 고집이다. 다시 몸 돌려 걸어가려다가도.. 제게 내밀어진 손 보고는 잠시 침묵했던가. 제법 크게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그 손을 맞잡았다.) 여기나 저기나 하여간...
헤더 린든:(눈을 지그시 감았다 뜬다. 손안에 아가일의 손이 들어오자 단단히 쥐도록 힘을 들인다.) ... 할 말을 많게 하는 재주도 있으신 것 같고. (시선은 도로 내려가 맞잡은 손으로 향한다. 말을 고르는지 오래 뜸을 들였다.) 문제는 많죠. 일단 이런... 독단적인 행보가... (몇 차례 입을 벙끗인다.) ... 파트너끼리 움직이는 마당에. 당신 컨디션은 당장 나에게도 중요한 사안이고...
애초에 왜 빚이라고 생각합니까? 이게 나의 일이고, 의무인데. (하여간?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쏘아 본다.)
아가일 발렌티아:(맞잡은 체온에서 익숙한 듯 아닌듯한 파동이 밀려온다. 제 의사와는 별개로 확실히 이전보다는 안정감이 찾아왔을 터. 빈 손 하나로 제 미간을 가볍게 짚는 동작도 함께다.) 제가 무어.. 당신을 두고 가기라도 했습니까, 거짓말을 하길 했습니까. 감당할 수 있으니 가만 둔 것일 뿐인데. (날선 투는 아니었으나..)
조금 더 중대한 사항에 힘을 쏟았으면 하는 겁니다. 이쪽에 하나하나 맞춰 가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 (할 말 끝났냐는 표정으로 보더니 다시 걷기 시작한다. 손을 뿌리치지는 않은 채다.)
헤더 린든:아니... 굳이 혼자서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감당할 수 있어도 안내자가 있으며 더 쉽게 풀릴 일이고요. ... 물론, 그쪽에서 먼저 일을 키울 것 같단 생각은 들지 않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 이건 어떨 수 없는 신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끊임없이 당신의 상태를 의심해야 한다면 그거대로 비효율적이니까... (그냥 순순히 손을 들이밀면 좋겠단 감상이었다.)
여기서 더 중대한 사항이 있습니까? (가벼운 불만이다. 낯은 태연한데 속이 불편하다. 화는 아닌데... 짜증 반에 괘씸함 반이 겹쳐져 손을 단단히 붙들고는 마저 따라가는 것이다.) 맞춰 가는 게 나을 겁니다. 당신과 나 사이... 중간 되는 기준은 필요하죠.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손발 맞춰 지낼 사이니까. (생각해보니, 저희는 극단에 선 사람들 같아서요-... 그러니 중간이 필요하단다. 그렇게 덧붙였다.)
당신이 머물게 될 기간은, 아마 이 사태가 해결되는 때까지.
눈앞의 이 인간은 제법 까탈스럽고 고집까지 세 보이나..
말다툼 아닌 다툼을 반복하며 저택으로 향합니다.
당신을 맞아주는 사용인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끼니를 때운 뒤 휴식을 취합니다.
점심식사 후 지부장을 만나러 가면, 그는 컨디션에 관한 질문 후 조심히 다녀오라는 인사를 해줍니다.
유적지에 연구원들이 많으니, 자세한 것은 그쪽에서 설명해줄 거라고 하면서요.
출발 전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지하층에 다녀와 보는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헤더 린든:(권한다면야... 지하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어수선하기보다는 정적이고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네요.
그리고 침대에는 잠들어 있는 능력자들이 구속 벨트에 묶여 있습니다.
본부 연구원:아, 헤더 님과 아가일 님이시군요. 살펴보러 오셨나요?
착란증세 탓에 대원분들 전원 수면제 투약 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요.
안내자 분들은 이대로 버틴다고 해도, 지휘자 분들은… 능력을 사용한 후에 이렇게 되어버리셔서,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이 계세요.
계약이 파기된 상태인데 접촉시켜 봐도 가이딩 효과가 전혀 없어서 염려가 커요. ...이러다 자칫 잘못되면.. (안색이 나빠진다.)
헤더 린든:음... (연구원을 말을 듣고 가만 고심한다.) 제가 한 번 보는 건... 어떨까요. 이 지부의 안내자와 비교했을 때 멀쩡한 것도 있으니.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닌가? 말하면서도 긴가민가한 낯이다.)
본부 연구원:(눈 깜박인다.) ..파트너십과 가이딩은 본래 정신적인 유대이기에 이렇게 착란 증세를 보이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효과가 없겠지만.. 정말 두 분이 괜찮으시다면, 침상에 누워있는 지휘자에게 가이딩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남아 있는 지휘자와 안내자가 없어.. 사실 확인 자체도 불가능했거든요.
헤더 린든:(당연히, 란 말이 붙을 정도면 별 소용 없으려나?) ... 아가일, 당신은 의견은 어떱니까?
아가일 발렌티아:상관 없다면야- 시도해봐도 나쁠 건 없겠죠. 하고자 한다면야.. (제 손을 당신 쪽으로 내민다.) 유대를 맺고 끊는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요. 적어도 당신이나 나에게는.
헤더 린든:그렇다면야. (손바닥을 아래로 해 내밀어진 손을 덮듯이 잡는다.)
끊어지는 감각과 함께 두 사람을 묶고 있던 얕은 유대감의 끈이 끊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고작 이틀 정도였지만, 나름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헤더 린든:(손바닥을 가만 들여다보며 쥐락펴락한다. 그것도 잠시, 잠들어 있는 이능력자들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휘자에게로 걸음을 옮긴다. 숨을 탁 내뱉곤 무신경하게 사람 얼굴 위로 손바닥을 턱 얹었다. 시간을 두고 남은 손으로 상대의 팔 어딘가를 쥐어본다.)
당신이 침대에 묶인 지휘자의 팔에 손을 가져가 봐도..
본래 느껴져야 할 가이딩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흘러들어가는 감각도, 유대감도 전혀 없이 아예 아무런 영향도 미쳐지지 않는다는 것이 선명합니다.
헤더 린든:(머쓱하고 아쉬운 감... 연구원을 향해 절레절레 고갤 젓는다.) 별 차이는 없는 모양입니다.
본부 연구원:으음, 역시 그런가요... (작게 한숨 내쉰다.) 네, 확인했어요.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해요.
연구원은 당신이 말해준 확인한 뒤 차트에 무언가 적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 다시 총총 컴퓨터 쪽으로 사라지네요.
아가일이 당신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어 다시 파트너십을 맺으면,
본래 이 커다란 헬기에는 양옆으로 지휘자와 안내자들이 주르륵 앉아서 브리핑을 듣거나, 쉬곤 했습니다만..
지체 없이 높게 뜬 헬기는 부대를 넘어서고, 펼쳐져 있는 넓은 바다 위를 지납니다.
본래라면 관광객들로 붐볐을 이곳은 시야를 넓게 해보아도 궁전의 터만 보일 뿐,
민간인은 하나도 없이 연구원과 직원들 뿐입니다.
여러분을 본 연구원 하나가 다가와 능력자 방어구 용으로 만들어진 조끼를 건네줍니다.
흰 가운을 입고 밀집색 머리카락을 낮게 묶은, 다크써클이 광대까지 내려와 피곤한 인상입니다.
복원되어 있는 작은 지붕과 미술품, 도자기 같은 것들이 보입니다.
연구원은 두 사람을 궁전의 중앙 쪽으로 안내합니다.
유적 연구원:안 그래도 아까 막 입구로 보이는 곳을 발굴했어요. 죽은 크리쳐가 엉겨 붙어있던 장소에 여전히 크리쳐 반응이 있어 파내다 보니, 지하에 그런 게 있더라고요.
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따 임무가 끝나면 사인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 딸아이가 팬이라서. (...)
그건 그렇고, 연구원들은 그 아래에 ‘태어나지’ 못한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문이 있었죠.
헤더 린든:(어후... 일단 설설 고갤 주억여 반응한다.) 태어나지 못한 것들이라 함은... 아니, 네에 거대한 문이요. 상황에 대해선, 이곳으로 와 자세한 이야길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해서요. 발굴 현황이나 발견된 것들이 어떤지는 자세히 모르는 상태인데... (천천히 좀 말을 이어 달라는 요구...)
유적 연구원:아- 예. 음. 들어가려고 했는데 말이죠, 이 문이 열리지가 않는데, 무리하다간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서 진땀을 빼는 중이라니까요. 오늘은 우선 이 문을 여는 것에 주력하고, 만약 열린다면 안쪽을 조금만 살펴볼 예정이에요.
정말 미궁이라면.. 안에 함정이나 다른 크리쳐가 있을 수도 있으니 두 분과 다른 연구원들로 이뤄진 팀이 유적 탐방을 할 예정이고요.
문 안을 살펴봐야 하지만 유적 크기를 고려하여, 다른 능력자 페어가 두엇 추가될 수도 있겠네요. 아테네 쪽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헤더 린든:알겠습니다. (유념하겠다는 듯 고갤 끄덕인다.) 들어가게 되거든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네요. (가벼운 어조다. 그러며 전달 받을 사항은 이게 끝이냐고 덧붙인다.)
유적 연구원:크노소스 궁전은 복원도를 보면.. 길이 굉장히 어지러워서,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빠져나가기가 어렵죠. 그래서 이런 식으로 건축된 궁전 자체를
미궁이라고 불러요.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이야기를 들으며 도착한 신전터는, 연구원의 말처럼 아주 커다란 구덩이가 파여 있습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은 간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려가 보면, 연구원 몇몇이 모여있는 장소에
거대한 문 형태의 유적이 있습니다.
헤더 린든:(뭔가... 느낌이 이상한 것 같은데. 주위를 빙 둘러보며 연구원 무리로 향한다. 문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겸.)
대형 크리쳐 정도는 들어갈 정도로 장중한 문에 조각이 빼곡하군요.
헤더 린든:... (불유쾌한 감각을 떨치기 위해 애써 고개를 젓는다. 이렇게 거대한 문이라면... 경외 엇비슷한 느낌이 들 만도 하다, 는 합리화를 거치며... 연구원을 향해 고갤 돌린다.) 문이 열리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유적 연구원:으..음. 모르겠네요. 3일 내로는 해결을 보려 하고 있는데...
당신이 문을 자세히 살피면, 손쉽게 조각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위에 높이높이 뜬 태양은 바람을 타고 혹은 날개를 단 채 세상에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
무한한 평화와 자연, 만물에 미치는 태양의 은혜를 주제로 조각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네요.
문을 열 만한 홈이나 손잡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연구원들이 진땀을 빼고 있던 것이겠죠.
헤더 린든:(밀거나 넘어뜨려야 하는 문 아냐? ...;) ... (손을 대서 한번 밀어보기라도...)
그때, 곁에서 문을 살펴보던 아가일이 문득 그 위에 손을 댑니다.
마치 거대한 크리쳐가 아가리를 벌린 것 같이, 빠르게 갈라지는 발 밑.
추락을 인지하자마자 빛과 위쪽의 목소리는 이미 한참 멀어져 있습니다.
헤더 린든:(빠르게 흘러가는 시야가 어지럽다. 손을 뻗어 허우적거리길 잠시, 능력을 사용해서 벽면에 매달릴 거리를 만들어본다.)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이능력 Roll
기준치: |
1/0/0 |
굴림: |
33 |
판정결과: |
실패 |
저지하지 못한다면 추락하는 속도라도 낮추어야 합니다.
헤더 린든:(조끼를 더듬어 본다. ... 뭐가 더 들었는지 마저 살펴보며, 살피는 게 끝난다면 아마 있을법한 나이프를 꺼낸다. ...)
주변 들어오는 벽에 나이프를 박아넣어 보고자 한다면,
헤더 린든: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찰나를 놓치지 않고, 당신은 갈라진 틈새에 정확히 나이프를 비집어 넣는데 성공합니다.
아주 잠깐, 속도가 느려진 것 같기도 했으나..
비좁은 굴의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부지불식간에 온도가 떨어지고, 시야 속에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느껴지는 것은.. 붙잡은 파트너의 체온과 목소리 뿐.
아가일 발렌티아: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32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49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22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15/7/3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벽 틈새에서 뿌리를 만들어내 두 사람의 추락 속도를 약간 늦춥니다만..
대체 어디까지, 언제까지 떨어질지 모를 정도의 깊이로.
게다가, 무리한 이능력 발동 시도로 리바운드가 급습해옵니다.
아무래도 지휘자인 아가일에게는.. 패널티가 추가로 있으니 더 심하겠지요.
가가가각, 돌벽이 갈리는 소리가 요란한데도..
아가일 발렌티아: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22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58 |
판정결과: |
실패 |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23 |
판정결과: |
실패 |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97 |
판정결과: |
대실패 |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21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20/10/4 |
굴림: |
1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발동된 이능력이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추락에 브레이크를 걸어줍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돌과 흙 주변에.. 묘한 무늬가 그려진 것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속도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늦춰야 합니다!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30/15/6 |
굴림: |
2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가일 발렌티아:
이능력 Roll
기준치: |
30/15/6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몸속에 존재하는 하나하나의 모든 뼈에 찡하게 울리는 고통.
바닥에 떨어진 순간의 충격 자체는 이능력이 상쇄했으나..
등과 다리, 뒷통수며 손가락 마디마디를 포함한 모든 신체 구석구석까지 화끈한 통증이 덮쳐옵니다.
임무복이 아니고, 중간에 능력이나 갈고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대로 즉사했을 것입니다.
머리는 여전히 울려대고 전신은 비명을 지르지만..
바로, 무리하게 능력을 사용한 지휘자의 패널티 상태입니다.
아니면.. 힘을 지나치게 주고 있던 쪽인가요.
그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은 채, 발치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 모습을 마주하고 있을 적에.. 문득 당신은 떠올립니다.
추락 당시 무분별하게 능력을 반복한 리바운드에,
폭주하듯 선명해진 감각이 더해진 상태의 추락은- 분명히 치명적이었을 터입니다.
헤더 린든:(미친, ... 울리는 골을 비집고 무분별한 비속어가 데굴데굴 구른다. 앓는 건지 호흡을 가다듬는 건지 헐떡이는 숨을 애써 갈무리하고 정돈되지 않은 음성을 허공에 쏟는다.) 아가일.
... 아가일? (고요함이 오히려 오싹하다. 눈뜨고 기절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몇 번 이름을 부르고서 상대를 면밀히 살펴본다. 중간중간 괜찮느냔 물음을 껴넣으면서.)
각혈에도 숨을 크게 내리쉰다거나 하는 기색은 없습니다.
시선은, 여전히 바닥에서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당신의 파트너가 이를 악물고,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음을.
고통스러운 신체와 흔들리는 정신 속에서 그는 무엇을, 어떻게 인내하고 있는 걸까요.
자칫하다가는 삼켜질 것 같은 차가우나 격렬한 갈망 속에서..
헤더 린든:(이제 겨우 초점이 맞춰지던가? 찬물이라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어디가 지끈거리는 건 똑같은데, 골이 팽팽 도는 것도 같은데 제정신인 건 분명했다. 그런데도 가슴께가 울렁거리고, 저속한 단어 몇 개가 입안을 맴돌았다. 아... 막막하다.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 더 막막하고 미칠 것 같았다. 딱,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아... ... 왜 대답이 없어. (손끝이 떨린다. 두 손으로 아가일의 뺨의 쥐고 살짝 위로 튼다. 상대의 이마에 제 이마를 톡 대고 손 하나를 빼 어깨에 두른다. 남은 손도 마저 빼고 빈 손을 맞잡는다. 피를 쏟아서... 추울까? 아가일의 손끝을 짧게 주물거리기도 한다. 뭐라도 하겠다는 딴에 필사적인 움직임이었다.)
아가일 발렌티아:(여전히 침묵한다. 당신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아니라면 지나치게 의식하여 부러 감각을 차단하고 있든가. 시선은 여전히 흙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 채,
(당신이 움직이는 대로 천천히 신체 기관이 이동한다. 정적. 불안정. 고요 속의 공포. 그 죽음같은 시간이 몇 분-어쩌면 몇 초- 흐른 뒤에..)
(아주 가늘게, 하지만 바로 눈앞에 위치한 당신에게만큼은 들렸을. 맺음을 닮은 숨소리가 흘렀다. 바닥에 처박혀 있던 붉은 눈동자 또한, 그제서야 굴러 눈앞 당신의 것을 마주본다.)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 소리 없는 도움의 신호, 정적 속 허덕임.
그것이 당신과 현재 그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을 터입니다.
헤더 린든:(시선이 마주할 적, 헤더의 숨이 멎었다. 눈이 가만 있지를 못하고 이리저리 튀어 흔들렸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어떤 의무감이 들었던 것도 같고. 그래서 입을 벙끗거렸는데, 금방 그만 두었다. 대신 어깨에 두른 팔에 힘을 줘 당겨 안는다. 시선은 비껴 아가일의 뒤를 향했다. 상대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
... 곧 괜찮아지겠지. 그런데 당신 엄청 차가워... (몸이 차가운 게 절절하게 느껴져서, 그냥... 마주하기 겁났다. 착실히 몸을 붙들고 있지만, 그래도 무서웠다.)
아가일 발렌티아:(눈 굴러가기 시작한 양을 보니 당신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들었을 텐데, 대답은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았다. 당신이 무안함마저 느꼈을 법할 적에야, 상대의 어깨에 툭, 하고 무게감이 얹힌다. 약간의 하강세를 그리는 목소리와 함께) ... -뜨거운 것보다는 낫지 않나. (이래서 싫다는 건데, 하는 중얼임이 뒤따랐다.)
헤더 린든:(답이 오자 고개를 조용히 물린다. 어깨에서 턱을 떼어내고 아가일의 뒤통수나 안도감 섞인 눈으로 흘길 뿐이다.) 둘 다 끔찍한데... 어째 대답에 중간이 없네요. (그리고 길게 숨을 내쉰다. 어깨가 차근히 내려갔다가 원래의 높이 돌아왔다. 이 인간은 삶과 죽음 어딘가에서 걸음을 휘젓다 돌아왔어도 이런 말을 중얼거릴 힘이 나나, 골이 재차 지끈거렸다. 잇따르는 중얼거림에 담백한 답을 달았다.) ... 이래서가 왜 싫은데요.
아가일 발렌티아:양 극단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한 건 당신이 아니었던가.. (조금씩 호흡이 돌아옴을 느낄 수 있었다. 느릿이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책임이고 의무를 떠나서.. 누군가에게 얹히는 느낌이 싫으니까. 타인이 이쪽에게 특정 이상 신경을 기울이게끔 만드는 것도.
헤더 린든:그건... (할 말이 없다. 흐지부지 말끝을 흐리고 입을 다물었다가 뗀다. ... ) ... 그러니까 중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기운이 없어 보여서 슬슬 봐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네. (이어지는 답엔 눈을 굴린다. 느리게 한숨을 내뱉으며 두른 팔에 힘을 줬다.)
그게 자의적인, 호의에 기반한 것이래도? 당신에게 빚을 지우거나 보답을 바라는 게 아니래도... 별롭니까? 아님 당신을 해이하게 만들까 싶어서 싫어요?(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다시 의문은 왜?라는 형태로 귀결되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독립심이란...)
아가일 발렌티아:충분히 물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소.. 뻔뻔하다. 조금 많이. 고개는 여전히 비스듬히 상대에게 기댄 채다. 잠시간 침묵하더니)
그리 물으시려면.. 대가 없는 호의를 믿는가, 부터 시작해야지. 당신이 좋은 사람인 걸 인지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문제인 건 따지면 이쪽이겠고.. (사람을 쉬이 믿지 않았다. 아무리 오랜 시간 함께하더라도, 변화라는 건 필연적인 일이니까. 시작이 있다면 끝 또한 있다. 그런 사고 하에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둘을 그렇게 떼어놓을 수 있던가. 타인에게 일부를 내어주면 그 이후로는 그 사람 자체를 일부로써 받아들이기 때문에 평소처럼 대할 수 없어지니까요. 자연스러운 흐름 아닙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틈이 생기죠. 금이 가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헤더 린든:이제 아주... 기운이 넘쳐 보이시고... 태연하게 이겨 먹던 건 벌써 잊었나? (뻔뻔하게 돌아오는 답에 어깨까지 얕게 떨며 허어, 실소를 뱉는다. 괜한 불만이 말끝에서 달라붙었다.)
음... (대략 난감하다는 투로 앓는 소리를 낸다. 자기가 들먹인 은근한 모순 때문인지, 부러 덮어둔 부분이 쿡 찔리는 기분이 들어서인지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건 아닌데... 그냥, ...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실금 하나 안 그이고 살 수 있느냔 거죠. 결국 사람인데. 찍하든, 진저리나든, 귀찮든... (깨지고 재기하고 변하고,결국 사람 틈바구니로 돌아가길 택하지 않나... 맥없이 중얼거린다. 하지만, 대답하며 의아함을 느낀다. 나는 나고 어떤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당신은 당신이다. 제 줏대를 들이밀기에 우린 얼마나 닮아있지?) 아니... 아닙니다. 아픈 사람 붙잡고 괜한 고집을 부리는 것 같고... (간극.) 그냥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아 보여서, 그게 신경 쓰여서요. 괜히 외롭지 않나 싶기도 하고. (지부장도 그렇고. 저택의 사용인도 그렇고...)
아가일 발렌티아:앞에 계신 누구 덕분에.. (가는 숨소리와 함께 대답이 돌아온다. 말미의 뉘앙스를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었으나 구태여 이를 짚어내려 들진 않았다. 이어 다시 한 번 침묵.)
그러고 살 수는 없죠. 하지만 시도는 무한히 해볼 수 있는 것이고.. 가까워질 수는 있는 것 아닌가. (이미 선이 그어져 있으니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둔 겁니다, 하는 설명이 잇따르기도 한다.) 신경 쓰인다는 게- 그 사람들인지, 아니면 이쪽인지. (비로소 천천히 기울어져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나마 평소와 비슷하게 돌아온 낯.) 그 양반들이 잘 해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돌려주려 들고 있긴 하고요. (그러니까, 제 기준으로.)
이 이야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잠깐 상태 점검부터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조끼 안에 남은 물품들이 있습니까. -..'멀쩡한' 상태로.
격류처럼 지나간 접촉 후, 두 사람에게 뒤늦은 아픔이 재차 몰려듭니다.
고통으로 인한 화끈한 열기, 흥분으로 인해 끓던 피가 식자 몸에 한기가 훅 와닿아 춥군요.
경련하던 근육들이 슬슬 제정신을 차리는 모양입니다.
그의 물음에 따라 조끼에 달린 것들을 살피고자 한다면..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전기와 손전등, 에너지바 두어 개(부서짐), 물, 간단한 약, 라이터, 작게 접힌 침낭(펼치면 봉실해지는 형태로 약간 터져있음) 정도를 찾아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여기서 잠깐.. 휴식하다 가도 괜찮겠다 싶은데. (신체에 충격이 컸을 테니. 아득한 구멍 위를 올려다보며 입 열었다.)
헤더 린든:좋습니다... 침낭이, (약간 터져 있긴 한데...) 그래도 안 덮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춥다. 주섬거리며 침낭을 펼친다.)
급격히 피로가 누적된 몸은 금세 잠을 불러옵니다.
짐승의 부서진 뼈 파편을 묶어놓은 채찍이 당신의 등을 세게 후려칩니다.
넘어지면, 갈라지듯 찢어진 등이 주는 고통이 당신을 일깨웁니다.
우악스러운 손길이 당신을 일으키고 앞으로 밉니다.
오래 학습한 것처럼 당신은 반사적으로 앞으로 걷습니다.
온몸이 무겁고, 등과 한쪽 발목이 불로 지져지는 것처럼 뜨겁습니다.
시선을 내려다보면.. 무거운 추가 달린 족쇄를 끌고 있군요.
몸이 움직이고 있는데,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차도 모르겠어요.
“---, …” “..... ----. --.”
무언가, 두려움에 가득한 말소리가 들리나.. 너무나 뭉그러집니다.
이 광경이, 모두 뭉그러져 있는 것과 같이요.
주변의 인기척들은 모두 당신과 다름없는 상태의 아프고 고통받는 것들이라는 것.
도축할 짐승을 끌고 가도 이러지 않을 텐데도요.
대열이 멈춘다 싶더니,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거대한 문 앞에서 과장된 몸짓으로 팔을 듭니다.
그 행위에 호응하듯 육중한 문이 반으로 갈라지며 열리기 시작하고,
멈춰 있는 당신을 다시 커다란 손이 채어 잡은 채 끌고 갑니다.
주변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비명이 들려옵니다만..
어쩐지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둔탁한 것이 머리를 후려치는 감각과 함께,
두려움 속에 푹 잠겼던 몸이 현실로 돌아옵니다.
어디에서 기원한 온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가일 발렌티아:..악몽이라도 꾸셨나. (당신의 의식이 돌아온 걸 확인하고서는 상대를 가만 바라보며 묻는다.)
헤더 린든:아니... ... (손을 가만 쥐었다 피며 현실감을 따져 본다. 앓는 소리가 자연스레 울리고 이내 얼굴을 쓸어냈다.) 음... 그냥, 잘 모르겠는데... 아니, 악몽인가 봅니다. 이제 됐어요. (생각도 말도 행동도 정돈되지 않았다. )
그쪽은 좀... 괜찮습니까?
아가일 발렌티아:누가 봐도 괜찮지 않다 할 것 같은데, 지금 당신의 양은. (한동안 계속해서 시선을 주고 있다가 고개를 가볍게 까닥인다. 물음에 대한 긍정이다.) 눈을 감았다가 바로 뜬 느낌입니다. 별 일 없었다는 뜻이고. -조금 더 있다 출발하실런지. (앞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가능한 만전인 상태로 가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
헤더 린든:음... (머쓱하게 이마를 문지른다. 재차 고개를 젓고) 이젠 괜찮다니까. 발목을 붙잡진 않을 겁니다. 고작 꿈자리가 사나웠다고 그럴 일 없으니까요. (이어서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살핀다. 떨어진 자리 근처에 살필 것들이 존재하는지...)
바로 근처는 잠들기 전의 양과 다름이 없습니다.
단전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던 감각은 어느 새 가신 채입니다.
정신을 차리면 몸이, 추락 직후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낍니다.
GM:두 사람 모두
1d2+2만큼의 체력을 회복합니다.
조금 회복이 되었다면, 두 사람은 이제 주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팔꿈치까지 저릿저릿하던 고통은 시간이 조금 지나 손목, 손등, 손끝으로.
전기가 통하고 난 뒤 촉각이 흐트러진 감각처럼 남아 있습니다.
두 사람이 떨어진 구멍은 어두컴컴하게만 보입니다.
기어서 올라가거나 누군가 여기까지 내려오는 것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추락하면서 굴을 헤집어 놓았으니.. 중간중간이 막혀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통로와 이어진 커다란 홀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주변 벽에 바다와 태양이 조각된 벽화가 있고,
벽에는 일정 거리마다 횃불로 쓸 홰가 걸려 있습니다.
이토록 오래된 장소인데 막대기는 썩지 않았고, 둘러진 천은 여전히 기름을 머금은 상태군요.
다른 길 없이 벽이 저편으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이동하는 방법 뿐이겠어요.
헤더 린든:(마냥 기다리고 있기엔... 홰 하나 챙기곤 아가일에게 고갯짓한다.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아가일 발렌티아:일단..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죠. 여기서 해볼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으니. (선뜻 당신을 따라서 발걸음 옮기기 시작한다.)
조심히 걷고 있노라면, 벽화도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벽화는 이야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편인데..
날개를 단 태양과 바다, 날개, 태양, 바다, 날개, 태양…
그렇게 벽화를 따라 걷다 보면 머지않은 곳에-
어두컴컴해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문의 윤곽이 보입니다.
헤더 린든:(문에는... 이제 나쁜 기억이 있는데.) ... 문? (그러며 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가까이에선 좀 제대로 보일까 하여.)
문으로 다가가 보면, 큰 그림 앞에 당도합니다.
지상에서 본 것과 비슷하지만.. 틀림 그림 찾기를 하듯이 다른 조각들이 추가되어 있네요.
헤더 린든: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묘한 공포같은 것이 뒷덜미를 쓸고 지나갑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문과 비슷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늘과 태양, 바다와 숲은 동일합니다만.. 역시 추가된 조각들이 있군요.
이제 이 문을 꿈에서 보았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섬세한 조각들이 세월에 밀려 조금 마모되었을 뿐,
이런 깊숙한 지하에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교함입니다.
헤더 린든:(핏기가 가시는 감각.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뒷덜미를 가만 쓸다가 조각을 자세히 살핀다.) 음... 이건 사람..?
태양의 중심에 눈이 생겨나 있으며, 대지에는 숭배하는 듯한 사람들이 빼곡하게.
그리고 바다 아래에는 미궁처럼 보이는 것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문의 가장 위, 하늘과 태양 위에 고급스러운 조각 테두리를 가진 커다란 석판이 있고,
헤더 린든:... .... 아, 아가일. 아가일. (도움.)
(잠시 옆에서 그림 살피다가 당신 곁으로 다가와 그림 있는 곳으로 불을 가져가더니) -..고대 그리스어입니다. 고대어는 이쪽도 배우고 있던 터라 확신은 못하겠는데,
GM:두 사람 모두 지능의 경우
극단적 성공 이상, 아가일의 경우 모국어의 경우
어려운 성공 이상이라면 성공으로 간주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언어(모국어)
기준치: |
85/42/17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 --- 태양을 ---, 나의 --- 날개 --- .... 다가가리.
중간중간은 마모되어서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정도가 전부네요. (어깨 으쓱.)
헤더 린든:그래도. 역시 혼자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태양을, 나의... ... 이러고 문을 가만 보더니) ... 무슨 신화, 일까요? 생각나는 거 없습니까?
아가일 발렌티아:태양과 날개라면.. 이카로스, 정도 아닌가 싶은데. 미노스 왕으로 인해 크레타 섬을 떠날 수 없었던 다이달로스가 아들인 이카로스와 날개를 만들어 탈출을 시도하다가- 아들이 태양에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추락한. (한 번쯤은 당신도 들어봤겠다 싶은 이야기겠지 싶기도 하고. 눈 느릿이 깜박인다.)
헤더 린든:아... (골몰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입가를 쓸었다.) 이것저것 살이 붙어 하나의 종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이비나... 광신의 객체나. 조각에 사람들이며... 보니. (아직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아가일을 힐끔 본다.) ... 열어 볼까요?
아가일 발렌티아:가능한 일이죠. 크레타는 미궁으로도 유명하니.. 아마 이곳이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던 참인지라. (시선 마주하고는 가벼이 고개 끄덕이며) 또 추락하지는 않길 바라는 수밖에요.
헤더 린든:(한숨을 삼키며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또... . 손에 힘을 줘 문을 밀어낸다.)
추락 직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기억하나요, 헤더?
헤더 린든:(또? ... 아가일이 손대서 열지 않았었나 싶다. ) 안 열리는데. (손짓한다. 당신이 밀어보라며...)
아가일 발렌티아:(눈썹 까닥이다가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표면에 손을 대 본다.)
잠시간의 텀이 있었던 지상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집니다.
열리려는 것처럼 미미하게 움직이며 으지직 으지직 소리를 냅니다만..
문 위에 있던 거대한 석상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납니다.
...문은 계속해서 열리려는 듯이 움직였으나..
결국, 아주 조금의 틈만을 남긴 채 멈춰 버렸습니다.
좁은 틈을 힘으로 밀거나 부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머에는 축축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새카만 어둠.
헤더 린든:지상에서랑은 일이 다르게 풀리네요... (문 위에 손을 대 위아래로 살피다가 틈을 넓히기 위해 힘을 줘 문을 밀어낸다.)
헤더 린든: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틈을 벌립니다.
이윽고, 한 사람이 오갈 수 있을 만큼의 크기가 되었네요.
헤더 린든:먼저 들어갈게요. (예고는 하고 틈 사이로 상체 먼저 들이민다.)
문 너머로 들어가면 먼저, 축축하고 습한 기운이 몰려듭니다.
비단 이 안에 도사리고 있음이 분명한 기괴한 공포 때문만이 아닙니다.
문의 조각이 실제라면 아마 이곳은 까마득한 바다 아래…
다음으로는, 시야에 상당히 높게 지어진 견고한 벽이 한가득 보입니다.
미궁 내부는 거대한 벽들이 까마득할 정도로 아주 높게높게 쌓여 있습니다.
뒷덜미가 아플 정도로 고개를 들어본들 천장이나 벽의 꼭대기가 보일 리도 없겠어요.
물론, 어두컴컴하므로 중간에 시야가 차단되는 탓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벽들이 사이사이 세워져 있기에 스무 발자국 앞의 풍경도 보이지 않습니다.
벽이 만들어낸 이어지는 길, 때로는 다섯 개의 골목골목이 얽히고설켜 있군요.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점은, 미궁의 벽과 벽 사이가 멀어 통로가 넓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평범한 집의 거실 너비 정도가 되어 보이네요.
벽은 때로는 금이 가 있는 것들도 보이지만.. 대다수의 것들이 아직 견고하며, 몹시 두텁고 육중합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문양이나 기둥 따위도 없이, 그저 땅에서 솟기라도 한 것처럼 반듯하게 만들어진 돌이에요.
이 높은 벽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고 생각하면,
출구를 찾는 것은 고사하고.. 제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살 수 있는 확률은 없다고 봐야 할 터입니다.
날아서 정찰? 능력도 불안정한데 강행하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정말로 일이 고되어집니다.
마치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진 이런 극한 상황에서,
헤더 린든:... 외에 다른 길은 없는 것 같고. (한기에 옷을 여민다. 역시 벽을 부수며 지나가자니 그런 난동을 이 공간이 얼마나 견디겠는가 싶다. 능력 사용도 제한적이고 물자나 시간도 넉넉한 편이 아닌데. 어떤 게 올바른 선택이지도 무르겠고... 지끈거리는 골을 꾹꾹 누르면 짙어지는 무력감에 난감할 뿐이었다. 곤혹스럽다. 조급해.) 원래 자리로 돌아가 사람을 기다릴까요? 아니면... ...쭉 나아갈까요.
아가일 발렌티아:(마찬가지로 주변 조금 살피다가 느른하게 숨을 내쉰다. 시선이 바닥을 훑는 것이 이런저런 경우를 생각해보는 듯했다. 허나 결국에 결론은 하나뿐인지라. 이전과 다름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그 속도로 추락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습니다. 아마 한참 기다린들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 일단 계속 가 보죠. 덧붙이며 먼저 한 발자국 들었다.)
헤더 린든:...... (물끄럼 지켜보다가 따라 나아간다.)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54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모두 같은 벽, 비슷한 크랙들이라 헷갈립니다.
..차가운 공기에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문득 바라보면 벽에 드문드문, 정교한 홈이 파여있고 기름 먹은 천을 두른 막대기가 걸려 있습니다.
헤더 린든:(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가늠해보며 걸린 막대를 챙겨 들었다.) 헤매는 것 같은데. (미궁이니 당연하겠지만... 별 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고 마저 나아간다.)
아가일 발렌티아:같은 자리를 돌고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죠. ..어디 잘못 디디는 것보다야. (가시를 한두 개 만들어내더니 벽 한쪽에 세모낳게 새카만 독으로 표식을 남긴다.)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오래된 핏자국처럼 보이는 것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벽입니다.
여러분은, 묘하게 처음 보는 듯한 구간에 돌입합니다.
두 사람이 낸 표식 없이, 이렇게 곧바로 두 번 꺾여 갈라진 길은 처음이니까요.
일단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양이니 다행입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뭔가 께름칙... 눈을 가늘게 떠 살핀다.)
천장에 무언가가 매달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까마득하게 광활한 천장에 빼곡하게 매달려 있는…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자세한 생김은 보이지 않지만.. 기괴할 정도로 느껴지는 생명력이 아니라면, 당연히 석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새들의 고개는, 오직 한 방향만을 바라보듯 돌아가 있습니다.
헤더 린든:(박쥐가 아니라 새? 살아있는? ... 찝찝하다 못해 학습한 섭리에 어긋나는 광경이 아니던가. ... 아가일에게 손짓한다.) 저쪽... 으로 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옳은 방향인지는 모르겠는데. (새들의 고개가 향하는 방향을 가리켰다.)
저 새들이 공격 의지가 없는 건지, 이쪽을 알아채지 못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여기, 두 사람이 만들어낸 표식이 남아 있습니다.
헤더 린든:(......) ... 일단 계속 가죠. 정 힘들면 잠깐 쉬었다 가든가.
아가일 발렌티아:(고개 끄덕이고는 가볍게 한숨 내쉰다.) 미궁이니 미로처럼 계속 탈출구가 아니라 중심부로 이어지겠죠. 무엇이 있는지는 조금 궁금해지려는 것도 같습니다만..
헤더 린든:음... 이상적인 건 아무래도 괴수 같은 거 아닐까요. 아님,어떤 실마리였음 좋겠네요. 이 고생이 헛되지 않게... (이 방향으로 이미 와 봤던가? 긴가민가하게 걸어간다.)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고요한 발걸음 소리만이 들리는 통로의 갈림길.
기묘하게도 당신은, 좌측으로 이어진 길에서 ‘어떤 것’을 감지합니다.
그렇다고 크리쳐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소름돋는 종류.
성인 남성의 몸뚱이보다 약간 더 큰 정도의 크기의 새 같은 것이 저 앞에 쓰러져 있네요.
날카롭고 큰 부리와 눈 위치가 옴폭하며 눈동자가 없는 게..
해변에서 본 것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크기가 그러하고, 그 새는 푸른색이었죠.
주변에 널브러진 흰 깃털, 축 늘어져 있는 새 앞에 도착합니다.
숨 쉬지 않는 듯 얕은 미동도 없고, 심장이 뛰지 않는 듯 고요하나…
어느 것 하나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데,
이 새에게서 기이하게도 미약하고 끈질긴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헤더 린든:(다른 특이점은 없나? 정면에서 좌측으로, 그리고 우측으로 돌아가며 살핀다. ... 정말 아무 미동도 없나?)
당신이 새를 오래 바라보거나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가면…
곁에 있던 아가일의 인영이 순식간에 사그라듭니다.
당신은 이 시야를 이제는 꽤 익숙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 시야의 주인이 품은 몸서리치는 두려움은 익숙해지기 어렵지만요.
정신을 잃기 직전 아가일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은데..
중대형 크리쳐 정도 되는 크기의 거대하고 살아있는 ‘무언가’.
고귀한 보석으로 치장하고, 눈부시게 흰 비단으로 만든 토가를 입은 그 ‘누군가’가..
곧바로 보이는 아가일의 얼굴에 ‘누군가’의 뒤통수가 겹쳐집니다.
헤더 린든:아가일? (계속 정신이 흐트러지는 감에 고개를 휙휙 저었다. 수마에서 깨어나듯이. 옆에... 있겠지?)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의 등과 팔을 붙잡은 채, 눈 몇 번 깜박이면서 시선을 마주해 온다. 바닥에 앉은 채다. 고개를 움직이는 양에 그제서야 작게 한숨을 내쉬고)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줄 알았습니다. -또 그, 예의 '악몽'인가?
헤더 린든:갑자기 잠에 들 만큼 피곤하지 않았는데. (불퉁한 대답. 이어서 번뜩 뜨여진 눈이 안정감을 찾으며 힘을 풀어냈다.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젓고 몸을 일으킨다.) 그냥...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내용 자체는 악몽과 다를 바 없지만 이게 꿈이라기엔. (영 아닌 것 같다며 재차 고개를 젓는다.) ...장소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네요. 귀신 들린 흉가와 비슷한 결로... ... 시간이 많이 지났나요? (서둘러야 하지 않겠냔 함의가 있겠다. 발목을 잡지 않겠단 확언이 무색한 상황에 튀어나오는 재촉이라.)
아가일 발렌티아:사람 몸이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농조인지 아닌지 모를 투. 당신에게 일단은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자 몸을 일으키게끔 제 상체를 뒤로 물린다. 무릎에 손바닥을 올리더니) 무언가 영향을 주고 있는 거겠죠. 이쪽도 당신만큼은 아니어도 들어온 이후부터 감은 쭉 좋질 않았으니. (누가 그렇겠냐만은, 가볍게 혀를 차더니 허공 잠시 본다.) 얼추.. 10여 분 정도. 쫓아오는 건 없지만.. 계속 있는 것도 도움은 안 되겠죠. 걸을 수 있다면 계속 가는 편이 좋겠고요. ('걸을 수 있다면'. 그 말을 한 번 더 강조할 적에, 상대를 주시 중이라는 사실은 건재함이 드러난다.)
헤더 린든:이런 상황에서는 마음이 바라는 대로 몸을 이끄는 게 맞는 일이니까. (진담인지 농담인지 가늠하는 듯 모호한 얼굴이었다.) 네... 아직 쫓아오는 건 없으니까. 계속 걸어야겠죠. (새의 시체... 비슷한 것으로 시선을 던져다. 요컨대 자기들을 '쫓는 것'이 생길 수 있지 않느냔 의미로. ... 어디 오래 머물러 좋을 일이 있을까? 자취를 남기는 건 지양하는 게 맞겠다.) ... 그러니 걸을 수 있습니다. 서로 찢어지거나 더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잖아요. (찔리는 게 있으니 얼굴을 마주하기 껄끄럽다. 아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다.)
... 가죠.
..애써 감각을 무시한 채, 무거운 발을 옮깁니다.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걷다 보면,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무언가 두렵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밀려듭니다.
얼마나 악착같이 붙들었는지, 돌벽에 박혀있는 새카만 손톱이 보입니다.
헤더 린든: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두텁고 단단한 돌벽에 손톱을 박아넣고 버텨댑니다만..
시뻘건 색과 함께 손톱이 일제히 들려서 뽑힙니다.
생경한 아픔이 채찍을 맞았을 때처럼 생생합니다.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황급히 손을 내려다보면..
당신의 시선을 채우는 건, 천장과 아가일의 얼굴뿐이네요.
아가일 발렌티아:-멀쩡하시다더니. (슬슬 익숙해지려 하는 상황에 내키지 않음을 표하듯 눈썹 까닥이며 말을 건다.)
헤더 린든:(길게 숨을 내뱉는다. 손을 말아 쥐고 엄지로 검지와 중지의 손톱을 느리게 문질렀다. 아가일의 말엔 영 면구하다는 얼굴을 했던가.) ... 사람 몸이 마음대로 되던가요. ... (간극.) 슬슬 미치는 걸 수도 있고. (무던한 어투. 양손을 얼굴 위로 덮었다.) 이곳이 위험하다고 스스로에게 경고하느라 이러는 걸지도 몰라요. 계속 안 좋은 광경을 보는 느낌이라... (금방 머쓱한 투로 말을 이었는데...) 그래도 일단, 계속 갈 거죠?
아가일 발렌티아:적어도 아직까지는.. 정신 차리고 있을 적에는 멀쩡해 보이니 걱정은 마시죠. (무겁지 않은 투. 당신의 손에 잠시 시선을 주다가 고개가 약간 기운다.) 뭔가 당신과 인연이 있는 곳이라든가,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만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시피 하거니와, 하물며 그리스에서 머물던 이도 아니다. 물음에는 여전히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만은-) 알 것도 같습니까, 어지간해서는 멀쩡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사람 심리가. (아마 지상에서 있던 일들에 대한 회고. 다만 더 이상의 말은 없이 다시 한 번 몸 일으키며 당신에게 손 내밀었다.)
헤더 린든: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어지는 짐작엔 눈가를 찌푸렸다.) 인연이요. ... 그리스에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면 몰라도. (그러니 있다면, 어떤 인연이란 말인가. 괜히 골똘히 생각한다.) 조상까지 올라가거나... 전생엔 그리스 사람이었거나. 하지만 둘 다 탐탁찮은 것 같네요. 굳이? 싶기도 하고, 실재하는 개념인지도 모르고. (그러니 난감한지 짜증이 나는지 애매모호한 얼굴로 바닥을 한 번 보고, 아가일의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켰다.) ... 중심에서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가일의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사지를 바로 세웁니다.
이 감각에 완전히 좀먹히기 전, 해답을 찾길 바랄 뿐입니다.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 이만큼이나 유의미하게 다가온 것은, 꽤 오랜만인 것도 같았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하지만 섬짓한 감각은, 분명 당신의 등줄기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헤더 린든:... ... ... (뭐지? 일단... 계속 나아간다.)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앞장서던 아가일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멈춰 섭니다.
다만, 함정에 빠져서 대규모로 죽은 것이 아니라…
한 사람 분이 아니라, 적어도 세 명은 되어 보이는 규모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한 명의 뼈는 그보다 약간 떨어진 미궁 벽 쪽에 붙어 있네요.
이 뼈는 죽은 뒤 분쇄되거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죽은 그대로 부패하고 삭아서 뼈만 남은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두 사람 분의 뼈부터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다.)
어둠 속에서 보아도 확연히 온전한 형태인 뼈는, 손 부분이 맞닿은 상태입니다.
피처럼 붉은, 새빨갛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헤더 린든:음... (딱히...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챙긴다.)
일순,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귀를 때리고 지나갑니다.
헤더 린든:어? ... (귀를 문지르며 주위를 살핀다. 아가일이 별 동요 없다면 자신만의 문제겠거니. 찝찝한 얼굴로 한 명의 뼈를 살핀다.)
곁에 선 아가일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합니다.
이 보석은 뼈 바깥이 아니라 갈비뼈 안에서 발견되었죠.
벽에 기댄 듯, 매달리듯 무너져 있는 뼈입니다.
뼈가 기댄 벽을 자세히 보면, 낮은 위치에 글자가 보입니다.
헤더 린든:... ... 아가일. (도움...)
여기 글자가 있는데... 혹시 읽을 수 있습니까?
GM:이전과 판정은 동일합니다. 지능의 극단적 성공 이상, 혹은 모국어의 어려운 성공 이상.
언어(모국어)
기준치: |
85/42/17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물을 향해, 라는데.
명백히, 당신은 계속된 환상과 환청에 신체와 정신 모두가 지쳐 가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 가끔 생각하지만 굳이 지휘자를 하지 않았어도 괜찮았겠다 싶네요. (이런... 능력치라면.) 계속 갑시다. (부러 가볍게 내뱉는 말들이다. 진짜 미쳐가고 있나? 그렇다면 이대로 동행하는 게 맞는 일인가... 속이 시끄러운데 해결할 방도라곤 길을 걷는 것뿐이다...)
아가일 발렌티아:나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고른 것뿐입니다. 그 외의 것은 부차적인 일이고. (큰 망설임 없이 답을 내어놓더니 당신 쪽으로 고개를 조금 돌린다. 다만 별 말은 얹지 않은 채, 시선만 계속해서 이어질 뿐이다.)
헤더 린든: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다리가 땅에 붙기라도 한 듯이,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은 거부감.
계속해서 이어진 환상이 당신에게 주는 경고이자 그 자체의 두려움.
‘지휘’하듯 손을 든 사람과 그 사람의 앞에 있던 ‘그것.’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몸은 근육질의 사람과 같고 머리는 소 형태의 거대한 크리쳐가..
명백하게 '문'으로 보이는 곳 앞에 서 있습니다.
아직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저 문지기는 여러분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능력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저걸 잡을 수 있을까요?
건재한 능력자 페어 다섯은 몰려들어도 겨우 방향을 잡을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정도의 급으로,
두터운 살가죽에서 약점이라고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어떻게 할 겁니까, 저거. (침묵한 채 잠시 멈춰서 있다가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당신에게 속삭여 묻는다.)
헤더 린든:(한 걸음 물러나 아가일을 바라봤다. 잔존하는 두려움 위로 옅은 낭패감이 깃들었다. 그거야말로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고요... 허공으로 퍼지지 못한 음성은 목구멍 아래로 떨어진다. ... )
... 유인책을 강구해 봄이. 정면으로 싸우면 승산이 없는 건 저희일 테니까요. 다행히 저희는 아예 근거리 이능력자가 아니니까. 능력 말고도... 그냥 던질 거리가 있다면... (말하면서도 영 확신이 없다.)
아가일 발렌티아:(상대의 얼굴이 한결 창백해진 것을 확인한다. 내내 불안해하던 것이 이거였나. 소리 없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손 뻗어 당신의 팔을 가볍게 붙잡는다. 그저 제 존재를 확인시키기 위함이다.) 그 편이 좋겠죠. 한 명은 유인해 내고, 한 명은 그 사이에 문을 열어 보는. 저 근처에 있는 조각이나 돌 따위를 요격해서 저것 위로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은.. (전자가, 확실하겠지. 그런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헤더 린든:(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당장 시야 안에서 꽉 차는 건 여전히 한기 스미는 미궁과 아가일 뿐이었으니. 눈을 질끈 감고 숨을 내쉬었다. 자길 붙잡는 손을 두어 번 토닥이고 손목을 잡았다. 눈에 보이고 손을 닿을 수 있는 당신이 있음을 잘 안다는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손은 거두어 떨궜다. 다시 뜨여진 눈에는 약간의 평정심이 서려있었다.) 조금 더 확실한 방법으로 가죠. 역할을 정한다면... 어느 쪽이 편합니까?
아가일 발렌티아:(시선이 다시 마주하면 저 역시 천천히 팔을 원위치로 되돌린다. 손을 몇 번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더니) 공격은.. 이쪽이 더 특화되어 있었던 것 같으니. 이쪽이 유인을 맡겠습니다. 아까처럼 틈새를 벌리거나 하는 것은 당신의 능력이 여러 모로 더 편할 거고. (가벼운 눈짓.)
헤더 린든:알겠습니다. 유인하는 건 당신이니까... 신호하면 제가 움직이는 거로.
그 몸 위에 쌓여있던 돌과 먼지들이 무너져 내리고,
입을 열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은 채 흉흉하게 핏발선 눈동자가 움직여 아가일을 바라봅니다.
주먹을 바닥에 대고 아가일 앞에 반 무릎 꿇는 행위였습니다.
서서히, 서서히, 수그러지는 상체와 숙인 고개.
GM:그런 아가일의 정신으로 흘러들어오는 ‘감정’이 있습니다.
고통, 사람을 으깨는, 분노, 그리고...
...마지막은, 고독.
억겁의 시간 동안 홀로 이곳을 지키며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애초에 이 문지기가 원한 삶이었을까요?
원해서 이런 크리쳐로 만들어지고, 태어나, 이 거대한 미궁을 지키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왔을까요?
그는 죽기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로지 죽기 위해 지금까지 문을 지켜왔습니다.
기다려온 것입니다.
이 고통과 외로움을, 아가일이 얼마나 감당해낼 수 있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한 이는 눈을 뜹니다.
그대로 두고 지나가거나, 그의 바람을 들어주거나.
헤더 린든:(명확히 의식이 있다는 신호로 뜨여진 눈을 바라보았다. 입안으로 헤매는 말 몇 마디에 순위를 매기려니 멋쩍어, 괜찮느냔 눈으로 아가일에게 물어온다.) ... 난동으로 이어질 것 같진 않은데. 어쩌고 싶어요?
아가일 발렌티아:(눈 몇 번 깜박이다, 고개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저로서는 다소 생경하나, 그렇기에 더욱 선명하게 밀려 들어왔던 감각에 한동안 침음하더니 느릿하게 입을 연다.) ....괜한.. 후환을 만들어두지 않는 편이 낫겠지 싶은데.
헤더 린든:그래요, 그럼. 어차피 이게 우리 일이니까. (선선한 대답이었다.) ... 내가 해도 됩니다. 당신, 막 혼절했다가 깨어난 참이잖아요. (그리고 다시 입을 다문다. 착실히 대답을 기다리는 투였다.)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이나 나나 상태는 비슷할 것 같은데, 이제.. (실없는 소리. 다만 구태여 딴지를 걸 생각은 없는지 당신 한 번, 저 편 어딘가를 한 번 살피더니) ..당신 원하는 대로 하시죠. 손이 부족하다면 거들고.
헤더 린든:이렇게 보면 아주 멀쩡하신 것 같고. (눈썹을 잠깐 들썩였다.) ... 일단 한번 보고요. (저 두터운 살가죽을 뚫어버리는 건 무리겠으니. 아예 뿌리로 휘감아 질식시키는 게 낫겠다. 능력이... 불발되면 될 때까지 시도... 할 수 있나? 일단 이능력을 사용해 본다.)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가지가 불안정하게 뻗어 나오다, 꺾이고 맙니다.
헤더 린든:
이능력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옥죄여 오는 뿌리에도, 문지기는 반항 한 번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빈틈없이 두꺼운 가죽을 감싼 뿌리가, 섬득한 소리를 내며 목을 죄여갑니다.
문득 어딘가에서 와지끈, 하는 소리가 나면..
육중한 몸이 아래로 쓰러지며 깊은 울림을 내면,
끈질겼던 생명이 마침내 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천장에 있던 새들이 일제히 미궁을 향해 추락합니다.
수백 마리는 되는 새들이, 거대한 우박처럼 추락해옵니다.
여타 다른 문과 마찬가지로, 아가일이 손을 대면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합니다.
터진 새의 부리 파편이 당신을 스쳐 상처를 내고,
당신은 여전히 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두렵고 무섭게 느껴지지만…
이제는 이것이, 본인의 감정이 아님을 알고 있을 터입니다.
헤더 린든:(경황이 없는 중에도 착실히 걸음을 옮긴다. 아가일까지 별 문제가 없나 살피며 문 안으로 몸을 집어 넣는다.)
아가일 발렌티아:(급변하는 주변 환경을 잠시 응시하다가, 발걸음 재촉하여 당신을 뒤따른다.)
바깥에서는 비처럼 추락하는 흰 새들의 살덩이가 터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문 바깥의 미궁을 잠식해 점점 쌓여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수가 많은지 닫혀있는 문틈의, 꽤 높은 곳에서 검붉은 핏물이 스며 떨어집니다.
뒤편의 풍경에서 등을 돌린 채 문 안을 살피면..
이곳은 역시나, 다시 벽화가 그려진 홀처럼 보입니다.
다만 별다른 통로도 문도 보이지 않은 밀실입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일정한 간격으로 벽을 빙 두르고 선 조각상들일까요.
스무 개 정도 되는 조각상은 형태도 다양합니다.
베 짜는 여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남자, 조각을 만드는 여인, 편지를 쓰고 있는 남자, 물동이를 인 여인.
헤더 린든:다른 통로는 없어 보이니까... (조각상을 살펴야 하나? 가만 골몰한다. 그리고...) 아까 물을 향하란 말이 있었죠. (명료한 사고방식이다. 곧바로 물동이를 인 여인 조각상을 가까이에서 살핀다.)
당신이 물동이를 인 조각상을 자세히 살피면..
그 조각상이, 유독 다른 것보다 마모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뭔가 다른 건 알겠는데... 한 번 쓰다듬?어 봄...)
헤더 린든:(달갑지 않은...) 아가일, 이 조각상 다른 것보다 마모된 정도가 다른 것 같은데. (당신이 좀 살펴보라 덧붙인다. 설마 또?)
아가일 발렌티아:(반대편에서 그림 살피고 있다가 눈 깜박이더니 당신 곁으로 다가간다. 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제 눈으로도 확인한다면, 그 위로 손을 가져갔을 터이고)
아가일이 물동이를 든 여인의 조각상을 만지면..
졸졸졸졸 어울리지 않게 작은 소리를 내며 바닥의 조각 틈 사이사이로 느릿하게..
조금씩 틈을 비집고 나오던 습하고 추운 기운이 문이 완전히 열리자 확 치밀고,
이 미궁이 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지친 정신과 피곤한 신체로 찬 기운이 스밉니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계단을 다 내려오고 나면,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그리고 아까의 이 미궁에는.. 무수한 무언가가 더 있었죠.
그러나 이들은, 두 사람의 기척을 기민하게 알아채고..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곧장 아래로 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림잡아도 수십, 수백 마리는 되는 흰 물결은…
저 날개가 만들어내는 바람은 아찔할 만큼 차갑고,
아가일 발렌티아:
민첩
기준치: |
70/35/14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헤더 린든: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크리쳐의 날카로운 발톱에, 어깨를 확 긁힙니다.
부리며 발톱이 언제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는지 따끔한 고통이 느껴지고,
새의 비명과 미궁이 무너지는 소리가 뒤섞여 서로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거대한 날개가 만들어낸 바람이 몸을 밀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숨 가쁘게 달려보았으나, 흙먼지 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요.
뒤로는 시시각각 가깝게 다가오는 돌무더기. 위에는…
두 사람을 향해 하강하던 새가, 그대로 미끄러져 벽에 부딪힙니다.
발톱이, 부리가 두 사람을 계속해서 스쳐 지나가면…
매달려 있던 종유석들이 괴성과 새들의 눈먼 움직임에 무너져, 우리를 향해 추락하고 있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헤더의 키보다 큰 종유석이 시야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바닥에 콱 박혀들면,
부서진 파편이 따끔하게 몸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불현듯, 당신의 팔을 잡아끄는 손짓이 있습니다.
직전까지 발을 딛고 있던 곳으로 큰 파편이 바닥을 뚫고 박힙니다.
헤더 린든: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가일 발렌티아:
민첩
기준치: |
70/35/14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헤더 린든:이쪽으로! (정신을 다시금 붙잡아 왼편을 가리킨다. 향하는 방향도 가리키는 곳과 동일하다.)
왼편으로 돌아가면, 다시 두 갈래 길 앞에 당도하고..
헤더 린든:
건강
기준치: |
50/25/10 |
굴림: |
51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민첩
기준치: |
70/35/14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민첩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헤더 린든: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41 |
판정결과: |
실패 |
등 뒤로 쐐액, 하고 선연한 감각이 스칩니다.
뛰어내리라는 말처럼 낭떠러지가 눈앞에 있습니다.
헤더 린든:크리쳐에게 죽느니 떨어지는 게 나아요! (명백히 미지로 향하자는 의지. 당장 뛰어내릴 기세로 아가일이 하는 양을 잠깐 돌아보았다.)
아가일 발렌티아:(당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가볍게 혀를 차고는 준비 자세를 취한다.) ..셋 세고 뛰겠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잔뜩 달아올라 있던 피부로 파고듭니다.
헤더 린든:(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겨우 숨을 들이킨다. 아가일은 어디 있지? 빠져나갈 지면이 보이나?)
아가일 역시 당신과 멀지 않은 곳에서, 뭍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합니다.
헤더 린든:(그렇다면... 일단 물 밖으로 방향을 틀어 나아간다.)
두 사람이 뛰어내렸던 곳에 흰 새들이 바글바글 멈춰서서, 여러분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공격을 대기하고 있다기보다는… 이곳을 침범할 수 없다는 듯이요.
헤더 린든:하... ... .(낭떠러지 위를 한참 올려다 보다가 주머니를 뒤진다. 잃어버린 소지품은 없나? 라이터가 아직 있다면 켜지는지...)
헤더 린든:
운
기준치: |
45/22/9 |
굴림: |
49 |
판정결과: |
실패 |
(... ...)
아가일 발렌티아: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추락의 여파로, 소지품 역시 대부분이 쓸모없게 되었습니다.
몸이 성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입니다.
낭떠러지 반대편을 바라보면, 거대한 건축물이 보입니다.
그야말로 거대한 대리석을 통째로 가져와 조각해 만든 것 같은 웅장한…
멀지도 가깝지도 않기에 조금 걸어야겠습니다만,
얼음물에 빠졌던 여파로 몸은 덜덜 떨릴 정도로 춥네요.
이곳에도 횃불이 있으므로 원한다면 불을 붙여 온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헤더 린든:(그럼... 일단 횃불을 챙긴다.) ... 아무래도 저 신전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 가보죠. (힘들겠지만...)
아가일 발렌티아:(조금 길게 한숨 내쉬고는 고개 든다.) 가죠. 뭐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만은.
동굴 바닥은 곧 끝났지만 이번에는 매끈하고 흰, 높은 계단이 시작됩니다.
마침내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동굴 천장을 떠받치듯 세워진 거대한 기둥들입니다.
묘하게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운 이 기둥은..
그리고 신전 중앙의, 루비가 박혀있는 기둥까지 합쳐 총
다섯 개입니다.
중앙 기둥 앞에는 직사각형 형태의 재단이 있고,
두 사람이 바라보는 것을 눈치채면, 그림자는 말을 걸어옵니다.
나를 도와다오. 미궁의 방랑자여.
그럼 나 역시 너희를 도우리니.
얼핏 부서진 조각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앙상한 몸을 기둥에 붙인 채 제단 위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낡은 토가를 입었으며, 머리카락은 길게 자라나 있네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호하지만 새파란 눈동자만은 선명하여..
이 사람을 오랜 현자나 성스러운 '사제'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그 기묘한 분위기에 미심쩍단 마음만 부풀릴 뿐이다. 마주한 장소가 장소이니 그리 신뢰가 쉽게 가지 않았으나...) 좀 더 대화를 하는 게 낫겠죠? 어쩌면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미궁에 대해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대답을 해줄지도 믿을만한 정보인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뭐든 아예 모르는 것보다 낫겠다 싶은 모양. 그러며 슬 고갯짓했다.)
아가일 발렌티아:(사람을 쉬이 믿지 않는 건 이쪽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니 썩 좋은 낯은 아니다. 다만 이곳에 당도한 이후로 처음으로 조우한, 정상적으로 대화가 가능한 상대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거짓말도 사실에 기반해서 만들어지니까요. 적어도 아주 모르는 상태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 싶은데. (요컨대, 동의다.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인영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는 조용한 눈으로, 헤더를 아주 오래 바라봅니다.
사제:이곳은 크레타의 신전, 흉악한 것들을 가두고 봉인한 곳
나는 신전을 지키는 자이다. 어찌 이곳까지 흘러왔느냐?
헤더 린든:(시선에 눈가를 구겼다.) 지상에 광기로 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인을 알아보던 차에 미궁....을 발견해서 예기치 않게 들어오게 되었고. 어떤 괴수와 대치한 후로 문제가 발생했다는데, 그 괴수가 이곳에 있는 새... 랑 엇비슷하게 생겼고...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다. 대해 뭐 아는 게 있냔 물음이었다.)
사제:얼마 전에 큰 지진이 있었지. 해서 신전이 흔들려 기둥이 어긋나고
봉인석이 빠졌다.
그 탓에 봉인이 약해져 저주받은 것들의 악한 기운이 지상에까지 피해를 끼치게 되었구나.
헤더 린든:(입가를 가만 쓸다가) 정확히 무엇을 위한 봉인인 겁니까?
사제:지하 미궁은 본래 범죄자를 가두는 감옥이었으나 그들은 추악한 것으로 변했고, 결국 더 깊은 곳에 그들을 봉인하는 신전을 세우게 되었다.
저 새들을 보아라. 죄악을 저지른 것들이 죄에 잡아먹혀 뒤집힌 것이 된다.
그들이 여기까지 오지 못하는 것은, 미약하게 남은 힘으로나마 내가 이곳을 지켜 그들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더 린든:당신이 이 미궁의 주인... 그 비슷한 존재입니까? 아니면 문지기와 비슷한 위치이거나.
꽤 오랜 시간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곳을 지킬 의무가 있던 건가요?
사제:옳게 보았구나. 나는 신전을 지키는 자. 추악한 것을 지상으로 보낼 수 없어 고행의 길을 자처한 사제다.
헤더 린든:(음... 하는 일은 그리 나빠 보이진 않은데.) ... 최근 지진으로 봉인석이 빠졌다고 했죠. 봉인을 다시 강화하면 지상에서의 문제도 해결되는 겁니까? 다시금 수복해야 한다면, 방법은?
사제: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으면 신전은 힘을 되찾고 안전해지겠지.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열릴 것이며, 지상에 미치고 있던 삿된 영향도 사라질 것이다.
: 이곳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봉인석 네 개를 찾아 기둥에 끼워다오.
나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기에.
사제가 기대고 있는 기둥의 루비 보석이 약하게 반짝이며, 그의 몸에 붉은 광택이 둘러집니다.
..아무래도 만지거나 공격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제:내가 생이 다하면 이 신전도 무너지니, 신전은 나를 지킨다.
헤더 린든:(고민하는 시늉으로 침음을 오래도록 울렸다. 슬금 아가일에게로 몸을 물려 속닥인다.) 괜찮을 것 같습니까? 다른 방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진짜 봉인하는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덥석 도와도 되는지...
아가일 발렌티아:(한 걸음 정도 뒤에서 떨어진 채 관자놀이를 지긋하게 짚고 있다가 목소리가 들려오면 고개를 당신에게 돌린다.) -..우선은.. 원하는 대로 들어주는 편이 현명하지 않나 싶은데. 저 기둥이 보호해 주고는 있지만 .. 동시에 저 기둥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고.. (뜸) 원하는 게 있다면 중간중간 본색을 드러내겠죠.
헤더 린든:그렇다면... (다시금 아가일의 말을 곱씹는지 잠시간 침묵했다. 옷소매를 가만 매만지며 사제를 향해 고개를 주억인다.) 알겠습니다. 봉인석은 그, 붉은 루비인 것 같은데. 오면서 하날 발견했습니다. (뜸) 딱히 정해진 위치는 없는지. (그렇다면 바로 끼우면 될지 가늠한다.)
사제:...벌써 하나를 발견했다고? (당신의 말을 듣고는 가까이 와 보라는 듯 손을 조금 움직인다.)
헤더 린든:(... ... 굳이? 싶지만...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사제는 당신이 꺼낸 루비를 자세히 관찰하더니.. 감탄을 터뜨립니다.
사제:맞네, 바로 이거야. 현명한 자들이로다.. 이제 세 개가 남았군.
기둥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네. 자, 어서..
사명을 다해주게나.
천장에서 무너져내린 종유석이 박혀 부서지고 금이 간 대리석 바닥입니다.
날카롭게 부서진 조각과 돌덩이, 낡은 양피지 따위로 지저분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위용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은 찬란한 번영과 무한한 영광을 암시하며, 더없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종이는 양피지인 모양인지 이미 세월이 오래 지나 얼룩덜룩한 무늬일 뿐입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득, 무너져버린 대리석 무더기 속에 언뜻 붉은 빛이 스친 것 같습니다.
아가일이 손을 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헤더 린든:아... (얼굴을 와락 구기고 귓가를 문질렀다. 루비를 챙긴 다음 기둥들을 살핀다.)
아가일 발렌티아:(뒤에서 미묘한 표정으로 양피지를 살피다가 당신을 따라간다.)
신전의 천장을 받치고 있는 다섯 개의 기둥입니다.
금이 가거나 마모되긴 했지만, 여전히 희고 웅장합니다.
다섯 개의 기둥 중 사제가 기대고 있는 기둥에는 붉은 보석이 이미 박혀 있고,
홈이 약간 높은 위치에 있어, 발돋움이 필요할 것 같군요.
헤더 린든:(일단 찾은 건 두개. 발꿈치를 들어 홈까지 손을 뻗어 끼워 넣는다.)
루비는 제자리를 찾은 듯 맞물리는 소리를 내며 끼워집니다만…
새들이 낭떠러지 위에서 크게 비명을 지릅니다.
헤더 린든:... ... (소리가 울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마저 나머지 루비를 끼워 넣는다.)
돌연 한 마리의 새가 낭떠러지 쪽으로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순식간에 몸이 터지며 산산조각나더니 곧 먼지가 되어 호수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애써 시선을 피하니.. 이번에는 어디선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다만.. 다가가서 물어도, 정확한 대답은 해 주지 않습니다.
너희를 억누르는 저주를 풀어주고 있다. 족쇄가 풀리는 것이 느껴지지 않느냐?
헤더 린든:억누르는 저주라 함은... (이제껏 겪었던 기묘한 환상들을 얘기하나? 다만 정확한 대답을 다시 뱉어줄 성이 아닌 것 같아 몸을 돌렸다. 루비를 끼워 넣기 전 아가일에게 다가가 묻는다.) 좀... 어디 나아진 곳 없어요?
아가일 발렌티아:(숨을 고르다가 당신을 돌아본다. 이따금 관자놀이께로 가는 손은 여전하다.) 나아진 곳이라면, 어떤?
헤더 린든:... 심리적 압박감이라든가? 미궁에 들어서며 감이 안 좋았다고 했으니까... 여전한가 싶어서. (너희라 했으니 당신한테도 무슨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아니면... 제 착각인 것 같고... .
.... (물끄럼 바라보다가.) 머리 아파요?
아가일 발렌티아:..아, 그런 문제. (느릿이 숨 뱉더니 잠시 생각하는가 싶었다. 고개가 모로 기우는 것이 아주 긍정만은 아닌가 싶었고) ..힘이 돌아오는 기분은 있습니다만- 네, 조금. 이 신전에 당도하고부터.
그간 당신이 오락가락했으니.. 이쪽 차례가 아닌가 싶은데. (눈동자를 느릿하게 굴린다.) 계속 살펴볼 겁니까, 우선.
헤더 린든:말을 해도... (흘겨 보고) 정 힘들겠다 싶으면 말하고요. ...제발. (그러며 위아래로 고갤 까닥이고 마저 루비를 끼워 넣는다.)
두 번째 루비를, 기둥에 단단히 끼워 넣습니다.
헤더 린든:(이제 남은... 계단을 살피러 간다.)
이토록 오래된 신전이라면 이미 먼지 부스러기가 되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찢어진 천조각 사이에 있는 붉은 반짝임을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가일이 만지면 보통의 루비이지만, 당신이 만지면-
숨이 막힌 듯 아까보다 힘이 빠진 애원조의 목소리.
뜻은 몰라도 발음 정도는 이제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파트너라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헤더 린든:(루비를 챙기고 먼저 아가일에게로 간다.) 아가일. 제가 말하는 소리...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습니까? (입을 몇 차례 달싹여 단어를 떠올려 발음한다.)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이 제 쪽으로 오면 용건을 묻듯 고개 조금 기울다가 흘러나온 발음에 잠시 멈춰선다. 이내 미묘한 표정이 되어 한다는 말이) .. ..제대로 들은 것, 맞습니까?
(한동안의 간극을 두더니) -살려주세요, 라는 뜻입니다. 틀리지 않았다면.
헤더 린든:제대로... 들은 것 같은데. (다음 기둥으로 몸을 튼다.) 역시 단순한 악몽 같은 게 아닌가 봐요. 몇 번 혼절하면서 겪은 상황들이 있었는데... . (금방 말끝을 흐리고 방금 챙긴 루비를 제자리에 끼워 맞춘다.)
다시 한 번, 아득한 절망을 닮은 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힘이 돌아오는 기분이 듭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침침...)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아가일 발렌티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저쪽.
찝찝함을 뒤로 하고 아가일의 손끝을 따라가 보면..
그림자가 져서 잘 보이지 않는 벽에 작은 문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가가 보면 문은 열려 있고, 짤막한 계단이 이어지네요.
헤더 린든:(아가일 한 번 보고 ... 들어가 본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냉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우리처럼 만들어둔 철창이 열 칸 정도 이어져 있는, 신전 아래에 있는 지하 감옥입니다.
이곳에 들어서자.. 갑자기 당신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가라앉는다거나, 두려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혹은 무언가가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조종하는 것에 불쾌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철창은 모두 열려 있고, 닫혀 있어도 찌그러지고 부서져서 열린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안쪽 천장에는 제각각 길이가 다른 사슬이 걸려 있네요.
그 아래 바닥에는 무쇠로 만든 솥들이 즐비하며,
벽에는 거대한 가위며 수갑이나 용도를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더러운 고문 기구들이 구석에 쌓여 있습니다.
사슬에 붙어 있는 형구는 사람의 손목을 채웠다기에는, 공간이 넓네요.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살기 위해 달궈진 쇠를 밟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수백, 혹은 수천의 사람들이.. 이러한 ‘형벌’을 받을 정도로 죄가 무거웠을까요?
열린 철창, 사슬, 솥, 열린 철창, 열린 철창, 솥, 사슬, 철창, 사슬…
시야가 돌아오자, 솥 안에 있는
루비가 눈에 들어옵니다.
문을 열고, 문지기를 굴복시키며 앞에 서서 나아가던 그림자.
질퍽질퍽하게 붉어진 신전 바닥을 맨발로 걸어다니며 양손을 높게 펼친 그가,
자세히 살피면.. 저 위에 있는 사제와 닮았습니다.
비록 살집은 더 붙었고, 깨끗한 몸인 상태이지만.
곧 새카만 블랙홀처럼 보이는 문이 허공에 열립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검붉은 형체가 흘러나오더니,
충만해져가는 피에 꿀럭이는 몸에서 촉수들이 활짝 피는 듯 돋아나면..
그것은, 일전 당신조차도 한 번도 목도한 적 없는 크리쳐.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그 붉은 것은 점차 거대해져 가고,
이 기억의 주인은 공포로 굳어버렸는지, 혹은 이제 더 이상의 힘이 남아있지 않은지..
거대한 핏덩이가 다가옴에도 가만히 있을 뿐입니다.
눈앞까지 다가온 거대한 그림자가 입을 쩍 벌리면…
빨려 들어가는 감각과 함께 수천 개의 이가 당신의 몸을 꿰뚫겠다는 듯 크게 벌어지면,
린든!
헤더 린든:... ... (입을 달싹였다. 목소리가 났다면 간결히 나오는 말이란 왜요, 혹은 다시 말해주십시오, 이것도 아니라면 아가일의 이름이었겠다. 분명 목소리가 나오면 그런 말을 했겠지. 나오는 소리란 시간이 하릴 없이 지나도 묵묵하니, 헤더는 경련하는 손을 말아 쥐고는 도리질쳤다. 아가일을 살짝 떠밀고서야 이만 가자고 눈짓한다.)
아가일 발렌티아:(하염없이 떨리는 손 하며, 새어 나오지 않는 목소리. 살짝 떠밀리면 가는 눈썹이 경사를 그린다. 이따금 밀려오는 두통을 무시한 채 기어이 팔 뻗어 당신의 손목을 붙잡는다.) -말 좀 하라고, 다그치던 게 누구인데 이러시는지. 당신, 이번에는 발작까지 했습니다. 알아? (붉은 눈에 선명히 새겨진 건 요구다. 당신이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헤더 린든:(숨을 몰아쉬자 몸체가 성난 듯 부풀었다가 수축됐다. 별 저항 없이 손목을 내주고서는 아가일을 본다.) 뭘 어떻게 설명하라고. (남는 손으로 이마를 느리게 문질렀다. 고통, 비명, 다시 고통, 혹은 고통으로 찬 광경, 다음에 다시 비명, 무거운 몸, 죽음을 목도하고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정리해 말하란 말인가. 헤더는 당장 혼란스러운 정신에 사고가 매끄럽게 굴러가지도 않았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도 같았다. 아가일의 눈을 마주하려니 골이 지끈거리는 싶어 바닥의 긁힌 자국 따위나 셈한다.)
나도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 그냥, 모르겠어요. 나도 드디어 미쳐서 저 위에 고이 누워있는 다른 능력자들 신세가 되는 줄 알았는데. 무서웠다고요. 주위에서 비명을 지릅니다.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 했어. 오히려 나도 같이 살려달라 외쳤던 것 같고. (말이 횡설수설한다.) 피가 낭자했는데, ... 아까 그 사람이요. 동일인인지 닮은 사람인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크리쳐를 불렀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피를 먹고, 나도, ... ... (잡힌 손목을 뒤로 당겼다.) 죽는 줄 알았는데. 아... ... 속 안 좋아... (이따금 욕설을 뱉는 게 다다. 가물거리는 눈을 들어 다시 아가일을 본다. 그뿐이라는 듯이.)
아가일 발렌티아:(강하게 힘을 주지는 않았던 탓에 당신이 손목을 움직이면 반 걸음 정도 그 방향에 따라 몸이 따라간다. 두서 없이, 혹은 갈피를 잡지 못한 듯 이어지는 말들을 가만히 귀에 담으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당신에게서 벗어나지 않은 채다. 한참이나 정적이 이어지나 싶더니, 남은 간극마저 좁히려는 듯 소리 없이 발걸음 옮겨서 남은 손을 들어올린다. 상대의 어깨를 감싼 팔이 그 상체를 제 쪽으로 조금 끌어당기니, 그제서야 한숨 닮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제는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지는, 한참이나 추락하고서 저를 붙잡았던 당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당신은 살아 있고. (시선은 벽면 어딘가에 둔 채,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미래의 예지시거나, 과거의 망령이거나. 언제까지나 붙잡혀 있어서는 안 되는 법이야. 당신은 그리 썩어버리기에는 제법 아까운 인재고. (숨) 해서, 어쩌고 싶으신가. 저 밖에 있는 사제라는 작자의 뜻에 계속 따르시겠다? 아니라면- (구원을 바라는 미지의 목소리에 편을 들어주는가. 위안인지 무엇인지 모를 표현을 짤막했으니, 그저 다시 되짚어줄 뿐이다. 지금 저와 당신이 머물러 있는 곳은 현재요, 서로의 옆이라는 것을.)
헤더 린든:(휘청이듯 이끌려간다. 끔뻑,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경직된 몸에서 숨을 길게 빼고 다시 눈을 깜빡였다. 시야의 초점을 맞추는 듯 굴다가 고개를 툭 떨궈 이마를 기댄다.) 압니다. 살아있는 거. 알고 있어요... . 그냥 놀라서. (간극을 끈다.)
역시 그 작자의 말을 계속 따르기엔 불길합니다. 이게 망령이든 예지이든 간에요. 고민스러운 건... 어떻게 그를 거부할지 정도인가. (고개를 들고 상체를 살짝 물려 시선을 마주한다.) 솔직하게 거부하거나, 못 찾았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하늘이나 태양마저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남은 한 방울씩이 합쳐져 생겨난 힘의 덩어리.
기둥에 보석을 끼우자 차라리 죽음을 택하던 새들.
죽었음에도 생명력이 이어져 죽지도 살지도 못한 것.
아가일 발렌티아:(재차 시선을 마주해 오면 몸을 곧이 세운다. 눈꺼풀이 몇 차례 움직이기를 반복하더니) 못 찾았다고 한다면 찾을 때까지 반복하라고 하겠죠.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제 관자놀이를 지긋하게 누른다.) ..그 사제라는 작자, 본인이 기대 선 기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었으니. (보호막인지 뭔지, 하여간.) 기둥에서 루비를 빼내겠다고 협박이라도 하면 이야기가 통하지 않겠습니까.
헤더 린든:(천장을 가만 노려보며 앓는 소리를 낸다. 목을 짧게 울리고 마른 얼굴을 쓸어내면서) 정면 돌파요. ... 알겠습니다. 이게 순탄히 마무리되면 좋을 텐데... (유념했다는 듯 고개를 까닥이고 만다.)
머리카락에는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고, 피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붉은 보석이 박혀 있는 기둥은 마모되고 금 갔던 흔적도 없이 깨끗해 보입니다.
헤더 린든:역시... 더는 못 하겠습니다. (제법 사람됨이 갖춰진 모습을 보며 모호한 얼굴을 한다.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대항할 것을 택한다.)
여러분은 결국, 루비를 기둥에 넣지 않기로 합니다.
나눠진 보석을 기둥에 넣거라. 그럼 내 임무는 끝나노라. 지상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 자, 어서!
해야 할 일을 완수하라.
헤더 린든:싫다니까... (눈가를 와락 구기고 징하다는 듯 바라본다.) 석연치 않아서 더는 못 해. 애초에 뭘 믿고 이랬는지... 여기서 더 기운 빠지게 굴지 말죠. (힐끗 기둥을 바라본다. 여차하면 부숴버린다 겁박하는 게 낫겠지. 상황을 가늠하는 눈치로. ...)
그는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를 내뱉습니다.
그와 동시에, 입에서 다량의 소금물이 토해집니다.
내부에서 들어차는 물 탓에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저 어떻게든 물을 빼내려, 가슴팍을 때리고 토해낼 뿐.
순식간에 숨이 모자라고, 바닷물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옵니다.
의기양양한 태도의 사제가, 어서 의식을 완성하라고 명령합니다.
사제:(신전이 울리도록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그리 좋게 말했거늘, 내가 이리 하도록 만든 것은 너희들의 선택이다. 자, 어서 의식을 완성해 내!
4
GM:사제가 주문,
심해의 숨결을 사용합니다. 아가일이 건강 판정 기능의 극단적 성공 이상을 얻어내거나, 헤더가 기둥을 세 개 이상 부수면 해제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건강
기준치: |
60/30/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헤더 린든:(능력을 이용해 기둥으로부터 뿌리를 들어내 파괴한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95/47/19 |
굴림: |
8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붉은 보석이 단단히 박혀있던 새하얀 기둥이 쾅-! 무너짐과 동시에,
저편의 새들은 비명을 질러 신전이 쩌렁쩌렁 울립니다.
저것은 죽는다! 나와 함께 가자!
머릿속을, 뇌를 손아귀에 쥐고 반죽하는 듯이.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제:
지능
기준치: |
120/60/2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일곱 악마의 비틀린 껍질이 될 지어다!
녹색으로 부패해 무너지는 피부가, 당신의 피부가..
그 안에서 작은 벌레가 몸속을 기어다니며 살점을 파먹기 시작합니다.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
67/33/13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떨어지는 자신의 살점과, 두피와 함께 녹아내리는 머리카락.
무너져가는 자아를 느끼며, 본능적으로 시선을 아가일에게 돌리면..
아가일의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 자신의 몸은, 깨끗하다는 것을요.
오로지 지금까지 함께해 온 온전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가일이 이를 악문 채 어떤 단어를 토해냅니다.
바닷물로 인해 목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았으나..
여전히 당신과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며, 당신은 간신히 환상에서 벗어납니다.
아가일은 그와 동시에 각혈하듯 바닷물을 다시 한 번, 토해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건강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1
헤더 린든:알아요, 안다고... 당신이 말했으니까! (씨근덕거리며 뺨을 죽 문지르고 능력을 이용해 다음 기둥을 파괴한다. 그런데 아가일의 익사도 현재 아니던가. 괜히 조급해지는 감이 있었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95/47/19 |
굴림: |
1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금이 간 대리석 기둥이 와르르 무너져 파편이 튀고,
붉은 보석 역시 산산조각나며 마치 피처럼 흩어집니다.
하하… 그래! 너희를 다 수장시키고 새로운 인간을 찾겠노라!!
확실히 기둥이 모두 무너진다면.. 이 위는 바다겠지요.
사제가 힘을 회복하면 지상 역시 초토화될지도 모를 일인데요.
이능력 Roll
기준치: |
95/47/19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신이 기대있는 기둥 한 개가 남으면.. 사제는 신전이 무너져라 노성을 내지릅니다.
낭떠러지 아래의 호숫가의 물이 끝없이 솟구쳐 오릅니다.
거대한 해일로 두 사람을 수장시키겠다는, 악에 받친 집념이 보입니다.
양팔을 높게 든, 폭삭 늙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사제가 끝없는 저주의 주문을 외우고 있습니다.
저편의 새들이 비명을 지르더니, 일제히 신전 쪽으로 몸을 날립니다.
달려드는 새들의 숫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날수록 사제가 휘청이고,
당신은, 스스로의 몸에 스며들어오는 어떠한 힘을 느낍니다.
마치 작은 묘목이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가 되듯,
뻗어있던 가지에서 꽃이 피고 무수한 과실이 맺히는 듯이.
헤더의 능력인 뿌리 조종이 강화되어, 본인의 의지가 살아있는 한 지구상의 그 어떤 식물들을 자유자재로 소환하고, 늘이며, 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은 15분으로 제한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건강
기준치: |
60/30/12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4
이제 사제가 기대고 있는 마지막 기둥만이 남았습니다.
사제를 감싼 붉은 광채가 꺼질 듯이 미약해져 있습니다.
헤더 린든:(손을 쥐락펴락하길, 마지막 기둥을 향해 거대한 뿌리를 내리다. 부지불식간 수백 년의 세월을 묵어 자란 듯 육중한 기둥같이 선 나무 한 그루를 심어내 파괴한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120/60/24 |
굴림: |
8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둥은 황홀할 정도로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루비는 맑은 소리를 내며 조각조각 박살나 흩뿌려집니다.
헤더 린든:(능력을 이용하면 루비 중심부에서 굵직한 뿌리가 비집고 튀어나온다.)
이능력 Roll
기준치: |
120/60/24 |
굴림: |
9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새들이 일제히 날갯짓하며 신전으로 쏟아집니다.
나는, 위대한—.
생명을 잃은 살덩이들은 부패한 점액일 뿐이었군요.
새들은 마치 환호하고 반기듯, 갈라지는 천장을 향해 몸을 부딪치며 날갯짓합니다.
거대한 돌덩이가 떨어져 내리고, 바닷물이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수압 탓에 쩌저적 돌 갈라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면,
이를 기점으로 천장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바닷물이 차오릅니다.
헤더 린든:하, 씨... 아가일! (주위를 빙 둘러보곤 아가일에게 향한다.) 한계가 어떻게 되는진 모르겠지만... 여기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봐요. 가지를 잡고 최대한 빠르게 생장시키면... ... (수압을 견딜 수 있나? 쏟아지는 바닷물을 애매한 눈으로 바라본다. 손을 다시 말아쥔다.) 그보다, 지금 괜찮은- ... ... .
사제의 죽음과 함께 주문 역시 소멸한 모양입니다.
다만.. 그는 성치 않은 상태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중얼이고 있습니다.
헤더가 제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 잠시 중얼임을 멈추고 힘겹게 말을 토해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 ..계단에서.. 아까.. 양피지.. (기침) 뭔가 했는데.... 아마,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윽고 다시 눈 질끈 감은 채 무언가를 중얼이기 시작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물은, 수압은.. 상상 이상입니다.
나무는 버텨도, 그 곁에 있는 여러분의 생존은 보장하지 못할 정도로.
마침내 완전히 천장이 무너져 머리 위로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순간…
두 사람이 투명한 구체에 감싸인 듯 순식간에 바닷물이 차단되고…
빛 한 점 없는, 암흑의 심해를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방벽이 부서지면, 바다 속의 시신이 두 구..
이를 악물고 버텨보아도,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지요.
부지불식간에 체온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시야가 진동합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듯 숨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며 눈을 찡그리는 아가일.
아가일이 크게 휘청이고 당신이 그를 향해 팔을 뻗는 순간,
하얀 것들이 하나, 둘 방벽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자신을 무저갱에서 구해준 은인을 결코 이 바닷속에 수장시키지 않습니다.
수십 개의 흰 날개가 두 사람을 빈틈없이 끌어안고 바다를 오르면,
상승감과 함께 비로소 아가일의 숨이 천천히 안정되기 시작합니다.
추락한 만큼, 내려온 만큼 올라가야 하기에 시간이 걸리는군요.
아가일은 크게 숨을 토해내며 제 목을 거칠게 쓸어내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죽을 날은, 아직 아닌 모양이지. (하얀 방벽에 시선을 주다가, 당신을 향해 느릿이 고개 돌린다.)
헤더 린든:하... ... (얼굴을 두 손에 묻고 길게 숨을 내쉰다.) 당신이나 나나 참 질겨요... (한탄 같은 말을 뱉고 손을 뗀다. 아가일을 가만 보다가 어깨를 툭 건드린다.) 수고했어요. (이젠 소강 상태로 진입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뒤이어서는, 부드럽게 한 번 출렁이며 멈추는 느낌.
둘을 감싸고 있던 흰 날개가 날아가 열리면..
햇빛이 잘게 부서져 내리는 바다에 둥실 뜬 채,
시야를 가득 채우는 청명하고 푸르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한, 아름다운 풍경이군요.
시원한 물을 함뿍 튀기며 바닷속에서 나온 흰 새들이,
그들은 곧 태양빛에 녹아내리듯 빛이 되어 사라지지만..
억겁의 시간 동안 원해왔던, 단 하나를 이뤄냈다는 것을.
이변을 알아챈 듯, 때마침 저 너머에서 군용 헬기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다시 한 번 마주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돌아가면-.. 뭘 할 예정이신지. (얄팍하게 남은 방벽의 바닥을 손바닥으로 쓸더니 작게 입을 연다)
헤더 린든:음... (짧게 입을 다물었다가 뗀다.) 가능하다면 잠시 쉴까 싶은데. 부탁해서 귀환을 늦출 수도 있겠네요. 영국에서 쉬어 봤자 볼 건 없고 여긴 하늘이 아름다우니까. (느리게 끔뻑이다가 눈을 감고 짠 냄새 나는 바람을 헤아렸다.) 당신은?
아가일 발렌티아:(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상태가 평소대로 돌아오면- 복귀해야겠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이니. 다만.. (숨) 휴양 차 머무르고자 한다면, 하루이틀 정도는 동행해 드리지. (말했었죠, 팔자 좋게 살기에는 이만한 곳 찾기도 어렵다고. 덧붙이는 말끝에 희미한 농조가 어린다.)
돌아가면, 분명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아가일과 당신은 이송된 뒤, 곧바로 의무실로 옮겨졌습니다.
최소 3주에서, 최대 6주 간 그리스에 머물 수 있도록 휴가계가 내려왔습니다.
아, 지휘자들과 안내자들의 상태가 급격하게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네요.
지부장은 일어났던 일에 관하여 우선 함구를 명령했습니다.
이런 일을 밖으로 낼 수는 없기에 결국은 기밀 사항이 될 뿐이겠지만..
과연 두 사람이,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기만 할 인물일까요?
평화롭게 과일을 까먹고, 느긋하게 창문 밖 풍경을 보며..
고통스러운 기억과 경험은 서로 안에서 녹아 사라지기를!
GM:보상 :: 이성 회복 1d5+3, 특별 포상으로 재력 5 추가.
...■■가 두 사람을 인지합니다.
미궁에서 문지기를 죽여주었기에, 추가 이성 회복 +1d5.
두 사람은 임시 파트너가 아닌 정식 파트너로서 아테네 지부, 혹은 헤더의 본래 지부로 이동하여 근무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지부장에게 권유받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