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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덜컹.
당신은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조용히 눈을 뜨게 됩니다.
지하철은 너무 조용해, 함부로 말소리를 내기 어려워 보입니다.
헤더 린든:(느리게 눈을 껌뻑인다. 내려앉은 적막이 껄끄럽진 않았으나 괜히 머쓱한 기분이 들었으므로. 아가일을 잠깐 바라본다. 무슨 책을 읽는 건지...)
......
10년 사이에 아가일의 얼굴은 많이 변했던가요?
마법사들은 보통의 사람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간다고들 하죠.
당신과 그에게, 10년이라는 세월은 어떤 무게를 가질까요.
허나 변했건 변치 않았건..
건너편에 앉은 인영의 모습은 여전히 당신에게는 한없이 익숙할 것입니다.
그가 가지고 있던, 핏빛처럼 붉으나 차가운 두 눈은 하나가 사라진 채 책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검은색 안대가 퍽 낯설기도 하고, 익숙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은 ⌜나는 오늘, 내일의 나에게 말했다.⌟입니다.
당신이 아가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는 시선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어 가만히 당신을 마주 봅니다.
한동안 당신을 응시하던 그가 주머니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 호응하듯, 당신의 스마트폰이 진동음을 울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간밤에, 잠은 잘 주무셨는지.]
헤더 린든:(작은 침음을 흘린다. 적당한 답을 생각해보며 느리게 손가락을 까닥였고.)
아가일 발렌티아:(진동음이 마주 울리면 펼쳤던 책을 덮어놓고 그 위에 제 손과 기기를 올린다.)
헤더 린든:(자세를 고쳐 앉는다. 허리를 느리게 피고 왼손을 들어 제 머리를 두어 번 쓸어 올렸다. 반듯하다기엔 애매한 상판을, 그 눈가를 짧게 문질러 보곤.)
아가일 발렌티아:(잠깐 침묵. 손끝이 알 수 없는 리듬에 맞춰 까딱거린다. 이십 여 초 가량이 지나서야 손가락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헤더 린든:(액정을 가만 보다 아가일을 짧게 응시했다. 수 년이 흘러도 고개를 들이미는 감상이 있는 법이니까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었고... 방금은 자신의 불퉁한 실언이었던 것 같아 잠시간 껄끄러웠다.)
아가일 발렌티아:[수틀리면 그 자리에서 신고하려고. 이쪽에서는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까.]
헤더 린든:(입꼬리 끝을 비튼다. 진담은 아니겠지만... 이 가늘고 긴 인연을 보고 약간의 노력이야 더 들일 수는 있었으니까. 일단, 가능과 불가능을 제쳐두고.)
헤더 린든:(다시 간극 뒤로) [아직 우리가 내릴 역은 멀었던가?]
아가일 발렌티아:[딱히, 그 사람들의 취향에까지 개입하는 편은 아니라서. 번잡스럽게 굴지만 않는다면야 아무래도 상관 없는 쪽.]
헤더 린든:(10분이라...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을 대답으로, 핸드폰의 홈 버튼을 눌러 화면을 껐다. 허리는 느리게 뒤로 물려 좌석 깊숙이 처박았고 무릎께에 손을 얹어 조용한 지하철을 둘러본다.) (이때 시선에 걸리는 건 옆자리의 노인이다. 자기도 읽을 거리를 가져올걸 싶어, 신경이 쓰였다.)
등이 굽고 머리가 새하얗게 샌 노인입니다.
헤더 린든:(신문을 짧게 힐끗거린다. ... 이런 것도 무례가 아니던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
면의 크기가 작지 않아, 옆에서 조금 봐도 실례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보수 성향 신문사 일간지입니다.
앞면은 큰 헤드라인으로 정치 기사가 쓰여 있습니다.
마침 노인이 넘긴 다음 장에는 바로 한 기사가 보입니다.
……
기사를 읽고 나면, 당신은 문득 한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눈 앞에 있는 아가일이라는 사실입니다.
10년 전.
당신과 아가일은 패링던 거리를 같이 걷고 있었고…
아가일은- 지나가던 괴한에 의해 한쪽 눈을 잃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는 둘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큰 충격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
하지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상처 또한 모래 위의 그림처럼 흐릿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당신에게만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꾸준히 주고받던 연락도 어느 새인가 드문드문해져,
등을 맞대고 섰던 기억도 망각의 뒤안길로 사라졌더랬죠.
그렇게 된 것이, 진정 그 사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 이유마저 알 길이 없으려나-.. 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아가일은 어느 날, 당신에게 연락해 옵니다.
그 연락의 내용은 ‘한 전시회에 가려 하는데, 같이 가달라.’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가일과 당신은 가해자,
케일 워커의 작고전에 향하고 있었습니다.
헤더 린든:(껄끄러운 마음에 눈을 돌린다. 그러면서 눈에 아른거리는 대목 하나란 '...사건 이후에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 그 한 문장이었다. 기괴한 화제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회의 흐름은 단단히 미쳐있었고 그리하여 속내를 뒤틀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적잖은 사람들의 속내를... . 눈을 돌릴 때, 헤더는 잠든 어린아이를 봤다. 아이는 잠이 많은 법이지...)
조용한 지하철의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잠든 아이입니다.
아이는 핸드폰을 쥐고 자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음... 알고리즘이 이상한 흐름을 탄 거겠지? 요즘엔 아무거나 보여주면 안되지 않나...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어떤 과학 채널인지를 본다. 지구는 사실 평평하다... 이런 음모론자의 채널은 아닐까? 그런 생각에.)
영상의 자막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결국, 우리의 세계는 입자인지, 파동인지가 관측되기 전까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것이 이 학문의 기본 이론이라는 것입니다…”
……
……
과학에 정통하지 않은 한, 이해하기에는 다소 난이도가 있어 보이네요.
헤더 린든:(과학에 정통하지 않아 이해하기 다소 어렵다... 뭐든, 보이기 전까진 형태를 특정해 여길 수 없다는 이야긴가? ... 그렇게 금방 지나간 자막을 곱씹는다. 덕택에 당장 지루하진 않았지만...) (다시 눈을 굴려 주위만 둘러본다. 시간을 때우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당신이 이내 지하철 안의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밖을 바라보면..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런던의 정경이 보입니다.
한없이 익숙한 도시를, 멀거니 눈에 담습니다.
지하철은 곧 패링던역에서 정차합니다.
빠르게 내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당신과 아가일은 지하철에서 내렸습니다.
인파를 헤치고 지상으로 올라가려 하면..
도처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얼핏 들려옵니다.
헤더 린든:
..순간 당신의 앞으로 장정 무리가 대여섯 정도 지나갑니다.
다시 시도해볼까요?
헤더 린든:(눈 비비고...)
행인1:그래서 그 전시회에 진짜 가는 거야? 소름끼치지 않아?
행인2:여기까지 왔는데, 뭘. 어차피 죽은 사람이잖아.
행인1:그렇긴 하지만...
행인2:그 그림에 대한 소문 때문에 그래? 다 미신이라니까?
……
...인파에 섞여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소문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찾아봐도 좋고,
기억을.. 열심히 되짚어봐도 좋습니다. (!)
헤더 린든:(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어 스마트폰의 화면을 켰다. 어떤 소문이 있었던가, 검색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헤더 린든:
음..
최신 문물에는 통 익숙해지질 않습니다.
차라리 머리를 열심히 굴려 볼까요?
뭔가 생각날지도 모르니까요.
헤더 린든:(아날로그가 낫지... 하며 곰곰... 머리를 굴려본다.)
헤더 린든:
...아!
며칠 전, 아가일에게 연락을 받고 인터넷이며 관련 자료를 뒤적인 기억이 떠오릅니다.
GM:하나. 그림을 본 사람들은 밤마다 과거에 자신이 후회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악몽을 꾸게 된다.
헤더 린든:(제법 황당하고 구체적인 소문이 퍼져있었던가... 좋지 않은 말이 뒤따르니, 그림의 주인의 끝이 그 모양이 탓이겠지.) (아가일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가? 다만 뭘 물어보기엔... 가는 길에서 찜찜한 이야길 꺼내기 뭣했다. ... 아가일에게로 시선을 던진다.) ... 전시회 그림에 대해 말이 많은 모양이야. ... 아는 이야기, 있어?
아가일 발렌티아:(지하철 출구의 숫자를 살피고 있다가 곁에서 들려온 물음에 시선을 당신 쪽으로 돌린다. 느릿이 눈 하나를 깜박이더니 당신에게나 겨우 들릴 목소리로 입을 연다.)
헤더 린든:(그렇지... 고개를 주억인다. 괴담이야 허황된 이야기였고, 그런 카더라에 휘둘릴 사람도 아니었으니.) 소문에 걸맞는 그림일지부터 궁금하네. (가볍게 덧붙이는 것으로 응한다. 그러며 자기도 긴가민가하게 출구를 살피던가. 아무리 동행을 요청 받은 쪽이라지만 가는 길을 제대로 외워둘 걸 싶었다.)
아가일의 안내를 따라 지하철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가면,
당신은 곧 작고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에 도착합니다.
하얀색 외벽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작고전은 지하 1층에서 열리는 모양입니다.
헤더 린든:(기사에서도 봤던 이름. 왜 하필 맑은 눈인지... 미간을 찡그리며 명패를 바라봤다.)
명패에는 깔끔하고 단정한 글씨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그 뒤로 눈을 음각한 모양새 정도가 눈에 띄네요.
이름에 꼭 걸맞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헤더 린든:(깔끔한 모양새와 직관적인 디자인은 구태여 흠잡을 구석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신경을 쏟을 사람도 적을 테니. 다만 헤더는 골이 지끈거리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왜 하필 눈인가. 하고 많은 신체 부위에서. ... ) (뒷덜미를 문지르고는 입간판을 본다. 달리 더 염두하고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나 싶어서.)
입간판 뒤로 에스컬레이터가 보입니다.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인가 봅니다.
아가일의 한쪽 눈을 적출한 범인이자, 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주제가 되는 자.
그런 이의 흔적을 보러 온 당신은, 어떤 감상을 느꼈을까요?
헤더 린든:(재킷 주머니에 손을 밀어 넣는다. 걸음을 재촉해 에스컬레이터로 향하며 드는 감상이란, 약간의 까닭 모를 불쾌감. 그리고 염세를 느낀 것 같다. 이따금 힐끗 아가일을 바라보는 것으로 별다른 표는 내지 않았다.) (자기의 감상보다도 동행인의 감상이 약간 궁금한 정도로, 제 기분은 가볍게 갈무리한다. 본인보다도 껄끄럽겠지... 추측하며. )
아가일 발렌티아:(상대가 발을 옮기면 저도 보폭 맞춰 따르기 시작한다. 희고 깔끔한 대리석 바닥에 두 사람 분의 발소리가 고요히 울릴 적에, 한쪽 눈을 잃은 이의 표정은 여전히 무감하기 그지없다. 간혹 어떠한 종류에 상념을 담는 듯 시선이 잠깐 수심으로 가라앉긴 했으나 이마저도 찰나다.)
헤더 린든:노이즈 마케팅... (농담인가? 황당하다는 눈이다.) ... 상술에서도 염치를 좀 찾으면 좋을 텐데. (애꿎은 사람만 생겨나는 상황은 달갑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짧게 입을 다물었다 연다.) ... 감회는 그게 끝?
아가일 발렌티아:(풍문에 시달렸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지라, 좀 상스럽게 말해서 기분이 더러운 것은 둘째 치더라도 끓는 듯한 분노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주 농은 아니었다는 듯 여상한 표정으로 대답을 내어 놓는다.)
헤더 린든:(눈만 깜빡이며 아가일의 대답을 되새김질했다. 사람의 속내란 읽고 외우고 이해하는, 최소한 들인 시간에 비례하는 성과를 보이는 학문 따위가 아니었다. 수 년을 교류하며 서로간 깊게 파고들려 하지도 않았으니 얼마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고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람의, 상대의 속내다. 허나 헤더는 알맞은 대답을 고심하기가 어려워 답답함을 느꼈던 것도 같다. 그냥 툭 내뱉으면 될 것을 몇 차례 머뭇거렸다.)
아가일 발렌티아:아무렇지 않아도 그래 보이는 법을 배워야 했으니까. (문장 새의 간극이 길다. 말 그대로, 그것은 그가 십수 년에 걸쳐 제 목적을 위해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체득해 온 습성이었을 테니.)
헤더 린든:(무어라 정의 내리기 어려운 껄끄러움을 내리 누른다. 아가일의 말은 -헤더가 생각하기엔- 정론과 거리가 멀지 않았으며, 정답이라 여겨도 될 것들이 많았으나 때때로, 지금처럼 반문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렇다면 너의 겉모습을 너무 믿어선 안되는 걸까. ... 정정하자. 타고난 기질보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와 선택된 삶의 방식이 천차만별이었다고. 그들이 습득한 방식들은 그 형태가 달라 서로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맑은 눈 건물에서 열린 전시회입니다.
들어가면 작은 매표소와 전시회 입구가 보입니다.
바닥에는 관람 동선이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야 합니다.
성인은 4유로, 소인은 2유로입니다.
헤더 린든:(매표소로 걸음을 옮긴다. 무인인지... 직원이 있는지 가만 주시하면서... )
매표소에는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직원이 있습니다.
당신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창구 밖으로 시선을 주네요.
매표소 직원:어서오세요~ 몇 명이실까요?
헤더 린든:성인 2명이요. (검지와 중지를 세워 수까지 표해 보인다.)
매표소 직원:네, 성인 두 명에 8유로입니다~
직원은 창틀에 티켓 두 장을 올려 놓습니다.
헤더 린든:(내가 지갑을? 챙겼던가?)
오...
헤더 린든:
......
지갑에는..공교롭게도..
딱! 7유로가 들어 있습니다.
헤더 린든:(아가일 한 번 보고 속삭인다.) ... 돈... 있어? (;)
아가일 발렌티아:...... ....오는 길에 소매치기라도 당했나? (....)
아가일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헤더를 보더니 지갑에서 제 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건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카드는.. 검은색이네요. (...)
헤더 린든:(뭐야?) 뭐야?
아가일 발렌티아:뭐가? (뭐가?)
매표소 직원:결제 완료되었습니다. 즐거운 관람 되세요.
직원은.. 당신과 아가일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카드와 티켓을.. 건네 줍니다.
헤더 린든:아니... 카드 멋지다고... (주섬주섬 티켓을 챙긴다... ) 가자...
아가일 발렌티아:(눈썹 까딱이다가.. 당신 따라서 전시회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
전시회는 총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케일 워커의 초기작(20대), 중기작(30대), 말기작(40대), '존재의 입증' 입니다.
‘존재의 입증’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관람이 가능합니다.
또한, 구역의 벽마다 그의 작품 지향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부터 가볼까요?
헤더 린든:순서대로 보는 게 나으려나? (나는 전시회 같은 곳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아가일에게 어디부터 볼 거냐고 묻는 어투다.)
아가일 발렌티아:기획은 나이 순으로 해둔 것 같으니.. 의도를 살피고 싶다면야 그 편이 좋겠지. (안내도를 보고 잠시 눈을 깜박인다.)
헤더 린든:(가볍게 고개를 주억이고 초기작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헤더 린든:(크기가 큰 작품들이네, 시작은 가벼운 상념으로. 먼저 손톱을 바라본다.)
헤더 린든:음... (예술가들은 원래 이런 집요한 구석이 있나? 고개를 갸웃거린다.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명확한 의도는 모르겠으니 몇 차례 더 유심히 살펴보았고, 그게 끝이었다. 시선은 느리게 굴러가 눈을 향한다.)
헤더 린든:(눈을 깜빡이고 가만 살펴본다. 무엇이 비춰지고 있는지 알 수 있나?)
헤더 린든:
침침...
..다시 들여다 볼까요?
조금 더 가까이 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조금 더 다가가고는...)
조금만 더 보면..
보일 것 같은데..
헤더 린든:(시력이? 떨어졌나? 깜빡깜빡... 다시 한 번..._
......
한 여자아이가 망막에 맺힌 눈을 그린 것 같습니다.
여자아이는 눈에 비춰져 흐릿하게 왜곡된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계속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그 여자아이가,
눈을 깜박인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
다시 보면, 눈의 아이는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가 당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헤더 린든:
GM:이성치 1 감소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특이한 점이라도 있어? (다른 작품을 살피다 당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헤더 린든:... ... 글쎄. (기묘한 착각은 도끼병이겠거니. 그냥 털어놓기엔 진정 미쳤나 싶을 것도 같아 어물거린다.) 눈에 비춰지는 상도 표현했다는 게 신기한데, 그게 특이하다면 특이점이겠지. (왜곡된 인영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너는 어때? 특이점이랄 게 더 보이려나. (예술은 아는 사람이 더 잘 보는 법이라니까.)
아가일 발렌티아:글쎄. (손가락으로 제 입가를 가만 건드린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형편없는 실력은 아니야. 이 정도라면 운이 아주 나쁘지만 않았다면 그럭저럭 알려진 화가로 연명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겠다, 하는 생각 정도.
헤더 린든:그럭저럭... (그런 실력이구나. 그렇다면 제법 명성에 욕심이 있는 인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제 부진에 정신이 갉아먹혀 미칠 정도라면. ... 어디까지나 지레짐작이지만. 고개를 젓고 괜한 상념을 내쫓는다.) 주관이라... (긴가민가한 얼굴이다. 그리고자 하는 객체가 특징적이라고 느껴지긴 하니. 주관이라 함은 이런 것일까... 가늠한다.)
아가일 발렌티아:그랬으니 이 짓거리를 한 거겠지. (짧게 냉소를 흘리며 제 오른쪽 눈이 있었던 자리 위에 덮인 안대를 톡 친다.) 딱히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서도.
헤더 린든:(아가일의 오른쪽 눈가. 검게 덮여 있는 부분을 가만 응시한다. 수 년이 흘렀음에 익숙할 모습. 다만 자주 마주하지 않은 탓에, 헤더는 이따금 한 쌍의 붉은 눈을 떠올렸다. 이런 태도도 과거에 연연하는 모습일까.) ... (그건 나도 그래. 짧게 덧붙이고 다음 구역을 향해 걸음을 틀었다.)
총 세 점의 자화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가장 먼저 보이는, 첫 번째 자화상부터 살펴본다.)
헤더 린든:(이런 생김새였나... 유심히 바라본다. 적혀있는 물음은 철학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논쟁을 펼칠 것 같은 질문이라고. 덧붙여 정서적으로 불안했나 싶었다. 인간의 심리에 능통한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전과 같은 주관은 흐려지지 않았나 싶다. ... 그렇게 남성을 한 번 보고, 거울을 보고, 다시 질문을 읽어 보고서야 다음 작품을 향한 걸음을 떼었다.)
두 번째 자화상으로 발을 옮깁니다.
헤더 린든:(시...? 고개를 기울인다. 시보다 가사에 가까울 수도. 스스로 지어낸 글귀인가 몇 차례 반복에서 읽어본다.) ... (예술가이기도 하니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썼을 수도 있겠다. 그 정도가 심해 휩쓸렸다던가. ... 나는 너로 인해 흔들린다고? 께름칙함을 느낀다. 다른 특이점이 없다면 걸음을 마저 떼 다음 작품으로 향한다.)
헤더 린든:
순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얼굴이 하나로 올바르게 맞춰집니다.
-그 모습은 한 소녀의 얼굴입니다.
소녀의 얼굴은 기묘합니다.
한 명의 얼굴 같기도 하고, 두 명의 얼굴 같기도 하고, 천 명의 얼굴 같기도 합니다.
소녀의 얼굴은 나이가 들어 보였다가도, 또 어려 보이기도 합니다.
……
……
문득 당신은 급격하게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작품을 보면,
원래의 분리된 얼굴 그림입니다.
헤더 린든:
GM: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헤더 린든:(눈을 느리게 깜빡. 그리고 다시 깜빡인다. 뭘 잘못 봤다고 치부하기엔 지극히 기이하고 형상이 뚜렷했으며... 우연이라기엔 연속된 경험인 탓에, 얕은 당혹감을 삼키며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가일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마저 감상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 이 그림 어때?(포괄적인 물음. 수준이나 의도나, 작가의 심리 따위를 묻는 듯한 어조... 다만 헤더는 아가일 또한 기묘한 경험을 겪느냐는 게 궁금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 때부터 제정신이 아니게 된 모양이던데. 정신없어, 난잡하고. (담백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다. 긍정적인 종류의 기대를 일절 품은 적이 없기 때문이리라.)
헤더 린든:(긍정적인 말이 나오긴 어려운 모양새들이었으니. 이따금 고갤 끄덕이며 듣고 있음을 표했다.) ... 평론가 같네. (본인은 무언가 평가하고 언어로 내뱉는 재주가 없었으니 순수한 감탄의 눈으로 가만 아가일을 보았다. 그에 알맞은 심미안 또한 갖췄겠지. 그리하며 그림으로 시선을 던지고)
아가일 발렌티아:소문도 제법 되는 모양이니, 괜히 그것 때문에 더 의식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고. (고개를 조금 까닥여 보인다. 직후 상대를 따라 일련의 자화상들을 향해 시선을 재차 돌려도 감상은 큰 변화가 없었다. 우울증이 도졌다고 하더니, 그로 인한 폐해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일어나서 우울증에 걸리게 된 것에 가까웠던가..)
단 한 점의 작품만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헤더 린든:(설명을 보고는 고개를 기울인다. 미간을 찌푸리며 전시된 작품을 눈에 담았다.)
헤더 린든:(참여도 되는 건가. 미심쩍은 눈으로 나무판을 살펴본다. ... 03 17 05 18 07 순...? 긴가민가...)
해당 순서대로 나무판을 맞춰 보나요?
헤더 린든:(일단 그렇게 나무판을 맞춥니다.)
당신이 작품 설명에 맞춰 나무판을 짜맞추자,
녹아내리고 있는 인체의 형태가 나옵니다.
각각의 나무판은 머리, 목, 몸통, 다리, 발을 그린 그림이었군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
한 단어가 연결되어 나옵니다.
헤더 린든:관측?(명령조라기엔 단어만 덩그러니. 다소 뜬금없다고 느껴지는 단어를 황망하게 읊조렸다.) (무언갈 보라는 의미일까 싶어 짜맞춰진 나무판을 보고, 아가일을 보고, 그렇게 번갈아 시선을 굴리며 의아한 얼굴을 했다.)
아가일 발렌티아:(한 걸음 정도 뒤에서 당신이 판을 맞추는 양을 가만 보고 있다가, 상대와 시선이 마주치면 고개를 조금 기울인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양을 보이다가 나무판 쪽을 손끝으로 가리키며)
헤더 린든:소문에선 미래의 꿈을 꾸게 된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그림을 보고 예지몽을 꿨을지도 모르지. 내뱉는 투는 가볍다.) (작품은 충분히 기이했고, 자신에겐 작품이 갖는 목적 하나가 가닿지 않았으니. 작가나 그의 작품들을 헤아릴 능력이 되지 않았다. 간결하게 기분이 나쁘다...고 축소하는 게 끝이었으니까.)
아가일 발렌티아:신체의 부위, 정도만 간신히 파악되니 구체적인 인물을 특정하긴 어려워 보이지. 본인은 아닌 것 같다만.. 어지간히 아끼는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고. (간극)
헤더 린든:아끼는 사람? (그런 애틋함이 보였던가. 의아한 태도다.) ... (그래, 슬슬 넘어가야지. 그렇게 덧붙이며 느리게 걸음을 뗀다. 숨이 내뱉어지는 모양새를 가만 바라보면서. 오늘은 과연 유의미한 외출이었는지가 궁금했던 것 같다. 후에 물어보는 게 좋겠지. ...)
아가일 발렌티아:정신을 놓은 상태에서도 이렇게 그려 줄 정도라면 나름 면식이 있거나, 소중히 여겼다는 뜻이 되지 않던가.. 상대가 그걸 달가워했을지는 당연히 별개의 문제이지만. (간결한 대답 이후 전시관을 벗어난다.)
'존재의 입증', 단 하나의 작품만이 큼지막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헤더 린든:(회귀한 듯한 화풍이라. 처음 봤던 몇 점의 그림을 떠올리며 전시되어있는 작품을 살핀다.)
다른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구역 정 가운데에 혼자 놓여 있습니다.
위에 달린 조명이 이 작품을 비추고 있네요.
두 개의 캔버스는 거대한 사람의 눈이 각각 그려져 있고, 가
가운데 동공에는 거울이 박혀 서로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캔버스들에 그려진 두 눈은 마치 인쇄한 것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한 그림으로 보입니다.
동공에 박힌 거울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어 마트료시카처럼 거울 안의 거울이, 거울 안의 또 거울이 비춰지고 있네요.
……
그리고 아가일은,
그 그림을 보자마자 답지않게 숨을 짧게 내뱉습나다.
왜냐하면, 그 눈은…
빛 한 점 없이, 한없이 창백하고 또 차가운 붉은색.
기민한 당신 또한 이 사실을 어렵잖게 알아차립니다.
기이한 기분에 휩싸인 당신,
헤더 린든:
GM: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헤더 린든:(손끝이 곱았다. 당장 불쾌했던가? 그 익숙한 시선에 아주 흐릿한 옛날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 (어렵사리 고갤 돌려 아가일을 바라봤다. 괜찮느냐는 물음보다 더 알맞을 서두를 찾지 못해 입을 열기가 어려웠으니까. 그냥 다물고 있을까 잠깐 고민스러웠다. ) ... 여기 더 있어도 괜찮겠어?
아가일 발렌티아:(발을 반 발자국 정도 물린 채, 한 손으로 제 입가며 관자놀이께를 받치고 있다. 그 틈새로 기가 차다는 듯이 짧은 헛숨이 튀어나온다.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일그러짐을 당신이라면 알 수 있었을 터다. 당신의 물음에도 못 들은 것마냥, 뚫어져라 캔버스 위에 박제된 제 눈을 노려보다가 툭 말을 뱉는다.)
헤더 린든:(그런 아가일의 모습을 가만 응시한다. 그가 말을 내뱉을 적 자신도 걸음을 더 물려 옆에 자리했고 그제서야 시선은 다시 그림으로 향했다. 낯선 모습을 오래도록 눈 안에 담는 것 또한 실례일까 싶어서. 아니, 낯선 모습보다는 그의 속내를 들여다 보는 기분이라 눈을 피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 괜찮을 리가 없지.)
아가일 발렌티아:그러지. 더 있다가는 이 방을 반으로 갈라 놓아야 속이 풀릴 것 같으니. (분노와 비슷한 감정을 곱씹는 입과 달리 하나뿐인 눈은 한없이 차갑다. 어색했을 것이 분명한 침묵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그제서야 무감한 시선이 당신을 향한다.)
관람을 마치고 출구 밖으로 나오면,
마지막 설명이 벽면에 적혀 있습니다.
직전의 문장을 보건대.. 이곳의 책임자는 '데릭 루스'라는 사람인 모양이죠.
그리고 아가일은, 그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달리 떠오르는 방법이 있나요, 헤더?
헤더 린든:(음... 갤러리 연락처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없나?)
맞습니다.
적지 않은 규모의 미술관이니 홈페이지 정도는 분명히 있겠죠.
그곳을 검색해보거나, 아니라면 데스크 직원에게 부탁해보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헤더 린든:(데스크 직원에게 먼저 언질을 해두는 걸로 생각을 정리합니다.)
로비 쪽으로 향합니다.
1층 한가운데에 안내 데스크라고 표기된 창구가 눈에 들어오네요.
안이 뚫린 원형 책상이 놓여 있으며, 그 안에서 직원 두세 명이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검지를 까닥여 벽면을 두어 번 친다. 시선을 모으려는 듯.) 문의할 게 있어서요.
안내 데스크 직원:(컴퓨터에 시선을 두고 있다가 가벼운 노크 소리에 당신 쪽을 향해 고개를 든다.) 네, 무슨 일이시죠?
헤더 린든:여기 갤러리 책임자를 만나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안내 데스크 직원:갤러리 책임자.. 갤러리장님 말씀이시죠? 현재는 용무가 있어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만.. 어떤 용건으로 만나고자 하시는 걸까요?
헤더 린든:
GM:가능합니다.
헤더 린든:
안내 데스크 직원:(당신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애로사항이라면 이쪽을 통해 말씀하셔도 되겠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사항이실까요?
헤더 린든:작품의 문제에 치중된 이야기라서. 책임자 쪽이 이해도가 더 높을 것 같고요. (게슴츠레 눈을 뜬다. 안 되나?)
......
잠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은, 얼마 못 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안내 데스크 직원:갤러리장님의 연락처를 적어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미연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신원을 파악해두고자 하니 방문자님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헤더 린든:알겠습니다. (음... 일단 데스크에 요청한 건 본인이니, 제 생년과 이름을 적는다.)
안내 데스크 직원:확인했습니다. 여기 연락처예요. 외부로의 무분별한 유출은 삼가 주시길 바랍니다.
직원은 이어 작은 메모장을 하나 건넵니다.
1367-XXX-XXX
패링던의 지역 번호로 된 전화번호입니다.
헤더 린든:감사합니다. (가볍게 고갤 까닥여 목례한다. 메모 챙겨 들고는 데스크로부터 제 몸을 물리고 아가일에게 다가섰다.) 당장 연락해? 지금은 자릴 비웠다고는 했는데...
안내 데스크 직원:좋은 하루 되세요.
당신이 얻어낸 정보를 아가일에게 전달하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한 기이한 존재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흔들리듯 걸어가는 여자아이는,
분명히 곁에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힐 만큼 가까이 붙어있는데도 물 흐르듯 인파들을 지나갑니다.
물에 젖은 종이처럼, 잠자리의 날개처럼 투명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소녀는-
앞으로 걷다가, 또 뒷걸음치다가..
그대로 멈춰 섭니다.
그러고는,
당신의 시선을 예상하기라도 했듯 뒤를 돌아봅니다.
시선이 마주친 당신은..
문득- 그 소녀의 눈이 아가일의 것과 매우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
......
어째서인지 갑작스레 흐려진 시야에 다시 초점을 잡고, 주위를 둘러보자..
이곳은 익숙하되,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까까지 당신이 서 있었던 갤러리 건물 자리에 들어선 오래된 낡은 건물에는..
분명히 직전에는 없었던 행인들이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급하게 스스로를 살펴보면,
……
순간 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그러니까, 마치 이건…
......
.......
과거로 돌아간 듯합니다.
헤더 린든:
GM:이성치 1 감소합니다.
허나 그 사실에 놀랄 새도 없이-
당신은 또 한 번 기이함을 느낍니다.
눈 앞에 서있던 소녀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자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녀의 눈에서 눈을 뗄 수도 없이..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당신은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은 문득 깨닫습니다.
저 아이…
그리고 그 소녀는,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 ??:안녕.
헤더 린든:... 누구?
?? ??:하라 루스.
헤더 린든:갤러리장의 가족...인가?(미간을 찌푸리다가 느리게 눈을 감는다.)
하라 루스:그 사람과는 후원인과 피후원인의 관계야.
헤더 린든:내가 제 발로 들어온 건 아니지? (영 이해하기 어렵단 눈치로) 당신이 날 연루시킨 건가?
하라 루스:너와 그의 의지. 나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어.
소녀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마자-
……
..눈을 감았다 뜨면,
당신은 맑은 눈 갤러리 앞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가일이 자리합니다.
몇 걸음 떨어져 있었는데, 어느 새인가 당신 바로 옆까지 걸어온 듯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헤더, 듣고 있나?
헤더 린든:(깜빡) ... 미안, 뭐라고... 했지?
아가일 발렌티아:(상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별 건 아니고, 저기 저 애가- 아까부터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길래
……
갈색 머리에, 아가일와 똑같은 눈을 가진 소녀.
발을 움직여 그녀에게 다가서려 하면-
한 발 앞서, 누군가가 소녀의 팔목을 붙잡습니다.
얼굴을 확인하면..
낯선 중년 남성입니다.
?? ??:이런, 죄송합니다. 이것 참.. 우리 하라가 아무래도 신세를 진 것 같군요.
헤더 린든:(소녀와 남자를 번갈아 바라본다. 이내 천천히 고개를 젓고) ... 아뇨. 그것보다... 혹시 성함이 데릭 루스, 맞으십니까?
?? ??:..아, 저를 아십니까? (눈을 깜박이며 당신을 가만히 바라본다.)
헤더 린든:케일 워커의 작고전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마침... (남자를 가만 응시하다 머뭇거리며 덧붙인다.) 갤러리장을 만나뵙고 싶어서 조금 알아봤습니다.
?? ??:아하.. 그러셨군요. 네, 제대로 보셨습니다. 맑은 눈 갤러리장 데릭 루스입니다. (서글히 웃으며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민다.)
데릭 루스:용건은 모르겠지만 저를 찾으셨던 것도 같고.. 직전 일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나중에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헤더 린든:(손을 가볍게 잡아 악수에 청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손을 거두고) ... 알겠습니다. (연락처를 따로 다시 받아야 하나 짧게 고민하고선, 고개를 까닥이는 것으로 수긍한다.) 다음에 뵙죠.
기다렸다는 듯이, 이어서 그는 자신의 명함을 건넵니다.
반질반질한 하얀 종이 위에 붉은 박으로 정교한 문양이 그려진 명함입니다.
아래에는 [맑은 눈 갤러리 관장, 데릭 루스]라는 문구와 개인 연락처가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이전에 데스크에서 받았던 주소와는, 다른 번호입니다.
데릭 루스: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뵙죠. (가벼우나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는 하라와 함께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어쩐지 급한 기색입니다.
헤더 린든:(사라지는 인영을 지켜보고) ... 무슨 일이 있나. (미심쩍은 얼굴이다.)
아가일 발렌티아:..뭣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기분 나쁜 인상이라 신경은 좀 쓰인다만은. (명함을 내려다보며 느릿이 입을 연다.) 꽤 바빠 보이시던데.. 최대한 빠르게 연락은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
헤더 린든:(고개를 주억인다.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몇 번 두드리는 것으로 연락처를 저장한다. 그리고 나선 언제쯤 만날 수 있냐는 물음에 앞서 간단한 신원을 밝히는 내용까지 입력하고서 문자를 남기던가.)
아가일 발렌티아:..도서관? (마찬가지로 의문스러운 기색을 보인다. 예상하지 못했던 답에 가까웠으리라.) 찾아야 하는 자료라도 있나.
헤더 린든:아니, 그냥... (뜸) 미술사 같은 게 궁금해져서?(머쓱하다는 듯 뒷덜미를 쓸고)
아가일 발렌티아:(잠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가 그러려니, 하는 낯이 된다.) 제법 인상이 깊었나 보지.. (직후 물음에는 가벼이 고개를 저어 보이고) 이곳에 있는 도서관의 위치라면 알고 있어. 역 주변 지리를 조금 살폈던지라. (뜸) 바로 가볼 건가.
헤더 린든:... 혹시 몰라서 덧붙이지만, 좋은 인상은 아니었어. (게슴츠레 아가일을 응시한다. 뒤이어 제 턱을 느리게 쓸었고) 급한 일이 아니긴 한데... (짧게 고민하는 눈치다.) 그냥 돌아가기도 아쉬우니. (더 거쳐가야 할 곳이 없다면. 그렇게 덧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가보지 않을까, 하는 의미로.) 그렇다면... (다시금 아가일을
아가일 발렌티아:달리 할 일도 없으니. 일정을 비워두기도 했고.. 혹여나 길을 잃으실까 싶어서. (마지막 문장은 농에 가까웠을 터다. 긍정을 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지, 뭐든 이 건물 앞에서 멀거니 서 있는 것보다야 분명히 낫겠지.
헤더 린든:... 앞장부터 서지. (상대의 등을 가볍게 미는 것으로 농에 응한다. 굳은 눈매에 과장된 불퉁함이 걸렸던 것도 같고.) 나도 이곳에 오래 머무는 건 사양이니까. ...
여러분이 행선지를 정하고 건물 밖을 벗어나기 직전,
당신은 로비에서 한 젊은 여인이 울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합니다.
여인은 실신하듯 울면서 건물의 계단으로 뛰쳐들어갑니다.
헤더 린든:
여인:제발, 제발! 저를 봐주세요! 저는 이대로 사라지고 싶지 않아요! 저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붉은 신이시여!
헤더 린든:(여자를 향해 눈을 돌린다. 이따금 들리는 울음 섞인 말에 표정이 굳었으며...) ... 붉은 신? (곧 아가일에게 시선을 던진다. 당신도 들었냐는 듯이.)
아가일 발렌티아:(층계참 어딘가에 시선이 머무른다. 물음에는 그제서야 느릿하게 당신 쪽을 돌아보고) 종교에라도 연루된 건가.
헤더 린든:(금방 애매한 얼굴을 한다. 갤러리의 관리자들이 소임을 다하여 수습하겠지, 하는 판단을 내리고서야 어깨에 힘이 빠졌다.) ... 이만 가지. 관람객의 신분으로 더 할 것은 없으니까. (그럼에도 여간 찝찝하다.)
아가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섭니다.
그렇게 여러분은,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구에서 지은 공립 도서관입니다.
회원정보 등록을 해야 각종 자료 열람 등이 가능합니다.
1층은 넓은 열람실과 휴게실, 회의실이며 2층은 자료실입니다.
제일 먼저 들어가면 1층 안내 데스크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헤더 린든:(데스크를 향해 조용히 걸음을 옮긴다.) 저기, 이곳 자료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위해서, 자기가 치뤄야 할 절차가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안내 데스크 직원:어서 오세요. 도서관에는 처음 오셨을까요? 자료 열람을 하시려면 회원 등록을 해야 하거든요.
헤더 린든:아, 처음입니다. 회원 등록은 어떻게 하면 되죠?
안내 데스크 직원:여기서 바로 등록해주시면 되세요.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헤더 린든:이름은 헤더 린든, 생년월일은... (오늘따라 이렇게 나불거릴 일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날짜를 마저 털어놓는다.)
아가일 발렌티아:-..아가일 발렌티아. 19XX년 2월 10일입니다.
안내 데스크 직원: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가일 발렌티아:(한쪽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눈썹을 까닥인다.) ..이쪽으로 와본 것은 처음입니다만.
안내 데스크 직원:그래요? 이상하네.. 이미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고 나와요.
헤더 린든:(잘못... 기억하는 건 아닐 테고? 아가일 한 번 힐끗거리다가) 자리는 어쩌다가 옮겼답니까?
안내 데스크 직원:시설 낙후 때문이었을 거예요. 10년도 더 된 건물이었던지라..
헤더 린든:(주위를 둘러보는 시늉.) 확실히 좋아 보이네요. ... 원래 자리는 어디였는지 아십니까?(뜬금없는 질문인가. 더더욱 태연하게 눈이나 깜빡인다.)
안내 데스크 직원:아~ 네. 그 위치에는 지금.. 아마 영화관이 들어와 있을 거예요.
헤더 린든: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데스크를 벗어난다.)
안내 데스크 직원:네, 즐거운 시간 되세요~
헤더 린든:(어디부터 둘러봐야 하나. 가볍게 고민하다가 아가일의 팔을 가볍게 건드린린다.) ... 도서관에 들린 적이 있어?(이쪽은 처음이라고 했었지만. 의아하여 물어보는 투로, 더불어 조금 의외라는 어조다.)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의 물음에는 고개를 젓는다. 누가 기억을 통째로 빼내어 가지 않은 이상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도용이라도 당했나 싶어지는데.. (작은 한숨이 잇따른다.)
도서관은 직원이 장담한 대로 비교적 세련되고 깔끔한 내부를 자랑합니다.
열람실이나 자료실을 자유롭게 들릴 수는 있지만..
정확한 책의 이름이나 키워드를 입력하지 않는 이상은 열람이 어려울 것 같아요.
헤더 린든:(무언가 식은 얼굴을 한다. 미술사도 어설프게 덧붙인 핑계이기도 했으니... 그렇게 멈칫거리다가.)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게 있나? 고민... 해본다.)
......
지금은..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네요.
헤더 린든:(어벙...) ... ... (미술사와 관련된 몇 가지 키워드를 생각해보다가, 안내 직원이 말해준 영화관이 떠오른다. 더 찾아볼 것도 없으니...) 이만 나갈까? 달리 더 들리고 싶은 곳이 생겼는데...
아가일 발렌티아:.. ..더 돌아다녀 봤자 소란이나 피우고 말 것 같으니.. 이쪽은 상관 없어. (달리 들리고 싶은 곳이라는 건, 고개 조금 기울이더니 묻는다.)
헤더 린든:아까 직원이 영화관 얘기를 했던 게 걸려서. 한 번 가보고 싶어지네. ... 어때?
아가일 발렌티아:영화라도 보려고? (눈 깜박인다.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기도..) 원하는 대로 해. 따라와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하루 정도는 도시 가이드라도 해 줄 테니.
헤더 린든:문화 생활을 즐길 틈이 많지는 않았으니까... 나온 김에. (가볍게 으쓱인다.) 그리 거창한 동행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제법 만족스럽다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한 발짝 먼저 뗀 걸음은 가벼웠다.)
도서관을 벗어나, 영화관으로 향합니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관입니다.
현재 상영 중인 여러 영화들이 걸려 있습니다.
'이 자리의 끝에서' '테이크 마이 브레스' '해피 애프터 유'...
원한다면 영화를 하나 골라서 봐도 좋겠죠.
영화관에 들어서면, 한쪽에서 영화관 직원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립니다.
직원1:...그럼 수면클리닉 같은 곳에 가서 상담해보는 게 좋지 않아?
직원1:하긴.. 여기 주위도 전부 많이 변하긴 했지. 여기도 원래 도서관이었다던가?
헤더 린든:...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봅니다. (제법 태연히 던지는 질문이다. 대뜸 낯선 사람들의 대화에 낑기는 취미는 없었으나... 이것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 그 언저리에 걸친 습관일 것이다. 더불어 시선을 끌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고.)
직원들은 당신이 말을 걸자 놀라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조금 끄덕입니다.
직원2:네에, 이 친구가 요즘에 자꾸 악몽을 꾼다고 해서요..
헤더 린든:악몽이요. (고개를 기울이고) 최근 전시회라도 가셨습니까?
직원2:어?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근처에서 유명한 화가의 전시회가 열린다길래.. 남편이랑 갔었거든요. (눈 깜박인다.)
직원1:그나저나.. 필요한 일이라도 있으실까요? (몸을 곧이 세우며 당신을 바라보고)
헤더 린든:뭐... 악몽도 어디까지나 무의식에 의한 문제일 테니. (나아지시면 좋겠네요. 가볍게 덧붙인다.)
아가일 발렌티아:..영화를? (눈 깜박이면서 포스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
음..
안쪽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는 것 같은데요.
멀쩡한 영화관이라고 생각하며 당신이 의문을 가질 때쯤이면,
갑자기,
짜릿한 감각이 당신을 덮칩니다.
마치 온 몸에 강한 전기가 통하는 느낌입니다.
타버릴 듯한 고통에 뇌도 날아갈 것 같은 감각이 울렁거립니다.
……
……
그러나 아픔도 잠시, 당신이 다시 감았던 눈을 뜨면…
이 곳은.. 영화관이 아닙니다.
당신이 다시 자신을 확인해보면,
이전과 같이 10년 전 자신의 모습입니다.
헤더 린든:... (속으로 숨을 삼킨다. 주먹을 느리게 쥐었다 피길 반복하고 도서관, 그 주위를 살펴 본다. 닥친 상황을 이해해보려는 듯이.)
주변을 살피면..
방금까지 옆에 있던 아가일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서관은 조용하고, 시간은 한적한 오후입니다.
데스크 앞 직원은 꾸벅꾸벅 졸고 있어.. 원한다면 조용히 들어가 책을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헤더 린든:(마른 얼굴을 두어 번 쓴다. 내가 미쳤나? 꿈을 꾸나? 생각이 들었으나... 발을 제법 착실히, 조용히 내부로 향했다.)
도서관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책의 양이 워낙에 방대해..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헤더 린든:
......
두 권의 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헤더 린든:(이진법이란 책부터 꼽아 확인한다.)
헤더 린든:(빗댄 제목 같은 게 아니었군... 정직한 제목, 정직한 내용에 조금 흥미를 잃은 얼굴이다. 몇 차례 더 살피며 눈에 들어오는 내용을 찾아본다.) (별다를 게 없다면 나의 공포를 꼽아 확인한다.)
다른 책도 꺼내어 살펴봅니다.
헤더 린든:(익숙한 이름이로군. 단편적인 만남에서야 그렇다 할 인상을 가지긴 어려웠으나... 조금 의외의 내용이라 생각한다. 몇 차례 페이지를 펄럭거리고 덮는다.)
-탁.
책을 덮자..
…도서관 밖으로 벗어나려는 당신 곁에,
10년 후와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의 하라 루스가 다가옵니다.
투명한 필름, 살얼음과 같은 웃음과 함께입니다.
마치 그 자리에 있으나, 있지 않은 것 같은 그녀는..
여전히 나이가 몇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이 가질 않아요.
그러나 당신은...
이윽고 그녀가 점점 불투명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여러 장의 기름 종이를 덧대 겹친 것처럼…
하라 루스는 점점 진해집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
...어째서인지, 이곳에 없는 아가일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하라 루스는 당신에게 웃으며 말을 겁니다.
하라 루스:이제 여기에 왔구나.
헤더 린든:아직도, 황당한 점이야 많지만. (간극) ... 어떤 길을 알려주겠다는 거지?
하라 루스:나와 거래를 하자. 나를 얽매이게 해 줘.
헤더 린든:잠깐, ...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 세상이 끝난다는 건 또 무슨 소리야? 얽매이는 건 또 뭐고, 뭘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제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른다.)
하라 루스:나는 '붉은 관측자'의 신녀.
헤더 린든:(맨 얼굴을 몇 차례 쓸어본다. 벅벅 마른 세수를 하고서야 당혹감이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내 친구에게 문제가 생긴 거라고. (이상한 점이 있었던가. 제 기억을 되짚어본다.)
하라 루스:당신은 이제 '관측'될 거야.
말을 이어나가던 하라 루스는, 잠시 멈춰 서더니 또 한 번 시선을 당신이 아닌 어느 곳에 둡니다.
하라 루스:음… 10년 후의 그가 당신을 보네.
......
다시 눈을 뜨면,
낯익은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피곤하다면, 그만 돌아가지.
헤더 린든:... 어? 아니, ... ... 그래. (조금 멍한 기분이 들어 기계적으로 답한다.)
아가일 발렌티아:딱히.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지.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안하고 맹하니 서 있기만. (...) 미술관 앞에서도 한 번 그랬거든, 너.
헤더 린든:따지자면, 피곤해야 할 사람은 너인데... 이상하게도.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다. 큰일은 아니겠거니, 던지는 농은 무게가 가볍다.)
아가일 발렌티아:아주 멀쩡한 상태도 아니지만.. 피로하진 않아. 남아있는 건 의문 정도인가. (그가 갤러리장을 만나고 싶어했던 이유의 연장선상이다.)
헤더 린든:(괜히 스마트폰을 꺼내 상단 바를 확인한다. 도착한 연락은 없는지 살펴보며 헤더 또한 떠오르는 의문을 곱씹는다. 그런 전시회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하는...) 할 말은, ... 글쎄. (애매한 대답. 뒤이어 떠오르는 의문 하나는 아가일에 대한 것이다. 10년 전 사건을 기준으로, 서로간 뜸해졌던 공백 속에서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그런 궁금증. 다만 마구잡이로 던지기엔 예민한 화제이지 않을까. 헤더, 그가 생각하기엔 조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 진짜 괜찮느냐 물어보고는 싶네. 전시회에 걸린 그림들이 좋은 꼴을 하고 있진 않았잖아. (가볍게 으쓱였다.) 그냥, 뒤늦게라도 더 걱정을 표하는 정도지만.
헤더는 어느 쪽으로 연락을 취했나요?
직원에게 받은 메모의 연락처, 혹은 데릭 루스에게 직접 받은 명함의 주소.
헤더 린든:(직접 받았던 명함 쪽으로 했습니다.)
좋습니다.
약속 잡기를 원한다고 했었으니.. 이후에 전화라도 걸어보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의중을 살피듯 가는 눈썹이 위아래로 움직이기를 반복한다. 생기 없는 눈이나 눈꺼풀 뒤로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함이 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의 신체 기관임을 증명한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변하지 않아.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것. (그러한 결론을 도출해 내기까지의 이야기는, 못해도 이십여 년을 압축해야 했을 터다. 말을 맺으려다가도 그 뒤에 한두 마디를 덧붙인다.)
헤더 린든:(헤더가 아가일을 가만 응시할 적, 그의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올라가길 반복하고 입술을 움직이고 혀를 굴리는 모습을 가만 응시할 적에. 그가 명백히 살아있는 사람임을 인지하더라도 헤더는 속내 구석 자리가 석연치 않았다. 몸이 움직이는 것은 관성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아가일의 몸짓은 관성에 의거한 것들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다. 그런 규칙적이고 한정적인, 안정적인 반응 아래서 어떤 생기 한 줌은 쥐기도 어려웠으니, 쬐는 불빛에도 일렁이는 얼룩 하나 없을, 고요한 눈을 마주한다. 미지근한 사고력으로 무언가 기이하다 판단하는 건 자만이었으니 그저 자기가 이해하기 어려운 삶의 방식이라 넘겨 짚어야만 했다.) ... 내가 괜찮다고 여기면 되는 거겠지.
아가일 발렌티아:(그는 타인에게 공감이라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믿고 아니고의 여부를 떠나서, 제 잣대를 상대에게 겨눌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이 주가 된다. 스스로 만들어 낸 가시로 옭아매고 고통을 감내함으로써 벼려 내어야 하는 대상은 본인 한 명이면 충분했다. 욕심이나 거창한 희생 정신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담담하게 제 상황을 객관화시킬 줄 아는 인간일 뿐.)
이런저런 상념을 담은 채 교회로 향합니다.
당신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아가일의 야망은 무엇일까요.
간극 속에서 그 답이 얼핏이나마 보였을까요..
웅장한 크기의 교회입니다.
근방에서 제일 큰 건물인 듯 싶습니다.
보자마자 돈을 얼마나 바른 것인지 감이 안올 정도로 휘황찬란한 건물의 교회는, 외벽에 한 슬로건을 걸어 놓았습니다.
'곧 그 때가 오리니! 우리는 눈을 감는다.'
건물 앞에는 한 비석이 놓여 있습니다.
비석에는 '후원자, 토마스 휴고'라고 써 있습니다.
헤더 린든:기억에는 없는 이름인가?(비석을 보곤 중얼거리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일전에 화재로 사망자까지 나왔다 했으니... 남아있는 흔적이 있을까 싶어서. 아니더라도 향할 길을 파악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름은..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의 것이지 싶습니다.
당신과 아가일이 교회 근처까지 다가가면,
한 사람이 다가옵니다.
그는 자신을 이 교회의 '신도'라 소개합니다.
신도:어서 오세요. 신께서는 모두를 관측하여 굽어 살피고 계시죠.
친절하게 자신을 소개한 신도는..
.......
아가일의 눈을 보더니,
한껏 웃음을 지으며 갑작스레 아가일의 팔을 붙잡습니다.
신도:아! 당신이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막무가내의 행동입니다.
신도는 인상을 찌푸린 그를 교회 안쪽으로 끌고 가려 하며, 계속해서 말합니다.
신도:귀하신 분이시여. 당신이 오셨다는 것은 곧 그 때가 온다는 것일 터입니다. 내가 나로 인해 나만 존재하는 그 때가!
헤더 린든:아니... (미쳤나? 당황스럽게, 상스러운 몇 마디가 입안으로 튄다. 아가일을 붙잡는 손길부터 잡아 떼기 위해 손을 올린다.)
당신이 그를 말리려 하면..
신도는 급격히 차가운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신도:누구십니까?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고 조용히 사라지시죠.
헤더 린든:이쪽의 일행이니 남의 일은 아니죠. 이게 무슨 무례입니까? (어이가 없다. 입꼬리 한쪽이 비틀렸다.) 일단 손부터 놓으시고, 떨어지십시오.
신도:..감히, 감히 어딜 손을 대!
신도는 표정을 싹 지우더니 당신을 향해 손을 듭니다.
그 순간-
갑자기 신도의 두 눈이 번쩍 뜨이더니,
무엇인가를 본 것 마냥 덜덜 몸을 떱니다.
그러고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습니다.
이윽고 그는 발작을 일으키더니 입에 거품을 뭅니다.
헤더 린든:
......
신도:이럴수는없다.나는나는나는나는누구인가.나는지금어디에있는거지.나는나는아이?어른?노인?태아?그것도아니면나는?나는?나는?
......
그러더니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주변에는.. 다시 정적만이 감돕니다.
헤더 린든:교회 맞아?(얼굴을 팍 구기고 중얼거린다.)
아가일 발렌티아:(인상이 드물게 찌푸려져 있다. 느릿이 잡혔던 팔을 다른 손으로 누르며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다.)
헤더 린든:터가 안 좋다는 말이 헛된 소리는 아닌 모양인지...
들어가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
아마 저 신도 같은 사람들이 한가득일 것이라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아가일 발렌티아:(교회 쪽을 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쉰다.) 시간이.. 슬슬 늦은 것 같은데.
헤더 린든:(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아. 하는 감탄사 하나를 뱉는다.) ... 이참에 전화로 연락을 해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러며 스마트폰을 꺼내 받았던 명함에 적힌 주소로 연락해본다.)
당신이 명함 속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얼마 못 가 이전에 만났던 데릭 루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데릭 루스:네, 데릭 루스입니다.
헤더 린든:안녕하세요, 린든입니다. 갤러리에서 뵙고 명함을 받아 이쪽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지금, 통화 괜찮으십니까?
데릭 루스:아, 아까 맑은 눈 앞에서 마주쳤던 분이시군요. 예, 통화 가능합니다. 우리 하라가 신세를 진 모양이더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헤더 린든:아뇨. 신세라뇨. ... 그것보다, 언제 만나 뵐 수 있을지가 궁금해서요. 아까 보니 제법 바쁘신 듯 해서...
데릭 루스:아아.. 그렇다면 3일 후-.. 오후 1시 정도는 어떠십니까. 그 날 이후에는 아무래도 식사 약속을 잡기는 빠듯할 것 같아서요.
헤더 린든:아... (아가일 본다. 뻐끔뻐끔 시간이 괜찮느냐 물으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가일 발렌티아:(물끄러미.. 상대를 바라본다. 잠시 생각하다가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긍정의 의미일 터다.)
헤더 린든:네, 가능합니다. 동행자도 괜찮다고 하네요.
데릭 루스: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전에 뵈었던 맑은 눈 건물 쪽으로 오시면 될 것 같군요. 안내를 따로 준비해 두겠습니다.
헤더 린든:알겠습니다. 그럼 3일 후에 뵙죠. ...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전화를 끊습니다.
해가 어느 새 거의 저물어 가고 있는 시간이네요.
아가일은 다시금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3일 뒤.. 이고. 이 도시에서 더 둘러보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
헤더 린든:더 둘러볼 곳이... (남았나? 제 행방을 되짚어 본다.)
아...
음..
다시.. 고민해 봅시다. (...)
헤더 린든:(다시... 고민해봄...)
..번쩍!
헤더의 머리로..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하라 루스는, 분명 아가일에게 '어떤 말'을 하면 당신이 '관측'될 수 있으리라 했죠.
그것을 통해.. 과거를 바꾸라고요.
당장 생각나는 곳은 이곳과, 영화관.
그리고.. 어쩌면 이런저런 사건들에 대해서는..
파출소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형사이니, 그곳이 조사에 조금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어쩌면.. 처음 하라 루스를 조우한 맑은 눈 건물에도 무언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헤더 린든:파출소에 들려보고 싶은데. 음... 방금까지 석연찮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여러모로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미리 염두해 둘 것들이 많지 않을까. 그런 소리다.)
아가일 발렌티아:(눈 깜박인다. 원하는 대로 하라는 듯 이내 고개를 끄덕였을까..) 그럼, 시간은. 여러 곳을 돌아다닐 심산이라면 이르게 만나는 편이 좋겠지 싶은데.
헤더 린든:웬만하면 편한 쪽으로 내가 맞출 순 있긴 한데. ... 11시 어때?
아가일 발렌티아:그래, 그럼. 11시로. (가볍게 긍정을 표한다.) 이쪽은 캠든타운 쪽에서 거래 건으로 약속이 있어. 곧 그쪽으로 이동할 예정이라- 먼저 들어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헤더 린든:그래. 그럼... 마저 수고하고. (느리게 깜빡이다가) ... 그래도 이렇게 만나니 좋았어. (가볍게 손을 흔든다. 먼저 들어가겠다는 듯 몸을 돌리며.)
아가일 발렌티아:내일 다시 보지. (고개 까닥이고는 뒷모습에 한동안 시선을 주다가 저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
당신은, 그렇게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다음 날, 오전 11시.
두 사람은 패링던역 앞에서 다시 한 번 조우합니다.
오늘은 어느 곳을 둘러 볼까요?
헤더 린든:파출소를 먼저 들렸으면 하는데... (힐끔힐끔. 괜찮나?)
아가일 발렌티아:원하는 대로. (고개 끄덕이고는 파출소 쪽으로 앞장선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거리인 만큼 분주한 파출소입니다.
단순한 분실물 찾기를 도와주는 일부터, 절도나 강도 사건까지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길을 잃는 아동들도 종종 보호합니다.
헤더, 얻고자 하는 정보가 있나요?
헤더 린든:(보육원에서 났었다는 화재 사건에 대한 정보?)
경찰:낯익은 얼굴인데.. 실례지만 이름과 직함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헤더 린든:... 헤더 린든입니다. 형사라 몇 번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네요.
경찰:(잠시 키보드를 두드리며 모니터를 들여다보더니) 아- 네. 반갑습니다, 린든 형사님. 이름은 건너 지부에서 몇 번 전해 들었어요. ..-헌데 이곳까지는 어쩐 일로?
헤더 린든:(고개만 살짝 끄덕인다.) 혹시, 일전에 보육원에서 일어었다는 화재 사건에 대한 자료가 남아있을까요? 남아 있다면, 열람도 가능할지.
경찰:보육원..? 아, 10년 전에 있었던 그곳 말이죠. 글쎄요, 워낙 오래된 사고에 흐지부지되어서 이렇다 할 정보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만은.. 잠시만요. (뒤편에 위치한 사건 파일을 훑어내다 하나를 꺼내 온다.)
헤더 린든:10년 전이요. 범인도 찾지 못했다고요... (골똘히 생각하는 양 입술을 두어 번 잘근거린다.) 화재의 원인이나... 남은 생존자들의 수습은 어떻게 이루어졌던가요?(다른 보육원으로 흩어진 건가?) ... 다시 보육원이 재건되지 않고 다른 건물이 들어서는 게, 흔한 경우인가 싶어... .
경찰:(고개를 가벼이 젓더니) 찾지 못했습니다. 서에서도 그닥 중요히 그 사건을 다루지 않더군요. 살아남은 아이들은.. 입양되거나 다른 지역에 있는 보육원으로 옮겨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그렇군요... ... . 교회가 들어선 후 신고 같은 건 없었습니까? 교회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신도 쪽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경찰: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만.. 아.
헤더 린든:(어제...) ... 알겠습니다. (더 물어볼 게 남았던가? ... )
다시.. 생각해봅시다. (!)
헤더 린든:
아가일 발렌티아:.. ...10년 전 안구 상해 사건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습니까. (뒤에서 헤더가 하는 양 보고 있다가 불쑥..)
경찰:아? 음, 네. (당신의 안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시만요. 이것도 오래된 일이라 뭔가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헤더 린든:혹시 기자 쪽 연락처가 남아있을까요? 칼럼을 개시한 신문사나 사이트 주소도 괜찮습니다.
경찰:연락처는 제 쪽에 없습니다만.. 아마 도서관에 그 기자의 칼럼이 남아 있을 겁니다. 5년 전쯤에 발표된 것이라.
헤더 린든:(오, 고참) 알겠습니다... 덕분에 수고를 덜을 수 있었네요.
아가일 발렌티아:(얻어낼 걸 다 얻었다면 나가도 상관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가벼이 까닥인다.)
헤더 린든: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러며 출구로 몸을 돌린다.)
경찰서를 나섭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다음 행선지는.. 정하셨는지. (당신 돌아보면서 느릿이 입을 연다.)
헤더 린든:(가만 끄덕인다.) 도서관으로. 기자가 쓴 글이 신경 쓰여서...
아가일 발렌티아:(잠시 생각하다가 먼저 발걸음 옮긴다. 약간의 정적이 이어지다가)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일에 대해서 파고드는 거.
헤더 린든:가치? (미간에 주름이 인다. 다시금 가치...라고 중얼거리더니 잠시간 입을 다물었다.) 너는 어떤데? 이 일에 파고드는 데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아가일 발렌티아:이쪽이 먼저 물은 것 같은데. (눈을 조금 가늘게 뜨고 당신을 바라보다가 제 입가를 손끝으로 느릿하게 쓸어 내린다.) 미련을 끊어내는 과정이야. 유의미한 결과가 있다면 큰 탈 없이 마무리할 수 있겠다만은.. 아닐 경우에는, 글쎄. (제가 어떻게 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제 통제 범위에서 반 걸음 정도 벗어나 있는 일이었으니, 그가 그간 느낀 일련의 불쾌함은 전부 이곳에서부터 기인한다.)
헤더 린든:무슨 이유로 이런 질문을 던지나 싶어서. 별 가치가 없다고 대답할 수도 있잖아. (가늘어진 시선을 마주본다. 금방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고 제 손을 모아 깍지를 꼈다. 마치 신자라도 되는 것처럼. 다만 어색하게 팔을 늘어뜨리기 싫어서 모은 것이다.)
아가일 발렌티아:없다면 없는 쪽이겠지. 이쪽이 네 의견에 왈가왈부할 당위가 있던가.. (너를 시험할 만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나뿐인 시선은 다시 천천히 굴러 전방 어딘가로 향한다.)
헤더 린든:무어라 덧붙일 수는 있겠지. 아예 관련이 없는 일도 아니잖아. (으쓱인다.) 네가 괜한 소리를 더할 사람은 아니기도 하고... 네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니까. (왈가왈부하거든, 유념해야겠다는 투다. 아예 진심인 것 아니겠으나...)
아가일 발렌티아:결국 못 두고 보는 편이잖아, 너. 염세적이어도 종국에는 그럼 그렇지, 하면서 무어라도 네 나름대로 할 만한 일을 찾으러 나서니.. 피곤해지기 딱 좋은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말투에 고저가 없어서 그렇지 내용은 영락없는 농조다.) 사람과 사람 간의 연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 중요한 건 그중 어느 실이 우선순위가 되느냐는 거고. (너를 감싼 것인지, 이쪽을 감싼 것인지. 이 물음은 입 밖으로 흘러 나오지는 않았다.)
걸음을 옮겨,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어제 본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도서관입니다.
자료실은 2층에 위치해 있으며, 검색을 통해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2층으로 올라가 칼럼의 제목을 검색한다. 그러니까... 범죄 칼럼 :: 숨어 있는 야생의 광기... 그것을.)
해당 제목을 검색합니다.
국내에서 벌어진 여러 범죄들을 다룬 칼럼입니다.
..10년 전 아가일이 당한 안구 상해 사건에 대해서도 다루었네요.
뒤에 기자의 연락처가 적혀 있습니다.
헤더 린든:(혀를 작게 차고는 기자의 연락처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둔다. 자리를 옮겨 연락을 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떨떠름한지 불쾌한건지 애매한 얼굴로 아가일을 보던가.) ... 읽어본 적 있어? (바로 손안에 들린 글에 한정된 질문은 아닐 거다. 이런 글을 찾아 읽은 적이 있을까 궁금했던 건지...)
아가일 발렌티아:없진 않지. 뒷조사라도 조금 시켜볼까 했었는데 마땅한 정보가 나오지도 않았고. (애초에 실없는 곳에 인력을 낭비하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는 인간인지라 본인의 감정과는 별개로 이 사건에 대해 오래 매달리고 있지 않았을 공산이 높았겠다.)
헤더 린든:... 페이지가 찢겨져 있어서. 다음이 궁금하니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곤 주머니에 넣는다. 아가일의 말을 가만 곱씹는 눈치다. 그렇다면 이것도 유의미한 조사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공연히 허탕을 치는 걸 수도 있고.) ... 나는 정말 아는 게 없으니, 뭐라도 뒤져봐야 할 것 같거든.
아가일 발렌티아:.... ..뭐?
눈을 감았다 뜨면..
낡고 작은 교회입니다.
현재에는 자취를 감추었으나,
10년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운영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 앞으로 가면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 목사 한 명이 보입니다.
헤더 린든:(어린애는 없는 건가. 그래도 이젠 낯선 상황에 빠지는 것도 조금은 익숙해졌다. 느릿하게 걸음을 옮겨 목사에게 다가간다.) 저어... (운을 띄우는 투. 다만 무어라 덧붙일지 떠오르지 않아 쭈뼛거리는 모양새다.)
목사는 당신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고개를 당신 쪽으로 돌립니다.
?? ???:아- 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분인 것 같은데.. 신도님이실까요?
헤더 린든:(뜸) 아뇨, 교회는 아예 처음입니다. (교회를 바라본다. 한 번 들어가보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눈치. 그리고 간극.) ... 다니고 싶어서요. 처음인 경우는 책임자이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아서. (느리게 끔뻑인다. 가능할까요? 조용히 덧붙이던가.)
?? ???:(말의 진위를 파악하듯 느릿이 눈을 깜박이더니 웃음을 짓는다.) 책임자라면.. 제가 가장 가깝겠죠. 에반 클라크라고 합니다. 이곳의 목사이자.. 설립자예요. (인사를 청하듯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헤더 린든:(내밀어진 손을 물끄럼 바라보다가 악수한다. 짧은 시간이 지나서야 손을 놓았고) 반갑습니다. (주위를 더 둘러볼지, 무어라 말을 덧붙일지 몇 차례 고민한다. 말이 느릿느릿 뱉어지니 뜸을 들이는 모양새로 비춰지겠다. 긴가민가...) ... 그럼 나중에 다시 들리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하며 고개만 가볍게 까닥였다.)
?? ???:물론이죠. 언제든 찾아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드러운 투. 당신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사람 좋게 웃어 보인다.)
......
......
다시, 도서관입니다.
아가일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네요.
아가일 발렌티아:..-목소리. 안 들리는지 물었는데. (고개를 기울이며 묻는다.)
헤더 린든:(아. 얼빠진 탄식이 작게 울렸다.) ... 잠깐 멍했나 봐. (으쓱이고는) 기자에게 연락부터 해볼까? (권유나 제안보다도 확인에 가까운 질문이다. 정해진 순서가 없으니 단계를 잘 확인해야 하는 이치니까.)
아가일 발렌티아:굳이 질질 끌고 있을 이유도 없으니까. 눈앞에 있는 흔적부터 따라나가는 게 낫겠지. (얼마간인가 더 시선을 당신에게 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헤더 린든:(고개를 주억인다. 머리카락을 짧게 쓸다가 스마트폰의 자판을 몇 번 두드려 연락처를 찾는다. 적혀져 있던 것을 떠올리며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고서야 확인 버튼을 눌러 연락을 취한다. 물을 것은 칼럼의 전문에 대한 것이겠지...)
수신음이 몇 번인가 울리면..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낯선 음성이 들려옵니다.
전화 너머의 목소리:네, 엔조 홀트입니다.
헤더 린든:(목소리가 들리자 아가일을 보곤 고갯짓한다. 통화하기에 더 알맞은 밖으로 향하자는 눈치였고, 걸음을 몇 번 내딛으며 말을 이었다.) 안녕하세요. 헤더 린든입니다. 기자님께서 적은 칼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데, 지금 통화 괜찮으실까요? (그리고 빠르게 덧붙였다.) 기억하실진 모르겠지만, 10년 전 일어난 안구 상해 사건에 관한 칼럼에 대한 겁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수신호를 어렵잖게 이해하고는 함께 도서관 밖으로 걸음하기 시작한다.)
전화 너머의 목소리:(잠시 침묵한다.) ..오래 전에 마무리한 이야기입니다만. 이제 와서 그것에 대해 알아내려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헤더 린든:알아내려는 이유요. (반문 후 말이 없다.) 사건 관계자가 원해서... 라고 하면 답이 됩니까? (이런 대답은 사칭 같기도... 괜히 난감하단 얼굴이다.) 칼럼 전문을 보고 싶은데, 자료가 훼손되어 어려운 상황이더군요. 남은 자료가 있을까요?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걸로도 상관없습니다.
전화 너머의 목소리:(정적. 전화를 끊었나 싶었을 때쯤, 직전보다 한층 낮아진 목소리가 들려 온다.) ..패링던에 있는 A건물 신문사로 오시오. 말로 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으니.
헤더 린든:알겠습니다. ... 금방 뵙죠.
당신의 대답을 들은 직후 통화 종료음이 울립니다.
헤더 린든:... ... A건물 신문사로 오라고 하네. (...) 가자. (이런 장황한 나들이 계획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가일 발렌티아:(가볍게 한숨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유의미한 게 있었으면 좋겠어, 슬슬.
아가일의 안내를 따라 A건물로 향합니다.
신문사가 있는 건물입니다.
작은 신문사이므로 건물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보안은 나름 철저하여 1층에는 시큐리티와 안내 데스크가 있습니다.
보안관은 당신과 아가일을 보더니 곧장 다가옵니다.
보안관:어떤 용건으로 찾아오셨습니까.
헤더 린든:신문사 기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엔조 홀트 기자요.
보안관: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무전기를 꺼내 몇 마디인가를 주고받더니 느릿이 당신과 아가일을 훑는다.) ..이쪽입니다.
보안관은 여러분을 2층 휴게실로 안내합니다.
편안한 분위기의 휴게실에는, 선객이 존재하는군요.
피로한 인상의 중년 남성은 여러분을 보고 느릿이 소파에서 일어납니다.
엔조 홀트:자네가 전화로 10년 전 사건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인가.
헤더 린든:(반갑습니다, 따위의 인사치레는 목까지 올라갔다가 흩어진다.) ... 맞습니다. 직접 보는 게 낫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일단, 어디까지나 사건과 칼럼에 대한 질문 뿐이었으니... 구태여 만날 필요가 있었느냐는 소리다.)
엔조 홀트:그야, 통화 상으로는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오. 헌데.. (당신의 뒤편에 자리한 아가일을 바라본다.) 동행인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소만.... (안대에 시선이 멎는다.) 저 사람이 그 사건 당사자인가?
헤더 린든:... 덧붙인다는 걸 깜빡한 모양입니다. (하며 가만 고갤 끄덕였다. 어차피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았으니까. 그런 생각이었겠지.)
엔조 홀트:본인이 상관 없다면야. 앉으시오. (맞은편 소파를 가리키더니 다시 제 자리에 앉는다.)
헤더 린든:(맞은편 자리에 착석한다.) 우연하게도요, 도서관에서. ... 다만 칼럼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페이지가 찢어져 있었거든요. (제 무릎 위로 손을 얹다가) 그래서 궁금합니다. 무슨 이야길 꺼내시려는지... 종교 단체를 조사하셨다고요.
엔조 홀트:(느릿이 한숨을 쉬더니) 5년 정도 된 일이오. 당시의 나는 여러 범죄에 대한 칼럼을 쓰며 활동하고 있었고, 그 안구 상해 사건도 그 중 하나였지.
헤더 린든:(손가락을 까닥인다. 무릎과 검지가 이따금 마찰하여 툭 툭 소리를 냈다. 천장을 잠시간 바라보며, 무슨 자재를 썼을까 생각해보길 몇 초. 홀튼을 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지금은 아는 게 더 시급한 문제라서. ... 남은 자료는 더 없나요? 협박 편지 따위도 괜찮습니다.
엔조 홀트:더 파고들수록 남는 것은 위험밖에 없을 텐데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길게 호흡한다. 흡사 담배를 피는 것과 같은 숨소리였다.)
엔조 홀트 기자는 그리 중얼이더니, 품 안에서 작은 수첩을 건넵니다.
건넨 것은 낡은 가죽 수첩으로, 작지만 두툼합니다.
엔조 홀트:이 수첩이 도움이 되길 바라네.
기자는 그리 중얼이고는 휴게실 밖으로 나섭니다.
..수첩을 펼쳐 볼까요?
헤더 린든:... (수첩의 모서리를 문지른다. 곧 손가락은 미끄러져 수첩의 겉과 속지 사이를 파고들었고, 그러며 천천히 틈새를 펼쳤다.)
열어보면, 안에는 여러 글과 스크랩한 신문 기사들로 가득합니다.
붉은 관측자에 대해 조사한 내용들로 빼곡하네요.
헤더 린든:(수첩을 들고 펼친 것은 자신이었으니, 다시금 편히 확인하란 듯 아가일에게 넘겼다. 건네는 낯은 평온하다. 조금 자신이 없다는 듯 눈이 연신 깜빡이던 것 같고. 헤더의 시선은 수첩 마지막 부분에서 오래 머물렀다.)
물음에 아가일이 당신과 시선을 맞추면..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건물은, 아무래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나 봅니다.
의미를 묻는 듯 그 자리에 가만 앉아 눈썹을 까닥이는 아가일만 남아 있네요. (...)
헤더 린든:(아 텄다.) 10년 전에 기억나는 거 없었냐고. (수첩으로 향해 고갤 까닥였다.) 단체 이름도 붉은 관측자인데... 너와 약간의 관련은 있을지도 모르니까. (..;;;)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글쎄. 종교 단체라는 것을 보니.. 어쩌면 어제 갔던 그 교회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정도. 당시에는 종교에 몰입했었음, 정도밖에는 알아내지 못했었으니까.
헤더 린든:(천장만 가만 바라본다. 뻘쭘한 낯...) 도서관에 잠깐. 운이 좋으면 도움이 될 자료를 찾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오늘은 마지막 행선지는 도서관이 되지 않을까. 느긋하게 자릴 털고 일어난다.)
아가일 발렌티아:(원하는 대로 하라는 듯 고개 가만 끄덕이고 일어난다.) 일이 마무리되면 당분간 패링던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게 될 것 같은데. (...)
다시금,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달리 검색할 자료가 떠올랐나요, 헤더?
아니라면..
헤더 린든:(피가 마른다는 얼굴로 아가일을 본다.) ... 내가 뭐라고 했더라? 10년 전에 넌 무엇을 보고 있었느냐고. (...) 그랬던가?
......
다시, 교회입니다.
몇 시간 전에 보았던 것처럼.. 목사는 화단에 물을 주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 (목사를 향한다. 인기척을 내는지 작은 헛기침을 몇 번 내고서) ... 목사님?
에반 클라크:(목소리에 당신을 돌아본다.) 아, 네. 무슨 일이십니까?
헤더 린든:(그러고서는 말이 없다. 뭐라고 이르는 게 좋을까 머리가 복잡한 탓이다. 최대한 기억에 남도록, 덜 수상해 보이도록 말을 전달하고 싶었으니까. 다만 헤더는 달변가가 아니었으므로.) ... 혹시 아드님이 있으신가요? (... ...)
에반 클라크:...예? (당신의 물음에는 다소 놀란 기색을 보인다. 당황에 가까웠던가.. 물뿌리개를 내려 놓고 턱을 천천히 쓸어내리더니)
헤더 린든:교회에 데려오지 마세요. (헤더는 빠르게 머릴 굴리고, 오래 고민한 게 무색하리만치 간결한 대답을 내뱉었다.)
에반 클라크:..... .....
이 세상에 신의 뜻을 전하는 이는, 간결히 흘러나온 말에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부드러우나, 진실을 꿰뚫기라도 할 듯 그 눈동자에는 이채가 서려 있었습니다.
에반 클라크:...아무래도.. 당신의 얼굴을 보건대, 하나님께서 저에게 당신을 소개해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헤더 린든:(어떻게 서두를 꺼내야 하나... 눈가가 우글거리며 구겨진다. 미간 사이로 주름이 도드라졌다.) 후에, 사이비 종교 단체와 마주하실 겁니다. (이단이라고 해야 할 지...) 그들은 교회의 부지를 탐내고, 신자에게 전도를 하는 식으로 근처에서 도사릴 거고요. 당신이... 단체에 파고들거든, 아드님이 실종되실 겁니다. 상관하지 않으셔도 실종되실지는 모르겠지만... (뜸) 다만, 교회에 데려오지 않으신다면 그런 사고는 피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이 사실대로 설명을 하면,
......
에반 클라크 목사는 지긋이 당신을 바라보다 말합니다.
에반 클라크:....제가 얼마 전부터 꾸던 꿈이 맞았군요. 기이한 꿈을 꾸었습니다.
헤더 린든:... (또다시 꿈인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음에 긍정한다.) 그럼에도, 여간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 그러니 무언가가 바뀌길 바랍니다. 목사님께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에반 클라크:(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신기한 일이죠. 당신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목사는, 정원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에반 클라크:.. ..제가 꿈을 꾸며 매번 생각했던 것입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강렬한 예감이 드는군요.
당신이 그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다시, 현재의 도서관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곧장 시선이 마주쳤을 터다. 다만 이번에는 상대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고요히 기다릴 뿐이다.)
헤더 린든:(주위를 잠시 둘러본다. ... 정원이라도 파헤치라는 건가?) ... 도서관 건물 밖으로... 화단이 있던가.
아가일 발렌티아:..있기야 한데.. (그로서는 도통 맥락을 짚을 수 없는 표현에 눈썹을 까닥인다..)
......
헤더, 삽 같은 물건이 있나요? (....)
찾는다면야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은..
아무래도 대낮에 멀쩡한 도서관의 화단을 파는 건.. 다소 기묘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와 보는 것은 어떨까요?
헤더 린든:... ... ... (주머니를 몇 번 뒤적이다가 스마트폰 메모장에 간결한 내용을 입력해둔다. 그러며 고개를 주억이던가...) ... 아니, 그냥. (으쓱.) 도서관은... 이제 된 것 같은데... ... .
아가일 발렌티아:(잠시 건물 내에 위치한 시계를 흘긋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럼.. 오늘은 이쯤 하고.
헤더 린든:갤러리를 다시 들린다는 걸 깜빡했으니... 거기랑, 아마 도서관에 또 들려야 할 것 같고. (더 있나? 애초에 행선지는 제법 유동적으로 변했던 것 같아서...) 더하기 알파? (...)
아가일 발렌티아:......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다 도서관의 출구 쪽을 향해 고개를 까닥인다. 마무리를 뜻하는 제스처다.)
두 사람은 그렇게, 다시 한 번 도시의 거리로 걸어 나옵니다.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은 침묵이 두 사람을 감돕니다.
아가일 발렌티아:(평소와 같은 낯을 고수하며 발걸음한다. 다만 중간중간 미간이나 관자놀이 부근을 짚는 움직임이 종종 보였던가.. 그렇게 5분여 가량이 지났을 적에, 문득 하나의 물음을 당신에게 건넨다.)
헤더 린든:... 뭐? (얼빠진 반문이다. 아가일이 몇 걸음을 더 내디딜 동안 다리가 멈췄다. 질문을 곱씹고, 그 저의를 되짚느라.) ... 아니, (그럼 저쪽을 도와주리? 후원 따위라도 하며? 그런 비아냥이 목구멍 끝에서 멈췄다. 앓는 소리를 한숨처럼 내뱉으며 눈가를 쓴다. 많이 갑작스럽고, 기이한 물음에 속이 덜컥거렸다.)
아가일 발렌티아:글쎄, 도울 이유도 없지 않나. 따지려 드는 건 아니다만은..
헤더 린든:... 뭔가, 답지 않네. (...) 그런 질문을 던지기에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바람 빠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걸음은 느긋하나 보폭은 컸다. 아가일과 다시 나란히 설 때 그 폭은 줄어들었다.)
아가일 발렌티아:(상대와 걷는 기로가 같아졌을 때 즈음 걸음걸이가 미세히 느려진다. 시선은 여전히 정면에 둔 채 당신이 되돌려준 문장들에 대해 곱씹었을 터다.) 답지 않다는 게 뭔데. (간극) 글쎄. 가늠해보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더 소요되었거든. (애초에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거의 입에 담질 않는 사람이었다. 당신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거니와, 자기 자신만의 손해득실을 따졌을 때는 진작 결론이 도출되었으리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가 평소라면 입에 담지도 않았을 물음을 꺼낸 이유는..)
헤더 린든:(답지 않다는 것. 이미 정형화되어 학습된 루트가 있다는 것으로 헤더는 많은 것을 알려 하지도, 알지도 않았으나 익숙하다고 여긴 건 있었다. 비좁은 틈 하나가 없는 낯이나 무던한 반응, 구태여 되짚지 않고 제 갈 길로 나아가는 지향성, 보기엔 그리 구차한 점도 없었다. 상대는 칼같은 사람이었다. 가치를 물어온 질문이야 의아하더라도, 그럴 법 했으니 괜찮았다. 다만 두 번째로 사유를 물어올 때, 헤더는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판단하기로, 대답은 이미 충분하지 않았나 싶었다. 다시 물음을 던지는 이 상황은 낯선 순간이었다. 곁눈질로 아가일의 보폭을 살폈다. 걸음은 멎지 않았다.)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던지는 것? (으쓱인다.) 그리고 네가 나에게 던지기엔 애매한 질문이라고도 생각해서. (말끝은 툭 떨어졌다. 소리는 순식간에 사그러들었다. 끝맺음이었나 싶을 때에 입을 연다.) ...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 (아마도.) 자세한 까닭은 모를지언정... 너에게 해를 끼치진 않겠다는, 그러니 깊게 파고들 이유는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왜 이쪽을 돕느냐는 물음을 곱씹는다.) 확신이라도 필요했던 건가?
아가일 발렌티아:(명확한 확신을 담지 않은 채 돌아온 답이었으나 그는 이에 침묵한다. 달리 말하건대 아주 부정하지는 않겠다는 뜻이 된다. 적당한 말을 고르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며칠.. 계속 붙어 있었더니 이쪽에게까지 옮은 모양이지. (누구에게부터, 무엇이. 그는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나 맥락상 이해에 큰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았을 터다.)
헤더 린든:(금방 애매한 얼굴을 한다. 미간은 좁아들었고 입은 꾹 다물렸다. 숨은 고르고 불쾌한 기색은 없었다. 헤더 그는 아가일 당신을 빈틈이 없는, 파고들 곳 하나 없는, 그 차체로 충분한, 아마도, 완전할 사람이라 생각했으니까, 그와 당신으로부터 일 균열을 없거나, 있어도 자신에게서 나겠다고 어렴풋 생각했다. 그러니 예기치 않은 변화다. 그를 선고하는 사람 또한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전파, 그에 따른 변화, 균열, 전복... 몇 가지 단어가 헤더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웃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조금 낯선 탓에. ... 괜찮느냐는 물음이 다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나쁜 것 같아? (그 '옮음'이 보기엔 어떤가, 하는 물음이 튀었다.)
아가일 발렌티아:(상념이 흐르나 이전만큼은 길지 않다. 이미 그 안에서 결론을 내린 탓이다. 땅에 뿌리를 박은 이상 갈래는 어렵잖게 퍼져 나가며, 더 이상 흔들리거나 불확실에 흔들릴 필요 또한 없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으므로.) 두고 봐야겠지. (유예를 둚은, 그가 그 틈새에서 무언가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사라진 이의 흔적을 눈으로 얼마간 쫓다가,
당신 또한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갑니다.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벌써 세 번째.
당신은 재차, 패링던역에 발을 들입니다.
역 출구 앞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아가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제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그가 인사와 함께 당신 쪽으로 걸어옵니다.
그러고는 물었겠죠, 오늘은 무얼 해 볼 심산이냐고.
헤더, 어떻게 할까요?
헤더 린든:갤러리부터 잠깐 들릴까 하는데... (확인해야 할 게 있었던 것 같다... 아마... 곰곰...)
아가일 발렌티아:(고개 끄덕이고는 익숙하게 보폭 맞춰 걷기 시작한다.)
눈에 익은, 하얀색 외벽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건물 앞에는 크게 '맑은 눈'이라는 명패가 걸려 있고,
그 앞에는 작은 건축물로 여자아이 두 명이 서로 손을 잡고 녹아내리고 있는 동상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헤더 린든:(주위를 가만 둘러본다. 일전에 들렸을 때와 큰 차이 없는 모습이구나, 하는 감상을 가지고 마저 건물 내부로 걸음을 옮긴다.)
건물 내부로 향합니다.
이 또한 익숙한 전경입니다.
'케일 워커 작고전'이라는 간판, 안내 데스크,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들 등..
무엇을 해볼까요?
아가일 발렌티아:..전시회라도 다시 둘러볼 셈인가. (눈 느릿이 깜박이더니 당신을 가만히 바라본다.)
헤더 린든:음... (그러길 원하냐는 듯 아가일을 빤히 응시한다.) 저번에 봤던 여자가 신경 쓰여서. 한 번 물어나 볼까 싶고... (더 뭔가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아가일 발렌티아:(지칭하는 대상을 떠올리는 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제 목덜미를 느릿이 쓸더니) 외부인 같던데, 그 사람. 얼마 못 가서 쫓겨났을 걸.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있다면 한 번쯤은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헤더 린든:(그런가. 몇 마디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기다려서 만날 정도로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아닌가? 그는 종교인으로 보였으니까.) 잠깐 있어 볼까?(데스크에라도 물어볼까 싶었다. 괜찮은 방도일진 모르겠고... 시간 허비하기엔 좀 아까우니까.)
......
여인이 설령 다시 오더라도, 경비원들이 가만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어쩌면 입구에 들어오기도 전에 막힐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추측대로, 이곳에서 할 일은 분명히 있습니다.
헤더 린든:
..다시 고민해 볼까요?
헤더 린든:
.......
뭐..
기다린다는 말에 아가일이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으니..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물론 그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까짓거 떠오를 때까지 고민해보죠!
헤더 린든:(쓰으으으읍... 오늘따라? 머리가 멍한 것 같기도?? 천장 봤다가 ... 한 번만 더 고민해본다...)
......
아!
생각났습니다.
헤더, 하라 루스를 가장 처음 만난 곳이 어디였는지 기억하나요?
헤더 린든:(어디더라... 갤러리 앞? 그림에서도 본 것도 만났다고 할 수 있나?)
맞습니다.
갤러리, 즉 이 건물 앞에서였죠.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혹시 기억하고 있나요?
헤더 린든:(과거로 갔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주치고... 데릭 루스가 그의 팔목을 붙잡았던 것 같다.)
네, 그렇죠.
힌트는 '과거'에 있습니다.
이 건물이 세워지기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어쩌면 그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지도 모릅니다.
헤더 린든:(아가일 한 번 본다. ...) ... 그 ... 10년 전에 넌, 뭘 보고 있었어?
아가일 발렌티아:(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다가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당신을 돌아보더니) ... ...?
눈을 뜨면..
흰색으로 뒤덮인 건물은 온데간데없고,
벽돌로 지어진 다소 낡은 빌딩 건물이 자리합니다.
이 건물에는 소규모 상가, 헌혈의 집, 봉사 활동 단체 등이 입주해 있네요
헤더 린든:(명패를 가만 본다. 홀트의 수첩에서 한 번 읽어본 기억이 났다. 다시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고...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당신이 건물 앞에서 서성이다 보면,
한 작은 여자 아이가 뛰어가다 당신과 부딪힐 뻔합니다.
정확히는.. 부딪히지 않았지만,
스스로 발에 걸려 바닥에 넘어집니다.
그런 여자아이를 뒤에서 한 남자가 부르며 달려옵니다.
낯선 남성:엘리! 아빠가 뛰지 말라고 했잖니!
푸근한 인상의 남성은, 당신에게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연신 말하며 아이를 일으킵니다.
낯선 남성:괜찮니? 다친 곳은 없고?
여자아이:응! 나 괜찮아!
낯선 남성:죄송합니다. 아이가 어려서 아직 조심성이 없어서…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헤더 린든: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부딪히지도 않았거든요. 오히려 잡아주지 못해 죄송할 뿐이죠.
여자아이:(당신 보면서 눈 깜박이더니 빙긋 웃어 보인다.) 저는 괜찮아요! 놀라셨다면 미안해요~
낯선 남성:아..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혹시, 이 건물에 볼일이 있으신 건지…
헤더 린든:아... ... ... (뭐라고 하지?) ... 헌혈 때문에...
낯선 남성:아아, 아닙니다. 근방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신 것 같아서.. 봉사 활동을 하러 오신 거면 3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보육원을 후원하러 오신 거면 마찬가지로 3층에 가시면 되고요.
남자가 말하자, 아이가 끼어들며 소리를 지릅니다.
여자아이:아빠! 우리 그래서 이 건물 팔아?
그러자, 남자는 당황하며 아이를 타이릅니다.
낯선 남성:엘리,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랬지!
헤더 린든:아... 그렇군요. 건물주... 이신가 봐요. (느리게 고갤 주억였다. 그리고 입가에 손을 올리고) 아쉽게 되었네요. 건물에 들어선 시설에 유익한 게 많아 보였는데. 팔게 되시면 빠지는 게 많겠지요? (따님도 아쉬운가 봐요. 그리 덧붙였다. 어쩌다가... 라고 흐릿하게 말을 흘렸던 것 같기도. 다만 지나가는 말이다. 외지인에게 툭 사정을 내뱉을 것 같진 않아 자신이 없었다.)
낯선 남성:아..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팔지 않으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조금 망설이다 이야기를 꺼낸다.)
헤더 린든:단체요. (눈을 깜빡이다가 미심쩍은 얼굴을 한다.) 뭐하는 단체길래 그래 패악을 쓰는지... (유감이라는 투.) ... ... 좀 더 숙고해보는 건... (뜸) 상황은 자세히 모르지만... 어쩐지 좋게만 풀릴 것 같진 않아서요.
낯선 남성:종교 단체.. 였던 것 같습니다. 이곳이 터가 좋다고 하던가.. (턱을 쓸어내리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지만.. 역시 팔지 않을 것 같네요.
그 때, 아이가 다시 입을 엽니다.
여자아이:아빠아, 나 하나 보고싶어. 놀러가자~ 응?
남자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말합니다.
낯선 남성:그래, 그래. 보육원에 가자. 대신에 손 씻고 간식도 들고 가자꾸나.
그리고 그 말을 한 뒤,
남자는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건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맑은 눈 건물 앞입니다.
헤더 린든:... 교회에 가볼까? (긴가민가...)
아가일 발렌티아:..교회를? (느릿이 눈을 깜박이더니 당신을 바라본다.)
헤더 린든: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눈이 데굴데굴 구른다. 보육원에 가봐야 하나? 그럼 교회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아니면 어쩌지? 뭐... 이런 고민을 하느냐고... )
아가일 발렌티아:-..저번 같은 인간을 만나진 않길 바라야겠네.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은 짧게 수긍하는 기색을 내비친다.)
교회로 향합니다.
다만.. 걷는 도중,
헤더 린든:
아가일 발렌티아:
다시.. 해봅시다. (...)
헤더 린든:
아가일 발렌티아:
한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가일은 건물 앞 어딘가에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그 시선을 따라가 보면..
어쩐지.. 외로워 보여요.
이리저리 엉킨 머리와 피곤한 얼굴은 그녀가 절망에 빠진 사람 같아 보이게 합니다.
피켓에는 [사이비 종교로 잃은 제 딸을 돌려주세요] 라고 적혀 있습니다.
헤더 린든:(눈 꾹 감았다 뜬다. 피켓에 더 자세한 이야기가 쓰여있는지, 혹은 여인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본다.) 저어...
당신이 그녀에게 말을 걸면, 그녀는 휙 돌아보더니 흠칫 놀라 소리칩니다.
피켓을 든 여인:너희! 그 종교에서 나온 사람들인 거니?
헤더 린든:(눈을 한 번 굴린다. 말이 통하려나?) 아뇨.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요. (그리고 잠깐 말을 멈춘다. 뭐라고 덧붙이지... 고민하는 눈치.)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싶어서.
헤더 린든:
......
얼마간 당신과 아가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인은.. 조금 누그러진 기세로 대답합니다.
피켓을 든 여인:..미안하구나. 요즘 신경이 너무 곤두서 있어서.. 낯선 사람만 보면 경계하게 돼.
아가일 발렌티아:(한 걸음 뒤에서 상황을 관망하다가 눈썹을 까닥인다.) ..-'그 여자'라면?
피켓을 든 여인:그 왜... 정확히 나이를 모르겠는...
아가일 발렌티아:(눈꼬리를 미세하게 찡그린다. 제 귓가를 가벼이 건드리더니)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착각하신 듯한데.
피켓을 든 여인:(아가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 ...그래? 이상하다... 어떻게 그렇게 똑같이 생길 수가 있는 거지?
헤더 린든:... (입을 잠깐 벙끗거린다.) 피켓에 쓰여진 일이요. 자세한 사정을 좀 들어보고 싶은데... 괜찮나요?(영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피켓을 든 여인:잠깐이라면.. 그래. (고개 가볍게 끄덕이더니 숨을 들이킨다.)
헤더 린든:(경찰도? 음...) 종교에 대해 아는 건 없으신가요? 어떻게 포교를 한다든가... 주위에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가 더 있다던가... 그런 것도 괜찮습니다.
피켓을 든 여인:수소문을 해 봤는데.. 정확히 나오는 것도 없어. 그나마 알아낸 건.. 그 종교 단체의 건물이 이 구역에만 여러 채라는 것. 이 곳과 교회, 도서관도 그 종교의 건물이라고 하더구나.
아가일 발렌티아:..실례가 아니라면, 따님이 들어간 대학교에 대해 여쭤도 되겠습니까. 아니면 그 전에 무언가 계기가 될 만한 사고를 겪었다든가.
피켓을 든 여인:(눈 몇 번 깜박이다가) 그 애는.. 버밍엄 대학교에 들어갔어. 이과여서 과학 관련 전공을 선택했는데, 갑자기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다니...
헤더 린든:... 유감입니다. (짧게 침묵한다.) 혹시... 따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아님, 따님의 친구라고 하셨던 분의 성함이나... (말하며 얼굴을 슬 구긴다. 후자는 좀 ... 그런가? ....) ... 저도 아는 일인가 싶어서.
피켓을 든 여인:이름?.. 아마라 브룩스란다. (본인의 이름은 매들린 브룩스라는 말을 더했다.) 친구 이름은, 아마.. 앨리스였을 거야.
헤더 린든:(그러며 고개를 주억였다. 제대로 들었다는 표를 내는 듯이.) ...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뜸) 그 갤러리 관련해서 알아보던 중이라... 당장은 아니라도 후에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소식이 오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멈칫한다. 더 물을 게 남았나 되짚는 듯. ... 이젠 없나?)
아가일 발렌티아:(천천히 여인의 대답을 곱씹다가 말문을 연다.) 그- 신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
피켓을 든 여인:(눈 깜박) 아까 내가 말한 그 여자가 신녀야.
여인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휘휘 젓습니다.
그러더니..
피켓을 든 여인:..으응? 이상하다? 아니, 이상한데.. 음?
......
이 이상 그녀에게 말을 걸어도, 그녀는 이 기이한 상황에 어리둥절해 할 뿐입니다.
..이상한 일이네요.
헤더 린든:... ... 가자. (당황스러운지 떨떠름한 낯이다. 안 좋은 일이 다시금 일어날까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서 걸음을 뗐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짧게 고민했던 것 같은데.)
아가일 또한 여인에게 시선을 두다가 당신과 건물을 벗어납니다.
당장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습니다.
건물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것인지, 입구 근처에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놓여 있습니다.
경비도 제법 삼엄햐여,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헤더 린든:(경찰도 조사를 거부했다던데... 다 같이 한솥밥 먹는 거 아닌가? 싶다. 공연한 소란을 일으키면 좋지 않게 일이 흘러갈 게 뻔하니... 머쓱하게 제 뺨을 긁고 마저 교회로 향한다.)
교회로 향합니다.
며칠 전 들렀던 그 교회의 모습과 같습니다.
여전히 웅장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다만.. 너무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조심하도록 합시다.
헤더 린든:(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저번과 같은 일은 유난히 운이 나빴던 것이고... 이번에는 좀 괜찮길 바라는 마음으로. ... 잠깐 머뭇거다. 이게 맞나... ) 그러니까... 10년 전의 넌 뭘 보고 있었지?
아가일이 물음에 고개를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보육원 건물입니다.
간판에는 '새싹 보육원'이라고 쓰여 있네요.
낮고 작지만, 밖에는 파스텔 톤으로 귀여운 동물과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펜스 너머로 건물 옆에 작게 만들어진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헤더 린든:(입구 쪽으로 향하며 서성인다. 어른은 없나?)
당신이 보육원 앞으로 다가가면,
보육원을 운영하는 듯한 선생님이 나옵니다.
그는 당신을 봉사자로 착각했는지 상냥하게 말을 겁니다.
보육원 선생님:어서 오세요. 항상 수고가 많으십니다. 봉사 활동을 하러 오신 거죠?
헤더 린든:(가볍게 목을 수그렸다가 바로한다. ) ... 네에. 오늘 제가 할 일이... ...
보육원 선생님:네에,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보육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뛰어노는 아이들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따사로운 날씨 아래,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마음이 누그러지는 기분입니다.
……
그리고 그 중,
당신은 이내 눈에 띄는 아이를 발견합니다.
그 아이는, 하라 루스와 똑 닮아 있습니다.
보육원 선생님은 당신을 안으로 안내하다 문득 생각난 듯 운동장을 향해 외칩니다.
보육원 선생님: 하나야, 하리는 어디 갔니?
그 소리에 한 여자아이가 고개를 들어 뒤돌아봅니다.
……
작은 여자아이는 분명히 투명한 느낌은 가지지 않았습니다.
잠자리 날개와도 같이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도 없습니다.
하지만 얼굴만은,
하라 루스와 완벽히 똑같이 생겼습니다.
선생님의 부름에, 아이는 깡총깡총 다가와 말합니다.
하나:하리는 화장실 갔어요!
헤더 린든:(아이를 곁눈질로 한 번 유심히 본다.) ... 혹 데리고 와야 할까요? 제가 갔다올까 싶어서...
보육원 선생님:(고개를 가볍게 젓는다.) 괜찮을 거예요, 저 안쪽 건물 입구 쪽에 바로 있어서..
헤더 린든:아하... 하나와 하리요. (하라가 아니라? ... ) ... 쌍둥이가 특별하긴 한가 보네요. (뜸) 지금은 잘 구별하시는 것 같은데... (무엇을 보고 구분하시냐는 물음은 뻔하게 따라올 문장이었다. 그래서인지 말끝을 흐렸고.) ... 평소에도 둘이 자주 붙어 다니나요?
보육원 선생님:네에. 한시도 떨어질 줄을 모른다니까요. 하나는 밝고 명랑하지만, 하리는 소심한 성격이라.. 선생님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헤더 린든:좋은 소식이네요. ... 형제를 입양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러며 고갤 비스듬히 기울인다.) 아, 쌍둥이들이 미용에 관심이 많았나요? 입양하시는 분도 그런 쪽에 관심이 많은 분이면 좋겠네요.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피실 것 같아서... ... . 뭐하시는 분이던가요?
보육원 선생님:그렇죠,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꼭 두 명 모두 입양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헤더 린든:
보육원 선생님:..으음..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인 것 같았으니 상관 없으려나. (뜸) 자선 사업을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하며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고자 한다는.
선생님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갑자기 건물에 화재 경보가 울립니다.
선생님은 크게 놀란 기색 없이 작게 한숨만 쉽니다.
보육원 선생님:어휴, 또 아이가 화재 경보를 잘못 건드린 모양이이에요.
헤더 린든:... 위험하지 않을까요? 정말 불이라도 나면. (다만 예산 문제라 하니, 무어라 조언을 하기도 애매하다.) ... 도움을 요청한 기관이나 단체는 없나요?
보육원 선생님: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예산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빠듯하네요. 큰 규모는 아니다 보니..
대화가 끝나갈 무렵,
저 멀리서 한 여자가 보입니다.
하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는..
운동장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하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
문득-
서늘한 바람이 느껴져 운동장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립니다.
그러자, 조용히…
사라질 것 같이 하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있습니다.
하나와 똑같은 얼굴이지만,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 그녀는..
말없이, 아이를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그리고 저만치서, 똑닮은 얼굴의 아이가 한 명 더 달려옵니다.
하리:하나야, 나 찾았어?
......
그리고 쌍둥이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
동시에 ‘하라 루스’ 또한 당신을 바라봅니다.
눈이 마주쳤다고 느낀 순간-
다시,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왔습니다.
헤더 린든:(눈을 몇 번 깜빡이며 시야에 놓인 풍경에 익숙해지려 한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 (여기서 더 들어가야 하나? 확인할 게 남았던가? 하늘 잠깐 본다. 빤히... 빤히... 고심... )
더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시간은 어느 새 늦은 오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데릭 루스와의 약속도 어느새 내일,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며칠 새 속이 계속 안 좋아. 이유는 모르겠다만.. (눈썹을 조금 찡그린 채 교회 건물을 바라본다.)
헤더 린든:... 그래? (눈가를 찌푸린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건 저번부터 이따금 있었으니...) 아픈 사람을 데리고 너무 나돌아 다녔나. (이내 시선을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가일을 살피던가. 그냥 보는 걸로는 알 수 없을 텐데.) ... 쓸데없는 생각인 것 같진 않은데... 병원이라도 갈까? 아님... (뭐, 쉴 수 있는 곳 아무데나. 증상의 원인을 짚어볼 수 있는 곳이나. ... )
아가일 발렌티아:(고개 가볍게 내젓는다. 자꾸만 고정되지 않고 이리저리 물 흐르는 대로 걸어가는 기분... 아니, 점점 쪼개지는 기분이 든다. 마치 여러 명이 된 듯한 느낌. 불쾌하기 그지없는 감각이다. 재차 밀려오는 두통에 느릿이 심호흡하며 대답을 이어 나간다.)
헤더 린든:(덤덤한 낯일 것이다. 그런 얼굴이었겠지. 그러고 보니 너무 많은 관측은 관측자에게 부담이 된다고 했던 것 같다. 그게 이제서야 떠올랐다. 얼마나 관측이 되었더라. 이제서야 하나 둘 셈을 했다. ... 아가일을 바라보는 눈은 전과 같았으나 얕은 당혹에 비틀린 눈썹, 잠시간 굳게 닫힌 입매로 하여금 헤더는 그리 덤덤한 상황이 아님을 표명했다.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겠지. 상대가 느린 숨을 들이킬 때, 무심코 그의 팔에 손을 댄다. 비틀거릴까 싶어 내민 것일 수도 있겠다. 제대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아가일 발렌티아:(팔을 뻗을 적에 그를 닮은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인상처럼, 투명하게 스친다든가 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는 적어도 아직 여기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천 특유의 촉감이 와 닿으면 미묘하게 초점을 벗어나 있던 눈동자가 그제서야 오롯하게 당신을 담는다. 눈꺼풀을 두세 번가량 더 깜박인 후에야 눈동자를 가리고 있던 장막이 거두어지듯 시야가 비로소 선명해진다.)
헤더 린든:(아가일의 입이 다시 열렸을 때, 헤더는 조용히 손을 거두었다. 아가일 발렌티아는 제 눈앞에 명백히 존재한다는 점, 눈에 담긴 이지가 정확히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점으로 헤더는 더 붙잡고 있을 까닭이 사라진 탓이다. 이제서야 덤덤한 낯으로 돌아와 손을 두어 번 쥐락펴락했다.)
아가일 발렌티아:(생소한 것을 쥐었던 것처럼, 혹은 확인하려는 듯 움직이다 놓인 타인의 손끝을 잠시 바라보았을 터다. 몸을 틀어서 교회를 벗어나기 시작했을 적에 느릿하게 대답이 이어진다.)
헤더 린든:옮았나. (덧붙인 말에 그리 중얼거린다. 이제는 익숙하게 방향을 보고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돌아온 대답에는, 군중의 틈새로 곁에 선 상대가 옅게 웃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습니다.
제법 익숙하게 또 한 번의 만남과, 잠시간의 작별을 고한 후..
다음 날이 다가옵니다.
사흘 뒤, 맑은 눈 건물.
당신과 아가일이 맑은 눈 건물 앞으로 가면, 검
검은 상복 차림새의 사람들이 나와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분을 건물 안으로 안내합니다.
건물의 제일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자, 단 하나의 복도와 단 하나의 문이 보입니다.
경호원:저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헤더 린든:(경호원과 아가일을 번갈아 바라본다. 짧은 머뭇거림은 뒤로 입을 열었고.) ... 알겠습니다. (고개를 까닥인다. 먼저 한 걸음을 내디뎌 나아갔다.)
아가일 발렌티아:(따라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방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원탁과 수없이 늘어져 있는 의자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의자에 앉은 데릭 루스가 보입니다.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여러분을 반깁니다.
데릭 루스:어서들 오세요.
……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원탁 위에는 식사가 아닌..
원통형 용기에 담겨진 눈알만이 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아가일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분명히 몸과 분리된 지 10년은 지났을 터인데,
눈알은 계속해서 근육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입니다.
용액 속에서 눈(雪)처럼 부유하면서요.
그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 당신,
헤더 린든:
GM:이성 -1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가일 발렌티아:... …-윽,
아가일은..
분명히 없을 터인 자신의 오른쪽 눈에 지독한 환상통을 겪습니다.
어느 새인가 방 안을 채운 신도들이 그런 당신과 아가일 쪽으로 점점 다가옵니다.
데릭 루스:자.. 어서들 마무리합시다. 때가 머지 않았으니.
헤더 린든:
신도:
GM:신도 -> 헤더 순으로 진행합니다.
신도:
헤더 린든:
......
몸에 전류가 통하는 느낌이 치솟습니다.
몸이 마비되듯 옆구리부터 굳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몸이 놀랐는지 움직이지 않고,
정신도 점차 흐려져 갑니다.
감겨져 가는 눈 사이로.. 쓰러진 아가일이 보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 데릭 루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데릭 루스:그래… 이제 하라 루스와 이 사람 두 명을 처리하면 되겠군.
……
……
다시 눈을 뜨면,
당신은 지하실에 묶여 쓰러져 있습니다.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겹습니다.
GM:체력 -3
지하실 안은 전등 하나만 켜져 있어 어둡고 축축합니다.
헤더 린든:(가물거리는 눈을 똑바로 뜨고 시선을 굴려 주위를 살펴본다. ... 다른 사람은 없나?)
지하실 안에는 당신뿐인 것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한쪽 구석에서 희미한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보입니다.
헤더 린든:
다가가 자세히 살피면..
유리 파편입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으나, 당신을 묶은 것은.. 노끈처럼 보여요.
잘 한다면..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헤더 린든:(몸을 제대로 가까이 대서 손가락을 까닥인다. 잡을 수 있나?)
손을 뻗는다면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힘 조절만 잘 하면 되겠다 싶은데..
헤더 린든: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난 손을 애써 움직이다가..
..이크.
노끈은 끊었으나, 손바닥 쪽을 조금 베이고 맙니다.
GM:체력 -1
헤더 린든:(스읍. 베인 손바닥을 꽉 그러 쥐며 피가 멎길 기다린다. 몸을 일으켜 별 다른 건 없는지 둘러보면서)
지하실 안은 생각보다 넓고, 창고로 쓰이는지 이리저리 여러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박스가 하나 있습니다.
지하실 아래에 방치되어 있는 박스입니다.
언뜻 봐도 미술과 관련되어 있는 물품들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방치된 지 오래되어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헤더 린든:하아... (길게 숨 한 번 뱉는다. 이어서 먼지를 후 불어내고 몇 번 켈록거리던가. 상자를 자세히 살피며, 몇 번 건드려 흔들기도 한다. 열 수 있나?)
헤더 린든:
헤더 린든:(수첩을 집어 든다. 안의 내용을 확인하려는 듯이 가죽 커버를 휙 제낀다.)
아이디어 스케치나 작업 과정을 기록해둔 가죽 수첩입니다.
종이는 오래되어 노란색으로 변색되었고, 끝부분이 삭아 있지만 휘갈겨진 글은 읽을 수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 (조심스레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계속해서 넘길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교통사고? ... 몇 번 고개를 갸웃이며 페이지를 넘긴다.)
마지막 페이지가 남아 있습니다.
헤더 린든:(그녀? 여자? 하라인가? ... 넘기는 모양새는 보다 느렸다. 머뭇거리며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한다.)
헤더 린든:(수첩을 처음부터 다시 촤르륵 넘긴다. 빼먹은 게 없는지 확인한다기엔 다소 넘기는 속도가 빨랐으니, 안정을 위해 무의식으로 취한 행동일 것이다. 커버를 몇 차례 더 살피고 나서야, 더 확인할 게 있나 살피고서야 수첩에서 편지로 넘어갈 수 있었다.)
편지를 꺼내 천천히 읽어 내려갑니다.
헤더 린든:(테세우스의 배도 아니고. 불쾌하단 낯을 한다. 수첩과 편지... 이어서 아트 나이프를 집어 살핀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 챙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종이를 자를 때 사용하는 아트 나이프입니다.
손잡이 부분에 글자와 제라늄 문양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
당신이 아래 편지와 수첩을 읽고 나면,
지하실 문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듭니다.
엔조 홀트 기자입니다.
엔조 홀트:자네, 그 안에 있는가!
헤더 린든:(왜? 여기에...?) 홀트... 기자님?
엔조 홀트:아직 목숨은 붙어 있나 보군.. (한숨 비슷한 소리가 스쳐 지나간다.) 그렇다면 지금 문을 열겠네, 비켜 서시게!
이윽고 들린 총성.
문이 열리면, 엔조 홀트 기자가 총을 들고 서 있습니다.
엔조 홀트:몸은 괜찮은가?
헤더 린든:아니, ... 네. 아마도... (대충 움직이고 할 수 있으니. 그보다...) 여기에 당신이 왜 있는 거죠?
엔조 홀트:자네를 만난 뒤, 붉은 관측자의 움직임이 어쩐지 심상치 않아 건물에 잠입 취재를 하러 들어왔었네.
헤더 린든:(좀 억울하다. 큰 문제는 없다는 듯 으쓱이며) ... 젊은이가 이런 법이죠. (그러며 홀트의 말을 곱씹는지 잠시간 말이 없다.)
엔조 홀트:(잠시 흘겨보나 싶다가도 고개를 젓는다.) 보지 못했어. 내가 들어왔을 즈음에는 자네뿐이더군.
헤더 린든:... 그렇군요. 일단, ...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먼저 앞장 서라는 듯 홀트를 바라보며)
기자를 따라 건물 밖으로 나서면...
……
하늘에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늘에 달과 해가 동시에 떠 있으며..
한쪽은 낮이고, 한쪽은 밤인 기묘한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노을과는 다릅니다.
아예 낮의 하늘과 밤의 하늘을 서툴게 잘라 얼기설기 이어붙인 듯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하늘을 보던 길거리의 사람들 중 몇 명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땅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 사람들은 그와 동시에,
노인과 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마치, 하라 루스와 같이.
기자는 재앙으로 가득 찬 거리를 보며 당신에게 말합니다.
엔조 홀트:…정말.. 모두 죽는 건가.
헤더 린든: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러며 여유 있는 낯은 아니다.) ... 저는 일단 제 동행인을 찾으러 가려고 합니다. 다만... 짚이는 장소가 하나는 아니라. (교회? 도서관? ... 혹시 무기가 필요할까? 고민하는지 머뭇거리며 말을 잇는다.) 당신은 어쩔 겁니까?
엔조 홀트:이쪽은.. 남은 가족들이라도 보러 갈까 하는데. 마지막이라도 함께 해야지. ..내가 필요한가? (제 스마트폰을 까닥이며 당신을 바라본다.)
헤더 린든:아뇨. 가족 보셔야죠. 혹 더 아시는 게 있다거나... 아님, (뜸...) 남는 총 있으세요?
엔조 홀트:총 말인가?.. 그래, 있기야 하지. 가져가시게. 나보다는 이제 자네에게 더 필요해 보이니. (제가 여즉 들고 있던 것을 당신에게 넘겨 준다.)
기자는 이내 인파 속으로 사라집니다.
GM:무기란에 호신용 스턴건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헤더?
헤더 린든:(붉은 관측자 소유의 건물이... 교회와 도서관이었나? ... 먼저 교회로 향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교회로 향할 수 있습니다만..
그 전,
까먹은 건 없나요?
헤더 린든:(아) (도서관이 먼저 인 것 같다.)
좋습니다.
멸망이 도래한 도서관 앞이며 안팎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이라면.. 일전에 못다한 일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헤더 린든:(정원이었을 장소가 어디지? 일단 화단... 그런 곳으로 다가가 살펴본다. 다른 티가 나는 부분이 있나?)
주변을 살피면, 당신은 이전 교회에 있던 정원과 같은 위치에 여전히 정원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행히 도서관이 지어지면서도 그 조성을 위해 크게 바꾸지 않은 모양입니다.
시야 안에, 문득 제라늄이 핀 곳이 눈에 들어옵니다.
헤더 린든:(제라늄이 핀 곳을 헤집는다. 아, 와중에 좀 미안하네...)
양심의 가책을 뒤로 하고 땅을 파보면..
목사가 10년 전에 묻어 놓았던 작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작은 상자 안에는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헤더 린든:(혹 놓친 건 없는지 상자를 마저 살피고...) (없다면 자릴 털고 일어나 교회로 향한다.)
교회로 향합니다.
GM:이후 탐사자의 모든 주사위 판정에 10만큼의 보정이 들어갑니다.
당신이 교회 앞으로 가면, 이전과 달리 외부인을 막는 사람은 없습니다.
신도들은 전부 교회 안에서 의식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엘리베이터에 출입증이 필요한 층이 있고,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층이 있습니다.
출입증이 필요한 층은 계단으로도 올라갈 수 없습니다.
엘리베이터 옆에 층별 안내문이 붙어 있네요.
헤더 린든:출입증..? (이걸 어디서 구해? 2층으로 올라가 교회 사무실로 가본다.)
2층으로 향합니다.
각종 교회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들이 모여 있는 장소입니다.
어째서인지 아무도 없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사무실은 평범한 사무실 형태입니다.
한쪽 벽면에 교회 내부 지도가 붙어 있기도 합니다.
헤더 린든:(경전을 확인한다.)
경전은 상권과 하권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헤더 린든:(그렇다면 상권부터...)
떠나기 직전..
사무실 책상에서, 당신은 또한 쓸만한 메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4층으로 올라가야겠다...)
3층으로 올라갑니다.
올라가면 매우 큰 문이 보입니다.
문 너머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헤더 린든:
당신은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
뒤이어, 비명소리와 함께 피비린내가 나는 듯 합니다.
헤더 린든:... ... ... (아가일은... . 몸을 돌려 4층으로 올라간다.)
4층으로 향합니다.
성가를 연습할 수 있는 성가대실입니다.
다행히 아무도 없이 비어있는 듯 합니다.
헤더 린든:
오...
다시..살펴볼까요?
헤더 린든:
제대로 눈을 뜨고 살피니,
헤더 린든:(살아서 나가게 되면 렌즈를 사는 게 좋겠군... ... . 출입증은 챙길 것이고... 성가책을 확인한다.)
출입증 모서리 부분에는.. 끈적한 피가 묻어 있습니다.
예배 도중에 드리는 성가를 적어 놓은 책입니다.
펼치면 코팅된 종이가 끼어 있습니다.
헤더 린든:(씁...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구긴다. 코팅된 종이를 꼽아 들고는 이리저리 살핀다.)
9층으로 향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문 하나와 창문 하나가 보입니다.
창문은 매직 미러로, 방 안에서 바깥이 보이지 않습니다.
창문 옆에는 오래된 메모 하나가 붙어 있습니다.
헤더 린든:... (일체화. 속으로 몇 번 곱씹고는 문 가까이로 다가간다. 안에 인기척 따위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열어본다.)
문은 잠겨 있지 않습니다.
열고 들어가면, 넓은 방 하나가 보입니다.
방은 무미건조한 하얀색 가구들로만 이루어져 있네요.
헤더 린든:(책장부터 확인한다. 특이점이 있나?)
책장에는 여러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습니다.
철학서부터 시작해 각종 종교책들이 껴 있네요.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책 하나가 있습니다.
혼자 두께가 다른 책입니다.
헤더 린든:(두께가 다른 책을 집어 들고 내용을 확인한다.)
꺼내보면, 겉 표지를 바꿔치기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꺼내서 확인하면..
미용사가 되기 위한 자격증 공부 책입니다.
펼쳐보면 여러 연필로 수십 번 그어 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편지 봉투 하나가 껴 있습니다.
헤더 린든:(편지 봉투를 열어서 확인한다.)
책상 위에는 여러 서류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오컬트적인 마법 문양과 처음 보는 언어들로 적혀 있네요.
..쉽사리 알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기존에 존재하던 종교와 매우 다른 느낌을 줍니다.
헤더 린든:
..보일락 말락 하는데..
한 번만 더 시도해볼까요?
헤더 린든:
띄엄띄엄.. 글씨를 읽어 냅니다.
헤더 린든:뭐... 음... (과거와 미래? 존재... 동시에... 존재... 이건 특이한 눈인가? ... 조건은... 뭐지?)
서류를 내려놓기 직전, 당신은 뒷면에 무언가가 써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헤더 린든:...? (뒷면을 확인한다.)
거미줄이 쳐져 있는 전신 거울입니다.
......
헤더 린든:
사실 거미줄이 아니라,
거울에 금이 가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득 하라 루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헤더 린든:(그럼 유리가 아예 깨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물어볼걸 그랬다. 하며... 그의 말을 재차 되짚는다. 이 말이 왜 떠올랐을까...) (금을 피해 그나마 멀쩡할 부분을 손끝으로 툭 건들인다. 이 거울에는 뭐가 더 없나?)
거울에는.. 더 이상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헤더 린든:(여기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나?)
이 방은 이만하면 다 살펴본 듯합니다!
헤더 린든:(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이제 10층으로 향해야 할 것 같다...)
10층으로 올라갑니다.
10층은, 지금까지의 층과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들어서는 순간-
피비린내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몽롱한 향이 느껴집니다.
살면서 단 한번도 맡아본 적 없는 향입니다.
..본능적인 경고가 울리는 듯합니다.
복도 옆에는 머리가 수없이 늘어진 사람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기도를 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문양 속 사람들은 점차 신체 부위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모양새를 띕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난생 처음 보는 기묘한 생명체가 눈을 감은 그림이 보입니다.
복도 끝에는 하얀색 문이 자리합니다.
헤더 린든:(주기도문 같은 거라도 외워볼걸 그랬다. 숨을 탁 내뱉고 쉬길, 문을 주시하고 이내 천천히 열어본다.)
문 너머로 가장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거대한 양피지입니다.
커튼처럼 걸려있는 그 양피지에는 괴이한 주문들이 적혀 있습니다.
헤더 린든:(아니 알 수 있는 게... ... ... )
..계속 나아가 볼까요?
헤더 린든:(뭔가 될 것 같았는데.) ( 걸음을 옮겨 거대한 양피지로 향한다. 별 특이점이 없다면... 그 계속 나아가 본다.)
괴이한 주문들로 가득한 양피지를 거두고 너머로 나아가면,
사람들의 손이 겹쳐진 모양으로 생긴 제단 위에 바쳐진 하라 루스와,
아가일…
그리고,
칼을 높이 든 데릭 루스가 보입니다.
헤더 린든:
데릭 루스:
당신은 간신히 데릭 루스를 저지하나..
아가일 발렌티아:...-.. ...
완벽히 막아내지는 못한 탓에, 칼이 아가일의 복부를 찌르고 맙니다.
데릭 루스는 이어 그대로 칼을 떨어뜨립니다.
그는 비틀거리며 당신에게 외칩니다.
데릭 루스:왜 나를 막으려는 거냐! 나는 사람을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게 만드는 신의 사도다!
데릭 루스는 이어 자신이 놓친 칼을 찾으려 두리번거립니다.
그러나..
칼은 온데간데 없어져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깨닫습니다.
그를 막으려면 지금뿐입니다.
GM:데릭 루스 -> 헤더 순으로 진행합니다.
데릭 루스:
헤더 린든:
-퍽!
당신의 한 방에, 데릭 루스가 크게 비틀거립니다.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헤더 린든:
데릭 루스:
이를 악문 데릭 루스가 공격을 피해냅니다.
데릭 루스:
헤더 린든:
데릭 루스:
데릭 루스가, 크게 숨을 헐떡입니다.
핏발 선 눈으로 당신을 노려봅니다.
데릭 루스:감히, ... ..나를...!!!
헤더 린든:(기가 질리네...)
......
당신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면..
데릭 루스는 쓰러지면서,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립니다.
데릭 루스:그래도, 그래도... 우리는 해냈다.
전투가 끝나고 주위를 둘러보면..
아까까지 제단 위에 있던 하라 루스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습니다.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곳에는, 이제 당신과 아가일밖에 없습니다.
눈을 감고 있던 이는 곧 눈을 뜹니다.
하지만..
아가일은 반대쪽 눈 또한 큰 상해를 입어, 당신을 보지 못합니다.
헤더 린든:... 아가일?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진다. 무언가 실패했다는 듯이. 의식이 제대로 있는지 알아보려 부른 모양이다.)
아가일 발렌티아:(눈을 뜬들 보이는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청각이며 촉각 따위에 의존하여 상대를 짚어낼 적에 흘러나온 목소리는 속삭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헤더 린든:(꼴이 말이 아니겠다고. 누구의 꼴을 말하는 거지? 당장 그 헤더도, 당신 아가일도, 이 장소도, 이 세상도... 어디 하나 꼴이 말이 아니고, 아닐 터다. 멀쩡한게 있긴 할까? 싶었다. 당장 눈앞에 널브러진 것들을 제치고 튀어나오는 게 많은 까닭이란, 그래. 헤더는 보이고 아가일은 보이지 않는 것이 있어서다. 자기는 보이는 게 많아 짚이는 것도 너무 많았다. 걸음을 더 옮겨 아가일에게로 다가갔다.)
아가일 발렌티아:(평소보다 밭은 숨을 내쉬며 팔꿈치로 제 몸을 지지해 일어난다. 검은 옷깃을 비집고 나온 붉은 액체를 반대편 팔로 짓누르며, 어렵사리 상체를 일으키고서야 대답은 이어진다. 흐릿해진 목소리에 헛웃음과 비슷한 숨을 내뱉으며)
헤더 린든:... 뭐라도 내뱉어야 할 것 같아서. (생각이 자꾸 멈췄다. 이미 몇 번 '어쩔 수 없었다.'는 말 하나로 뭉뚱그려져 내가 어찌 할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거추장한 핑계로 넘어온 일들이 있던 탓에, 헤더는 얕은 무력감을 헤치고 서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만, 그마저도 얼마 가지 않아서, 헤더는 부품 어디가 걸려 덜그럭거리는 머리를 팽팽 돌려야 했다. 눈도 눈이지만, 이미 한 번 칼에 찔렸으니... 상태를 봐야 한다. 헤더는 몇 걸음을 더 옮겨 아가일 앞에 섰다. 한 걸음 반. 애매하게 떨어져 무릎 한쪽을 꿇었다. 헤더의 시선은 비스듬히 위로 기울어졌다. 상처가 깊나? 피는 얼마나 흘렸지? ... )
갑작스레 닥친 상황에 황망한 손을 움직입니다.
시선은 곳곳을 배회하고,
수십 개의 말머리가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할 적에..
하라 루스:곧 이 세상은 멸망할 거야. ... ... 모든 가능성의 우주가 사라지려 하고 있어.
어느새 서 있었던 건지, 뜻모를 양피지를 보고 있던 하라 루스가 입을 엽니다.
하라 루스:...하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
천천히 다가온 하라 루스의 두 손이 아가일에게 닿습니다.
투명한 잠자리 날개처럼, 젖은 종이처럼 차갑고 가볍게.
화려한 빛무리도, 기묘한 반짝임도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면,
……
……
어느 새인가 하라 루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어 아가일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그제서야, 당신은 알아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가일과 하라 루스의 두 눈이 똑같은 이유를.
또다른 우주에서도 이와 같은 일들이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
자.
결말이 목전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잠시 뺏겼던 시야를 다시 확보하고, 이에 적응하는 데는 몇십 초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담긴 것은 제 앞에 비스듬히 앉아, 방황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무뚝뚝하나 순한 낯. 이윽고 그 너머와, 주변으로 보이는 막의 끝.)
헤더 린든:... 아가일 발렌티아... 넌 독종이야. 알아? (헤더는 아가일을 바라볼 뿐이다. 그의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낯을 가만히. 제 손 위로 당신의 손이 닿을 적에야 겨우 눈을 떼던가. 나란한 손 둘을 보고, 힘을 주고자 하는 충동은 들지 않았다. 이로 충분했던 것 같아 손을 거두진 않았다.) 이건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계산을 생략하기도 하던가. 헤더는 태연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의 차례라고 할 때, 헤더는 고개를 빳빳이 고쳐 들어야 했다. 피하지 않고 눈을 맞춘다. 그 한 쌍의 시선이... 낯선가? 오히려 편안한 기분이다. 이제서야 알맞은 때가 도래한 것 같았다. ... )
아가일 발렌티아:아니었으면 진작에 그 독에 당해서 죽었을 테지- ..20년 전쯤에. (큰 고민을 거치지 않은 대답이 이어진다. 과거의 편린은 과거에만. 유년의 독배는 더 이상 그에게 어떤 해악도 끼치지 못했을 터이니.) 더 자세히 설명해줘야 하나? (태연한 목소리에는 어김없이 차분한 음성이 날아와 박힌다. 문장 끝에 동봉되어 있던 건 약간의 한숨. 눈도 거의 깜박이지 않은 채, 시선은 오롯이 당신에게 두고 있다.)
헤더 린든:너는 진짜... ... (게슴츠레 눈을 뜬다. 이 대답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고민하는지 희미하게나마 앓는 소리를 냈다. 찌른다고 찔러지면 그게 독종일까. 헤더는 명확히 찔렸다. 흐물흐물해져 옆구리 언저리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 물러 터졌다니까. 그러니 헤더는 더한 수고를 들이지 않기로 한다. 그러며 소소한 포부 하나가 깃들기를, 언제가 이 말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헤더 린든이 아가일 발렌티아에게 '물러 터졌다.'고 고하기를. ... 그런 날이 올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그래도, 옮았다고 했으니까.)
제 머리를 헤집는 손길에 아가일은 눈을 가늘게 뜨나..
무어라 말을 얹지는 않습니다.
그 의도를 알았기 때문이겠죠.
결론을 내렸다면,
이제는 종장을 매듭짓기 위해 나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
제단이 끝부분에서부터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당신과 아가일은 깨닫습니다.
그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늪에 빠지듯, 폭풍우에 휘말리듯, 파도에 휩쓸리듯…
거스를 수 없는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로는 서로를 바라봅니다.
당신은… 비로소 깨닫습니다.
10년 전, 그가 바라보고 있던 것은..
바로 헤더 린든- 자신이란 것을.
그리고 그 때.
모든 것이 시작되던,
날카로운 송곳이 찌르기 그 직전….
아가일이, 자신을 끌어당겼다는 것을.
이제 정말 끝이 다가옵니다.
아가일이 속삭이듯 말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계속- 너를 바라보고 붙잡도록 할게. 놓치지 않을 테니...
......
당신은 정신이 흘러감을 느낍니다.
여러 명으로 쪼개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하나로 합쳐 가는 느낌이 밀려옵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붙잡고 끌어당기는 기분이 듭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 들리는 한 마디.
......
흉곽이 들어 올려졌다, 다시 내려갑니다.
폐 속으로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다시 스쳐 나갑니다.
흔들리던 정신이,
푹신한 소파 위에 앉은 듯한 안착감이 듭니다.
천천히 눈꺼풀이 들어 올려집니다.
크게 뜬 두 눈은, 뚜렷이 아가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간은 정말 느릿하게 흘러갑니다.
인파 속에서 뛰쳐나온 케일 워커가, 송곳을 들고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아가일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본능적으로 그 앞으로 나섭니다.
……
이제 앞으로 벌어질 일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단 한 발자국.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한 발자국.
그리고…
모든 것을 붙잡아둘 수 있는 단 한번의 눈 깜박임.
당신은, 세차게 아가일의 팔을 붙잡아 뒤로 그를 당깁니다.
케일 워커의 송곳은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가로지릅니다.
매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군중들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당황한 케일 워커는 당신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가 행동을 멈추자마자,
그 곁을 지나던 경찰들이 케일 워커를 제압합니다.
찰나에 지나간 많은 일들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수많은 일들이 전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문득 아가일의 두 눈을 바라봅니다.
크게 뜨인 두 눈을 보며 당신은 깨닫습니다.
저 뒤에서, 언젠가 들었던 쌍둥이들의 행복한 웃음 소리가 들리며 지나갑니다.
[제법 잘.]
[넌 어땠어?]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던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니 당연한 거겠지만.]
[그렇다면 그런 전시회엔 왜 가자고 했던 건지...]
[괜한 신경만 쓰일 뿐이잖아.]
[보이지 않아도 적지 않게 거슬렸던지라.]
[궁금하기도 했고. 얼마나 대단하신 위인이길래 그런 일을 내고도 사후에 기념 전시회까지 열어 주는지.]
[하긴.]
[그렇담 나는 함께 흉이라도 봐주는 역인가.]
(간극이 앞섰다. 그럼 나는 왜? 하는 의문이 다시금 들었으나... 그저 가벼운 농을 던지기로 한다. 뒤이어선...)
[그건 무슨 책?]
(농이다.. 아마. 이쪽이라고 지칭함은 제가 마법사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세계를 뜻하는 것일 터다. 직후 잠시 멈춰 섰다가 손가락을 계속해서 움직인다.)
[너도 그 자리에 있었고. 감회가 새롭겠지 싶어서.]
(아마 상대의 표정에서 의문을 읽어냈거나 제 나름대로 이어질 만한 말을 짚은 것이리라. 요컨대, 겸사겸사. 그 이상의 연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이 0과 1로 이루어진 텍스트만으로 전달될 리는 만무했다.)
[헤미스가 이쪽이고 저쪽이고 상관 없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책이라고 가져다 주던데. 아직 그렇게까지 감흥은 없지만.]
(아마 그의 사용인 중 하나일 터다. 오랜 시간 그와 함께한 이이니 낯설지만은 않은 이름이었을지도.)
[당사자보다는 아니겠지만...]
(뒷덜미를 느리게 쓴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서로의 일상을 영위하며 흐려진 기억과 당시의 감각이 존재하는 법이라. 그러니 지금 딱 감상을 환기시키기 알맞은 때일 수도 있겠다. 전시회장에 서서 자신이 어떻고 사고하고 그 생각은 누굴 위해, 어디로 향할지는 스스로도 궁금했으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저 자판을 눌렀다. 그런 책이 유행이었나?)
[제 고용주의 취향까지는 알지 못했던 건가.] (농일 것)
[나중에 다시 물어보는 편이 낫겠네. 네 후기가 좋다면 나도 유행을 따라가 봐야지.]
(멀었다면 마저 책을 읽든지 짧은 휴식-질은 좀 떨어지겠지만-을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일찍 일어났다고 했으니...)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대답이다. 문자를 주고받는 와중에서 시선은 허공에서 몇 번인가 마주치고 있었을 테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또 하나의 답변을 대신한다. 이후, 잠시 고개를 들어 벽면에 붙은 노선도를 응시하다가 다시 시선을 내린다.)
[10분 정도. 대여섯 정거장만 더 가면 될 것 같네.]
(맞은 편의 상대를 가만히 응시하다 천천히 움직여 덮어뒀던 책을 다시 펼쳐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너무 오래 붙잡아두지는 않기 위함이다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20/10/4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또한, 미래의 꿈을 꾸게 된다. 짧은 미래가 아닌, 먼 미래의 모습이라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너무나도 생생한 꿈이기에 다들 소름 끼쳐한다.
둘. 모든 꿈은 마지막에 '끝없는 어둠', '검정', '암흑'으로 끝난다.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식은 살아있으나 자의식만 살아있는 듯한 감각.
우주에 떠다니는 감각으로 점차 의식 자체가 흐려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한다.
-말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 악몽을 꾸게 된다던가. (...) 그런 것을 믿지는 않는 편이니 크게 신경 쓰진 않았지만.
제정신 아닌 이가 그렸으니 그 그림도 제정신일 리가.. 있나.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는 데에 그친다.)
노이즈 마케팅인가, 싶기도 하고.
(갑작스레 입 틈새로 나온 말투 역시 평소와 다름없는 종류였다.)
화제성이야 최고로 끌어 모았을 테니. 묻지마 살인도 아니고 굳이 행인의 눈을 뽑아낸 이가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았을 리가. (...)
호사가들은 도처에 널려 있으니까. 좋건 나쁘건 말이 많아지면 자연히 그곳으로 눈을 돌리는 게 인간이고.
(온기라고는 한 점 없는 투다. 상대의 표정을 가만히 살피다가)
불쾌하다면 들어가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 강요할 생각까지는 없으니.
... 가끔이지만. 네가 아무렇지 않아 보일 때 무어라 답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게슴츠레 아가일을 본다. 한 감상에만 매몰되는 것보다 이런 모습이 나을지도 몰랐다. 자신이 아는 아가일에게도 어울리는 반응이었고. 그럼에도 이렇게 덤덤할 수 있나 의문이 드는 건... 글쎄. 아마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들이 다른 탓이겠지.)
... 내가 더 불쾌할 이윤 없으니까. 이왕 여기까지 왔고... (멀쩡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까닥이며 마저 들어가자고 표했고. 혼자 덜렁 보내기도 좀 그랬으니까...)
과거에 연연하는 건 질색이야. -..그렇게 살아가서도 안 되고.
(그럼에도, 사건 이후 당신과의 연락이 드물어졌던 것은.. 글쎄. 얼마 못 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발을 딛었다.)
... 네 말이 그렇다면. (애매하게 중얼거렸다. 석연찮은 구석은 많았지만 어쩔 텐가. 헤더의 아가일을 향한 신뢰의 무게는 세월을 타고 제법 묵직해졌다. 당신의 행동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런 믿음이 있었다. 그러며 마저 제 걸음도 옮기는 것이다. 아직은 깊게 생각할 필욘 없을 거라 여기며.)
기준치: | 45/22/9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아)
기준치: | 80/40/16 |
굴림: | 7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침침...)
기준치: | 60/30/12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본인 주관도 제법 확실한 것 같고. (불안정한 느낌은 없는 것 같지, 가볍게 덧붙였다.)
신체 일부에 각별한 것 같긴 해. (다만, 그 다음 그림에선 뒤집힐 수도 있는 가벼운 감상이다. 그의 엽기적인 행각을 보자면, 최종적으로는 각별했음이 맞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무튼.)
다 둘러봤으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갈까.
기준치: | 60/30/12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9/34/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추상화도 아니고-.. 정물화도 아니지. 과도기라고들 하던가. 문턱에 걸려서 발버둥치고 있다는 느낌이야. 무엇 때문에 그리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은.
(이후 한두 문장 정도의 감상이 이어지나, 환각을 보았다든가 하는 이야기나 소녀에 대한 언급은 없다.)
... 계속 보고 있자니 기묘해지는 부분은 있는 것 같던데. 그러니 악몽을 꾼다는 소리가 나도는 것이겠지. (찜찜하다는 어조. 다만 낯은 평온하게 유지한다. 다음으로 가볼까? 그리 덧붙이던가.)
(어느 쪽이건, 크게 관심이 가진 않았다. 눈 두어 차례 깜박인 후 걸음을 옮겼다.)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 누군가의-.. 혹은 무언가의 신체 부위를 보고 그렸다.
헌데, 날짜는 10년이라는 간극이 띄워져 있고. (예지몽이라도 꾼 건가, 시선이 느릿이 구른다.)
... 모델은 누구였으려나. 그 정도는 궁금하네. (본인일까. 다만 답을 내놓긴 어려운 의문이었다. 본인도 그걸 알았는지 눈만 더 껌뻑일 뿐.)
다 본 것 같지? (뭐라 감상을 덧붙이기 머쓱했으니 마무리할 준비라도 하는 듯 묻는다.)
4구역은 별개의 전시관으로 배치된 걸로 알고 있어. 이쪽은 다 둘러봤다면 그곳으로 넘어가도 되겠지. (건조한 숨을 내쉰다. 마지막으로 향하는 그곳에는 무언가 있을까.)
기준치: | 69/34/13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엿 먹일 심산이었다면, 제대로 성공한 것 같은데그래.
(침묵. 그 짧은 새 그의 주위를 감도는 온도가 몇 도는 내려간 것도 같은 착각이 들었다. 슬로우모션처럼 다시 제 위치를 찾아 내려간 손이, 몇 번인가 쥐었다 펴지기를 반복한다.)
태워버릴 수는 없으니-.. 이쪽이 사라지는 편이 맞겠지.
(가는 한숨. 눈을 감았다 뜨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다.) -..주최자와 연락을 해 보고 싶은데.
... 자리부터 옮길까. 주최자는... (연락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일단 이런 전시회를 주관했다는 데에서부터... . 손가락을을 까닥였다.) 뭐라고 하려고.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 사건 당사자라고 한다면 제 알아서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 그 사람이라면 알까 싶어서. (무슨 생각으로 이 작자를 전시관에 들여놓을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짤막히 덧붙였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다시 굴려도 되나요................?)
기준치: | 50/25/10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가일 한 번 보고) 전시회 관람에 있어서 애로사항이 있다고 느껴져서요. 그래서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따로 적어서 내민다... )
기준치: | 69/34/13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잃어버린 것은 여기에 없어.
이곳은 유리에 금이 간 장소.
당신들은 유리 위에 서 있어. 눈치채기엔 이미 늦었지만.
애초에, 내가 왜 이런 곳에...
......
‘과거의 도서관’으로 찾아와. 자그마한 힌트를 줬어.
아는 사람인가, 싶었던지라.
저희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죄송합니다. 최근 바빠서..
지금은 너무 바빠 이야기가 길어지지 못할 것 같군요. 연락 주시면, 일정을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시 아가일을 향해 시선을 튼다. 받았던 명함을 내밀어 보고) 이제 어쩔까?(당장 연락을 남길 순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자신보다도 아가일에게 더 급한 일이라 판단되어서. 눈만 껌뻑인다.)
(이어 시선 느릿이 돌려 당신 바라본다.) 달리 가야 하는 곳이라도 있나?
... ... ... 도서관? (답이라기에는 확신은 없다. 애매한 어조.)
너는? 따로 더 들릴 곳이 있어?
응시했다. 더 들릴 곳이 없다면, 혹 계속 동행해줄 거냐는 물음을 담아. 가벼운 확인차.)
기준치: | 40/20/8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라? (모니터를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인다. 시선은 이내 안대를 쓴 이에게로.)
발렌티아..씨, 혹시 이전하기 전 도서관의 회원이셨나요?
자리를 한 번 옮겼거든요, 이 도서관.
옮긴지는 3년 정도 됐네요. 신축 건물이라 깔끔하고 좋아요. (가볍게 웃는다.)
뭐.. 어쨌든, 이전 정보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신원 확인 대기 시간 없이 도서관을 이용하실 수 있으세요.
열람실에는 음료와 간식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니 음식 섭취는 휴게실에서 해주시길 바라고, 도서 대여는 한 명당 최대 3권까지 가능하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나 참, 조그만 도시에 무슨 소문이 이렇게 많나 싶다니까.. 괜히 그런 것 때문에 더한 것 같기도 하네요. (가벼운 푸념이 이어진다.)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말끝을 흐리며 아가일을 본다. 마땅히 정한 기억이 없어서... 뒤이어 소근거리는 목소리.) 원하는 영화라도 있어?
기준치: | 60/30/12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주위를 다시금 살펴보고, 마땅히 걸리는 점이 없다면, 혹시 가능할까 싶어 도서관 밖으로 나서본다.
나는 당신에게 길을 알려주기 위해 왔어.
이제 이 세상은 곧 끝을 맞이할 거야. 0과 1이 아닌, NULL 그 자체를.
그러니, 그를 붙잡아 줘.
그리고, ... 그, 라니. (데릭 루스를 말하는 건가?)
하지만 내가 원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야.
나는 그들이 다루는 종이인형. 내 힘으로는 혼자 서 있을 수 없어.
'그'. 네 친구.
그 사람는 그들에게 잡혀 있지만, 그 절반만이 잡혀 있지.
아마 본인도 사로잡힌 줄 모를 거야.
하지만 당신은 달라. 나와 그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당신뿐.
...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지? (그러고서는 순순히 고개를 까닥였다. 자기를 치켜 올리려는 말은 아니겠거니. 자세한 사정이 궁금했다. 여간 심상찮은 분위기도 있었으니까.)
'관측'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정시킨다는 것.
부정不定 의 상태인 당신을 한 시간대에 고정시킨다는 것.
그의 빼앗긴 눈은 '관측'을 할 수 있어. 의도치 않았든, 의도하였든 이제 당신은 그에게 관측될 거야.
그는 본능적으로 당신을 관측하겠지..
하지만 너무 많은 관측은 관측자에게 부담이 돼.
'관측' 된 상태에서 과거를 바꾼다고 하여도, 그것은 과거가 바뀐 또 다른 우주를 만들 뿐이야.
즉, 이 우주는 그대로 유지되어 변화가 없어.
하지만.. 분명히 변한 우주는 존재하게 되는 셈이지.
당신을 원래대로 돌리고 싶어하는 거겠지.
자,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최대한 끝이 오기 전까지 이 일의 근원을 찾아.
어디서부터 그들이 손을 뻗었는지 알아내는 거야.
과거로 '관측'되고 싶다면 그에게 말하면 돼.
'10년 전의 너는 뭘 보고 있었니?' 라고.
... 내가 피곤하다고 했던가?(혹은 멍을 때렸던가. 눈가를 찌푸리며 아가일을 봤다.)
내심 신경을 쓰고 있었건 걸지도 모르겠어. 전시회나, ... 그런 것들에. (조금 긴가민가한 눈으로 아가일을 본다. 여기서 더 말할 거리가 있는지, 말해도 되는지... 이런 생각들을 정리해나가며.)
그렇겠지, 너라면 그런 일들에 이쪽보다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사람이니. (...) (상대에게 드리운 녹음을 잠시 바라보다가) 또. 달리 할 말이라도 있나? 아니면 달리 가고 싶은 곳이 새로이 생기셨나.
가고 싶은 곳이라면... 아가일, 너는? (도서관에서 영화관까지. 제 의견의 수렴해주었으니, 자기도 어디 맞춰야 한다는 사명감이 깃든 모양이다. 없다면야 어쩔 수 없으나...)
그리고 첨언하건대.. 정말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더라면 여기서 이렇게 너와 노닥거리고 있지도 않았겠지.
끊어내고 싶을 뿐이야. 그 작자의 의도를 알아내든, 그 너머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살피든..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으니.
(비효율적이거든.. 느릿이 숨을 내리쉬더니 제 손가락으로 입가를 톡톡 건드린다.) 아까.. 이곳 직원이 교회에 대해 이야기했던가.
소문과 엮여 나온 화제인 것을 보면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겠네. (추측이지만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다.)
(뒤이어지는 말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헤더가 보기엔 그는, 항상 이성적이었으니. 그런 점에서 불안감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다만, ) ...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네. (당신께서 얼마큼을 끊어내길 원하는지, 헤더는 알 수 없었으나 더 이상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는 회의감이 들었다. 뻔히 보이는 흉에도 감회는 처절히 달라붙는 법이니까. 적어도 스스로 생각하기엔.)
아... 원래는 보육원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화재라는 단어가 뒤따라왔던 것 같다. 고개를 가볍게 주억이며, 교회로 향하자는 의견에 수긍한다.)
(허나 공감이 결여되어 있다고 해서 이해 또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이해'라는 것을 한끝이나마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 현재 그의 경계선 안에 서 있었을 터다.
아마, 높은 확률로 눈앞에 있는 당신도.)
정 아니다 싶으면 걸고 넘어져 보든가. 네가 그리 말한다면 나름대로의 합당한 판단이 따랐겠지. (여긴다고 치부한 채로 응어리를 남겨두는 쪽이 더 번거로워, ..그런 담담한 대답을 내어 놓앗다.)
매듭짓기의 과정이야. 친족 살해 혐의로 법정에까지 서 봤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죽은 이 하나에 매달릴까.. (....)
무뎌짐의 과정이겠지. 망각술사라도 고용하지 않는 이상은 부지불식간에 무엇에 대한 감각과 기억을 없애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니. 그대로 흘러 사라지게 두는 것 뿐이야.
(처음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들. 허나 당신의 의구심 또한, 그럼에도 여전히 합당한 종류였으니..)
그랬지. 화재라는 말은 조금 신경이 쓰인다만은. (짧은 침묵. 이후 먼저 위치를 가늠해 보듯 눈 깜박이더니 한 걸음을 떼어낸다.)
여러분도 기도를 하시러 온 걸까요? … ..아아.
아아! 어서 들어가시죠.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나이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 ... ... 아니, 괜찮아? (그러며 아가일을 돌아본다. 욕봤다...는 태도.)
뭐.. 덕분에.
사이비라도 되는 모양이지. (직후 느릿이 내쉰 숨에는 선명한 불쾌가 묻어난다.)
(그러며 신도가 내달린 길을 바라본다.) 여기까지 오긴 했으니... 내부만 잠깐 들려 확인하고 가는 게 좋겠어.
오늘은 이 정도까지일 것 같군. 슬슬 시설들도 문을 닫기 시작할 때니까.. (...)
그러고 보니, 갤러리장에게는.. 연락해 봤던가. (눈 느릿이 감았다가 뜬다.)
동행하셨던 신사 분께도 같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어디서 만나 뵐까요?
내일이나 모레 정도까지는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준치: | 60/30/12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갤러리에도. (마침 수습이 잘 되었나, 그런 것도 신경 쓰였으니.)
10년 전.. 이곳, 패링던에 있던 한 보육원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화재 사고였어요. 범인은 찾지 못했고, 사망자도 꽤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지금 교회가 들어서 있죠.
남아 있는 정보는 이 정도네요.
흔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 땅 자체를 화재 이후 다른 이가 사들였다 하더군요. 그것까지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만..
그 전후 과정에서 이상하다고 할 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군요.
어제 한 신도가 교회 옥상에서 투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단순 자살로 결론이 날 것 같지만..
기준치: | 60/30/1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남?았?나?)
기준치: | 60/30/1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10년 전.. 패링던에서 벌어진 안구 상해 사건이었죠. 제법 시 내에서는 화제가 되었고.. 가해자가 화가여서 더 말이 많았다던가.
피해자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안구는 이미 가해자가 훼손시킨 뒤였기에 시력을 복구시킬 수는 없었다는군요.
지금 서 내에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들도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당시에 일하던 사람들도 전부 은퇴하거나 다른 지부로 넘어가거나 했어서..
(파일을 앞뒤로 뒤적거리다가) ..오, 그 대신 이 사건에 다뤘던 기자 한 명이 아직 패링던에 있는 모양이네요.
이 사건을 중심으로 범죄 칼럼을 작성했다는 모양이에요.
제목은... 보자. [범죄 칼럼 :: 숨어 있는 야생의 광기]입니다.
기자의 이름은 엔조 홀트라고 하네요... 아, 그래. 5년 전에 찾아와 이 사건에 대해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7년 정도 근무했던지라..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고개 까닥이고... 아가일 한 번 본다. 이제 그만 나가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갈까?)
... 가치가 있느냐면, ... 글쎄다. 네 미련을 끊어낼 수도 있다는 가치가 있겠지. (그리고 손을 풀고 눈을 돌려 제 앞을 바라본다.) 사실 깊게 생각하고 움직인 건 아니야. 그냥... 나는 아는 게 많지 않고 이제서야 질문을 던져 답을 얻을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그리고 짧은 정적이다.) 남이 파고드는 건 별로인가? (진지하게 내뱉은 물음은 아닌지 낯빛은 태연하다.)
이쪽의 가치가 네게도 그만큼의 값어치를 다할 지는 의문이다만은.. 그쪽다운 대답이기는 하다고 해 둘까. 안 그런 듯 여전히 타인에게 무른 편이니... 너는. (마지막 문장은 진심과 농조가 반쯤 섞여든 투였다. 물음에는 의도를 가늠하듯 눈썹이 미동하더니)
딱히. 이쪽이 정말 까발리기 싫은 일이었다면 애초에 밖으로 꺼내어 놓지도 않았겠지. (간결한 대답이 돌아온다. 약간의 간극 후) 네 자의가 포함된 일이라면 그걸로 됐어. (...) 이쪽 때문에 네 발목을 잡아두는 일이야말로 질색인지라.
(걸음이 점차 느려진다. 무른 편이었나? 미묘하다는 듯 눈썹이 미세하게 우그러졌다.) ... 어차피 네가 아니었다면 깊게 파고들 일도 없었을 거야. 방향을 알려주는 것도 너니까, 내가 움직이는 사유나 가치로부터... 네 이름을 빼버릴 순 없겠지. (그러니 그만한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게 요다. 아가일이 좋다면 자기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추측이다.)
(하긴.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왜 질색인데? (입꼬리 끝이 비틀어진다. 가벼운 웃음이 허공을 갈랐다.) 나는 이미 한 번 잡은 적이 있는데. 너도 한 번 잡는 걸로 치면 되지 않나?(원래 그런 걸 신경썼냐는 투며, 이미 발목을 잡았다는 일에는 예의 '그' 8유로가 있겠다.)
(직후 웃음이 장난조와 함께 돌아올 적에는 허, 하고 헛숨이 튀어나온다. 비웃음은 당연히 아니었겠지만은) 그래.. 너와 내 관계를 8유로로 정의 내리고 싶으면 그렇게 하든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발걸음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기자에게 연락이라도 해 보려고? (스마트폰을 움직이는 양을 잠시 바라보다 물었다.)
(그러며 가만 아가일을 응시한다. 물어볼 사람이야 코앞에도 있는데. ... 뜸을 들이며 제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여전히 애매한 얼굴, 갈피를 모르겠다는 낯으로.) 10년 전에 말이야. 어땠어? 10년 전, 그 당시에 뭘 보고 있었어?
별다른 절차는 필요치 않답니다.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에 오셔서 기도를 드리면 돼요. 단체 미사는 매주 일요일 9시 반에 있으니..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시다면 그 때에 들리셔도 괜찮을 것 같군요.
그래.. 해서, 내가 10년 전에 안구 상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는 것을 알아내셨다고.
어느 날, 한 목사에게 안구 상해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었고.
목사의 이름은.. 에반 클라크. 지금의 도서관이 위치한 자리에 있던 교회를 운영하던 자였을 거요.
그는 '붉은 관측자' 라는 사이비 종교가 해당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소. 나 또한 당시에 여러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네.
하지만.. 붉은 관측자를 조사하자마자 곧 알 수 없는 주소로 협박 편지와 이메일이 오더니, 결국 목사의 하나뿐인 아들이 실종되었소.
그 이후로 목사는 연락이 되지 않고, 결국 사건 조사 역시 흐지부지 되었지.
그러니 안전을 중시한다면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을 추천드리오.
.. ...일전에 칼럼에 쓰지 않고 조사해뒀던 내용들이 있소. ...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에서야 자네들이 나에게 찾아온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군.
가져가도 상관은 없으니 처분은 마음대로 하시고. ..이쪽은 이만 실례하도록 하지. ..몸 조심들 하시오.
... 아가일. (그러니까... ) 10년 전에, 넌 무엇을 보고 있었지?
(제 허벅지께에 올라와 있던 손이 느릿이 쓸어 올라가 무릎을 짚는다.) 해서.. 이번에는 또 어느 곳을 놀러가 볼 심산이신지. (...) 한두 곳 정도는 아직 여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이후에는 일정이 있어 내일 오전부터 다시 만남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전한다.)
..제 아들을 아시는 겁니까? 누구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네. 아들이 얼마 전에 태어났습니다.
그 아이야말로 신의 축복이며 신의 증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큰 축복을 내려주셨어요. (입가에는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듯한 미소가 감돈다.)
... 교회에 데리고 오시면 안됩니다. 축복이라고 하셨죠. 잃으실지도 몰라요.
당신은 믿을 만한 사람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드는군요. ....갑자기 그런 말씀을 꺼내는 데에는, 그러니 이유가 있겠지요.
혹시 자세히,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미래의 제가 보이더군요. 미래의 제 자신은 무언가를 잃고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저를 후회하는 꿈을 꾸더군요.
그 끝없는 악몽 속에서 어느 순간 저는 검은 공간 속을 부유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곳이 위인지, 아래인지,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도 알 수 없이 저는 그저 ... 부유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간극을 두고) 매일 아침마다 깨어나면 고민합니다. 지금이 미래의 내가 꾸는 꿈인지, 아니면 내가 미래의 나를 꾸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오니 이제 알 것 같군요. 제가 꾸는 꿈은 꿈이 아닙니다.
미래의 내가 겪은 일이며, 나는 하나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이 시간의 사람이 아니군요. 그렇죠?
그러나 그와 동시에, 여기에 존재해 저에게 소중한 조언을 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제가 마땅히 드릴 답례가...
저는 종종 제 깨달음을 정원에 묻어 놓습니다.
길이 없다고 생각할 때, 확인해주세요. 모쪼록 당신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정해둔 행선지가 따로 있으신가..
..너는, 왜 이쪽을 돕는 거야. -..너도 그 사건 당시에 있던 당사자였으니까?
... 내가 돕지 않을 이유가 있나? (오른발부터 다시 내밀어 걸음을 옮겼다.)
(말을 고른다. 표현이 모나지 않게끔 최대한 다듬기 위함이다. 걸음은 여전히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네게 득이 될 만한 것도, 유쾌한 일인 것도 아니잖아. 단순한 호의에서 기인한 일이라면-.. (그때 그 전시관에서 연락처를 구해준 그 일까지, 거기까지가 적정선 아니었던가.)
(요컨대, 다시 한 번 효율성의 문제다. 타인에게 제 잣대를 들이미는 일은 전무했으나, 제가 당사자로서 엮인 일에 누군가가 포함되어 있으니 그런 물음이 나왔더랬다. 평소같았다면 이마저도 잘 갈무리했을 터이나.. 글쎄. 계속해서 이는 두통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파동 때문인지 그 원인을 드물게도 자신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 득이 될 게 없는지는, 글쎄다. 그건 모르는 일이고. 유쾌하진 않지만... 이런 사건은 이미 익숙해서. (으쓱거리다가) ... 단순한 호의는, (그제서야 짧게 침묵했다.) ... 이거야말로 재단하기 가장 애매한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단순한 호의의 한계를 뭐라고 생각해? 호의는 아주 많은 걸 가능하게 하고, 관대하게끔 만들지. 너는 내가 무른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러니 돕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아가일의 물음은 인과관계에 기초한 아주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무릇 행동에 까닭이 붙는 법이니까. 헤더는 두어 번 걸음을 재촉해 아가일을 앞섰다. 사유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 언어로서 내뱉기 위해 단어 몇 개를 끄집어내야만 했다.)
... 미련 때문일 수도 있고. (답이라기엔 애매하다.)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고, 10년 간 뜸해지며 더 많은 기회를 잃었으니... (뜸) 나는 여전히 너를 잘 모르겠고, 내가 석연찮다고 느끼는 부분을 해소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겠지. (그냥...) ... 너 괜찮은 거 맞아 ?(하는 질문에 대답이 달릴 적, 그 대답의 포장을 한 꺼풀 벗겨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던 것도 같다. 다만, 이 물음은 그리 평온해 보이지 않던 얼굴 때문에 던진 것이라...)
직업 정신이라 이건가.. 그래, 납득 못할 사유는 아니네. (비단 당신과 지금처럼만치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한들 사건 직후 한 번 쯤은 연락을 취했으리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었으니까. 다만 이어진 문장은 여전히 그로서는 양가적인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너야 어쩔지 모르겠다만은-.. 이쪽은 순수하게.. 오롯이 타인을 위한 행위라는 걸 염두에 두는 편이 아니야. (결과 자체는 선해 보일지언정 그것이 종국에 자신에게 가져다줄 이익이 있기에 행동한다는 뜻이다. 이익이라 함은 단순히 금전이나 물질적인 것뿐이 아니다. 이상, 바람, 충족감 등. 태어났을 적부터 그는 그러한 사고를 가지게끔 만드는 환경에서 자라왔고, 또 천성이 그러했더랬다.)
..-지극히, 너다운 말이야. (가는 숨소리가 허공에 흩어진다. 미련이라.) 어디까지나 이쪽의 일이니 네가 그 일에 일말의 책임 의식이라도 가지지 않기를 바란다만은.. (타인과 얽힌 일이라는 게 그리 쉽게 풀리던가. 그 뒤로 납득을 위한 이런저런 상념이 지나던 중, 내뱉어진 한 물음에 비로소 시선을 다시 상대에게 둔다. 10년 전. 그때와는 달리 하나뿐이 남지 않은 붉은 눈동자로.)
네가 그리 묻는 걸 보아하니, 이쪽 꼴이 썩 멀쩡하지는 않은 모양이지.. (그 말을 할 적에는 제 손으로 관자놀이께를 느릿이 문질렀다.)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변함 없어. (괜찮지 않더라도 괜찮아 보일 것. 습관이자 신념의 일종이되 동시에 고집이요 강박이다.)
(헤더의 그 정신은 몸으로 체화해 숨쉬는 것과 같은 이치로 발휘되는 것이라면, 아가일의 행동의 대부분은 그럴만한 사유가 뒤따를 것이다. 그냥 하는 거지, 싶은 사람과 하기에 괜찮은 것 같아서, 하는 사람 사이에는 명백한 방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고개를 끄덕였다. 대강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렇다면 다시 근본적은 의문을 흩어져 산발적인 질문으로 퍼져나갔다. 재고 따지기가 그리 칼 같던 사람이 아직도 제 성정을 모르는가 싶은 의아함 반, 그렇다면 당신의 질문에서 나의 대답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의아함 반. 그런 납득할 이유가 필요했나? 납득이 필요한가, 굳이? 의문스러운 얼굴이다.) 아가일. 나는 네가 나에 대해 알 만한 건 다 안다고 생각해. (습관이나 좋아하는 음식 따위가 아니라, 이 관계에서 필요할 것들의 대부분은. 헤더가 생각하기엔 상대가 어떤 길로 나아갈지, 루트를 계산하는 그 성향만 알면 충분했다. 아가일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넘겨 짚던 것이다.) 그러니 이런 질문을 해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 (그리고 뒤늦게 덧붙였다.) 직업 정신, 맞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걸. (말마따나 호감, 친분 따위가 있을 수도. 다만 정확히 정의하긴 애매한, 그런 유대의 무게가 더 가까울 것이다. 얄팍하고, 아슬하지만, 구태여 끊을 필요가 없는. 이어갈 수 있다면 이어가게 되는 그런...)
(그러니 이 얄팍하게나마 이어져 온 관계에는, 헤더의 미련함의 지분이 조금은 있을 거다.) 이젠 나의 일이기도 해. (깊은 생각을 거치고 나온 대답은 아니다.) 그러니 신경을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이치고... (이내 허, 하는 웃음을 뱉는다.) ... 그리고 미련한 사람이 하나만 있으란 법은 없는 것 같지. (기이한 고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게 뭐라고 싶기도 하다.)
(언어 간의 간극은 평소에 비해 크다. 그는 그것이 이 도시에 발 들인 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두통 때문인지, 아니면 불가해한 것을 파고듦으로 인한 신체의 거부 증세 때문인지 장담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신. 확신이라.)
.. ...그랬을 수도.
(간결한 대답 속에는 제법 많은 표현이 함축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 이후로 그는 어떠한 부연 설명도 더하지 않았다.)
너도 어지간히.. 고집 센 위인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래.. 쉬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도. (아랫입술을 지긋하게 누르고 있던 손가락이 이내 그 얇은 피부 전체를 가린다. 시선은 여전히 당신에게 고정한 채다.) 10년. 그쪽이 나를 알아온 시간의 절반 정도 되는 기간이고. (쉬이 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구태여 '답지 않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러한 질문을 건네는 것은 아마 그 자신이..)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이쪽이 그런 편으로 무감할지언정.. 아예 못 느끼는 것도 아니니까. (정도나 명확한 정의는 다르더라도 당신이 그에게 느끼듯, 그 역시 당신에게 비슷하 종류의 감정을 품고 있으리라는 뜻. 그러니 그는 이 대화에서 당신이 이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다시금 정립한다. 아마, 손 닿는 끝까지.)
말했잖아, 옮은 것 같다고. (사고에 매듭을 지으면, 흘러나오는 것은 실없는 소리다. 입가에 머무르던 손은 다시 주머니 안으로 사라진다.) 의지는 독이야. 적어도 이쪽에게는. (그는 이미 친족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에게서 이를 학습했다. 당신이 분명한 선인에 가까움에도, 쉬이 무언가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 또한 이와 같다.) 다만... (한숨. 꼬여 있던 매듭 하나를 풀어내니, 그제서야 들려오는 도보 소리와 배기음, 먼지마냥 뭉친 언어의 파동. 눈을 다시 한 번 느릿이 깜박였다.)
이 일이 끝나고 나서.. 고려해 보지, 네가 원하는 그것. (그러니, 이것이 그가 당신에게 표하는 작은 유대요 결집된 감정의 편린이다.)
(그랬을 수도. 이어지는 말을 기다리느냐 헤더의 침묵도 길게 이어졌다. 어릴 적, 아가일이 던지는 물음이나 대답이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관대한 물음으로부터 정해진 대답을 읽으려 애썼고, 함축된 답으로부터 깨달음을 바로 얻을 순 없어서. 헤더는 영특한 아이가 아니었고, 현재도 그랬다. 짧은 대답에서 무엇을 읽어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가일은 어려운 아이였고, 이제 와서는 다르게도 어려웠다. 골이 지끈거렸다. 그러나 피곤하진 않았다. 기이하게도.) 누구에 대한 확신? (아가일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혹은 헤더 그 자체에 대한 확신, 혹은... .) ... 그리고 그것만? (확신이 필요하다면, 헤더는 제 능력 안에서 노력을 들일 의지가 있었다. 상대가 원하는 게 더 있다면, 그 또한. 헌신일까? 헤더는 자신의 증명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 헤더가 아가일의 행동으로부터 사유를 가늠할 때, 당신 아가일은 헤더의 행동만을 보는 것으로. 상반됨에 앞서 받아들이는 게 더욱 당연해지게끔.)
(헤더는 아가일을 돌아봤다. 아가일이 다시 되짚어 줄 때도,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렸다. 그러며 도시는 잔잔히도 소란스러운데, 완전한 단어가 콕 박혀 들어왔다.) 옮은 것 같다고 했지. 의지는 독이라고. (입이 다물렸다. 느리게 이어진 말을 곱씹었다. 멀리서 희미하게 울리는 경적 소리를 가르고, 웅웅 울리는 주체부터 불확실한 소음 덩어리 사이로 하하하... 실없는 웃음이 터진다. 택한 건 웃음이다. 아직도 낯설었다.) 확정은 아니지. 그래도... 왜? (물음이다. 당신, 아가일이 먼저 던진 것과 비슷한 물음일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한.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너와 나,혹은 '우리'. 끝없는 길을 걸어가매 변화한 이정표를 거부하지 않게끔. 당신이 그에게 품은 감정이 헌신이라면 그가 당신에게 품은 감정은 긍지이라.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으므로. 기어이 다시 한 번 흐른 웃음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코앞의 지하철역. 곧바로 작별을 고하지 않고 그가 꺼낸 대답은..)
도와준다며. 그에 보답하는 것뿐이야.
(빚 지는 건 질색이니, 중얼일 적의 목소리가 가지는 무게는 이전보다 덜하다. 당신을 얼마간인가 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들어가. 내일 다시 보지. (가볍게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를 건네고 먼저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 ... ...:::)
기준치: | 60/30/12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상처는... (없나? 아이를 살피듯 바라본다.)
혹시 출입에 제한이 있던가요? (불어오는 투가 마냥 외부인은 아닌가 싶고...)
(당신을 흘긋 보더니 멋쩍은 표정을 한다.) 이것 참.. 죄송합니다. 워낙 건물 매매 관련으로 요즘 이야기 하고 다녔더니 아이가...
요즘 한 단체에서 계속해서 건물을 매매하라고 찾아오고 있어요. 거절 의사를 내비쳤는데도 계속 찾아와 정말 곤란하죠…
이 곳에 있는 봉사 활동 단체가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어서요.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싸게 자리를 내주었죠. 만약 내가 이 건물을 판다면, 아마 그들은 자리를 빼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죠. 사람은 원래 돕고 사는 것이니…
저희는 그럼,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기준치: | 45/22/9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5/22/9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딸 밖에 없어. 아무리 그렇게 협박해도 물러설 수 없다고!
기준치: | 50/25/10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가일을 바라보더니) 그럼... 그 여자는 네 가족이 아닌 거니?
그 사이비 단체에서 '신녀'라고 부르는 여자가 있어. ..너와 완전히 눈이 똑같이 생겨서 네가 그 여자의 가족인 줄 알았단다.
..그래, ..어쨌든. 나에게 용건이 있니? (다시 헤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나의 딸은.. 올해로 20세란다.
마 전, 그녀는 대학교에 입학하더니 이 괴이한 종교에 빠져들었어.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전화를 걸어 보아도, '곧 우리는 서로가 없어도 완벽해질 것이다' 라는 말만 반복해.
딸이 마지막으로 있던 장소가 이 건물로 나오는데, 이들은 들여 보내주지도 않고 경찰 조사도 거부하고.
상상도 못해서, 눈치챘을 때는 이미 딸은 깊게 종교에 빠져들고 만 뒤였지.
(잠깐 뜸을 들이다가, 헤더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한숨과 함께 몇몇 이야기를 더 꺼낸다.) ... ..9년 전, 딸의 친한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그리고 그 이후로 딸의 친구 또한 집안이 기울어 안타깝게 죽게 되었지. 그로 인해 딸의 상심이 많이 컸어.
하지만 그 이후 멀쩡히 대학교에 들어갔길래 마음을 잘 추스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지.
그녀는 그 종교에 들어가더니 계속해서 ‘어느 우주에서는 친구가 살아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어.
그리고 '신녀'가 그 우주를 전부 합쳐줄 것이라고도..
애칭은.. 엘리였던 걸로 기억해.
그 아이의 집은.. 이 거리에 한 건물을 세울 정도로 부잣집이었어. 그런데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어 집안이 기울게 되었던가..
결국 그 친구 또한 안타까운 일로 목숨을 잃었지.
저기-.. 맑은 눈 건물이 그 친구 집의 건물이었다.
나이도 잘 파악할 수 없고 여러 사람이 섞여 있는 듯한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친단ㄷ..
어?
..미안한데... 내가 누구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던 거지?
(이윽고 아가일을 돌아본다.) ...넌 또 누구니?
아이는 종종 다른 길로 새곤 하니까요.
아, 참. 하나와 하리는 보육원에서 자란 쌍둥이에요. 어찌나 똑같은지.. 선생님들도 처음에는 구별하지 못해 애를 먹었죠.
하지만 역시 쌍둥이인지라, 서로는 서로를 찰떡같이 찾아내요. 마치 자석이나 원래부터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서로 떨어져서 입양될까 봐 모두 걱정했었죠..
하지만 다행히도, 최근에 한 입양자가 두 명 다 입양 의사를 밝혀 한시름 놓았어요.
좋은 가정에 들어가, 본인들이 좋아하는 미용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눈을 느릿이 깜박이더니 약간 곤란한 표정이 된다.) 그건, 개인정보라서 아무래도 조금 곤란하긴 한데..
기준치: | 50/25/10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름이.. 데릭 루스였죠, 아마?
원래는 울리면 바로 119가 오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고장이 났는지, 최근에는 119로 연락이 가지 않는 것 같더군요.
이번에 고치려고 했는데, 예산이 없어서 아무래도 한참 뒤에나 고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말씀해 주셨으니 한 번 확인은 해 볼게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여기에 있되, 동시에 여러 곳에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쓸데없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걸 보니 멀쩡하진 않은 모양이지. (눈가를 짚으면서 느릿이 숨을 내쉰다.)
... 내일은 괜찮겠어?
.. ...딱히, 병원에 간다고 해서 나아질 것 같진 않아. 더 살필 것이 없다면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도 될 것 같은 정도. 다만..
(하나의 눈동자를 느릿이 굴려 당신을 바라본다. 어쩐지 그 눈빛이 조금 기묘했던가.. 이어 흘러나온 문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목소리이나, 그가 아닌 것처럼. 허나 얼핏 또 한없이 아가일이라는 사람 자체와도 같은.)
물을까. 만약 내가 이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게 된다면, 넌 나를 붙잡을 수 있는지.
... ... 내게 붙잡을 기회가 있다면 그러겠지. 하지만, 글쎄. 아가일. (그야말로 알 수 없다는 얼굴이다.) 내가 붙잡는다고 네가 붙잡힐지, ... 그러니까, 고정될지는 잘 모르겠거든. (손으로 잡는다면, 무엇을 못하리. 다만 여기서 필요한 건 무언갈 쥐는 손아귀 힘이 아닐 것이다. 물리적인 힘을 벗어날 적, 헤더는 고민스러웠다. 헤더가 당신, 아가일을 붙잡을 만한 무언가가, 이 관계 사이에 제대로 자리 잡아 존재하는지.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이어진 인연에 인력이라는 힘이 제대로 작용할까? 그런 것 따위가.)
(팔에 닿은 손을 한 번, 당신의 눈동자를 한 번. 상황을 파악하듯 또 한 번의 뜸이 이어지고서야 관측자의 입은 다시금 열렸다.)
..이쪽이 떠나려 든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고-.. 네가 그걸 붙잡으려 든다면 그것 또한 타당함이 있겠지.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합리성에 대한 싸움이 될 터다. 철없는 고집을 피울 정도로 그들은 어리지 않았고, 또 어릴 수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경우의 수는 타인. ..휘둘리는 건 질색이지만- (교회 쪽을 눈짓한다. 며칠 전의 상황에 대한 복기.) 타의에 의해 벗어나게 될 경우, 에 대한 물음이었어. ..-지금으로서는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짤막한 감상. 요컨대 어지간해서는 당신이 존재하는 세계 바깥 범위로 벗어날 일은 없으리라 말한 것과 같다.)
(인연이나 관계같은 개념에 큰 비중을 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라면 아마 이것을 '책임' 혹은 '의무'라 명명했겠지.. 허나 말은 언제나 사람 하기 나름이기에,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정의 일종으로써 비춰졌을지도.)
... 그래서 모르겠다는 거지. 내가 충분한 사유가 있더라도, 그게 너에게까지 합당할지는 알 수 없으니까. (애초에 그들은 옳다 그르다, 좋다 싫다, 합당하다 그렇지 않다... 등을 나누는 기준마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서로간 부딪히지 않았으니 겹치는 부분도 적을 터였다. 흐르는 대로 이어진 연답게. 그래서 누가 더 정론에 가까울지 판가름할 순간조차, 헤더는 아득하기만 했다.) ... 설득하다가 오히려 말릴지도 모르고. (으쓱인다. 농이겠지. 누구 하나 고집은 견고하기가 그지 없었으니.)
(휘둘리는 건 질색이라고 한다. 어쩐지 익숙한 말이었고, 답다는 감상을 이끌기에 충분한, 그런 말에 입꼬리가 비틀렸다. 농이라도 들은 사람마냥 얕은 미소를 그렸다.) ... 그래. 타인에 의해서라면. (짧은 침묵이다.) 잡을 수 있지. 잡을 거야. (덧붙여 정정한다.) 붙잡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그렇게 대답할 적, 헤더는 미약한 기시감을 느낀다. 왜 이런 대답이 도출되는가. 왜? ... 언제 비슷한 질문을 들었지. 이번에야말로 스스로 던지는 의문이지만. 헤더는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가, 재킷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런 때에, 널 붙잡는 게 내가 해야 할 일 같으니까... (마지막 문장은 작고 흐리다. 구차한 설명 같았다. 그러며 눈썹을 들썩인다. 알맞은 대답 같았느냐 되묻는 투였다.)
사소한 부분이라면 몰라도.. 결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감상은 드는군. 그마저도 엇갈렸다면 지금 이렇게 이런 곳을 돌아다닐 수도 없었을 테니까. (사람 간의 인연이라는 건, 기적이라 명명되기도 한다고 했던가.. 농짓거리와 함께 풀어지는 얼굴에 잠시 눈길을 주다가) 그렇다면 됐어. (끝에 드러난 것은 희미한 만족. 직후 -..같은 곳을 며칠째 돌아다니자니 별 쓸데없는 감상이 떠오르는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을 터다.)
(이제는 몇 번인지도 모를, 패링던 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한동안 밟다가 이전보다는 무게감 없는 어투로 말을 꺼낸다.) 맑은 눈 건물로 오라고 했던가, 그 사람이. ..그럼 내일은 그쪽에서 볼까.
그래. 오나 가나... 조심하고. (드물게도 못 미덥다는 눈이다. 그렇다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좀 조심하라 재차 말할 뿐이다.) ... 별일 없이 끝나면 좋을 텐데. (막상 만난다니 여간 신경이 쓰였다. 이 또한... 자기가 해결할 수 있는 근심이 아니었으니. 가볍게 내뱉는 바램이었다.)
좋은 곳에서 대접해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말입니다. 약소하게나마 차려 보았습니다.
기준치: | 68/34/13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30/15/6 |
굴림: | 55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30/15/6 |
굴림: | 2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90/45/18 |
굴림: | 7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15/7/3 |
굴림: | 44 |
판정결과: | 실패 |
드디어…
신이 눈을 감고, 우리는 때에 다다른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다 당신이 지하실로 끌려오는 모습을 보고는- 기회를 봐서 여기까지 온 것이고.
내가 그러게 몸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나, 젊은이들이 이렇게 겁도 없어서야.. (가볍게 혀를 차며 당신을 살핀다.)
... 다른 사람은 못 봤습니까? 일전에 보셨죠. 제 동행인... 말입니다.
다만.. 붉은 관측자 소유의 건물 어딘가로 이동했을 확률이 높을 터요.
일단 이곳을 벗어나지, 누군가를 더 마주치면 곤란하니.
그렇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편이 그나마 낫겠지.
..자네는 어떻게 할 텐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게나.
(별, 미친, 소리를... ... 골이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하권을 확인한다.)
(이건... 보육원과 목사 아들의 이야기인가? 입술을 잘근거린다. 상황이 퍽 암울하다는 걸 체감한 듯이. ...)
(주위를 더 둘러본다. 이곳에서 출입증을 찾을 수 없다면 바로 3층으로 올라가는 게 낫겠다.)
(아니 3층도 둘러는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뭔가 있을 수도...)
(3층부터... )
기준치: | 40/20/8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마른 세수를 하기에도 손은 충분히 지저분한 것 같아, 몇 초간 망부석처럼 자리에 서있는다. 뭘 해야 하는지 더 혼란스럽기만 하고. ...)
(출입증을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9층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
(나...겠지? ... 그리 쓸모가 있었는지는, 글쎄다.) (상황을 상기하고, 편지에서 눈을 뗀다. 더 볼 게 없다면 책상을 살피는 게 나을 것 같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보일락...말락...?)
... ... (뚫어져라 보면 알 수 있을까... 글씨를 노려보다가 거기서 거기인 듯 싶을 때, 책상을 훑고 거울로 향한다.)
(이건 쌍둥이의 얘기인가? ... 일체화란 단어를 다시 떠올려봤다. 놓친 건 없는지 재차 확인하고서, 없다면 거울로 향한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10/5/2 |
굴림: | 43 |
판정결과: | 실패 |
(없군....)
기준치: | 70/35/14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 |
비켜라, 비켜..! 끝이 눈앞이거늘..!!
기준치: | 75/37/15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7 |
헛소리를... (육중한 주먹을 휘둘러 명치를 가격한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6 |
기준치: | 40/20/8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기준치: | 75/37/15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3 |
기준치: | 50/25/10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기준치: | 50/25/10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기준치: | 75/37/15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7 |
신은 눈을 감을 것이고, 곧 세상은 無 그 자체가 된다 ... …
.. ...꼴이, 말이 아니겠는데.
(이어 여기까진, 왜. 그런 중얼임이 허공에 흩어져 사라진다.)
... 미안. (헤더, 그가 사과해야 할 일이 있었나? 그럼에도 헤더는 공연한 사과를 덧붙였다. 그냥, 뭔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면 흐린 목소리가 이어졌다. 쇳소리가 섞였다.)
... 아프겠네. (중얼거림이다. 왜. 라는 물음의 답은 뒤늦게 나왔다.) 만나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 .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가 터져나왔다.)
... 그런 건 왜 또 묻는지... 오지 말았어야 했나? (어물거리는가 싶더니 다시 물음을 답이랍시고 내밀었다.)
..-.... 쓸데없는 소리를... ..
(고개가 느릿이 음성의 근원을 찾아 돌아간다. 아마 지금쯤이었다면 새빨간 눈동자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을 타이밍이었으나..)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 -.. ..글쎄.
(짓누른 평정은 호흡이 불규칙하게 끊길 적에도 유지되고 있었다. 어깨를 평소보다 조금 큰 폭으로 움직이면, 다시 한 번 긴 숨소리가 흘러 나왔을 터다.)
네게 우선시되어야 했던 건-.. 이쪽이 아니지 않나 싶어서.
(종막을 앞둔 세계. 각자 지키고자 했던 것, 광활한 황야에 노랗게 피워냈던 정의같은 것들. 그런 말을 뱉어냄에는 큰 망설임이나 떨림조차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마저 지극히 독한 대답이었다.)
책임을... 져야 하니까. 나는 네 동행인이고, 너는 내 동행인이고. 먼저 헤어지자는 인사 하나 없이 상대를 바람 맞힐 순 없으니까. (어조는 애를 쓰는지 가볍다. 실없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리고.) 네가 있으면 마저 헤쳐 나가지 못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아니더라도 있는 게 났지. 그러며 손이 방황한다. 우악스럽게 타인을 휘어 잡거나 서류철을 들추는 게 더 익숙한 손이라, 얼을 타게 됐다.)
... 이 또한 왜냐고 묻는다면... 나도 확신이 필요했던 걸지도. 확신을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겠지. 이게... 불필요한 선택이었나? 그러니까, 더 손해 보는 선택이었을까? 답지 않은 선택이었나. (짧게 침묵한다.) 나는 그저, 더 가까이에 있는 어려움을 향한 것 뿐이잖아. (뒤늦게 아차, 싶다. 여기서 뭘 더 물어보나. 대답부터 내뱉어도 되는 상태인가... 여전히 머리는 어설프게 굴러가는 모양이라, 헤더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평소로 돌아오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
왜냐하면… 당신이 과거를 바꾼 우주가 생겨나고 있으니까.
... ... 새로운 길을 만들어줬으니, 이건 우리의 답례야.
... ..책임이라.
(이윽고, 그는 천천히 안대를 벗는다. 10년 가량을 함께했던 것이 비로소 벗겨져 나가면, 쏟아져 들어온 낯선 광원에 눈을 빠르게 깜박여야만 했다. 비대칭을 이루는 좌우의 시각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적에, 그는 미동하는 손으로 눈꺼풀을 내리 누름으로써 그 떨림을 잠재운다.)
-..물러 터졌어, 헤더 린든.
(찰나에 불과했을 시간임에도 눈가에 머무르던 손가락이 다시 하강하여,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허공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애매하게 부유하는 상대의 손을 맞잡는다. 정확히는 그 위에 아주 가볍게, 깃털이 내려앉듯 올려놓은 행위에 가까웠겠으나.. 받아들이는 당사자나 행위자로서는, 글쎄.)
그게 네 확신이었다면.. 이쪽이 더 이상 말을 얹을 권한은 없겠지. 손익 여부를 떠나서.
(최선의 선택이 항상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님을, 양쪽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빠르게 끝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 속에서도 나직한 목소리는 선명히 간극을 채운다.)
그러니-.. 이젠 이쪽의 차례일 테고.
(비로소 한 쌍의 시선이, 또 한 쌍의 시선을 마주한다. 10년. 길고 긴 시간이 지나서야, 그 상을 온전히 눈에 담을 적에..)
-돌아가. 마지막 가능성이 담긴 곳으로.
10년 전... 그 지긋지긋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고리를 끊어 내.
그 미래에 도달할 수 있는 건 너뿐이니.
그걸 가장 먼저 하고 싶었는데.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을 때,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막아서고 싶었던 일이다. 요건이 되지 않아 요원한 일인가 했지. 헤더는 웃기로 한다. 아직 다 끝난 일이 아님에도, 철저히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 그렇지.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왜 하필 10년 전 무엇을 보고 있었냐는... 물음으로 하여금 과거로 돌아갔을까. 이어지는 의문은 다음과 같다.) 넌... 10년 전에 뭘 보고 있었어? (많은 시간이 흘렀다. 답이 존재하는지도 불확실한 물음은, 내뱉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심산인지 그리 간절한 투가 아니었다.)
-지극히 너다운 선택이었다고. 그 대답도 마찬가지. (저로서는 끝에 이른 순간에서도 온전히 헤아리지 못할. 그럼에도, 보라. 당신이 인연이라 정의한 이 관계는, 붙잡은 손은 온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로..)
도달-.. 관측이라고 하던가. ..돌아갈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즉, 현재 시간선의 그는 이곳의 남는다. 매몰되어가는 이 세계와 함께. 이 모든 일의 전제는 '관측자'가 존재해야 함이므로.) 이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도 즉 너 하나라는 소리다. (담담하게 진실을 고한다. 그는 끝의 끝에 다가온 순간에서, 거짓을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물음에는 이전과 달리 조금 긴 침묵이 이어진다. 무언가를 헤아렸던가? 기억을 되짚었나, 그것도 아니라면 물음의 의도 자체를 곱씹고 있었던가.. ...그럼에도, 그 지극한 침묵 속에서도.)
..-직접 가서 확인해. 백 번 듣는 것보다야 스스로 한 번 목도하는 편이 낫겠지.
(언젠가 붉은 거성에 비유했던 그 시선은, 당신에게서 벗어날 줄을 몰랐다. 꼭, 그 눈길 자체가 정답이라는 것처럼.)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야. (태연히 으쓱인다. 그냥 대답을 듣고 싶은 날도 있는 거고. ... 조용히 덧붙였다. 전자냐 후자냐 묻는다면, 침묵하지 않을까. 보는 사람 마음대로 판단하라는 것처럼. 이제 온전히 돌아온 한 쌍의 눈으로. ...)
그래... 도달할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했으니까. (그럼 이건 도망치는 게 아닐까? 가야 하고, 보내는 사람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어폐가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지울 순 없었다. 맞잡은 손끝에 미약하게나마 힘이 들어갔다.) 기분이... 이상하네. (이 엉망진창의 세계를 혼자서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시 만날 아가일은 이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심하게 들었다. 달라지는 건 많겠지. 이미 구멍이 채워진 세계에서 들춰져 떨어진 기억을 안으려니 벌써부터 외로움이 밀려 왔다. 하지만... 번복은 없다.) 인사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고개를 짧게 주억였다. 결심을 끝냈음을 알리는 몸짓. 그러며 다시금 웃던가. 무얼 그리 보냐며. 답지 않게-아마 둘 사이에 암묵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행위였을 것이다.- 빈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헤집었다. 아마, 인사 대신이겠지. 그러는 헤더도 시선은 요지부동이라, 당신 아가일만을 기다리는 온실의 녹음은 이렇게 붙박여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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