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틸로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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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란하기 그지없는 찬송이 드넓은 대리석 홀 가득 메아리칩니다.
     
    입술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조아리는 충성의 맹세로 례를 올리면,
     
    위대하신 대제 폐하께서는 손짓 한번으로 홀을 지키는 이들을 물립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독대라는 큰 영광을 안기며 말씀하셨죠.
     
    대제:여태까지 짐은 근 이십 년간 수백의 성도에게 이 말을 해왔다. 허나 그대는 모를 터지.
    숲으로 들어간 성도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돌아온 이가 단 하나도 없었지. 그대 또한 숲에서 사라진 이들에 대한 소문을 모를 정도로 아둔하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럼에도 그대가 징집령에 응한 것은, 네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평생 사치스럽게 지낼 수 있을 정도의 금은보화, 제국에서 가장 비옥한 평야, 보석이 끊임없이 빛을 발하는 광맥, 수천의 일꾼…. 뭐든 바라는 것을 주마.
    그러니 부해로 들어가 그 끔찍한 것을 어떻게든 없앨 방도를 알아내도록.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베일 너머, 대제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GM:원한다면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헤더 린든:(눈짓 한 번 하고는)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눈 부빔...)
     
    ......
     
    잘은 모르겠지만..
     
    그가 부해의 확장을 막고자 하는 것은 진심처럼 보입니다.
     
    그가 들고 있던 왕홀을 바닥에 한번 내리 찍으면..
     
    쿵, 하는 묵직한 소리가 납니다.
     
    대제:그대와 함께하길 자청한 길잡이가 있다. 홀 밖에서 대기 중일 터이니 인사를 나누어라.
    마지막으로… 행운을 빌도록 하지. 무사히 돌아오도록.
     
    ......
     
    명백한 축객령.
     
    일데리안에서 가장 높으신 분의 시간은 쏟아지는 황금과 오염되지 않은 곡식보다 귀한 것이겠죠.
     
    고개를 조아리며 예를 취한 당신은 몸을 뒤로 물립니다.
     
    적막한 대리석 홀 안에서 발소리가 유독, 크게 울리는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알현실을 벗어나면,
     
    ……
     
    문 밖에서 시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낯선 자가 기다렸다는 듯 당신을 마주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나오는 양을 보아하니, 당신이 성도 같은데.
    자질구레한 말은 생략하고. 아가일 발렌티아입니다. -길잡이라고 해 두죠.
     
    ..다정함이나 사근사근함은 찾아보기 힘든, 냉한 모양새입니다.
     
    그는 이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합니다.
     
    GM:원한다면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헤더 린든:... 잘 부탁한다고 해두죠. (눈을 끔벅이곤 손을 맞잡아 악수에 응한다. ...)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무슨 생각하는진 모르겠고...)
     
    음...
     
    다만 그는 퍽 진지한 모양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굴에서부터 이미 진중한 사람 같지만..)
     
    맞닿은 손은 그 얼굴처럼 제법 온도가 낮습니다.
     
    손을 가볍게 붙잡았다 떨어지면, 당신을 찬찬히 살피던 길잡이가 재차 입을 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해서, 갑자기 자처하여 나가겠다고 청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한데.
     
    헤더 린든:거창한 이유가 필요한가.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우습게도, ... 선택받았다고들 하니까. 해야겠다 싶은 거지.
     
    아가일 발렌티아:선택받았으니 해야 한다..
     
    아가일은 짧게 숨을 내리쉽니다.
     
    비웃음인지, 한숨인지는 애매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쪽은 제국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부해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 정도라고 해 두죠.
    뭐.. 저쪽에서 명한 것도 있고.
     
    헤더 린든:(허?) ... 원하는 바를 이루길 바라죠.
    ... 잘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그는 대답 없이 고개만 가벼이 까닥입니다.
     
    원래 이런 성격인 것인지.. 아니면 분위기 자체를 개의치 않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자기소개를 주고받는 후, 아가일은 당신이 머물 숙소로 이끕니다.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는 앉아서 하는 게 좋겠단 이유로요.
     
    아가일은 테이블에 마주 앉은 당신에게 몇몇의 정보를 공유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크게 두 가지 정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잘라 먹어도 상관 없으니 제때제때 이야기하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저희는 내일 이른 새벽에 제국을 떠나 부해로 향합니다.
    제국에서 우리를 위해 비행정을 제공하기로 했으므로, 부해에 도달하기까지 그래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비행정이 부해에 접근했다가는 독성에 삭아 추락할 것이 분명하므로,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중도부터는 비행정에서 내려 도보로 부해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두 번째.
    (당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각오는 제대로 되어 있으신지.
    설령 성도가 부해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다 하더라도, 여태까지 숲 안으로 들어가 살아 돌아온 사람은 없었으니.
    그렇게 실종된 이들만 수백, 수천 명.
    숲에 들어가는 척 멀리 도망가 잘 살고 있다면-.. 차라리 나은 이야기가 될 정도로.
     
    헤더 린든:(...) 당신은 어떱니까? 나는 내 의지로 자처하길... 망설임은 있었어도 결국 부름에 응하길 택했습니다. 각오야...
    실망 시킬 정도는 아니겠죠. 질질 이끌려 온 사냥개보다야 나을 겁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손가락이 테이블 위를 가볍게 두드린다.) -이쪽은 민간인이죠. 맨몸으로 저 부해에 노출되면 반 시간도 안 되어서 삭아 없어지는.
    당신이 자청한 이유가 단순한 영웅 심리인지, 아니면 정의감인지는 모르겠으나..
    방금 입 밖으로 낸 말이 번복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치면, 아가일이 당신을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부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까.
     
    그리 운을 떼더니, 이내 황성에서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정리한 문서를 건네네요.
     
    헤더 린든:(문서를 받아들곤 애매한 시선으로 내리 훑는다. ... ) 치명적이고, 제거할 방도가 없다... 어디까지나 평범한 정도로 알고 있었죠.
    그러나... 글쎄요, 저는 부해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을 때 신체에서 반응이 오는지는 잘 모릅니다.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체감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아가일 발렌티아:당장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은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 이상은 이 제국도 잘 모르는 모양이고.. 숲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라고들 하니.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으니 뭔가 건수가 있을 리가. 가벼이 중얼이고는 고개 끄덕인다.) 병세며 독성은 당신에게는 해당 사항 없으니 유념할 필요 없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다른 얘기겠지만은.
    (간극) 아까 말한 바와 같이, 내일은 동이 트기 전에 이곳을 떠날 예정입니다.
    오늘은 이미 정오가 지난 시간이니… 적당히 짐을 꾸리고 일찍 쉬는 편이 좋으실 듯한데.
    달리 물을 것이라도 있으신지.
     
    헤더 린든:지금 당장 물을 건 없습니다. 그저...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린다고 하죠. (고개를 야트막하게 기울인다. 민간인이라, 부해에 노출되면 삭아 없어지는... 일축된 목적은 나아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늠해보며 시선은 테이블로 향한다.)
     
    아가일 발렌티아:예, 이쪽 또한. (짤막한 대답. 테이블로 느릿이 구르는 상대의 시선을 쫓다가 이내 몸을 일으킨다.)
    이쪽은 바로 옆방에 머물고 있습니다. 짐을 마저 정리하며 머물 예정이니, 무슨 일이 있다면 찾아오십시오.
     
    아가일이 가벼이 목례를 건네고 문 밖으로 나서면, 객실 안에는 침묵이 찾아옵니다.
     
    이르게 출발하는 만큼 미리 짐을 꾸려도 좋겠네요.
     
    GM:당신은 권총, 라이플, 또는 근거리 무기(룰북 p.405) 중 하나를 택하여 소지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무기를 자유로이 골라주세요.
     
    헤더 린든:(곰곰...) (권총을 챙기겠습니다.)
     
    GM:시트의 '무기' 칸에 권총이 추가되었으니 확인 바랍니다.
    또한, 응급약과 물주머니 중 하나를 택하여 챙길 수 있습니다.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헤더 린든:(물주머니를 챙기겠습니다.)
     
    GM:헤더 린든, 물주머니를 소지합니다.
    정신 분석 판정에서 보너스 다이스를 +1 제공합니다.
     
    당신은 가볍게 제국 내부를 산책하거나, 아니면 이대로 바로 다음 날을 위해 휴식을 취해도 좋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헤더 린든:(심란하니... 가볍게 산책을 나가겠습니다.)
     
    좋습니다.
     
    당신이 발걸음을 이끌고 주변을 둘러본다면..
     
    멋진 건물들을 눈에 한가득 담을 수 있습니다.
     
    호박으로 세운 아치다리, 대리석을 쌓아 만든 폭포, 금을 바른 규방…
     
    휘황찬란하고 사치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허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알 수 있습니다.
     
    먼지가 뿌옇게 쌓인 것들도 제법 많아요.
     
    헤더 린든:(국력이 강대하다더니... 건재할 수는 없나 보군.)
     
    그들의 재력과 부는 무시할 수 없지만..
     
    시간의 흐름이란 무서운 법이니까요.
     
    부해는 나날이 그들의 세력을 확장해 가며 제국마저 위협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제가 그리 많은 희생자를 감수하면서도 계속해서 여정을 보내는 것이겠죠.
     
    당신이 소소한 감상을 품으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늦은 시간까지도 사람이 드문드문 모인 시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록 상황이 이리 되어도, 야시장에는 여전히 발걸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잠시 들렀다 가볼까요?
     
    헤더 린든:(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야시장으로 걸음을 뗀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즐비한 노점들이 색색깔의 조명과 함께 당신을 맞습니다.
     
    주거니받거니 협상이 오가는 소리, 웃음소리, 당신을 알아보고는 수군거리는 소리..
     
    곳곳의 수많은 요소들이 당신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그 때, 당신에게 용감히 말을 건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빵집 주인:그.. 안녕하세요, 그 분 맞으시죠? 오늘 황성으로 간 성도라는...
     
    헤더 린든:아... (...) 음, 맞습니다. 저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빵집 주인:역시 맞구나! 영광이에요. 제국의 영광이 되실 분께ㅅ-..흠흠, 죄송해요. 초면에 놀라셨죠.
    그으, 별 건 아니고.. 반갑다고 해야 하나.. 네. 어쩐지 말을 붙여보고 싶었거든요. 한 나라를 위해 제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이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궁금해서.
    나이도 어려 보이신데, 어쩌다가 그 위험한 곳에 자처하셨는지..
     
    헤더 린든:영광이요.(미묘한 얼굴로 입을 다문다. 느리게나마 눈을 굴려 상대를 마주하던가.) 그렇게 여겨주시니 제가 영광이군요. 저에게 그럴 수식의 자격이 있을지부터 아직 불확실하니... (입가를 문지른다. 예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할 게 이 까닭인가 생각해보며... 그 길잡이도 물어왔으니까.)
     
    빵집 주인:자격은 이미 당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증명되었는걸요. '신의 축복'을 가지고 태어난 이니까요! 이 끔찍한 상황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들 하니까요.
    후후, 겸손한 분이시네요.. 역시 제 누이가 생각나요.
    그이도 성도였거든요. 키는 당신보다 조금 더 작았던가.. 그 녀석도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맞을까, 라고 하면서도..
    결국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게 어느 새.. 5년 전 일이네요.
     
    헤더 린든:(조금 아연한 기색.) ... 저보다 키가 작은 여성 분이요. 다른 특징... 같은 게 있다면, 그 행방을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성도가 가야 할 곳이란 거기서 거기 아니던가요. (5년이란 흐름, 그 부해 속에서 뭐가 남을 수 있나 싶다가도... 결국 성도가 아니던가.)
     
    빵집 주인:그럴까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조금 흐리게 웃으면서 고개를 젓는다.) 차라리 저 멀리, 다른 땅으로 도망가서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해요. 그럴 아이가 아닌 걸 알지만서도..
    ...어머, 또 주책을. 죄송해요. 심란하게 만들어 드리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으러니까, 제 말은.. 성도 분들만 보면, 그래서 자꾸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어진달까..
    괜찮으시면, 하나 받아 주실래요? 맛은 제법 괜찮을 거예요. 이래 봬도 크로하스 시장에서 명물로 손꼽히는 파이랍니다?
     
    빵집 주인은 이내 당신의 손에 종이로 감싸인 꾸러미를 하나 내밉니다.
     
    언뜻 비치는 모양새며 향기로 보건대.. 애플 파이인 듯합니다.
     
    헤더 린든:(제 손을 쥐락펴락 하다가 꾸러미를 받아든다.) ... 값은, 그, 나중에... 돌아와서 치르겠습니다. 그냥 받기엔... (궁색한 답변이다.)
     
    빵집 주인:(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 손을 한 번 꼭 쥐었다 놓아준다.) 괜찮으니 살아만 돌아오세요. 그것으로도 당신은 이미 제 몫을 다한 거예요.
     
    주인은 그리 말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해보인 뒤 종종걸음으로 사라집니다.
     
    손에 감도는 온기가 제법 따뜻합니다.
     
    헤더 린든:(이번엔 제법 따듯한 손이군...)
     
    한 바퀴 둘러보다 보니, 어느 새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내일을 위해서는 이제 슬슬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헤더 린든:(왠지 피곤한 것 같기도. ... 부담감인가. 머리를 가만 털곤 제 숙소로 걸음을 돌린다.)
     
    숙소로 복귀합니다.
     
    GM:헤더 린든, 애플 파이를 획득합니다. 섭취 시 체력을 +2 회복합니다.
     
    그렇게 당신이 짐을 꾸리고, 이른 시간에 잠이 들면…
     
    ……
     
    비행정을 타고 출발한 지 이틀이 되었습니다.
     
    창문을 열거나 바람을 쐴 수도 없으니 참으로 답답한 날들이었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행정이 그리 작거나 비좁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객실이 스무 개 정도 딸려 있고, 조종실과 전망실이 분리되어 있으며, 별도의 휴게실 겸 식당도 제법 큼직합니다.
     
    접근 금지라고 적힌 기계실이야 들여다볼 수 없으니 모르겠지만요.
     
    본래는 무슨 용도였을까요?
     
    부해로 죽으러 가는 이들을 옮겨 태우던 비행정은 아닐 텐데…
     
    당신과 아가일을 제외하고 함께 승선한 이는 조종실의 기장과 부기장, 엔지니어, 기록관, 제국의 감시병 등 을 합쳐 대략 열 명 남짓입니다.
     
    그 때,
     
    아가일 발렌티아:-일어나셨는지.
     
    아가일이 정중하게 노크합니다.
     
    용건을 물으면 아침 시간이라며, 식사가 아직인 것 같아 부르러 왔다 대답합니다.
     
    헤더 린든:(몸을 움직여 아가일을 마주한다. 대강 고갯짓을 하며) 음, ... 가죠.
     
    당신이 그와 함께 식당으로 향하면, 심부름꾼이 식사를 내옵니다.
     
    식사라고 해봤자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호밀빵에 마른 햄 몇조각과 써니사이드업, 매쉬드 포테이토와 구운 당근 정도니까요.
     
    지난 이틀 간 먹어온 식단은 지긋지긋하게도 매 끼니가 동일했습니다.
     
    다들 물린 것 같지만 굶을 수는 없으니 먹는 느낌이었고요.
     
    먼저 이곳에 도착해 있던 기록관과 엔지니어는 식사를 마친 것인지, 그릇을 밀어두고 책상에 지도를 펼친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본다.)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면..
     
    기록관:바람만 크게 바뀌지 않으면 좋겠네요.
     
    엔지니어:그래,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정오 전에는 도착할 걸세.
     
    기록관:수도에서 출발한 거면 더 빠른 길도 있었을 텐데. 레덴바르 씨는 왜 이 길을 택했던 걸까요?
     
    엔지니어:부해가 삼키기 이전에 이 땅은 너른 평야였다 하지. 수도 북쪽의 산세를 타느니 평평한 땅을 걸어 가는 게 낫다 생각한 것이 아닐까.
     
    기록관:아하..과연. 그래서 이렇게 산맥을 가로질러 넘어간 거였군요.
     
    대화에 은근슬쩍 끼어 들어봐도 좋고, 지도를 살펴도 좋습니다.
     
    헤더 린든:(음... 사람들을 살피곤 지도로 시선을 내린다. 길을 보고 있던 건가?)
     
    일데리안에서 부해의 영역을 표기한 낡은 지도입니다.
     
    몇십 번 이상 윤곽을 고쳐 그린 흔적이 선연합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잠이 덜 깼나... 흐릿...)
     
    ......
     
    침침..
     
    다시 살펴볼까요?
     
    헤더 린든:(눈 부빔)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졸린 눈을 애써 뜨고 자세히 살피면..
     
    지도에 또한 부해의 영역 안으로 들어서는 붉은 선이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록관과 엔지니어는 당신의 기척을 눈치채고 어느 새인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네요.
     
    엔지니어:달리 궁금한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헤더 린든:(큼...) 아니오, 그저 언제쯤 도착할까 싶어서. 이 길에 별 장애가 없는지도 불안하고.(그러며 지도로 시선을 던진다. 부해의 영역이 퍽 유동적이지 않나.)
     
    엔지니어:세 시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뭐어, 몇 번 오간 길인지라 이렇다 할 장애물은 없을 거예요.
     
    기록관:(당신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수시로 비행하면서 체크해야 하오. 보시는 대로 달, 빠르면 주 단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니...
     
    대화를 잠자코 보고 있던 아가일이, 툭 묻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레덴바르라는 자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데.
     
    엔지니어:아, 레덴바르 씨 말이죠? 일 년 전, 부해로 향했던 성도입니다.
    타국의 실향민들을 이끌고 제국에 들어온 사람인데, 부해로 들어가는 대가로 함께 온 피난민들에게 제국의 시민권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었어요.
     
    아가일 발렌티아:그것 말고, 길을 택했다는 뜻이 궁금합니다만. 살아 돌아온 성도가 없는데 표시한 길이 있다는 뜻이 무엇인가 하여.
     
    기록관:아아.. 그건 제가 답해드리외다.
    어디서 난 건진 모르겠는데, 그는 특수한 기계장치를 가지고 있었소.
    한 쌍이 되는 것으로, 발신기가 어디에 있든 그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신기한 것이었죠.
    손바닥 만한 아주 작은 것으로, 어떻게 전원을 공급 받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수다.
    레덴바르는 그것을 가지고 출발했고, 황성에 두고 간 수신기를 이용해 지도에 매 시간 별로 그의 이동을 기록해 두었소.
     
    엔지니어:그는 그게 부해에서 주워온 것이라고 했었죠. 전설 속의 고대 문명이 진짜인 걸까요?
     
    헤더 린든:지금의 경로는 레덴바르라는 사람으로 보장된 길인 셈이겠군요.(...) 기록은 제법 유의미했는지?(의미야 있었겠지, 그 실적이 어떠려나 싶은 의도다.)
     
    기록관:그렇소이다. 원래는 여기까지도 함부로 못 들어왔던지라.. 아마 저 숲 안에서도 제법 도움이 될 거요.
     
    엔지니어:돌아온 사람이 있어야 말이죠.. 하지만 제법 도움은 되었어요. 덕분에 몇몇 거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킬 수도 있었고요.
     
    아가일 발렌티아:허면 그 레덴바르라는 자는. 그쪽에서의 신호는 끊겼습니까?
     
    엔지니어:그게.. 부해의 중앙으로 들어선 이후 신호가 교란되고 있어요. 제대로 된 위치 추적은 안 되는데, 어디 다른 곳으로 향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게 지난 일 년간 지속적으로 교란되고 있고요.
     
    아가일 발렌티아:황성에서 지급한 지도가 어디서 왔나 했더니..
     
    곁에 선 아가일이 중얼거립니다.
     
    살아 돌아온 이가 그 누구도 없는데, 진입로가 표기되어 있는 부해의 지도가 영 수상했던 모양입니다.
     
    기록관:연락까지 가능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 그가 어떻게 부해로 들어갔는지는 알아도,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으니 애만 타지 않소.
     
    투덜거리던 기록관은, 직후 그는 당신과 아가일에게 이동하며 겪은 일들에 대해 꼭 기록을 남겨 달라 당부를 남기고 엔지니어와 함께 휴게실을 떠납니다.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가는 찰나,
     
    -선체가 거칠게 흔들립니다.
     
    잠시 후 선내에 방송이 울려 퍼집니다.
     
    일시적인 난기류의 영향이며, 도착까지는 변함없이 세 시간 가량이 남았다는 안내입니다.
     
    그 동안은 달리 할 것이 없군요.
     
    비행정의 내부를 돌아볼 수 있겠습니다.
     
    갑판의 역할을 대신하는 전망실에서 지상의 모습을 살펴도 좋을 테고, 조종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기계실의 내부를 몰래 들여다 봐도 좋겠죠.
     
    어디부터 가 볼까요?
     
    헤더 린든:(놀랐다... 조종실로 가 상황을 다시 물어보는 게 나을지도... 하여 조종실로 걸음을 뗀다.)
     
    조종실로 향합니다.
     
    파이프와 계기판, 톱니바퀴가 복잡하게 얽힌 조종간에 앉은 사람이 하나.
     
    그리고, 도면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기장과 부기장이군요.
     
    낡은 놋쇠로 만들어진 조종간은 기류를 따라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부기장:뭡니까? 여긴 멋대로 들어오면 안됩니다. 나가세요.
     
    ..외부인인 당신이 아무래도 대놓고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인 모양입니다.
     
    헤더 린든:아, 미안합니다. 그저 선체가 흔들려 불안한 탓에... 상황을 좀 물으려 왔는데요.(설득을 해보겠습니다.)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아)
     
    기장:상황이야 안내 방송으로 나가지 않았습니까. 기체에는 이상 없으니 이만 돌아가세요.
     
    ......
     
    다른 방법을 강구하거나, 다시 시도해 봅시다.
     
    헤더 린든:(다시... 설득 가능할까요?)
     
    GM:가능합니다.
     
    헤더 린든:선체에 문제라도 있으면... 사람이 많으니 쉽게 안도하기 어려워서요. 도면을 보고 계시던데, 까닭이 있는 거 아닙니까. (꿋꿋...)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아)
     
    ...보다 못한 아가일이 가볍게 혀를 차더니 입을 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부해 안쪽으로 오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던데. 상태를 좀 살피겠습니다. 이 안쪽에 대해서는 적어도 당신보다는 이쪽이 더 잘 알 테니..
    매혹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헤더 린든:(든든하다.........)
     
    아가일을 알아본 기장과 부기장이 눈을 깜박이더니, 본인들끼리 무어라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기장:... .. 발렌티아, ... ...규칙에 예외는...
     
    부기장:하지만 대제 폐하께서 .... ... 후환을.... ...성질머리가 제법 ... ...
     
    ......
     
    이내 짧은 토론을 마친 두 사람이, 여러분을 보며 고개를 조금 끄덕입니다.
     
    기장:허 참, 볼 게 그닥 없대도.. 그리 원하신다면 둘러보고 가십쇼.
     
    헤더 린든:(제 혓바닥에 회의감을 느끼며... 별 낌새가 느껴지지 않는지 주위를 스윽 둘러보다가 마지막엔 도면에 시선을 던진다.)
     
    배처럼 날렵한 모양새의 기체와 그보다 곱절은 커다란 기구.
     
    비행정의 설계도면인 모양입니다.
     
    군데군데 붉은색으로 채색되어 있으며, 기체의 중간에 거대한 빈 공간이 보입니다.
     
    저기가... 기계실의 위치였죠?
     
    도면을 살피고 있으면, 이내 내선을 알리는 종이 시끄럽게 울립니다.
     
    조종간을 쥐고 있던 부기장이 통화를 짧게 마치고, 기장에게 말을 전합니다.
     
    부기장:기장님, 벌써 뒷날개에 녹이 슬었다 합니다.
     
    기장:쯧, 저번보다는 빠르군. 비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인가?
     
    부기장:아뇨, 다만 방금 전과 같이 불안정한 움직임이 종종 있을 것 같습니다. 안전한 귀환을 위해서라도 성도를 내려주고 바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는군요.
     
    기장:뭐 하나 부해 근처에서 멀쩡한 게 없군 그래. 돌아가면 부품을 새로 조달해야겠어.
     
    헤더 린든:(녹이 빠르게 스는 것도 부해의 영향이려나? ...) 이 붉은 칠은 뭡니까?
     
    부기장:거, 부해에 진입했을 때 최우선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들입니다. 워낙에 녹이 슬고 난리가 나야지..
     
    그 이상 특별히 살필 점은 없습니다.
     
    헤더 린든:(그렇군... 가볍게 목례를 하며 자리를 뜬다.)
    (전망실로 향하겠습니다.)
     
    전망실로 향합니다.
     
    유리창 너머로 어둠에 잠긴 지평선이 보입니다.
     
    한숨 돌리러 나온 것인지, 편한 차림의 심부름꾼이 꾸벅, 인사를 합니다.
     
    심부름꾼:구경하러 오셨어요?
     
    자유로이 대화가 가능합니다.
     
    헤더 린든:네. 이런... 위치에서 지상을 내려다 볼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당신도 구경입니까?
     
    심부름꾼:네에. 아무래도 그렇죠? 전 부해를 보고 있었어요.
    (손끝으로 저 끝을 가리키더니) 저쪽, 유달리 밝은 것 같은 하늘이 보이시나요?
    저곳이 부해예요. 온통 흰 나무들이 빛을 반사해 밤낮 구분이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은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심부름꾼:저는 몇 번 부해 근처까지 와본 적이 있거든요. 사실 벌써부터 가슴이 떨리고 무섭네요.
    이곳이 비교적 안전하게 밀폐된 환경인 건 알지만, 부해의 영향이 있진 않을까 걱정이랍니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게 아닐까요?
     
    헤더 린든:지금과 같은 심부름꾼으로서 와본 겁니까?
     
    심부름꾼:네에, 제법 많은 성도들과 함께했답니다? 2년 정도 되었나..
    물론 다시 본 사람은 없었지만요.
     
    헤더 린든:(...) 이제까지 별 문제가 없었다면, 이번에도 괜찮겠지요.(아가일 한 번 보고는) 현재의 기술력이 그리 처참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비행정 또한 안전하겠지요. (아닌가.)
     
    심부름꾼:그럼요. 비행정은 걱정하실 필요 없답니다? 좀 삐걱거리긴 해도 추락 사고가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아가일 발렌티아:(당신과 잠시 눈 마주치고는 고개 기울이더니) 그럼, 레덴바르라는 성도와도 동행해본 적이 있다는 뜻입니까.
     
    심부름꾼:네! 죽음의 장막에 들어서기도 전에 돌아왔지만요.
     
    헤더 린든:죽음의 장막이요. 혹 아는 게 있으신지...
     
    심부름꾼:아, 그게 말이죠~ 부해는 크게 죽음의 장막과 부패의 군락으로 나눌 수 있다 들었어요.
    죽음의 숲은 토지와 생명들이 오염되어 독성을 띄는 영역을 가리키고, 부패의 군락은 그 누구도 들어선 적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 하더라고요.
    이것도 레덴바르 씨가 알려주는 내용이에요. 그는 죽음의 장막에 사는 이들이 알려주었다고 하더라고요.
     
    헤더 린든:죽음의 장막에서 사는 이들이라 함은... 그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진 않을 것 같은데.
     
    심부름꾼:아, 그게 말이죠..
    미처 삶의 터전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나, 이미 부해의 독에 당해 생의 가망성이 없는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제법 된다고 들었어요.
    그냥 거기서 그렇게 천천히 죽을 날을 기다린다고.
     
    ......
     
    제법 충격적인 이야기에,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지평선 너머를 살피면 새벽이 가시지 않은 고요한 지평선의 한 구석,
     
    희끄무레하게 밝은 하늘이 보입니다.
     
    저것이 부해의 흔적이겠죠.
     
    ……
     
    이유 모를 불쾌감이 듭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 멀리 희뿌연 빛과 안개를 두른 백산의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실루엣이라... 흐릿...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을까요?)
     
    GM:살필 수 있으나, 크게 알아볼 만한 점은 없습니다!
    궁금한 점이 더 이상 없다면 다른 장소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헤더 린든:(마지막으로 기계실 근처만 둘러보겠습니다.)
     
    기계실로 향합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써 붙여진 기계실입니다.
     
    노크를 해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담당 엔지니어가 부재중인 걸까요?
     
    별도 잠금 잠치를 걸어두지 않았는지, 손잡이를 돌리는 것 만으로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립니다.
     
    초라한 철제 문과 달리, 기계실의 내부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과 각종 계기판이 반짝이는 금빛을 발합니다.
     
    정교한 예술 작품처럼도 보입니다.
     
    귓전을 울리는 진동음 여러 개가 합쳐지니, 꼭 화음을 이루는 것 같군요.
     
    헤더 린든: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공부 열심히 할걸)
     
    GM:..재판정이 가능합니다.
     
    헤더 린든:(질끈...)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
     
    대체 어떤 기술로 만들어진 걸까요?
     
    감도 오지 않습니다.
     
    헤더 린든:(오, 기술... 신기하군.)
     
    아가일 발렌티아:(빤..)
     
    헤더 린든:(... ... ...) 왜... ... 기술 좀 아시나요.(질문으로 무마해보자...)
     
    아가일 발렌티아:
    교육
    기준치: 85/42/17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시대의 기술력은 아닙니다. 이쪽도 함선 기술은 전공이 아닙니다만은..
    열이나 증기 따위가 보통은 있어야 하는데- 이곳엔 그런 게 하나도 없고.
    동력의 원천이 조금 궁금해진달까- 정도.
     
    ......
     
    그렇게 내부를 둘러보다 보면.
     
    당신이 채 이곳을 벗어나기도 전에 엔지니어가 기계실로 돌아옵니다.
     
    엔지니어:엇, 또 뵙네요.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아, 역시 이 비행정에 관심이 생겨서?
     
    ……
     
    그는 당신이 기계에 관심이 있어서 구경을 온 것이라 오해하고,
     
    이 엔진이 몹시 아름답고 훌륭한 공학적 설계로 만들어져 있다고 정성 들여 설명하고 칭찬합니다.
     
    어디서 난 것이냐 물으면, 부해 근처에서 발견된 옛 도면을 오랜 시간 들여 재현해 낸 것이라 알려주네요.
     
    엔지니어:과학의 발전이란 참 눈부시지 않나요?
    혹시 모르죠. 먼 미래에는 우리의 손으로 부해를 해결할 방법을 알아낼지도요.
     
    헤더 린든:네, 네... 부디 그러면 좋겠네요. 옛 도면을 재현한 것처럼 실마리를 찾아 발전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선체가 그 때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부해의 안쪽으로 점점 진입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이제 객실로 돌아가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그럼, 이만...(가볍게 목례하고는 자리를 뜬다.)
     
    당신이 다시 객실로 돌아올 적에는, 곧 착륙할 예정이라는 안내가 울려 퍼집니다.
     
    자, 내릴 준비를 합시다.
     
    ……
     
    ……
     
    당신과 아가일을 내려준 비행정은 지체 없이 다시 기체를 띄웁니다.
     
    기록관:살아서 돌아오시오!
     
    기록관과 심부름꾼이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그게 마음대로 되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물론,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선다는 선택지는 없겠습니다.
     
    죽음이 장막을 드리운 숲을 향해 나아가 볼까요.
     
    대지가 썩어 문드러지다 못해 부해로 변화하는 과정은, 그리 극적이거나 급진적이지 않습니다.
     
    주변을 메우는 풀벌레나 새의 소리가 잦아들고-
     
    고요한 땅 위로 흰 죽음이 타고 오릅니다.
     
    짧게 기침을 하던 아가일은 까마귀를 닮은 검은색 마스크를 꺼내 씁니다.
     
    이윽고 사방은 적막이 휘감는 흰 숲으로 변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어떻게 하고 싶으신지. 경로를 따라 움직일 겁니까?
     
    아가일이 지도를 가리키며 묻습니다.
     
    기록된 경로에 따르면, 레덴바르는 이곳에서 곧장 부패의 군락으로 향하지 않고 죽음의 장막에서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부패의 군락으로 향할까요?
     
    아니면 그의 여정을 답습할까요.
     
    헤더 린든:미지의 위협을 도모할 필요는 없겠죠... 이전 경로대로 갑시다.
     
    아가일 발렌티아:(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앞장서 걷기 시작한다.)
     
    1년 전, 한 성도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레덴바르의 경로를 따라가면, 삭막하기 그지 없는 순백의 풍경을 벗 삼아 반나절을 꼬박 걷습니다.
     
    ……
     
    해가 저물기 직전,
     
    당신은 저 멀리서 불빛을 발견합니다.
     
    온도감을 지닌 따스한 색이군요.
     
    사람의 흔적일까요?
     
    헤더 린든:(아가일을 가만 보고) 저쪽으로 가볼까요.
     
    아가일 발렌티아:원하신다면야. 일전 심부름꾼이 말한 그 마을인 듯한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마을이라기엔 지나치게 누추하고,
     
    집회라기엔 지나치게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보입니다.
     
    각양각색의 낡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노쇠한 새부리 가면을 쓴 이들이 광장으로 보이는 동그란 땅에 모여 있습니다.
     
    그들은 광장의 가운데에 불을 피운 뒤 경건한 기도를 곁들여 무언가를 태우고 있군요.
     
    낯선 인기척을 느낀 새부리가 일시에 당신을 향합니다.
     
    ……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헤더 린든: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도인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따위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들은 성도의 방문을 이색적인 일 정도로 생각합니다.
     
    가진 여유가 얼마 없으니 여러분 일행에게 대단한 호의를 내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경계심이나 공포를 품지도 않습니다.
     
    노파:성도는 간만이외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소?
     
    몇 없는 인원 사이로, 가장 작고 등이 굽은 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묻습니다.
     
    그가 새부리같은 마스크의 끄트머리를 치켜 올리면,
     
    희게 먼 눈 위로 먼지가 뒤엉킨 회색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집니다.
     
    헤더 린든:... 성도가 부해의 영역으로 걸음을 떼는 이유야 거기서 거기겠지요. 그저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만... (불길에 고갯짓한다.) 저야말로 좀 물어도 될까요. 무슨 일은 하시는 건지... 혹, 방해였다면 사과를 드립니다.
     
    노파:사과할 것까지야 있나, 이곳으로 성도가 몇 명이나 지나갔는 걸. 헌데... (가벼이 고개를 까닥이더니)
    성도 하나와 범인(凡人) 하나라. 특이한 구성이야. 레덴바르가 이곳을 알려준 겐가.
    식 중에 딴청을 부리기는 무엇하니, 그쪽도 도와주어야겠소. 레미아는 성도의 소식을 늘상 기다렸으니 그대의 방문도 반길 터지.
     
    노파는 이내 당신과 아가일을 강제로 장례식에 참여시킵니다.
     
    아무래도 태우고 있던 것이 그것이었던 모양이군요.
     
    ……
     
    이번에 죽음을 맞이한 이는 레미아라는 이름을 가졌으며,
     
    그의 소중한 이가 성도였고.. 부해로 들어가 소식이 끊겼습니다.
     
    성도를 기다리며 죽음의 장막에 발을 들인 이죠.
     
    마을 사람들은 레미아의 관과, 그가 생전에 아끼던 소지품을 태우며 그가 편안한 죽음에 들었기를 기원합니다.
     
    마을 전체에는 그러한 죽음의 기운이 감돌고 있으나..
     
    삿된 의식은 전혀 아닙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 노파는 제 토굴로 두 사람을 이끕니다.
     
    이제서야 대화를 조금 나누어볼 수 있겠네요.
     
    노파:해서, 무얼 물으러 오셨다고?
     
    헤더 린든:일단 죽음의 장막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레덴바르라는 성도로 하여금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도 그를 아는 눈치였는데, 레덴바르란 성도가 좀 궁금하더군요. ... 아는 게 있습니까?
     
    노파:아아, 그 양반 말인가.. 알다마다.
    와서 헛소리만 하다 갔지만, 이곳을 지나갔소. 1년 조금 되었나..
    제국에서 우리를 받아줄 거라나 뭐라나. 애초에 떠날 생각도 없는데.
    지나간 뒤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소. 나는 당신들이 그의 소식을 가지고 온 줄 알았지.
     
    헤더 린든:유감스럽게도... 그의 행방에 대해서는 저희도 잘 모릅니다. (...)
    의아하여 첨언하는데, 기회가 된다 하더라도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으신지요. 이곳은... ... 여러모로 위험하니까요.
    레덴바르, 그가 실향민의 시민권을 요구하며 성도를 자처했다고 들었습니다.
     
    노파:글쎄올시다.. 세계에 만연한 죽음을 피할 방도는 없소. 더욱이 이미 썩기 시작한 몸을 가지고 어디서 환영받을 수 있겠나.
    이곳에선 아무도 우리를 괴롭히지 못하지.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조용히 살다 가고 싶수다.
    그곳에 간들 우리는 어차피 얼마 살지 못 할 게야.
    그래, 그래서.. 이제 내가 묻지. 자네들은 무어 하러 여기까지 왔는가?
    죽으러 온 것은 아닌 것 같고. 목적지라도 따로 있는 건가?
     
    헤더 린든:저는... 무릇 다른 성도처럼 이 부해를 해결하고자 왔습니다. 목적지라 함은 이곳을 지나 더 깊숙한 곳이겠죠.
    혹시 부패의 군락에 대해서도 아는 게 있나요?
     
    노파:…부패의 군락? 그곳이 어떤 장소인지는 알고 그리 말을 하는 거야?
    본인 목숨 아까운 짓을 정말로 하려는 셈인가..
    숲의 저주가 깃든 곳이지. 인간들의 탐욕이 결국 화를 부른 게야..
    그 안에서는 성도고 뭐고 없어. 숨만 붙어 있는다고 살아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그래, 어차피 그 제국 사람들은 여기 들어와 확인할 생각도 없을 텐데... 그냥 들어간 척 도망가면 되지 않겠나.
     
    헤더 린든:... 그런 선택을 한 성도가 있었습니까? 이제까지 몇 명의 성도를 마주하신 것 같은데...
     
    노파:한둘 있었지. 그런데 또 돌아오거나, 실종되었던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으니까.
     
    아가일 발렌티아:..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듯한데. (가볍게 눈썹을 까딱인다.)
     
    헤더 린든:(가볍게 으쓱이고 노파를 본다.) 저는 딱히 도망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런 제안은 괜찮네요.
    ... 부패의 군락에서는 성도고 뭐고 없다고 하셨는데... 부해 말고도 다른 장애물이 있는 건가요?
     
    노파:나도 자세히는 모르오. 다만 숲이 살아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 안에 괴물이 산다는 이야기도 있고..
    ..뭐, 그 안에 고대 문명이 잠들어 있다는 속설도 있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러 들어간 이들이 싹 다 죽거나 실종되었으니 증명된 건 없지만서도 말이우.
     
    ……
     
    당신이 그럼에도 제 의무를 수행하겠노라 말하면,
     
    끌끌 혀를 차던 그는 해가 저물었으니 마을에 하루 묵고 가라 권합니다.
     
    헤더 린든:음...(아가일 가만 본다.) 어떱니까? 역시 쉬었다가 가는 게 나을까요? 당신한테요.
     
    아가일 발렌티아:나쁠 것 없겠죠. 첫날부터의 강행군은 이후 여정에 차질을 빚기 쉬우니. (눈 마주하고는 쉬이 긍정의 뜻을 보인다.)
     
    그렇게 여러분은 마을 안에서 하루를 머뭅니다.
     
    노파는 그 다음 날 아침 식사도 챙겨 주며, 일행이 떠날 적에는 두꺼운 망토 두 벌을 쥐여줍니다.
     
    레미아의 유품이라 말하면서요.
     
    노파:잘 가시오.
     
    이른 아침.
     
    몇몇 이들이 두 사람을 배웅합니다.
     
    영롱한 소리가 들립니다.
     
    유리로 빚은 풍경의 소리가 저러하던가요.
     
    비단을 스치듯 부드러운 음율, 나긋한 산들바람을 닮은 목소리…
     
    저절로 몸에서 힘이 빠집니다.
     
    한층 깊은 수면에 빠져들 수 있을 것만 같아요.
     
    ……
     
    아, 그렇네요.
     
    지금 당신은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단잠을.
     
    평화의 영속을 기원하는 마음이 들었을지도요.
     
    그런 고요한 명상의 시간.
     
    돌연, 누군가 등을 거세게 밀칩니다.
     
    아니, 갈퀴같은 손으로 발을 잡아당겼던가요?
     
    깊은 수압이 당신을 짓이깁니다.
     
    숨이 막혀옵니다.
     
    자맥질하기 위해 손을 뻗으면-
     
    ……
     
    ……
     
    아가일 발렌티아:-..이제 좀 일어나셨으면 하는데.
     
    옅으나 분명한 온기와 퉁명스러운 목소리.
     
    시선을 들면, 아가일이 당신의 손을 맞잡은 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의 정신을 감싸는 것은..
     
    미적지근한 인간의 온기 따위가 아닙니다.
     
    왜 ‘그걸’ 잊고 있었던 걸까요.
     
    ......
     
    기억조차 까마득할 정도로 당신이 작고 여리던 시절,
     
    누군가가 당신에게 불러줬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몽롱하던 머릿속이 점차 맑아집니다.
     
    헤더 린든:(얼떨떨한 눈으로 맞잡은 손과 아가일을 번갈아 본다. 상체를 느릿이 피며 입안으로는 흐릿한 멜로디를 곱씹고...) ... 노래가... 들렸던 것 같은데.
     
    아가일 발렌티아:(상대가 몸을 일으키자 손을 빼낸다. 제 마스크를 가볍게 정돈하더니 그 너머로 영문 모를 낯을 보인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꿈이라도 제법 거하게 꾸셨는지..
     
    ......
     
    시야는 사고보다 느리게 자취를 더듬습니다.
     
    이곳은 군락의 초입.
     
    그리고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둘.
     
    바람조차 멎은 새하얀 숲은 불길한 빛무리를 머금습니다.
     
    빼곡한 흰 가지 너머로 보이는 것은 희끄무레한 하늘이니, 해가 뜬 모양이군요.
     
    빛이 저물지 않는 이 숲에서 어젯밤,
     
    둘은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섰습니다.
     
    군락의 내부는 미지의 영역.
     
    부해에 적응한 생물이 돌아다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이었죠.
     
    고요를 넘어서 적막한 불침번은 퍽 고독하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도, 벌써 일어날 시간인가 봅니다.
     
    헤더 린든:(머쓱하게 머릴 털어낸다. 주위를 가만 둘러보고는) 이만 움직일까요.
     
    까마귀의 부리가 당신을 향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두꺼운 망토와 새부리는 제법 불편해 보입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성도인 당신과 달리, 그는 범인이기에 부해에 맨 몸으로 노출된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릴 테니까.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가면과 망토는 벌써 끝부분이 좀먹은 듯 희게 바랬습니다.
     
    그가 챙긴 여분의 가면과 망토가 의미 있긴 할까요?
     
    누군가의 유지일지도 모르는 지도와 나침반을 벗삼아 길을 나선 지 사흘째.
     
    불청객 둘은 간촐한 짐을 등에, 매고 막막한 숲 안으로 다시금 발을 향합니다.
     
    새하얗게 얽힌 뿌리와 기둥, 그리고 가지들.
     
    일견 신성하고 경이로운 풍경입니다만..
     
    두 사람은 이것이 세상에 어떤 비극을 가져왔는지 잘 압니다.
     
    으레 생명의 보고라면 있을법한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는 건 두 사람의 발자국이 희뿌연 먼지 위로 새겨지는 소리뿐.
     
    부해로 향했다던 수백, 수천의 성도들은 다들 어디로 간 걸까요.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헤더 린든:... 별 다른 흔적이 없으니, 누가 왔다 갔는지도 모르겠군... (가만 읊조리다가 고개를 갸웃인다.)
    지도는... 어떱니까? 앞으로 얼마나 걸어야 할 지 가늠이 되나, 싶어서. ...
     
    아가일 발렌티아:중심부로 향하는 중입니다. 한두 시간만 더 가면 될 듯한데.. (지도 내려다보며 숨을 들이쉰다.)
    나무에 표시 따위도 없으니.. 이대로 재가 되어 사라지기라도 했나 싶은 양이군요, 이곳 전부. (담담히 감상을 읊는다.)
     
    헤더 린든:제법 막막한 소리를... (뜸) 괜찮습니까? 당신... (상투적이고, 그리 유의미한 질문이 아닌가 싶어 허공만 바라본다.)
    (그럼에도 묻는 까닭이야, 그래, 좋으나 싫으나, 자의적이나 타의적이나 전우 비스무리한 사람이 아닌가. 신경을 쓰는 게 도리였고...)
     
    아가일 발렌티아:(뜻을 가늠하듯 고개가 잠시 돌아 상대에게로 향한다. 가면 너머의 시선이 한동안 상대를 집요히 쫓더니, 그 너머로 직전처럼 고저 없는 목소리가 흐른다.) 유념할 필요 없습니다. 여분이야 챙겨 왔고.. 무턱대고 이곳에서 희생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
    (이윽고 약간의 정적 후, 가늘게 숨을 내리쉰다.) 본인부터 챙기시길. 희소성으로 따진다면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당신일 테니.
     
    헤더 린든:글쎄요... 다음 성도야 필히 나올 겁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하지만 날 이끌 길잡이는 당신 뿐이니 여기서 희소성을 나눌 이유가 있습니까? 그리고... 부해가 미치는 영향력에 둔감하니 더욱 신경이 쏠릴 수밖에요. (...)
    뭐... 희생이라. 그런 걸 염두하진 않았습니다. 제 앞가림은 누구보다 잘할 것 같아서.
    당신은 그 목적이 분명하니, 돌아가셔야지.
     
    아가일 발렌티아:(상대의 문장을 느릿이 곱씹다가 재차 입을 연다.) 그게 당신의 전부인것마냥 여기지 말라는 뜻입니다. 성도가 아닌 당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말할 셈이 아니라면야. (....)
    헤더 린든이라는 사람의 생은 한 번 뿐이지. 무엇보다, 따르는 이 없는 길잡이가 의미가 있던가..
    -되었습니다. 현재 이쪽의 가장 주된 가치요 목적은 동행인을 안내하는 역할이니, 그것이 무산된다면 나머지 것도 쓸모 없는 것이 될 뿐일 테고.
    이쪽입니다.
     
    헤더 린든:그런 생각이야 추호도 없지만.... 그게 전부인것마냥 여겨도 괜찮지 않나요. 책임감을 바로 새길 의무는 있는 위치라고 생각했는데. ... 그리고 그런 책임감은 희망에 가깝습니다. 무언가 결코 이륙해낼 수 있다는. 나나... 나와 같은 사람이요.
    명령이라고 했던가. 고작 안내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희생적이지 않습니까. 난 당신이 좀 더... 개인적인 이유에 치중되었다고 가늠하고 있었는데, 그건 아니었나 봅니다. (...)
    안내인의 의무가 당신을 전부 설명하는 가치입니까? (그러며 고개를 까닥인다. 당신이 이끄는 대로.)
     
    아가일 발렌티아:보통 그리 여기는 이들은 그 요소를 잃으면 줄 끊어진 인형처럼 살아가던지라. 아니면 삶을 포기하든가. 의무를 느끼는 것에 간섭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당신의 유일한 가치로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었으니.. (희망이라. 잠시 허공으로 시선이 오른다.) 수천 명이 그 희망을 품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는데도?
    계약과 협력 관계에 놓인 사항을 이행할 뿐입니다. 이쪽에서 취하는 것이 있다면 저쪽에서도 내놓으라 하는 것은 자연지사일 뿐이고. (지도를 든 손가락이 가벼이 움직인다.) 여러 가지를 욕심 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어그러지기 마련이니. 우선 순위를 두었을 뿐입니다. 당신이 이쪽을 제국의 앞잡이처럼 본들 그것이 내게 크게 중요한 사항도 아닐 뿐더러. (여상한 말씨다.)
    지금으로서는. 남을 책임진다는 것은 또한 동시에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는 법이니까.
     
    헤더 린든:나는... (마른침을 삼킨다. 느릿하게 손을 말아쥐고) 희망이라 함은, 그 실체가 눈에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개인의 인과관계는, 하다못해 미지의 경로에서 되감아지는 삶의 궤적이라 함은 판단이 불확실하죠. 성도들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이곳에 왔겠지만 결국 기원하는 결과는 같을 겁니다. 그 기원을 위해 위험을 감내했겠죠. 우리들은 그들이... 이 희망을 품고, 별 실적을 남기지도 못하며 사라졌다고 여기지만... 저는 궁금합니다. 과연 그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묘연해진 생애들이 아무 소용이 없었을까요? ... 저는, 저희가 모르게, 조금이라도 소용이 있었다 믿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나의 삶을 가꿀 수 있었다, ...고 믿습니다. 낙관론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믿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미래가 뻗쳐나가길 바라, 괜한 이상을 펼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
    그리 얄팍하게 여기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저... (하며 몇 번 뻐끔거린다. ... ) 나는 당신을 잘 모르니까. 이런저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늠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유일한 일행이고, 돌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런 걸, 정해두어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 원래 남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지만서도. (뜸) 의아한 부분이 있다고 할까요. ... 다만 우선 순위랄 게 있다 하니 캐물을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요. 그럴 자격이 있나, 거기서부터 문제지만. (그러며 시선을 굴린다. 지도 위에서 이는 움직임을 바라볼 뿐.)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이 지금의 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미 들었습니다. 애초에 후회라는 감정을 초입부터 품을 정도로 의지가 약했다면 애초에 비행정에서 조종간을 돌리라고 했을 터이니. (먼지 더미를 밟고 향하는 발걸음에서는 버석한 소리만이 미약하게 새어 나온다.) 가능성은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끌고 오기 위한 열쇠를 당신 같은 이들이 쥐고 있기에 이리 달려드는 것 또한 알 수 있고. 허나- (휴지) 또한 그 희망의 무게를 가늠해보라는 의미입니다. 며칠 전 들렀던 마을의 주민들이 처음부터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살았을까요. 그들은 진정 희망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그리 천천히 썩어가기를 택했을지.
    요컨대 희망을 부정하진 않겠으나, 진전 없는 성과를 품은 가능성은 포기에 덮이기도 쉽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그래서 지치기도 쉬우니. (미래를 보는 이들에 대해서 유감은 없습니다. 따지자면 긍정적인 쪽일까.)
    그저? (대답을 가늠하듯 가면 너머의 시선이 여전히 상대에게 머무른다. 직후, 시간이 멈춰선 듯 숨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적막이 몇 초간 감돌다) -남에게 쉬이 무언가를 내어줄 정도로 순한 이는 아니었던 모양이지... (이어 침묵이 깨지면, 전진이 계속된다.) 상관 없습니다. 남이 이쪽을 어떻게 평하건 그것을 신경 쓰는 편도 아닐 뿐더러- 당신이 거짓을 자아낼 인물로는 보이지 않으니. 결국 그것 또한 타인이 보는 나의 일부일 테니.
    질문이 많으신데. (짤막한 답. 허나 기분이 상하거나 거부하는 기색 또한 아니었다.) 자격이라면 어떤. 신분 따위가 존재하는 세상도 아닌데. (대수롭잖은 목소리로 문장을 맺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군락의 중심부로 향합니다.
     
    ......
     
    헤더 린든:
    민첩
    기준치: 30/15/6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발치에 채인 나무뿌리가 퍽, 하는 소리를 내며 부숴집니다.
     
    이런 경우도 있나, 재수가 없었네요.
     
    짜증을 주고받으며 몸을 일으키면…
     
    ……
     
    …어라.
     
    방금 뭐가 움직이지 않았나요?
     
    나무뿌리가 꿈틀거립니다.
     
    잠에서 깨어난 포식자같은 모양새로, 끄트머리를 치켜드는군요.
     
    뱀?
     
    아니, 그보다 기묘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
     
    그것은, 곧이어 불청객들에게 쇄도합니다.
     
    사엽수를 처음 목도한 당신,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1d2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2
    굴림: 1
     
    GM:이성 -1
     
    이미지
     
    사엽수의 뿌리: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피해: 7
     
    헤더 린든:(권총을 꺼내 사엽수를 향하여 사격한다.)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피해: 9
    (당황했나...;)
     
    사엽수의 뿌리: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9
     
    헤더 린든:(다시 침착하게 조준하고...)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0
     
    GM:사엽수, 체력 -10
     
    헤더 린든: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피해: 8
    (이런...)
     
    사엽수의 뿌리: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헤더 린든:(다시 반격해본다.)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7
     
    사엽수의 뿌리:사엽수, 체력 -7
     
    헤더 린든:(주위를 경계하며 총을 바로 잡는다.)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총구가 빗나갑니다.
     
    힘을 내세요!
     
    사엽수의 뿌리: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헤더 린든: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반격에 실패합니다.
     
    GM:헤더 체력 -4
     
    헤더 린든:(집중하자...)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사엽수의 뿌리:
    기준치: 50/25/1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GM:사엽수 체력 -3
    사엽수 체력 0 확인되었습니다. 전투를 종료합니다.
     
    이미지
     
    ……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숴진 거목의 나무뿌리로부터,
     
    새하얀 것이 물결치며 퍼져나갑니다.
     
    이어지는 기침소리.
     
    피를 토하는 격통을 삼켜내며, 아가일이 제 목을 움켜쥡니다.
     
    수십, 수백의 벌레가 물어뜯는 것만 같은 끔찍한 감각.
     
    GM:아가일 체력 -1
     
    ……
     
    ……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그것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합니다.
     
    이곳에서의 적은 끔찍한 생물이나 괴물이 아닌…
     
    두 사람을 감싼 그 모든 환경임을,
     
    드디어 깨닫습니다.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GM:헤더, 1d2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2
    굴림: 1
     
    GM:이성 -1
     
    그렇게 숨을 돌린 후.
     
    아가일은 새하얀 가지 너머로 떠오른 태양과 제 손 위에 들린 나침반을 번갈아 봅니다.
     
    너무 정신없이 빠져나왔던 걸까요.
     
    어딜 보아도 한결같은 풍경이니,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아가일 발렌티아:
    항법
    기준치: 75/37/15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방향이.. 생각보다 많이 틀어졌는데.
     
    지도를 살피던 그가, 한층 낮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신중하게 나아가야겠네요.
     
    헤더 린든:방금 상황의 여파... 겠군요. (...) 괜찮습니까? 경로도 경로고... 당신도 그렇고.
     
    아가일 발렌티아:이쪽보다는.. 당신이 더. (슬 바라보더니)
    괜찮습니다. 감수하고 오겠다 자처한 것이니.
     
    헤더 린든:(아...) 뭐...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깜빡) 마저 갈까요? 느리게라도 이동하는 편이 나을까 싶어서.
     
    아가일 발렌티아:(고개 끄덕이고는.. 느릿하게 다시 발걸음 옮기기 시작한다.)
     
    GM:탐사자들은 부패의 군락을 통과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총 세 번, 행운 판정을 진행합니다.
    결과에 따라 각기 다른 이벤트가 발생하며, 이동을 선언할 때마다 판정을 굴려 주시면 됩니다.
     
    헤더 린든:
    기준치: 45/22/9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나아가던 여러분은..
     
    온통 죽어버린 것들의 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이질적인 흔적을 발견합니다.
     
    -사람이 머문 자리를요.
     
    한참 부식이 진행된 것들은 형체를 알아보는 것이 고작입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변을 살피면,
     
    당신이 황실에서 지급받은 것과 같은 모양새의 아마포를 발견합니다.
     
    짐작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른 성도, 혹은 레덴바르의 흔적인 거겠죠.
     
    그리고 아마포 밑에 있는 물주머니를 하나 발견합니다.
     
    챙겨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헤더 린든:(물자... 물주머니를 챙겨 들고는) 얼마나 오래된 흔적인지 알긴 어렵겠죠. 그래도 뭔가, 유의미해 보이는 발견이네요.
     
    GM:물주머니 획득으로, 정신 분석 판정에 보너스 다이스 +2가 붙습니다.
     
    다시 나아가나요?
     
    헤더 린든:(마저 걸음을 떼 이동한다.)
     
    헤더 린든:
    기준치: 45/22/9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
     
    바스락
     
    -퍽!
     
    아...
     
    익숙한 소리입니다.
     
    또 다른 사엽수의 뿌리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치켜듭니다.
     
    헤더 린든:(하... )
     
    이미지
     
    사엽수의 뿌리: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피해: 7
     
    헤더 린든: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사엽수의 뿌리:
    기준치: 50/25/1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GM:사엽수 체력 -2
     
    사엽수의 뿌리: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헤더 린든: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피해: 8
    (아)
     
    사엽수의 뿌리:헤더 체력 -6
     
    헤더 린든:(... 아가일 봄........ )
     
    아가일 발렌티아:..일단 공격부터 해 보시죠. (뒤에서 보고 있다가 제 짐 천천히 옆으로 내려놓는다.)
     
    헤더 린든:(다시 조준하고...)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아가일 발렌티아:
    응급처치
    기준치: 75/37/15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의료
    기준치: 55/27/11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3
     
    사엽수의 뿌리: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GM:헤더, 체력 +3
     
    GM:사엽수 체력 -6
     
    아가일 발렌티아:
    권총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GM:사엽수 체력 -2
     
    사엽수의 뿌리:1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9
     
    아가일 발렌티아:
    권총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GM:아가일 체력 -9
     
    헤더 린든:
    응급처치
    기준치: 60/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헤더, 4만큼의 체력을 지정 대상에게 회복 가능합니다.
     
    헤더 린든:(은혜 갚기... 아가일 회복시킵니다.)
     
    GM:아가일 체력+4
     
    헤더 린든: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피해: 2
    (...?)
     
    총구가.. 대차게 빗나갑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권총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사엽수의 뿌리: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사엽수 체력 -6
     
    사엽수의 뿌리: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2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GM:사엽수 체력 -3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사엽수의 뿌리:
    기준치: 50/25/1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GM:사엽수 체력 -6
    사엽수 체력 0 확인되었습니다. 전투를 종료합니다.
     
    이미지
     
    GM:사엽수가 부서지며 발산한 흰 물질로 인해, 이전처럼 아가일 체력 -1
     
    다시 한 번 나아갑시다.
     
    헤더 린든:
    기준치: 45/22/9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친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면..
     
    무너진 돌기둥이 보입니다.
     
    한때 마을이나 도시가 있었던 흔적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터전을 빼앗겨야 했는지…
     
    아니면 전설 속 과거 문명의 흔적인 걸까요?
     
    저것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
     
    기울어지는 해를 벗삼아,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요.
     
    조각난 하늘이 밤으로 물듭니다.
     
    그제서야 아가일은 걸음을 늦춥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천체의 위치와 지도를 유심히 살피는군요.
     
    오늘의 경로를 지도에 표기한 후에야, 그는 피곤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당신에게 권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오늘은 이만 쉬는 게 좋을 듯한데.
    적당한 공터가 근처에 있을런지. 그 뿌리는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지만, 역시 나무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았던지라.
     
    그의 부탁대로, 하룻밤 머물기에 괜찮은 곳을 찾아봅시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스윽 둘러보고서는)
     
    주변을 조금 살펴보면..
     
    훅, 하고 짧은 바람이 귓가로 불어 듭니다.
     
    ...잠깐, 바람이라고요?
     
    이곳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GM:헤더, 1d2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2
    굴림: 2
     
    GM:이성 -2
     
    소름 끼치는 감각에 뒤를 돌아보면…
     
    그나마 한적해 보이는 공터가 보입니다.
     
    이곳에서 바람이 분 걸까요?
     
    헤더 린든:(소름이... 귓가를 연신 문지르며 아가일을 돌아본다.) 이쪽에 공터가 있는데...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항법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방향은 다소 틀어졌습니다만.. 제대로 중심부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어 당신의 말에 그쪽으로 다가가 본다.)
     
    가까이 다가가면…
     
    …이걸 안전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공터는 일견 텅 비어 보입니다.
     
    완벽한 휴식처겠네요.
     
    ..비록, 눈에 띄지 않는 한 켠에 흉측하게 일그러진 뿌리가 얽혀 있지만 말입니다.
     
    마치 사람 하나는 거뜬히 집어 삼킨 것만 같은 거대한 크기에,
     
    불쾌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
     
    ……
     
    사람의 모양이라고요?
     
    나무뿌리가 얽힌 저것은 저건 사람의 모양새를 닮은 것이 아니라…
     
    명백한 사람의 형상입니다.
     
    머리, 목, 팔과 다리.
     
    혈관같은 잔뿌리들이 사람의 외피를 이루나 내부는 텅 비어 있습니다.
     
    당신은, 문득 생각합니다.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
     
    하지만 목관 사이 남은 것이 없으니…
     
    벗어나는 데 성공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부해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헤더 린든:(갑자기 정신차림) ... 괜찮아 보인다고는 했지만... (아가일을 가만 살핀다. 이게... 맞나?)
     
    아가일 발렌티아:(시선은 따라 텅 빈 나무에 멎어 있다. 느릿이 눈 깜박이다가, 상대와 눈 마주치면 눈썹만 조금 들어올린다. 궁금한 것이라도 있냐는 듯.)
     
    ......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고 싶다면,
     
    헤더 린든: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
     
    잘......
     
    모르겠습니다. (...)
     
    헤더 린든:(정말 꿰뚫어보기 어려운 얼굴이다...;)
     
    아마 당신과 비슷한 추측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가일 발렌티아:..지나간 이에 관심을 오래 두고 있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니.
     
    목관 주변을 살펴본들.. 사람의 흔적이라 말할 것은 없습니다.
     
    한때 있었다 하더라도, 삭아 사라진 거겠죠.
     
    그리고 그 때,
     
    갑자기 말라 비틀어진 것이 부서지는 소리가 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방금 무슨 소리가..
     
    아가일이 경계하는 낯을 띄웁니다.
     
    동시에,
     
    지표를 뚫고 솟구친 사엽수의 뿌리가 당신을 붙잡으려 들고-
     
    이를 목도한 아가일이 당신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린든!
     
    발목을 감싸 쥐는 끔찍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아가일이 당신을 제 쪽으로 당기며 뿌리를 향해 단검을 휘두릅니다.
     
    긴 채찍처럼 나무의 뿌리가 쇄도하는 순간,
     
    갑작스런 충격을 이기지 못한 지반이 무너져 내립니다.
     
    아가일의 부름인지, 고함인지 구분가지 않는 것이 귓전에 울려 퍼집니다.
     
    맞잡은 손은 정말, 정말 의외로..
     
    생각보다는 따뜻했습니다.
     
    ……
     
    ……
     
    잠시간의 인력.
     
    그러나 그 어떤 노력도 무상하게,
     
    당신은 한없이 깊은 구덩이 아래로 추락합니다.
     
    ……
     
    ……
     
    누군가 당신에게 폭력을 휘둘렀던가요?
     
    아니면 하루 종일 질 나쁜 노역을 행했던가요.
     
    몽롱한 의식 속에서 욱신거리는 육신의 감각만이 선연합니다.
     
    당신은 뇌리 말미에 남은 최후의 기억을 더듬어냅니다.
     
    암흑이 디민 아가리.
     
    죽음을 예고하던 끝없는 추락…
     
    헤더 린든:
    기준치: 45/22/9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정면으로 마주했던 암흑의 밑바닥.
     
    직후 이어지던, 몸을 으스러뜨리는 듯한 통증.
     
    그만한 충격에도 숨이 붙어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GM:헤더 체력 -2
     
    그럼에도..
     
    당신은 살아남았습니다.
     
    성도의 천형이, 원치 않는 운명이 이끌고 온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죠.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헤더 린든:아... (팔을 뻗어 상체를 지탱해 몸을 일으킨다. 밭은 숨을 두어 번 내뱉고 가물거리는 눈을 뜨는데... 하며 기억을 더듬는다. 그리고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방금, 무슨 일이... ... )
     
    ……
     
    이곳은 텅 빈 공터입니다.
     
    주변이 어둡군요.
     
    근처의 것을 식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 멀리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숨을 쉬는 게 전혀 불쾌하지 않습니다.
     
    부해 내부를 맴돌던 죽음의 냄새조차 나지 않는군요.
     
    지미한 빛을 품은 순백의 숲과 비교한다면 양 극단의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헤더 린든:(끔뻑...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한 걸음을 떼는가 싶더니 다시 뒤돌아보던가.) (... 아가일은? 오롯이 나 혼자인가?)
     
    당신이 주변을 살피면..
     
    멀지 않은 곳에 엎어져 있는 아가일을 발견합니다.
     
    숨도 멀쩡히 붙어 있어요.
     
    문제라면…
     
    그는 민낯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호흡은 평온해 보입니다.
     
    헤더 린든:... 아가일. (머뭇거리며 호명한다. 호흡이 평온해 보인다 해도... 이 상황은 예기치 못한 순간으로...) 아가일.(상대를 짧게 흔들어 본다. 마스크는 어디로 갔지? 이런... ...)
     
    생명줄 같던 새부리는 그의 발치에서 구르고 있군요.
     
    그 옆으로 널브러진 아가일의 물건들이 보입니다.
     
    권총, 담요, 등, 수첩과 노트, 약상자, 단검, 비상식량…
     
    ......
     
    당신이 아가일을 발견한 직후, 그는 별다른 처치 없이도 이내 깨어납니다.
     
    밝아진 시야에 급하게 제 얼굴을 만져보고, 민낯임을 알게 되며..
     
    ..동시에 이곳에서 호흡하는 게 고통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게, 무슨..
     
    헤더 린든:... 괜찮습니까?
     
    아가일 발렌티아:(제 입가를 느릿이 매만진다.) ..예. 잠시 충격으로 기절했던 모양인데- ... 당신은.
     
    헤더 린든:(느리게 숨을 내뱉으며 널린 물건을 집어든다.) ... 저도 별 이상은 없습니다.
    ... 이곳은 뭔가 다른 것 같죠.
     
    아가일 발렌티아:(고개만 느릿이 끄덕인다. 허공을 잠시 바라보더니) 나갈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싶은데.
    주변은 살펴 보셨습니까.
     
    헤더 린든:이제... 제대로 살펴봐야죠. 일행을 찾는 게 우선이었던지라... (으쓱) 한번 볼까요.
     
    아가일을 따라 시선을 위로 들면..
     
    까마득한 높이 위에서 동그랗게 빛을 발하는 것이 보입니다.
     
    달은 아닙니다.
     
    추락한 구멍.
     
    그 사이로 숲의 빛이 보이는 거겠죠.
     
    올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네요.
     
    아가일 발렌티아:..용케도 살았네. (가볍게 혀를 찬다.)
    (주변을 조금 더 살펴보다가) 일단 저기로 가 보는 건 어떠신지. 저쪽,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요.
     
    아가일이 눈짓하는 곳을 따라가면..
     
    시야를 가리는 깊은 암흑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빛의 궤적이 눈에 들어옵니다.
     
    헤더 린든:알겠습니다. (느리게 걸음을 떼 주춤이며 희미한 빛으로 향한다.)
     
    아가일 발렌티아:나갈 곳이 있는 모양이니, 차라리 뿌리 괴물로부터 안전한 지하가 낫겠습니다. 마침 가야 할 방향도 맞는 듯하고.
     
    아가일이 등불을 키면, 칠흑 같은 어둠을 가르고 한줄기 따스한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저 멀리 있는 빛을 향해 한참을 걸어가다 보면…
     
    무언가 철컹,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헤더 린든: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세히 들으니..
     
    쇠붙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입니다.
     
    어떤 기계 장치라도 있는 걸까요?
     
    그렇게 조금 걸으면,
     
    ……
     
    절벽 아래로 상상치 못했던 거대한 도시가 펼쳐집니다.
     
    오로지 음영으로만 구분 지어지는 적막하고 고요한 미증유의 과거.
     
    땅을 다져 기둥을 세운 흔적들이 보입니다.
     
    한때는 융성했을지 몰라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저 폐허로만 남은…
     
    아주 오래된 인류의 유산들이, 이곳에서 초대받지 못한 이들에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아가일도, 드물게 조금 당황한 낯빛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고대 문명이라는 게, 설마..
     
    헤더 린든:... 전설로 치부할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인류 역사 내에서.. 언급되는 문명은 아닙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도시 쪽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적어도 현재 세대가 아는 선에서는.
     
    헤더 린든:그럼... (몇 차례 뻐끔거린다.) ... ... 더 자세히 들여다 볼까요. 물러날 곳도 없어 보이는데.
     
    아가일 발렌티아:(고개 위아래로 움직인다.) 어쩌면 작금의 사태에 대한 실마리가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
     
    도시의 위로는 흉하게 뻗은 나무들의 뿌리가 보이나, 이상하게도 폐부를 태우는 독기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아가일은 경계하는 낯을 잠시 짓습니다.
     
    더불어 저 너머 도시 깊은 곳에서 빛의 흔적이 보입니다.
     
    저 위에는 올라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이나 건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건물들에 희뿌옇게 내려 앉은 먼지만 보아도, 이곳이 무너진 모양새로 방치된 지 아주 오래라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기타 생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부해의 안이니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만…
     
    다른 성도의 흔적은 있을 법도 한데요.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당신은 떠올립니다.
     
    도시가 이렇게 넓게 펼쳐져 있다면,
     
    이곳 말고 다른 곳으로 사람이 진입했을 가능성 역시 존재함을요.
     
    내부를 전부 돌아보기 이전까지 속단할 수는 없겠군요.
     
    ……
     
    정말로 이곳에 부해의 진실이 숨겨져 있을까요?
     
    과거의 문명이 어떤 곳이었는지, 지금은 또 어떤 곳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렇게 희미한 천장의 빛에 의지해 도시의 전경을 둘러보면, 눈에 띄는 특이한 건물이 네 개 정도가 있군요.
     
    중앙에 위치한 높고 웅장한 건물을 기준으로, 북쪽으로는 상징이 새겨진 건물이 위치하고, 남쪽에는 넓고 거대한 건물과 뾰족한 첨탑을 지닌 건물이 존재합니다.
     
    어디를 먼저 가봐도 상관은 없겠군요.
     
    헤더 린든:주위를 한 번에 살피고 싶은데... (높은 건물에 마땅한 자리가 있을지도. 중앙에 위치한 높고 웅장한 건물로 향한다.)
     
    GM:이곳은 부해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청정한 땅.
    부해가 내뿜는 독기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선 곳입니다.
    즉, 성도가 아닌 아가일은 지하에서 과산소증을 겪습니다.
    조사를 종료하고 장소를 한 곳 이동할 때마다 아가일의 체력이 1씩 감소합니다.
     
    높고 웅장한 건물.
     
    주변으로 펼쳐진 너른 공터와 디딤돌로 유추하건대,
     
    거대하고도 화려한 정원을 끼고 있었던 곳이겠지요.
     
    지금에는 말라 비틀어지다 못해 건드리면 바스라지는 나무줄기만이 바닥을 깁니다.
     
    그 중앙에 위치하는 것은, 도시에서 유독 돋보이는 높고 웅장한 건물입니다.
     
    고상하게 멋을 부린 건물 같으나..
     
    중간중간 무너진 탓에 어떤 위용을 자랑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새하얀 대리석 외벽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양각 위로 새까맣게 말라붙은 자국이 보입니다.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대리석이 비에 삭은 흔적입니다.
     
    도시가 지표 위로 드러났던 시기가 있었단 뜻일까요?
     
    안으로 들어서면, 암흑 속에서 정확한 높이를 헤아릴 수 없는 높은 층고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그 다음은 중앙에 난 계단과, 양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복도일까요.
     
    거대한 창문과 벽을 장식한 낡은 액자가 과거 이곳의 역할을 짐작케 합니다.
     
    헤더 린든:(낡은 액자를 가만 살핀다.)
     
    액자를 감싼 유리틀 위로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그것이 보존에 도움을 준 것인지, 다소 낡기는 했으나 삭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오랜 세월 눌어붙은 먼지를 불거나 털어내는 것보다는 유리틀을 벗겨내는 편이 내용물을 파악하는 데 용이할 것 같네요.
     
    헤더 린든:(한 번 불어볼까 헛숨을 들이키다가... 액자에 손을 얹어 유리틀을 벗겨낼 요량으로 더듬거린다. )
     
    액자를 건드린다면.. 액자틀 일부가 바스라지는군요.
     
    나무로 만든 모양입니다.
     
    조심히 분해한다면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리틀을 조심히 벗겨내면, 그제서야 그 너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끔뻑)
     
    ..다시 볼까요?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눈을 가늘게 뜨고 살피면..
     
    화려하고도 낯선 의복을 입은 이들이 강변을 산책하는 모습이 그려진 그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네요.
     
    이 그림에 묘사된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습니다.
     
    이 도시가 융성하던 시기에는 부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다른 그림을 확인한다 한들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그림에도 새부리 같은 가면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는, 꼭 부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푸르게 빛나는 하늘, 녹음이 드리운 대지, 춤추는 사람들과 풍요로운 식탁.
     
    이 시대에는 전부 낯선 것들입니다.
     
    그렇게 액자 하나하나를 확인하던 중..
     
    당신은, 어떤 여인의 초상화를 발견합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있으나 특별하게 눈에 띌 만한 그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이상하죠.
     
    왜 이것이 눈에 들어온 걸까요?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낯에서 한 줌 그늘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깃 사이로 슬며시 보이는 특이한 문양의 목걸이가 눈에 띄어서?
     
    ……
     
    ……
     
    당신은 금방 연유를 깨닫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어딘가 아가일을 닮았습니다.
     
    헤더 린든:(의아함? 그것보다는 당황스러움일지도 모르겠다. 야트막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아가일을 향해 목소리를 내던진다. ... ) 여기... 그림이 좀 특이한 것 같은데.
     
    아가일 발렌티아:..그림이?
    (주변을 살피다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그림 쪽으로 다가온다. 한창 여인의 초상화 앞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지.
     
    헤더 린든:(고개를 가만 기울이고는... 괜히 떠올린 의구심인가 긴가민가하다.) 당신이 보기엔 별 특이점이 느껴지지 않나 봅니다.(그리고 빤히 아가일의 면을 살핀다.)
     
    아가일 발렌티아:(애매한 낯. 특이점, 이라는 말에 반 걸음 정도 다가가 그림을 자세히 눈에 담아본다.) ..인상이 좀 닮았나. 저런 표정은 지은 지 오래라 기억에도 없지만은. (...)
     
    헤더 린든:당신과 연고가 있는 사람일지도요. 아니... 그보다는... (핏줄이 더 맞는 표현인가. 가볍게 내뱉는 투로, 그리 진지하게 여기는 태도는 아니다.)
    ... 그림들이 하나같이 죄 이질적이기는 하던데. 더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까?(그림을 살펴보는 눈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으니까.)
     
    아가일 발렌티아:단순히 우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제 입가를 매만지다가도 고개를 젓는다.) 선조 중에 저런 얼굴은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는. 이런 건물에 초상화까지 걸릴 만한 위인이라면 더더욱.
    (물음에는 잠시 침묵하며 두세 걸음 정도 나아가 본다. 다른 그림들을 가만히 훑더니) 당신이 감상한 것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 다만 부해가 덮치기 전, 의 문명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헤더 린든:그렇다면야. (으쓱인다. 다만 이런 건물에, 는 제치고서라도 그럴 위인이 없다함은... ... 집안에 야박한 편인가 그런 의아함 하나 가지겠다.)
    이런 세상이 존재하긴 했군요. ...(느긋하게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뒤따라 걸음을 뗀다.) 계단으로... 올라가 보는 건 어떤지.
     
    아가일 발렌티아:(잠시 그 의중을 헤아리듯 상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제 손을 느릿이 쥐었다 편다.) 아마 타고 온 비행선의 설계도도 여기서 기원한 것일지도 모르겠고요.
    (제안에는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 순순히 그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튼다.)
     
    한때 중앙을 장식했을 계단 위로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난간은 군데군데 무너져있고, 맨질거렸을 계단참은 우둘투둘하게 깨져 나가 있습니다.
     
    먼지틈 사이로 거대한 균열이 보입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군요.
     
    사람의 흔적은 전무합니다.
     
    헤더 린든:... ... 공연한 도박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기도... ...
     
    아가일 발렌티아: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니. (동의한다는 듯 가만 고개 끄덕인다.)
     
    헤더 린든:... 돌아가죠. 여기서 더 다쳐봤자 상황만 악화될 뿐이니까... (아쉽지만... 뭐.)
     
    아가일 발렌티아:(틈새에 잠시 시선을 두더니 복도로 향한다.)
     
    복도를 따라 문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문 안쪽으로는 방들이 나란히 꾸며져 있네요.
     
    아니, 꾸며져 ‘있었을’ 것입니다.
     
    금을 덧바르고 보석으로 치장한 벽과 천장이 번쩍거리는 것만 같습니다만.. 내부는 텅 비었습니다.
     
    딱히 멀쩡하게 형태가 남은 가구가 없네요.
     
    헤더 린든:이만치 비어있는 모습이면... (몇몇 가구가 시간에 깎여나가 스러졌다기보다는 아예 옮겨진 경우인가 싶어진다. 별 낌새가 느껴지지 않는지 다시금 둘러보고)
     
    부서졌거나, 한두 개 쯤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거나..
     
    어쩌면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바스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 외에 특별히 살필 점은 없습니다.
     
    헤더 린든:더 볼 곳은 없어 보이죠? ... 이만 나갈까요. (깜빡)
     
    아가일 발렌티아:얼추 다 살폈다면 다른 곳을 둘러봐도 되지 싶은데.
     
    헤더 린든:장소를 옮기죠. 다른 건물도 제법 있지 않았나... (...)
     
    아가일 발렌티아:달리 눈에 든 곳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눈꺼풀 느릿이 움직이며 당신 바라본다.)
     
    헤더 린든:저쪽에... 특이한 건물이 있던데.(가리키는 건, 짐작하건데 북쪽. 어떤 상징이 새겨진 건물로 고개를 돌린다.)
     
    아가일 발렌티아:조금 유의미한 게 있으면 좋겠군요. (가벼이 수긍하는 기색을 보이고는 보폭 맞춰 걸음 옮기기 시작한다.)
     
    GM:장소 이동. 아가일 체력 -1
     
    상징이 새겨진 건물.
     
    문 위쪽에 위치한 유리 너머로 알 수 없는 상징이 새겨져 있고,
     
    그 안쪽으로 녹색의 빛이 어른거립니다.
     
    당신이 여즉 본 적 없는 옅은 회색의 단단한 재질로 마감되어 있으며..
     
    지상으로 드러난 면적은 여타 건물들과 다르게 무척이나 작아 보입니다.
     
    숨겨진 공간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징은 햇살 아래로 흔들리는 나뭇잎의 그림자를 닮은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음... (바닥이나 벽면을 두드리며 다른 공간이 나있는지 확인해본다.)
    (아니.. 무너질려나?)
     
    외벽이나 바닥 틈새로 보이는 공간은 없습니다.
     
    직전에 들렀던 건물과는 다르게 제법 튼튼해 보여요.
     
    헤더 린든:(상징을 자세히 관찰해본다. 별다른 특이점이 더 있는지?)
     
    상징은 식물을 연상시키는 문양. 그 너머로 보이는 녹빛은 아마.. 식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식물이나 초목과 관련된 공간이 아니었을까 유추해볼 수 있네요.
     
    들어가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별 게 없구나... 내부로 걸음을 뗀다.)
     
    안으로 들어서면, 몹시 정갈한 내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때 희었을 벽은 창백하게 질려 있고, 두껍게 쌓인 먼지가 바닥을 장식합니다.
     
    높이가 일정한 이 호를 그리며 정렬되어 있습니다.
     
    벽에는 액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려 있고, 벽이 맞닿는 안쪽에는 철제 이 이방인을 거부하듯 단단히 닫혀 있네요.
     
    헤더 린든:(정렬된 단을 살핀다.)
     
    사람의 허리께 정도 높이로 제작된 단입니다.
     
    평평한 모양새를 보아, 윗부분은 무언가를 진열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던 모양입니다.
     
    아래쪽은 수납장으로 사용된 모양이군요.
     
    단 위쪽과 아래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아래쪽을 먼저 살펴본다.)
     
    아래쪽. 한결 먼지가 덜한 수납장에는 색이 바래거나 벌레가 좀먹은 듯한 낡은 종이뭉치가 가득합니다.
     
    당신은 그 가운데서, 정성껏 만들어진 양장본을 발견합니다.
     
    헤더 린든:이런 곳에... (양장본을 조심스럽게 집어 살펴본다.)
     
    당연하게도, 이 책에 적힌 문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만..
     
    온통 가득한 나뭇잎 모양의 삽화 덕에 용도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에 만들어진 식물도감입니다.
     
    헤더 린든: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사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헤더 린든:(뚫어져라... ...)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35
    판정결과: 실패
     
    ......
     
    식물도감에 등장하는 커다란 나무란 나무는, 죄다 부해를 닮은 것 같습니다.
     
    부해의 정체는 대체 뭘까요?
     
    헤더 린든:(정말 뭐지... 아리송하게 삽화만 노려본다.)
    (양장본을 덮고 단의 위쪽을 마저 확인한다.)
     
    단의 위쪽에는, 두껍게 쌓인 먼지가 점점이 사라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일관되지 않은 모양새를 고려하건대, 본래 아주 작은 것들이 놓여 있었던 모양입니다.
     
    헤더 린든:(자세히 들여다보고 유추할 수 있나?)
     
    GM:가능하나 관찰력 판정의 어려운 성공 이상이 요구됩니다.
     
    헤더 린든:(빤히... 빤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음...
     
    녹음과, 식물도감.
     
    그런 장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씨앗입니다.
     
    아마 어떤 식물들의 씨앗이나 종자를 올려두었던 것이 아닐까요?
     
    헤더 린든:어떤 재배 시설이었나... (마저 다 확인했다고 생각이 들자, 걸음을 떼고 철제의 문 앞으로 몸을 옮긴다.)
     
    철로 만들어진 양문은 굳게 닫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가운데 틈이 살짝 벌어져 있습니다.
     
    살짝 미는 정도로는 꿈쩍도 않네요.
     
    ..힘으로 틈을 벌려야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헤더 린든: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게를 싣자,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이내 열립니다.
     
    문이 열리면 어둠에 잠긴 계단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저 아래, 밑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곳까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 여기서 더 아래로 갈 길이 있다니.(하며 무의식에 가까우리만치 가볍게 걸음을 옮겨 어둠 속으로 몸을 들인다.)
     
    당신과 아가일이 계단을 내려가면, 발 끝이 바닥에 닿습니다.
     
    탁, 하고 반향음이 울립니다.
     
    몇 번의 울림이 반복된 후에는 다시금 침묵이 돌아옵니다.
     
    오랫동안 밀폐되었던 것인지, 바닥에는 드물게 엷은 먼지만이 쌓인 채입니다.
     
    실내는 계단을 중심으로 십이각형을 이루고, 각 변의 중심에는 각기 다른 상징이 새겨진 문이 달려 있습니다.
     
    그중 하나, 바닥을 뚫고 올라온 새하얀 가지에 의해 망가져 열려 있는 문이 보입니다.
     
    열린 문에는 꽃 상징이 그려져 있습니다.
     
    추상적인 모양인지라, 꽃의 종류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헤더 린든:(열려져 있는 문에 가까이 다가선다. 문 안에 무언가가 더 있는지...)
     
    문에 가까이 다가가면,
     
    겨울날의 것 같은 서늘한 냉기가 불어옵니다.
     
    삼면의 벽은 수백, 수천 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칸에는 유리로 만든 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네요.
     
    아가일이 든 등불이 움직일 때 마다, 매끄러운 유리병 위로 황금을 닮은 빛이 어렸다 사라집니다.
     
    수정으로 빚은 규방이 이런 느낌일까요.
     
    불경한 순백의 조목조차 하나의 예술품 같습니다.
     
    헤더 린든:(무슨 용도의 공간인지... 병을 유심히 들여다 본다.)
     
    병마다 모양과 형태는 다르지만…
     
    동그란 유리 안에 든 것은, 씨앗입니다.
     
    이 방안에 든 병이 전부.
     
    아마 다른 방도 비슷하겠죠.
     
    이 건물은 아무래도 종자 보존고였던 모양입니다.
     
    헤더 린든:... ... (이곳의 씨앗은 아직 살아있는 건가?) 보존고였다 하더라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가일을 돌아보며 눈을 깜빡이던가.) 무엇 하나라도 챙겨서 돌아가는 게 나을까요? (...)
     
    아가일 발렌티아:원하신다면야. (근처에서 허브로 추정되는 것의 씨앗을 찬찬히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에 존재하는 것들을 채취해가는 것이 목적이기도 했으니까요.
     
    헤더 린든:(곰곰...) ... 최근에는 약초학에도 발을 넓힌다고 들었는데. 좋아-... 아니, 관심 있습니까? (시선을 씨앗에 던져둔다. 고르는 양 살피고는)
     
    아가일 발렌티아:(눈 몇 번 깜박이다가 입술 틈새를 조금 벌린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있던 영역이 효율성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게 파악되어서.
    (씨앗을 조금 꺼내 제 가방 안에 들어 있는 통으로 조심히 옮겨 담는다.) 부친 소유의 온실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에 그곳에서 나고 자란지라.
     
    헤더 린든:그렇담 오늘 수확은 제법 유의미하겠군요. (그러며 저도 하나 고르겠다는 듯 병을 들어보고)
    온실이요... 이런 종자들이 아주 낯설진 않으시겠네요. 가꾸는 취미도 있으시려나. (그러고는 아가일을 가만 살핀다. 그 옮겨 담는 행위가 마무리 되었는가를 보는 눈치였고.)
     
    아가일 발렌티아:아마도. (호감의 영역에 있다는 말이 아주 거짓은 아닌 모양인지 눈매가 미미하게 풀어져 있다. 기실 건물 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비슷한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은)
    이곳에 있는 것들이 제가 여즉 본 것과 같은 종일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최소한 세기 단위다. 역사적으로도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음을 파악했기 떄문일까, 제 손길 닿는 곳에 집중한 모양새다.)
    있습니다. 최근 개인 소유의 공간을 만들던 참이었고. (이어진 것은 순순한 수긍. 하던 일이 얼추 마무리가 되면 몸을 곧게 펴고 당신을 돌아본다.) 그리 묻는 본인께서는?
     
    헤더 린든:(제법 미묘한 얼굴이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해보려 해도 빈번한 실패를 겪었으니... 그러니 흐리게나마 풀어진 눈매가 낯설게도 느껴졌다. 이런 낯선 감상이란, 이미 익숙할 게 존재해야 가능한 영역이었으므로, 아가일 발렌티아란 사람에게 일부분 스민 자리가 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좋아하시는 거군요. (관심보다 명확한 정의 아닌가.)
    저는... 땅이랄 것도 부족한 편이니 거창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화분을 두어 개 기르는 정도를 취미로 삼았죠. 저는 좋아합니다, 무언가 기르고 가꾸는 것을요. 노력이 생명력의 장대함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제법 뿌듯해서...
    그러니 돌아가 새로운 화분을 들일 일이 오면 좋겠네요. 대제께서 정원을 주실지도 모르고. (후자는 농이다.)
     
    아가일 발렌티아:남들만치 격렬한 감정은 느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서도요. (잠시 침묵하다가 당신이 내어 놓은 한 문장에 긍정을 표한다. 좋건 나쁘건 한결같이 직설적인 성정이었으니) 적어도 그 안에서는 신물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화분이라. 문득 상대가 그렸을 풍경을 떠올려 본다. 소소하지만 손길 닿는 대로 건강히 자라났을, 꼭 제 앞에 있는 사람과 비슷했을 지도 모르겠다고 사고가 이어졌을 터다.) 본인의 노력으로 일궈낸 생명에 대해 기쁨을 느끼는 편이다, 인가요.
    (직후 가늘게 숨 소리가 샌다. 한숨은 아니었을 터다.) 원하면 요구해보시지 그래요. 별궁 한 켠 내어 아예 식물원을 차려 줄지도 모르는 기세시던데. (무감하나 무겁지는 않은 말투다. 이어 한동안 벽면에 눈길을 주다, 조목 쪽으로 발을 옮긴다.)
     
    헤더 린든:좋고 싫음을 판단하는 감각이 그리 격렬하진 않을 겁니다. (신물이라... 좋은 것도 있고, 지겨울 것도 있다 함이니... 평범한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그리 어렵게 여길 것 하나 없었군...) 내부나 외부나 신경 긁을 건 많을 것 같지만... 그 신물나는 것들 어느 쪽입니까? (가벼운 물음이었으니 답을 기대하는 태도는 아니다.)
    그렇죠. 식물은... 그런 정성을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제 노력을 가하는 만큼 성장으로 기쁨을 주니. (그러며 이어지는 가는 숨에, 가벼운 웃음을 뱉는다.) 아니, 농담입니다. 그럴 생각도, 담도 없으니까요. 그저... 차라리 그럴 바에, 제 바람은 더 유용한 방향으로 쓰고 싶네요. 개인보다...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 (뒤따라 걸음을 뗀다. 시선은 이전부터 조목을 향해 두고.)
     
    아가일 발렌티아:(눈을 느릿이 깜박일 제 고개가 사선으로 기운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양 같기도 했다.) 감정의 크기, 정도겠죠. 무언가를 얼마나 좋아할 수 있느냐- 같은. (내지 나를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느냐의 영역, 그런 범주들. 무감한 사람이나 분명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타인과 다를 바 없이 모든 감정을 인지 가능하나 그 정도가 미지근함 이상으로 끓어오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쪽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 이라 해 둘까 싶은데. 개중에서도 이쪽이 합리적이지 않다 여긴 것들이 이행되어야 할 경우.
    개인보다는, 다수라.. (등불 사이로 흐르는 빛에 시선이 머무른다.) 당신의 의무는 이 세계를 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던가. 만에 하나 그리 된다 한들 계속해서 타인을 위하고 싶다는 의미가 맞습니까? (조목 앞에 다다라 그를 살핀다.)
     
    소름 끼치는 흰색입니다만, 그것은 일말의 반응조차 없이 잠잠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그 나무뿌리가 이것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은데.
     
    아가일이 조심스러운 낯으로 흰 가지 근처로 다가갑니다.
     
    그러고선 짐 속에서 다른 작은 병을 꺼내 주변에 떨어진 나무 부스러기를 주워 담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부해의 나무를 아무런 위협 없이 만지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나무가 특별한 건지, 아니면 지상의 나무들이 특별한 건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궁금증일 따름입니다.
     
    나무 줄기를 살펴보면, 돌연 지면을 뚫고 나온 것이 어지럽게 얽힌 채 첨탑의 일부를 무너트리고 가지를 뻗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눈...부비고...)
    (다시 한 번 더...)
     
    GM:재판정 가능합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지면과 맞닿은 부분이 줄기가 아닌,
     
    가지의 일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설마, 이 밑으로 더 공간이 있는 것일까요?
     
    대체 이 나무는 얼마나 거대한 거죠?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GM:1d4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4
    굴림: 2
     
    GM:이성 -2
     
    헤더 린든:(소름끼치는 감각에 얼떨떨한 얼굴. 손끝이 살짝 굳던가. 허공을 가만 응시하다가 심신을 다스리자는 요지로... 일전에 떠올랐던 노래를 가볍게 허밍해본다.)
     
    GM:노래를 허밍합니다. 1d6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6
    굴림: 4
     
    GM:이성 +4
     
    노래를 들은 아가일이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립니다.
     
    노래 실력의 문제보다는.. 어쩐지 기껍지 않은 감각인가 봅니다, 그에게는.
     
    헤더 린든:(왜지?) ... 왜 그럽니까?
     
    아가일 발렌티아:딱히, 욕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은.. (저도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만 조금 으쓱인다. 본인으로서도 불쾌함의 이유를 모르겠다는 기색이다.)
     
    당신이 어리둥절한 채 방을 다시 한번 둘러보는 사이,
     
    이어 아가일이 가볍게 혀를 찹니다.
     
    뒤이어 유리가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
     
    솜털이 달린 작은 씨앗이 작은 방 안의 기류를 타고 산들거리며 떨어집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미안합니다. 손이 미끄러져서.
     
    아가일이 담담한 투로 사과하다 말고, 문득…
     
    ……
     
    시선이 당신 너머로 고정됩니다.
     
    한없이 무미건조한 수면 위로, 옅게 나타난 그 감정을 무어라 해야 할까요.
     
    당혹스러움? 경탄?
     
    헤더 린든:... ...? (따라 당혹스러운 낯. 아가일의 시선을 따라 근원지를 살핀다.)
     
    당신마저 이어 뒤를 돌아보면…
     
    말라 비틀어진 흰 가지 위에 피어난 민들레가 수줍게 흔들립니다.
     
    한두 송이가 아닙니다.
     
    샛노란 빛깔의 동그란 꽃이 점점이 꽃봉오리를 터트리며 숫자를 불려 나갑니다.
     
    가지 위를 온통 뒤덮은 싱그러운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따름입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꽃의 모가지가 툭, 툭 떨어지기 시작하고..
     
    빈 꽃대에 하얀 솜털이 차오릅니다.
     
    이윽고, 무르익은 솜털은 방의 냉기를 타고 춤을 추며 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아직 여물지 못한 씨앗들이 다시금 흰 가지 위로 떨어지면-
     
    ......
     
    수초 후, 푸른 새싹을 틔워 냅니다.
     
    아름다운 일생의 완주입니다.
     
    ..그러나 상식적이지는 않군요.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GM:이성 -1
     
    헤더 린든:... ... 기이하군요. (아가일에게로 마저 뒤돌아본다.) 이 땅 자체의 문제인지...
    (우연히 마주한 광경이었던가? ... 섣부르게 짐작할 의지는 없고...) 별 달리... 이상한 곳은 없으신지. (아가일을 살피는 모양새다.)
     
    아가일 발렌티아:땅보다는, .. (사엽수에 시선이 멎어 있다.)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사엽수의 가지는 고요합니다.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원리가, 궁금해지는데.
     
    다시금 민들레가 차오르고 지는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아가일이 문득 그런 소리를 꺼냅니다.
     
    아주 옅지만, 기꺼움이 깃든 눈동자가 투명한 빛을 반사합니다.
     
    다시 한번 피어난 민들레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그에 뒤엉켜 흰 홀씨가 흩날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쪽이 갑자기 초능력 따위를 얻었을 리도 없으니-..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가, 가방 안에서 씨앗을 넣은 병 한두 개를 꺼낸다.)
     
    이어 아가일은 어떤 씨앗을 찾아 흰 가지 위에 조심스레 얹습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자그마한 열매들이 작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먹어볼 생각이 있으신지.
     
    그는 당신에게, 갓 여문 산딸기를 내밉니다.
     
    헤더 린든:이런 기회도 흔하진 않아 보이고... (별 문제 있을까, 산딸기 하나를 받아 들어 입에 넣는다.)
     
    입 안에 넣은 산딸기에서는, 새콤달콤한 맛이 납니다.
     
    한없이 싱그러운 식감입니다.
     
    원한다면 다른 씨앗들도 틔울 수 있을지도요.
     
    헤더 린든:... 평범한 산딸기네요. (난 과정은 평범하지 않았지만...) 다른 씨앗도 틔워 볼까요? (동의를 구하는 어조지만... 권유인지 통보인지. 무작위적으로 씨앗 하나를 다시 찾아온다. 일전의 아가일을 모방해보면서... .)
     
    아가일 발렌티아:(원하는 대로 해 보라는 듯 한 걸음 물러선다. 제 가방 안에 있는 다른 씨앗들을 살피는 채다.)
     
    헤더 린든:(긴가민가한 얼굴로 가지 위로 씨앗을 얹는다. 보았고, 하면서도 영 확신이 차지 않았으니.)
     
    헤더가 씨앗을 올리면...
     
    ......
     
    5분 남짓, 주먹만한 감자 대여섯 알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헤더 린든:... 식량 걱정은 덜었네요. (농에 가까운 어조. 기가 찬다는 웃음도 뱉는다. 비현실적인 광경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까. ... 감자를 마저 챙기고) 지상의 사엽수와 뭐가 다른지... 그게 좀 궁금하네요. (더 볼일이 없다면 슬슬 자리를 옮기는 게 낫겠다.)
     
    고개를 끄덕인 아가일은, 잠시 머무른 채 사과 서너 개와 블루베리, 당근 정도를 더 틔워냅니다.
     
    GM:해당 공간에서 획득한 식량은 섭취가 가능합니다.
    섭취 시 체력이 1d4 회복됩니다. 단, 섭취 개수는 하루에 3개로 제한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여차하면 이곳으로 돌아와서 먹을 걸 더 챙겨도 되겠죠. 여기서 얻은 것들이 훨씬 싱싱할 테니.
     
    그는 이어, 식물이 멋대로 자라나지 않도록 순백의 가지 위를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헤더 린든:... 여기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나가죠.(허기질 때가 된 것 같기도...)
    사과는 어떱니까. (...)
     
    아가일 발렌티아:(잠시 빤히 보나..) 쉬어갈 참이라면 잠시 머물러도 상관은 없겠죠. 너무 길다면 곤란하겠지만.
    (사과 두 알을 꺼내 당신에게 건넨다.)
     
    아가일은 이어 잠시 고민하다가, 가지 위에 씨앗 두어 개를 뿌립니다.
     
    직후, 그 위에 토끼풀이 몇 송이 자라났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느리게 남은 사과 두 알 중 하나를 입으로 가져간다.)
     
    헤더 린든:(사과를 받아들고 한 입 베어 문다. 하며 토끼풀을 가만 바라보고는 손끝으로 하나를 건들여 본다.) 이건 무슨 연유로?
     
    아가일 발렌티아:변덕, 정도라고 해 두죠. (혹은 찰나의 휴식을 위한 관상용이나. 짤막한 대답이 돌아온다.)
     
    헤더 린든:(토끼풀을 꺾어도 그 형태가 유지되는지... 혹 금방 시드는지 확인이 가능한가요?)
     
    토끼풀을 꺾으면.. 꺾인 상태 그대로 변함없이 흔들립니다.
     
    성장 속도가 비정상적일 뿐이지, 상태 자체는 우리가 아는 흔한 식물의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듯합니다.
     
    헤더 린든:(그렇담 토끼풀 하나를 톡 거둬낸다. 남는 손으로 아가일에게 손짓하더니) 손가락 하나만 내밀어보세요.
     
    아가일 발렌티아:(사과 하나를 느릿이 먹더니 잠시 영문 모를 표정을 짓는다. 눈 조금 가늘게 뜨다가도 손 하나를 내밀었나..)
     
    헤더 린든:꽃말에 능통하진 않았습니다만... 행복인지 행운인지, 평화였는지 가물하지만, 분명 희망찬 의미를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거든요. (줄기를 반으로 가르더니 내민 손, 소지에 꽃반지를 엮어 끼워준다.) 나쁘지 않죠. 가벼운 유흥으로 삼기에.
     
    아가일 발렌티아:... -..평화, 또는 희망. (제 손가락에 녹색 하나 깃드는 양을 보고 눈썹을 까딱이더니 잠시 침묵한다. 직전보다도 더 느릿하게, 제 손을 돌려 보더니) 그런 걸 원동력으로 삼아 나아가는 듯하길래. (....) 끊어지기 전까지는 놔두는 것, 정도로.
    (기껏 건넨 걸 떨치는 취향은 없었으니. 직후 저온의 붉은 눈동자가 굴러 제 목전의 녹음 한 쌍으로 향한다.) 같은 것을 해 드리는 게 예의라 보시는지.
     
    헤더 린든:이 변덕이 그런 의도셨나. 가볍게 웃는다.) 보답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준다고 거절할 필요는 없죠. 꽃반지는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아가일 발렌티아:가벼운 유흥으로 삼기 나쁘지 않다길래. (말을 그대로 읊는다. 여전히 무표정한 낯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직후 몇 번 눈 깜박이더니 조금 긴 줄기로 피어난 것을 꺾어서는 상대의 손목에 조이지 않을 길이에서 매듭짓는다.) 딱히. 앞으로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것도 마찬가지일 거고. 상대 손목에 그렇게 걸어 준 팔찌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헤더 린든:(제 손목, 싱그럽게 매달린 토끼풀을 가만 보고 고개를 주억인다.) 그 희귀함 하나는 엄청난 팔찌겠고... (농이었으며) ... 우여곡절이야 즐비했지만 나쁘지 않은 경험이네요.(마저 제 사과를 야금야금 깎아 먹는다.)
     
    GM:아가일, 헤더 산딸기와 사과 2개를 섭취합니다.
    1d4 세 번 굴려주세요.
     
    아가일 발렌티아:1 1 3
     
    헤더 린든:
    Rolling 1D4
    굴림: 4
    Rolling 1D4
    굴림: 2
    Rolling 1D4
    굴림: 2
     
    GM:아가일 체력 +5
    헤더 체력 +8
     
    헤더 린든:이만 자리를 옮기죠. 아직 못 본 곳이 남았던 것 같은데...
     
    아가일 발렌티아:두 곳 정도던가.. 어디부터 가보시겠습니까.
     
    헤더 린든:넓고 거대한 건물이 있었죠. 그곳부터 갑시다.
     
    건물 밖을 나섭니다.
     
    장소 이동. 아가일 체력 -1
     
    ......
     
    다음 장소를 향해 발을 움직이던 당신은, 문득 귓가를 헤매이는 소리를 잡아 챕니다.
     
    미미하지만, 귀를 기울인다면 분명히 들려오는 호흡 소리.
     
    흡사 짐승의 것과도 비슷하지만..
     
    그 사이 섞인 희미한 신음은 제법 익숙한 이의 음성입니다.
     
    돌아보면, 아가일이 한 손으로 목덜미를 움켜쥔 채 간신히 호흡을 내리 누르고 있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목이, 따가워서. 이곳의 공기 때문은 아닌 듯한데…
     
    헤더 린든:잠깐, ... 이런, 아가일? 괜찮습니까? ... (가까이 다가가서 상태를 살펴본다. ... 갑자기 왜?)
     
    아가일 발렌티아:..-알지 않습니까, 성도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 원래부터 별로 호흡기 쪽이 좋은 편은 아니었던지라.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지체해 봤자 상태만 악화될 테니 계속 움직이죠.
     
    그는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헤더 린든:하지만-... (그렇다고 뭘 할 수 있는 처지던가. 찝찝한 낯, 내지엔 불만스러운 얼굴로 아가일을 응시한다.) ... 갑자기, 다시 상태가 나빠지면... 한 번 쉬었다가, 상태를 살피고 가죠.
     
    아가일 발렌티아:직전에 한 번 쉬고 가서- 괜찮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시간 낭비예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억누르듯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리쉬면, 아주 서서히 보통의 상태와 비슷한 양으로 되돌아오나..)
    ..조금 더 둘러보죠.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헤더 린든:... ... ... (몇 차례 입을 벙끗거리나 유의미한 단어를 내뱉진 못했다. 느릿하게 고개를 떨궈 주억이던가. 눈에 불안함이 스치는 것도 같았으며. ...) 가볍게 둘러보는 걸로 하죠.
     
    아가일 발렌티아:(눈앞으로 다가온 상대를 잠시 바라보다가..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
     
    넓고 거대한 건물.
     
    과거에 무슨 용도로 쓰였는지 알 수 없는, 무척이나 넓고 거대한 건물입니다.
     
    부드러운 곡선의 외벽은 건물의 인상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합니다만…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것이 보입니다.
     
    외벽의 재질은, 언뜻 보기엔 철을 닮은 낯선 금속판입니다.
     
    ..이렇게 큰 것을 저렇게 흠 없이 구부리려면 대체 어떤 기술이 필요한 걸까요?
     
    헤더 린든:... 그 기술력이 감탄스럽군... (문외한이 보아도 퍽 경이로운 수준이었으므로. 외벽을 손으로 쓸어보곤 내부로 걸음을 옮긴다. 걸음은 불필요하게 빨랐다가 느려지길 반복하던가.)
     
    안으로 들어서면, 섬세한 세공의 기둥을 감싸는 둥근 유리는 듣도보도 못한 화려한 색채를 품고 있습니다.
     
    평평한 천장에는 길을 따라 동그란 구멍들이 나 있군요.
     
    입구가 광장의 역할을 하는 것인지 제법 넉넉한 크기의 공간이 텅 비어있고,
     
    그 너머로 네 갈래로 갈라지는 길이 보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렇게 넓은 건물은.. 제법 낯선데. 마음대로 돌아다니다 길을 잃어버리면 곤란하겠달까.
     
    아가일은 가만히 입구에 멈춰서 주변을 살핍니다.
     
    섣불리 걸음을 뗄 생각이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밖에서 어림잡은 크기로 가늠하자면…
     
    ......
     
    내부를 돌아다니는 데에만 꼬박 하루가 걸릴 성 싶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함께 움직이는 게 나을 듯싶은데.
    안전한 곳이길 바라는 수밖에요.
     
    헤더 린든:떨어져 둘러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만... (제법 걱정되는 상태이니...) 빨리 둘러볼 수 있길 바라죠. ... (그러며 먼저 걸음을 뗀다.)
     
    광장 초입.
     
    유리 기둥 위에 희게 그어진 실금이 보입니다.
     
    세월의 흔적이라기보다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새긴 것 같습니다.
     
    실금 옆으로는 무어라 작게 문자들이 적혀 있습니다.
     
    그 너머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이 어둠 속으로 삼켜지고 있네요.
     
    헤더 린든:(실금부터 찬찬히 살펴본다.)
     
    실금의 모양새가 익숙합니다.
     
    동그란 원, 네 갈래로 뻗어가는 선.
     
    이건, 그러니까…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이 너른 건물의 약도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동그란 원 초입에 겹쳐진 붉은색 동그라미가 암시하는 바를 알 법도 합니다.
     
    현재 그들의 위치를 가리키는 것이겠죠.
     
    약도를 통해 살펴본 구조는 아주 복잡해 보입니다.
     
    이와 비슷한 입구 광장이 다섯 개쯤 되고, 중앙 광장이 두 개쯤 있으며, 중간중간 휴식처로 보이는 공간이 십수 개쯤 됩니다.
     
    얽히고 섥힌 길은 수십, 수백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모양이군요.
     
    헤더 린든:... 가늠했던 것보다도 넓게 느껴지는데... (아연한 기색.) ... 계속 가볼까요?(아가일을 한 번 본다. 자기 혼자 판단할 스케일은 영 아닌 듯 싶으니.)
     
    아가일 발렌티아:... ..입구 쪽부터, 우선 둘러보죠. (한 번 숨을 내리쉰다. 그 역시 조금 막연한 기색을 보였던가..)
    유의미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진 않으니..
     
    헤더 린든:(고개를 주억이고... 실금 옆 문자들을 마저 살핀다.)
     
    낯선 문자가 실금 사이사이 공간에 적혀 있습니다.
     
    지시, 혹은 안내를 위함일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적어도 일데리안의 역사에 남은 언어는 아닙니다.
     
    어디서도 이러한 형태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상징이 있던 건물의 식물도감도 이 문자겠죠.
     
    전혀 읽을 수 없습니다.
     
    헤더 린든:조금이나마 알아볼 수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나지막하게 앓는 소리를 뱉는다. 뒤이어 시선을 옮겨 길로 향하던가. 의미 모를 문자는 혹시 모를 쓸모로, 후에 나오며 기록해보는 게 나을까 싶었으며... . )
     
    아가일 발렌티아:(후면에서 펜을 꺼내들어 몇 개의 문자를 적어내리던 참이다. 간혹 몇 번인가 마른기침을 토해내나, 여전히 곧게 선 채다.)
     
    길 너머 이어진 안쪽의 어둠 사이로, 희미하게 벽들이 보입니다.
     
    하나의 구역에 벽을 세워 십수 개의 작은 구역으로 나눈 형태로군요.
     
    그리 나뉜 구역들은 텅 비어있거나, 구조를 파악할 수 없는 기계장치로 가득합니다.
     
    그중 하나,
     
    까만 자국과 먼지가 얽힌 바닥에 떨어진 주머니가 보입니다.
     
    헤더 린든:(바닥에 시선을 내린다. 몸을 숙여 까만 자국부터 살피곤)
     
    그을린 자국입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여기서 불을 피웠었군요.
     
    근처 바닥에 먼지가 눌려 만들어진 발자국과 흔적들이 눈에 띕니다.
     
    이곳에서 쉬었다 떠난 모양입니다.
     
    헤더 린든:사람...의 흔적이 있네요. (보고의 어투. 이내 떨어진 주머니를 살펴본다. 함부로 손을 대진 않았고.)
     
    겉부분이 삭아 있는 삼베 주머니입니다.
     
    끄트머리에 피가 눌러 붙은 자국이 눈에 띄는군요.
     
    안쪽에서 희미한 약 냄새가 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최근의 흔적인 듯한데. 적어도 이 건물보다는 훨씬. (먼지를 손끝으로 훑다가 조용히 입을 연다.)
    1년.. 심하다면 10개월 정도.
     
    헤더 린든:이전 성도의 흔적...일 수도 있겠네요. 저희와 비슷한 과정으로 하여금... 이 땅에 떨어졌다면.
    음... 1년보다도 최근이라면, 외의 인물일 확률이 높겠죠... (찝찝한 낯.)
     
    아가일 발렌티아:아마도.. 레덴바르 정도인가. 마침 그가 지나온 경로와도 겹칩니다. 자세한 위치는 그밖에 모를 테니 특정이 불가능하지만. (나침반을 꺼내어 잠시 내려다보다가 답한다.)
    다른 건물에서는 사람의 흔적이 일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걸립니다만.. 급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겠고요. (느릿이 눈 깜박인다.)
     
    헤더 린든:... 그렇다면 마저 가보죠. 안으로 갈수록 얻는 게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뻗어있는 길로 고개를 돌린다.)
     
    아가일 발렌티아:안쪽에도.. 별 건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발자국을 가리킨다. 얼마간 길 안쪽으로 향했다가.. 다시 밖으로 나온 흔적이다.)
    다른 곳부터 살피고 여유가 난다면 다시 보든가.. 하는 쪽이 나을 듯싶은데.
     
    헤더 린든:(아) 그렇다면... 다른 곳부터 가죠.
     
    찝찝함을 뒤로 하고, 건물 밖으로 나섭니다.
     
    GM:장소 이동. 아가일 체력 -1
     
    ......
     
    ......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을 향해 앞서 나아가던 당신은,
     
    -털썩.
     
    무언가가 힘없이 쓰러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뒤돌아보면…
     
    ……
     
    짐작했던 결과일지도 모르겠군요.
     
    아가일이 쓰러져 있습니다.
     
    헤더 린든:... 아가일? (요컨대 일이 났다는 듯한 호명. 그러나 당장 의지할 동지란 더 없었으므로. ... 아가일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바로 눕힌다.) ... 아가일?(의식이 있는지 확인하는 부름이었고.)
     
    그는.. 당신이 불러도 꼼짝도 않습니다.
     
    이미 의식이 끊긴 채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상태를 확인해보면.
     
    아가일은 고통스러운 낯으로 거세게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기이할 정도로 체온이 뜨겁습니다.
     
    크게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흉곽을 정상적이라 볼 수는 없겠죠.
     
    헤더 린든:아, 이런, ... (입안으로 욕지거리를 연신 삼키던가. 이런 상황은 제 전문이 아니었다. 자기가 할 줄 아는 의술이란 간단한 요행이 전부였으므로... 그래, 이런 상황은 쓰러져있는 이 사람이 전문이었을 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했더라. ... )
     
    정상인에 비해 호흡이 지나치게 빠르고, 많습니다.
     
    아무래도..
     
    과호흡 증상인 듯한데요.
     
    대처법을 알고 있나요, 헤더?
     
    헤더 린든:(과호흡이라면, 봉투가... 그런 게 필요했던 것 같은데.)
     
    헤더 린든:
    응급처치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침착하게, 다시 고민해 봅시다.
     
    헤더 린든:(머리를 다시 굴려본다. ... )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음...
     
    당장 그의 소지품 안에, 무엇이 있었죠?
     
    봉투 비슷한 기능을 할 만한..
     
    헤더 린든:(담요가 있었나? ... )
     
    담요나.. 마스크 정도는 어떨까요?
     
    호흡이 조금 맴돌게 만들기만 하면 되니까요!
     
    헤더 린든:(그렇지... ... 아가일의 마스크릴 꺼내 들어 씌워준다.)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나 긴박해지는 법입니다.
     
    잘 하고 있어요, 헤더.
     
    자신감을 가지세요.
     
    ......
     
    호흡을 진정시킨 후로도, 그는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헤더 린든:
    의료
    기준치: 1/0/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
     
    헤더 린든:(성호 그음...)
     
    오, 의술...
     
    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속에서 강행군을 지속한 것이 원인 같습니다.
     
    들끓는 열이 아가일의 체온을 잠식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몸살일까요?
     
    묘한 불안이 당신의 기도를 틀어 막습니다.
     
    아가일이 황성에서 부해에 대해 무어라 일러주었던가요.
     
    그 흰 거목의 시독에 당한 이들이 열병을 앓던가요…
     
    우선 그를 조금이라도 아늑한 곳으로 옮기는 편이 좋겠습니다.
     
    헤더 린든:(주위를 둘러보며 아가일을 뉘일 장소를 살핀다. 혹 마땅한 장소가 없다면 가던 경로를 유지해 보려던 곳으로 가야 할지. ... )
     
    ..그렇죠.
     
    다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한번도 보지 못한 낯선 양식의 건물들.
     
    한때 융성했던 도시일 터이니 분명 평범한 주택이라든가, 의료 시설이 존재할 법한데도…
     
    하나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곳의 기호도, 지표도, 그 어떤 상징도…
     
    당신의 상식으로는 읽어낼 수 없었죠.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헤더 린든:
    기준치: 45/22/9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주변을 둘러보던 당신의 시야에,
     
    빛무리의 궤적이 남은 작은 건물이 보입니다.
     
    헤더 린든:(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막막하군... 아가일을 가로안기하여 보이는 작은 건물로 걸음을 뗀다.)
     
    당신이 아가일을 부축한 채 건물로 들어서면..
     
    형태나 구조가 낯설긴 하지만, 여태까지 돌아본 건물들에 비한다면 평범하기 그지없습니다.
     
    입구를 지나 보이는 넓은 공간에 방으로 보이는 곳이 두 개, 창고로 보이는 곳이 하나가 딸려 있습니다.
     
    본래 가정집으로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줄기의 침범은 보이지 않고, 무너지거나 위험해 보이는 곳 또한 없습니다.
     
    침상을 마련하고, 아가일을 눕히고, 몸을 데우기 위해 불을 피우고…
     
    일련의 행동만으로도 그의 낯빛은 한결 나아집니다.
     
    그럼에도 간간히 거친 호흡이 목을 긁는 소리를 내며 그를 괴롭힙니다.
     
    헤더 린든:(마른세수 한 번.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되짚어본다. 아가일 곁에 머무르기? 혹 내부를 더 둘러보기? ... )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자.. 잘 생각해 봅시다.
     
    아가일은 의료 계열에도 제법 능통한 사람이었습니다.
     
    부해며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증상들에 대해서도 아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겠죠.
     
    그런 그가, 최소한 가벼운 상비약 정도를 들고 왔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헤더 린든:(약상자가... 있었지. 그의 소지품을 재차 살펴본다.)
     
    아가일의 짐에서 약을 찾는다면..
     
    황성에서 지급한 것인지, 그가 챙겨온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제법 부피가 되어보이는 상자를 발견합니다.
     
    헤더 린든:(상자를 열어본다.)
     
    상자를 꺼내면 상자 옆에 놓여있던 가죽표지의 수첩이 마찰력에 의해 딸려 나옵니다.
     
    그리고 짐 밖으로 툭 떨어지며 내부에 스크랩 되어 있던 종이뭉치들이 흩어져 버리는군요.
     
    아가일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해 못 본척 하려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야…
     
    그 종이뭉치에는 헤더,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걸요.
     
    그것을 외면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
     
    정갈하지만 고급스러운 장식이 종이의 테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휘갈겨진 글씨는 지독히도 높으신 분의 것입니다.
     
    참으로도 화려하고 고상한 필치로군요.
     
    상자는.. 평범한 약 상자입니다.
     
    누런 기가 돌지만 깨끗한 무명천, 용도가 메모되어 있는 각종 환약들, 풀 냄새가 나는 연고, 말린 약초들…
     
    발렌티아라는 가문은 약초학과 해주 등에 일가견이 있다고 했던 말이, 거짓은 아닌 모양입니다.
     
    헤더 린든:... ... ... (맥이 풀리는 감각에 조급함이 가신다. 종이뭉치는 내려두고... 약을 살펴본다. 마땅히 아가일에게 사용할 게 있는지?)
     
    상자 구석에 적절한 억제제가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는 모양인지 억눌려 흘러나오는 신음소리.
     
    아가일의 낯 위로는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흘러내립니다.
     
    당신은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약 상자를 바라봅니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된 제국의 충성스러운 감시꾼이자 앞잡이…
     
    그럼에도, 당신은 아가일의 입에 약을 넣어줄 것인가요?
     
    헤더 린든:(손목을 가만 바라본다. 상투적였나, 싶은 그 보답이랄 게 아직도 매여 있다면, 그것을 보는 것이겠지. ... 억제제를 가만 들고, 아가일의 면을 마주하자면, 글쎄다. 여기서 어떤 감정을 품어야할지 미지에 가깝겠다. 무얼 재고 따지는 건 제 자신이 능한 분야가 아니었으며. ... 공연한 상념들이 몸집을 불리는가 불쾌감이 들자 아가일의 입안으로 약을 넣는다. 곱씹어 찝찝한 상황에서 한 사람의 생애의 위태로움을 방관하고 싶진 않았다. ... )
     
    ……
     
    솔직히, 아가일이 밉지 않다면 그것은 거짓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유일한 동행인이 누워 앓고 있는데,
     
    일말의 도움도 주지 않을 정도로 매정하게 굴기도 어려운 노릇입니다.
     
    적어도 당신은요.
     
    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가일은 순순히 물과 함께 약을 삼킵니다.
     
    ......
     
    조금 기다려 볼까요.
     
    흘러나온 그의 짐을 정리해도 괜찮겠죠.
     
    헤더 린든:하... (무거운 숨을 겨우 내뱉으며 어질러진 짐을 정리한다. ...)
     
    아까 미처 살피지 못했던 수첩을 잠시 훑어 봐도 좋겠습니다.
     
    헤더 린든:(사생활인데. ... ... 되갚자는 심보로 펼쳐봅니다... )
     
    ......
     
    부해에서 보고 겪은 것들이 상세히 적힌 관찰기입니다.
     
    물론 당신의 행동이나 발언 등도 적혀 있고요.
     
    이건…
     
    ......
     
    꼭, 당신을 감시하는 이의 보고서 같습니다.
     
    ……
     
    아가일이 초면에 당신에게 무어라 자기 소개를 하였던가요.
     
    그는 당신에게 부해로 함께할 이라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합니다.
     
    그는 평범한 이입니다.
     
    부해에 발을 딛는 순간, 제 목에 낫을 드리운 사신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가일은 스스로 죽음의 숲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가, 그럴만한 마땅한 사유에 대해 설명을 한 적이 있던가요?
     
    목숨도 불사를 뒷배.
     
    그것이 황성의 대제와 높으신 분들의 뜻이었다면…
     
    지금껏 밟아온 이야기는, 전부 거짓이었을까요?
     
    헤더 린든:(... ... 불확실할 짐작은 잠시 끊어낸다. 아가일을 판단하기엔 본인은 무지한 부분이 더 있었고... 이런 이야기는, 차라리 직접 물어보는 편이 마음에 나은 듯 하여. ... 혹은 한 번 더 믿어보고자 하는 변덕이 들끓었나.)
     
    그것이 당신이 찰나에 주었던 일말의 정인지..
     
    아니면 합당한 의심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겠습니다.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멍하니 불을 보고 있으면…
     
    그제서야 잊고 있었던 피로가 몰려듭니다.
     
    한결 고른 숨소리, 불길이 전하는 온기…
     
    지하에 도달한 이후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쉬지 못했죠.
     
    천근같은 수마가 눈꺼풀을 내리 누릅니다.
     
    눈이 완전히 감기기 직전, 손목에 감긴 녹색 줄기가 보인 것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깜빡 잠이 들면…
     
    ……
     
    ……
     
    …혼곤한 정신의 틈을 비집고, 어떤 소리가 들려옵니다.
     
    헤더 린든: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유리로 빚은 구슬의 소리, 비단이 부드럽게 스치는 음율.
     
    귓가를 간질이는 산들바람…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어떤 노래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곧이어, 정신이 끌어 올려지는 감각.
     
    당신이 눈을 뜨면, 한결 나아진 낯빛의 아가일이 작은 냄비를 젓고 있습니다.
     
    그는 당신의 기상을 곧장 눈치채고, 잠시 침묵하다 인사를 건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조금 더 끓여야 하니 기다리시죠.
     
    헤더 린든:... 상태는 좀 어떤지. 더 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며 냄비를 본다. 교대라도 할 터인지 묻는 눈으로 아가일을 바라보고)
     
    아가일 발렌티아:(고개를 젓는다.) 한결 낫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속이 아프다거나.. 숨이 과하거나 하진 않아서.
    앉아 있으시죠. 꽤 피곤해 보이던데, 그쪽도.
     
    헤더 린든:그렇다면야.(자세만 고쳐 앉고는 ...) ... 당신한테 물어볼, 몇 가지 있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질문, 이라는 말에 잠시 영문 모를 낯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순순히 고개 끄덕인다.) 원한다면야. 앉어서 마저 하시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가일은 깨끗하게 씻긴 목재 그릇에 수프를 두 그릇 내어 옵니다.
     
    테이블 위로 고소한 냄새와 함께, 일방적으로 기묘한 침묵이 오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드시고.. 그래서, 무얼.
     
    헤더 린든:(물끄럼, 따뜻하게 데워진 그릇을 응시한다.) 당신의 약상자를 좀 썼습니다. 급한 상황이었으니, 짐을 뒤져볼 허락이야... 구하기 어려웠죠. (알죠?) ...
    자질구레한 말은 치워두죠. 짐을 뒤지다가 종이뭉치를 보았습니다. 수첩도... 사생활을 침해하고 싶진 않았는데. 지나치기 어려운 이름이 적혀있길래.
    (테이블을 손끝으로 가만 두드린다. ... ) ... 당신, 뭡니까?
     
    아가일 발렌티아:(그릇과 마찬가지로, 목재인 숟가락으로 수프를 휘젓던 손길이 잠시 멈춰 선다. 그제서야 전날과는 달리 조금 굳어 있던 상대의 태도에 대한 이유를 파악했을까. 이어 진솔히 흘러나오는 답을 듣는다.)
    (이어지는 침묵. 한결같은 무표정은, 지독히도 변화가 없는 사람의 것이다.) ...-그러셨겠지. 본인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무시하지 못할 만한 사람이 한둘일까.
    (스푼을 그릇 안에 두고, 그 그릇을 옆으로 조금 민다. 평소보다 조금 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가볍게 깍지 낀 손을 식탁 위로 올린다. 흔들림 없는 시선이 상대를 마주 본다.)
    이쪽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목적은, 아마 당신이 해석한 그대로.
    다만 그것을 이쪽이 온전히 받아들였냐 묻고 싶다면.. 글쎄. (담담한 말투로, 어깨가 조금 움직인다.)
    표면상으로는 앞잡이겠지. 처음 당신이 말했던 그대로.
     
    헤더 린든:(몸체를 뒤로 기울인다. 가볍게 몸을 푸는 모양새로, 고개가 들려 천장을 향하던가. 맥없는 숨 몇 줌이 흐르는 소리가 뒤를 잇는다. 고개는 천천히 내려와 아가일을 향했는데, 따지자면 시선이 그의 얼굴로 박혔다, 라 표현하는 쪽이 올바르겠다.)
    내가 구태여 물어보는 까닭이란, 괜한 의심을 품고 당신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 입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목적은 알겠습니다. 다만... 내가 궁금한 것은,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외의 인물이 가진 의도가 아니라, ... 당신이라고요. 어떻게 얼마나 이 '목적'을 받아들였는지, 다른 생각이라도 품었는지... 이곳에 걸음을 옮긴 진짜 이유가 있는지, ... 그런 속내가요.
    나는 내 곁에 두어야 할 사람에게서 느끼는 불안한 감각만을 거두고 싶을 뿐입니다. 당신의 모든 면모를 알려 달라는 건 아니고... ... ... 그 의구심 한 자락만 물려주면 돼요. ... (입가를 느릿하게 쓴다.) ... 이게 난감한 요청이라면 더 캐물을 의지는 없긴 합니다. 이제 와서 뭘. ...
     
    아가일 발렌티아:(시선이 제게 꽂혀 들어올 적에도 일말의 흔들림이 없는 것은 천성인지, 아니면 몇 번이고 겹쳐 쌓아 낸 가면인지는 알기 어렵다. 집요하지도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피할 생각 역시 일말도 가지지 않은 채 문답은 이어진다.)
    의심이라는 감정이 말 하나로 부지불식간에 해소될 수 있는 감정이던가. 한 번 싹튼 감정은 잘라낼 수 없다는 건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지 싶은데. (작일과 달리, 한결 안정된 호흡이 소리 없이 공간을 채운다.)
    거두절미한다면, 완전히 수락하진 않은 쪽. 허나 이곳으로 향하겠다는 최초의 원동력을 마련한 건 그들이 맞고.
    (그러니 문서의 마지막 말대로, 즉시 말소하지 않고 여즉 들고 있던 것이었겠지. 허나 그는 이리 자질구레한 해명을 구태여 얹는 이가 아니었다.)
    질색이거든, 한 사람을 수단 하나로 재단하는 건.
    (언젠가 했던 대답의 답습. 그것을 노리고 과거에 꺼내었던 문장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리 고하는 표정은 그때와 같다.) 목적은 뒤틀렸으나, 이쪽이 당신을 관찰해야 한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었지. (그 연유라 함은 저 높으신 분들이 보는, '세계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을 감시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특이점에게서 하나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간극이었던가.)
    나머지 이유는 부차적인 것들. 좁게 본다면 내 이익을 위해, 넓게 본다면 현재-.. 그리고 그 현재로 이어질 미래를 위해. (비록 그것이 당신이 바라보는 더 나은, 더 다정한 세계와 같은 뜻은 아니었겠지만. 몇 문장이 이어지면, 그는 조금 사선으로 기울어진 몸을 곧이 세운다.)
    이제 와서 당신을 납득시킬 생각은 없어. 설득 또한 마찬가지고. 어찌 받아들이건 그건 당신 나름이니. (적어도, 그가 앞선 여정에서 저에 대해 꺼냈던 편린이.. 아주 꾸며낸 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의구심을 무를지, 유예할지는.. 당신에게 달렸다는 뜻이야. 내가 설명한들 결국 이 진술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할 건 당신이기에.
    (맺음. 그 이상으로 직전의 물음과 요청에 대한 대답은 이어지지 않는다.)
     
    헤더 린든:(그 맺음을 끝으로 고요가 내려앉았다고 생각했다. 숨소리 마저 잦아들어 온전히 한 명분의 호흡이 건재할 적, 헤더는 무심코 붙박여 있었다. 숨도 멎은 채로 가만히. 까닭이라 함은 덮어두고 끊어두었던 오랜 상념들이 제 몸을 키우고 고개를 든 탓이었고, 더 미룰 수 없는 결단이 다시 한 번 존재를 과시했던 탓이다. 마주한 헤더 린든의 시선은 어떤 빛깔로 물들어 있던가. 적어도, 흔들림은 없었다. 일말의 억울함이나 얄팍한 배신감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 그래. 그 흔들림 없는 시선. 아가일에게 박혀선 쉽게 떨어지지 않겠다는 집념이 서려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그런 집념의 사유란, 명백하다. 의심이겠지. 제 스스로 인정할지는 미지수였으나, 아가일 그가 내뱉은 말을 빌리자면, 의심이라는 감정이 쉽게 해소될 감정은 아니라는 이유로. ... 하지만 그 의심의 사유는 어떨까. 그 의심이 이어지는 근본적인 사유 말이다.)
    (그 사유를 파악하기 위해서, 헤더는 스스로의 상념을 자각할 필요가 있었으니. ... 헤더 린든은 아가일 발렌티아를 어떤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가. 어떤 사람으로 정의해야만 하는가. 사유의 시작은 이 물음이다. ...) 판단은... 그리 능한 인간이 아닌데. 덮어두고 그러려니 넘기는 쪽이 편하니까. 정립할 필요가 없으니 그 수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능하지 않다고. (눈가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올린다.) 좋습니다. 당신의 말이 맞아요. 이 답변으로 제 의심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진 않네요. 하지만... 판단을 염두하고, 유보하며, 이런 감상을 솔직히 털어놓고자 하는... 충동이 있습니다. 상황만 따지고 보자면, 당신과 나에게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게 정상, 이겠죠. 뒷통수가 좀 얼얼하던가. (짧은 침묵) 하지만 지금 내가, 강하게 느끼는 충동... 변덕 따위는, 당신을 더 믿어보자 외쳐요.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만. ...
    나는, 진실를 제쳐두고... 당신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 같아. (간단하고 미묘한 결론이었다. ... )
    기대감을 가졌던 것 같기도.
    신물이 나는데, 이런 기대가 배반 당하는 일은. ... 그러니....
    아주, 내 기대가 잘못된 거라고... 여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시 믿음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 ... 장황하군. ... 아무튼, 전과 같은 간결한 사이로 대하긴 어렵겠지만. ... 아예 불신하진 않겠다는 게 요지이려나.
    (몇 번 입을 벙끗거렸으나 이내 다문다. 더 덧붙일 말은 형편없을 것 같았으니.)
     
    아가일 발렌티아:(얕게나마 쌓여 가던 신뢰라는 감정에 금이 갔음에도, 희게 질린 듯 보이나 굳건히 자리한 초목의 그늘에서 어떠한 의지를 읽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각오가, 초연함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지나온 상대의 삶을 증명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으로만 놓고 본다면 사분지일 정도. 감수성이 풍부하나 그 이끌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 당장의 그는 상대를 그리 정의내린다. '그럼에도'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최후의 판결까지 이르기를 거듭하는 사람과, 지극하게도 무감히 '본인의 시선'으로 상대를 칼같이 판단하여 객관을 만들어나가는 사람. 두 사람은 그렇게나 달랐다. 태어난 배경도, 삶의 궤적도, 하다못해 아주 사소한 사고의 방식까지도.)
    능하지 않다면 그리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당장 자연의 법칙에 대입해 봐도 금방 답은 나오지 않던가.. (진화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도태된다. 야생에서 도태됨은 곳 피식의 대상으로써 낙인 찍힘을 의미한다. 누군가의 주관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타인을 향한 것이라면. 감정이 그러하듯, 본능에 의거한 판단도 그러하다. 아마 그것이 아가일이라는 인간의 사고에 일정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원하건 원지 않건 그런 이름을 달고 태어났으니.)
    그 유보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손을 고쳐 쥔다. 고개는 왼쪽으로 조금 기운다. 빛 한 점 없는 핏빛 눈동자만은 상대에게 고정된 채다. 그래, 적어도 배신감 정도는 느끼셔야 마땅하지..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지극히도 평온한 정신 상태로, 그런 생각을 도출해내며.)
    (몇 번의 사고가 거듭된 끝에, 짧게나마 흘러나온 당신의 결론을 듣는다. 잠시 눈꺼풀 뒤로 냉기 어린 시선이 사라진다.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그 간극이 지속되면 그 귀결점에 대한 당사자의 대답은-..)
    -현명하지 못한 대답이네.
    (얇고 가는 눈썹이 몇 번인가 움직인다. 문장 앞뒤로 이어지는 간극이 조금 길다. 이걸 정이 많다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 역시 그가 쫓는 '희망'이라는 것의 일부인가. 인지는 할 수 있을지언정 그로서는 완전한 이해에는 도달하지 못할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당신의 대답이라면,
    (그대로 따라해 볼까.)
    이쪽이 존중함이 마땅하겠지.
    ('그럼에도' 라고.)
    재차 말하건대, 당신의 믿음을 굳이 깨뜨릴 생각은 없어. 남의 반응을 즐기는 취미는 없을 뿐더러- (애초에 관심이 없었을지도..) 동행인의 정신 상태를 흔들어 놓아 봤자 손해 보는 건 결국 나 또한 마찬가지이니.
     
    (신물이라는 말에는 속으로 가는 감정이 하나 스쳐 지나간다. 어지간히 당하고 살았던 모양이지.. 하기사 지금에서도 저리 생각하고 판단하니 어릴 때는 어땠겠냐만은.) 누군가가 날 어떻게 판단하는지-에는 관심 없어. 그러기 위해 살아온 삶이 아닌지라.
    (그러니 지금의 행위는, 스스로의 실책-내지 구성 오류로 인한 복구의 일환과 같다고 판단한다. 제가 벌린 일이니 제가 책임을 지겠다는. 어쩌면 지극히 그다운 대답. 허나 누군가는 이것을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노력의 면 다른 양상, 이라고 정의내릴지도 모르지..)
    원하는 대로 해. 당신이 여기서 도망친들 평생 입 닫고 살아갈 정도는 되니까. (...) 목숨에 위협을 가할 생각 또한 없고.
    (적어도 당장은, 구태여 조금 쓸데없는 어구를 덧붙였던가. 이어 그는 옆으로 밀어 두었던 그릇을 다시 제 앞으로 가져온다. 아직 스프에서는 옅게 김이 피어오르고 있다. 그릇에 박힌 스푼을 손끝으로 가벼이 건드리더니)
    식겠는데. 몸을 보전하라는 것이지 배탈 나라고 끓인 것이 아니거든.
     
    헤더 린든:(시선이 마주할 적. 빛 한 점 고이지 않는 별을 보았다고, 헤더는 생각했다. 한 점의 반짝임 없이도 낮게 들끓는 거성은 한 사람이 가늠하기에 광대한 탓으로. 한낮의 존재가 무엇을 읽어낼 수 있겠는가. 그 변화를 자각하기엔 빛의 속도로 하여금 억겁의 시간을 바쳐 도달해야 할 것이다. 한 눈으로 그 광대함을 담아야만 할 것이다. 별의 궤적을 떠올려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 하나 기적에 가까운 일, ... 그럼에도 그의 눈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미묘한 결론을 견고히 다지고자 한다면. 극, 그 치밀하고 찰나 같을 완전함이 서린 인간. 한 철에 피고 질 꽃이 사계에 도달하여 기적처럼 보이는 그 경이로움은 아가일 발렌티아의 시선 속, 여상함에 대한 감상을 닮을 터다. 영원에 가깝도록 벼려진 사람이 갖는 경이란, 꾸며낼 수 있는 허상일 수 없으므로.
    그렇게 시선이 마주할 적. 헤더는 감상 하나를 내놓는다. 태어난 배경도, 삶의 궤적도, 하다못해 아주 사소한 사고의 방식까지도 다른 사람들이 있다면, 낙관론적으로, 서로에게 없는 부분이 맞물려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감상을. 벼려진 객관 아래 부당한 판단이 머물지 않으리라, 최후에 가닿는 미련 아래로 부덕함이 고이진 않으리라 하는 확신을. 이런 방식으로 도처에 머무는 불안은 서로가 다른 만큼 쉽게 소거가 될지도 몰랐다. 하여, 헤더는 다시금 되짚는다. 아가일 발렌티아의 행보를.)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나는 자세히 알 순 없지만... (그렇게 입을 떼던가.) 평생을 그리 치열하고 혹독하게 살아야 하는 게 삶이라면, 제법 억울하지 않나. (...) 다만, 만약... 내가 당신의 말대로 능해져야 한다면. 당신은 그만큼 덜 능숙해질 필요가 있을 거야. ... 가지고 있는 위치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만... (느리게 첨언을 하고서.)
    당신과 나의 생의 겹쳐질 때마다, 그 모든 순간의 마지막까지.(다시 말하자면 그 생애 전반이 아가일에 대한 유보의 기간이라는 셈이었고. 다시 고쳐 듣자면 증명을 위해 바칠 시간인 셈이다. 자신의 믿음을 아가일에게로 던지는 그 일련의 선택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가설을 증명을 위해 삶의 무게가 더해질 요량이었다.)
    알아. 하지만, 그만큼 현명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사람은 결점 투성이로, 헤더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사람과 부대낄수록 제 결점만을 깨달았고, 그만큼 상대의 강점만은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하여, ... )
     
    나를 시험하는 건가?(농이다.) ,,, 정말, 도망칠 생각 없어. 있었다면 진작에 도망쳤겠지. 나는... 내게 주어진 사명을 끝내고 싶고, 당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으니까. ... (고개를 주억이며 스푼을 들었다.)
    다시,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그 제안에 답하지.(아가일 발렌티아에게, 라기 보다는 아가일에게로. 스프를 떠 입에 넣는다. 간만에 느끼는 열감은 무엇보다 훈훈한 기운이 풍겼던 것 같다.)
     
    태어나는 것은 천명이요, 그 안에서 나고 자람은 천형이라.
     
    허나 본의치 않게 이 땅에 발을 내었다 한들,
     
    스스로의 삶에 개입하여 발버둥치는 것은 오로지 살아 숨쉬어 현재하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
     
    우리는 그것을 믿음, 또는 희망이라고 칭해도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재앙이 만연한 이 세계에서도 이렇게 악착같이 살아남고 있는 것이겠죠.
     
    테이블에 앉은 직후보다는 한결 풀어진 분위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습니다.
     
    괜찮아요.
     
    아직 우리에게는, 조금의 시간이 더 남아 있습니다.
     
    ......
     
    그릇이 거의 비워져 갈 무렵, 아가일은 다시 입을 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 거대한 도시에 사람이 살지 않았을 리는 없을 테고.
    한꺼번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지 않은 이상, 흔적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생각하는데.
    당신 의견은 어떻지?
     
    헤더 린든:그런, 의아한 점을 품긴 했지만. (...) 비슷하게 생각해. 그러며 어디로 갔느냐... 같은 게 궁금할 뿐이지.
     
    아가일 발렌티아:도시 밖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라는 뜻?
     
    헤더 린든:아무래도. 하지만, 그렇다면... 왜 나갔을지도. 부해 따위의 문제가 있었나.
     
    아가일 발렌티아:솔직히, 가장 현실성 있는 답변이지만.. 그것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서.
    그랬다면 이 도시의 존재를 우리가 모르지는 않았을 테지.
    최소 만 명 단위인데, 그중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을 리가.
    하다못해 밖에 흔적이라도 남았을 것 같거든.
    그래서-.. 결론난 것이. (손가락이 테이블을 가벼이 두드린다.)
    이곳의 사람들은, 이 도시에서 죽은 게 아닐런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흐른 나머지, 이제는 백골조차 남지 않은 상태로.
     
    헤더 린든:그러니까, ... 도시 단위로? 그 모두가 죽은 걸로 보는 건가?
    그런 경우는, 거진 멸망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이런... 문명이?
     
    아가일 발렌티아:아마도. 지하처럼 습한 곳에서는 뼈조차도 백 년을 가지 못한다고 들었어.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재앙이 닥쳤고,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전부 사망에 이르렀다… 라면-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면 그 재앙이 무엇이냐-...이겠지.
     
    헤더 린든:(...) 여기서 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길 바랄까. 아직 남은 곳도 있으니...
     
    아가일 발렌티아:짐작가는 것은.. 그 흰 뿌리인데. (도시 곳곳에서 종종 목도한 바가 있었으니.)
    지금 도시에 남은 흰 나무들은, 그다지 해롭지 않다는 점이 걸려. 저 위라면 모를까.
    이쪽이 일전에 아팠던 것도-.. 그럼 부해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 되거든.
     
    헤더 린든: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라도... 그 흰 뿌리를 염두하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없는 건 또 아니니까. (뜸...)
     
    아가일 발렌티아:(고개를 조금 끄덕이나..) 부해의 독을 들이킨다는 것은…. 후추가 목으로 쏟아지는 느낌과 유사해.
    지상에서는 언제나 그렇게 목이 아프게 따끔거렸었고. -다만.. 지금은 아니야.
    오히려 박하의 향을 맡았을 때처럼 화한 느낌이라고 할까.
     
    헤더 린든:외의 차이는 더 없었나? 신체적으로 느껴지는...
     
    아가일 발렌티아:구토가 인다거나.. 메스껍다는 증상도 없었지, 아마. 과호흡이 온 적은 있었지만.. 그게 지상의 부해로 인해 나타난 증세인 적은 없었어.
     
    헤더 린든:부해와 결을 달리하는... 다른 환경적 장애가 존재했다든가.
    ... 해서, 현재까지도 이 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지도. 흰 뿌리가 있음은, 위나 아래나 같고. 그 성질이 다르지만... 당신이 느낀 감각의 차이도 그런 연유로 생기는 게 아닐지. (...)
     
    아가일 발렌티아:가능성 없는 가설은 아니야. 우선-.. 남은 한 곳부터 둘러보는 것으로 할까. (가볍게 숨을 내리 쉬더니 몸을 일으킨다.)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아가일은 비워진 그릇이며 식기를 정리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성도는 보통 부러움의 대상이라고들 하지. 다만.. 글쎄.
    당신을 보면 부러워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부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이 떠밀리고 있는 감각은, 결코 유쾌하지는 않을 듯싶거든. 진정 부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렇게 부해로 발 들인 수천, 수백의 성도들이 숲을 헤매이다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결국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핍박과 강요를 반복하니. 미련한 일이야. (설령 그것에 당신의 의지가 있었더라도.)
    이쪽이 성도였다면 당신처럼 이곳으로 향할 수 있었을런지, 정도의 생각.
     
    헤더 린든:부러워 할 생각은 있던가.(비실거리는 웃음이 스친다.)
    나는... 다른 성도들의 삶이, 그러니까... 성도 이전에 영위했던 삶이 어땠고, 성도가 되어 이륙한 삶이 어땠는지. 그들이 가진 두려움, 회의감, 부당함 등...이 어땠는지 잘 알 수 없으니.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발자취가 세계로 뻗어진 적도 없었으므로, 알 수가 있나.)
    당신의 생각에, 그리 객관적인 감상을 남길 순 없겠다 싶어.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란. ...
    어떤 부러움, 경외, 미련이라 여기는 객관성... 그런 감각. 사람들이 각자 마음 구석에 끼얹고 다닐 인상 따위로.
    영원에 가까울 것이고. ...
    유의미한 이름을 남기리라 생각해. 포기의 교훈? 희생의 경이로움? ... 정말 뭐든. 메마른 마음에 부당함 하나 일깨우는 정의를 남길 수도 있겠군.
    그러니... 다른 성도는 몰라도, 나를 볼 적엔..
    그 의문 속, 당신도 비슷한 경로로 걸음을 떼었으리라... 하는 생각을 떠올려주길 바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사유는 달라도 결론은 비슷할 것이라고.
    우린 제법 결이 다른 사람임에도. (하여 으쓱인다.)
     
    아가일 발렌티아:딱히, 축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신을 믿지 않으니 성도의 특질이 신이 내린 가호라고도 믿을 리가. (...)
    궁금할 뿐이지. 유전학적으로 어떤 공통점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져서.
    이쪽이 그런 종류의 억압에 질색을 한다는 것도 당신 정도면 이제 알 것도 같은데. (여느 때처럼 꾸밈 없이 이어지는 감상에 귀를 기울인다. 간극 속에서 문장을 조립하고, 표현을 정렬한다. 세계를 믿음 삼아 나아가는 순례자라.)
    유념토록 하지. (다만 마지막 바람에는, 짤막하게 답을 내었다. 말로 채울 수 없는 간극이란 언제나 존재하기에. 아마 당신이 그것을 헤아릴 정도는 되리라는 그 나름의 판단이 동반된 채다.)
     
    ……
     
    잠시간의 침묵이 둘 사이를 맴돕니다.
     
    말없이 그릇을 씻어내고 정돈한 그가 다시금 여상히 입을 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첨탑이 있는 건물 하나가 남았었던가.
    그곳에는 뭔가 이쪽이 발견하지 못한 단서나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
     
    헤더 린든:(고개를 가만 주억인다.) 이제... 슬슬 출발하지.
     
    GM:아가일, 헤더. 수프 섭취로 체력 1d4 회복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3
     
    헤더 린든:
    Rolling 1D4
    굴림: 2
     
    GM:아가일 체력 +3
    헤더 체력 +2
     
    짐을 챙기고, 여러분은 남은 건물로 향합니다.
     
    뾰족한 첨탑을 지닌 건물.
     
    한때 섬예했을 첨탑은, 건물 한 쪽이 무너진 탓인지 크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푸르스름한 색과 갈라지듯 녹슨 모양새를 고려하건데.. 첨탑을 주조한 것은 청동일 수도 있겠습니다.
     
    도시의 다른 건물들에 비한다면 유독 연식이 돋보입니다.
     
    주기적인 관리 보수를 받지 못했던 것일까요?
     
    당장 무너질 것 같진 않지만, 오래 머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빠르게 둘러봐야겠군...) (첨탑 내부로 걸음을 옮긴다.)
     
    내부를 살피면 길고 넓은 배랑 한쪽 구석에 무너진 틈새로 솟아난 굵은 가지가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건물이 무너진 것 같군요.
     
    안쪽으로는 낮은 단이 쌓여 있고, 그 중앙부에 무너지다시피 한 제대가 보입니다.
     
    뒤쪽으로는 작은 방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굵은 가지에 다가서곤 살펴본다.)
     
    소름끼치는 흰색입니다만,
     
    그것은 일말의 반응조차 없이 잠잠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것이 도시의 멸망과 관련이 있는 나무인가.. 그렇다기엔 건물들이 지나치게 성해 보이는데.
    다른 부가적인 연유가 있는 것일런지.
     
    아가일이 의문을 던집니다.
     
    나무 줄기를 살펴보면, 돌연 지면을 뚫고 나온 것이 어지럽게 얽힌 채 첨탑의 일부를 무너뜨리고 가지를 뻗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아...
     
    상징이 새겨진 건물에서 봤던 것과 똑같습니다.
     
    이곳 역시 나무가 지면과 맞닿은 부분이 줄기가 아닌, 가지의 일부임을요.
     
    나무가 설마, 도시 전체만한 크기인 걸까요?
     
    헤더 린든:이 가지... 거대한 나무의 일부인 것 같은데. 이 밑으로... 노출되지 않은 나무가 있다면... 그거대로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나? 이만치 거대한 나무라니. (...)
     
    아가일 발렌티아:어쩌면 숲 전체를 덮고 있을지도 모르지. -..저 위에서 마주한 것도 나무 자체가 아니라 뿌리였으니까.
     
    헤더 린든:그런가... (조금 심란...) (조금 더 움직여 제대를 살핀다.)
     
    석재 위에 목재를 올려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제대입니다.
     
    지금은 허물어진 돌밖에 남지 않았지만, 군데 군데 남은 화려한 색채가 한때의 위용을 짐작케 합니다.
     
    제대 뒤쪽으로는 사람이 새겨진 조상이 있습니다.
     
    단 아래를 굽어보는 모양새군요.
     
    아가일 발렌티아:어떤 종교를 믿었던 걸까.
     
    아가일이 문득 입을 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것도 크로하스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다른 나라의 종교일지도 모르겠어.
     
    헤더 린든:... (동의한다는 듯 주억이다가) 이미 쇠퇴하여 사라진 종교일지도 모르고. (이내 시선을 굴려 허물어진 돌을 살펴본다.)
     
    돌 틈에서 금속 재질의 작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열어보면, 이곳에서 사용했던 제기가 들어 있습니다.
     
    제기 외에는 촛대, 잔, 그릇과 검이 들어 있습니다.
     
    ..바닥 일부가 덜컥거립니다.
     
    헤더 린든:...? (상자를 마저 들고선 조상을 살펴본다.)
     
    덜컥거리는 바닥을 들춰보면 단검과 말뚝이 들어 있습니다.
     
    피라도 말라붙은 걸까요?
     
    새까맣게 변색된 모양새가 영 심상치 않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손이 곪을 것 같군요.
     
    이어서, 조상을 살핍니다.
     
    아마 이 곳에서 모시던 누군가겠죠.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아니, 불쾌한 기분이 듭니다.
     
    이게.. 자애롭게 굽어보는 사람의 표정이 맞는 걸까요?
     
    온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만 같은 끔찍한 감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헤더 린든:(단검과 말뚝... 기이한 조상.) ... 사이비 같은 걸지도 모르겠군. (뒤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건물의 뒤쪽에 위치하는 작은 방입니다.
     
    이곳에도 가지의 침입이 있었던 것인지, 벽 일부가 무너져 내린 채군요.
     
    한때 책장으로 기능했을 더러운 선반이 한쪽 벽을 꽉 채우고 있고,
     
    반쯤 썩어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테이블과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헤더 린든:(선반을 한 번 살펴본다.)
     
    책이 전부 삭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장식장처럼 사용되었던 것인지…
     
    드문드문 남은 먼지 자국을 제외한다면 텅 빈 선반입니다.
     
    벽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뒤틀린 것인지, 유격이 맞지 않는 것 같은데…
     
    헤더 린든:(무너져 내린 벽 일부나 선반을 더 자세히 살펴본다. ... 다른 특이점은 없는지?)
     
    유격 너머를 살피면-
     
    숨겨져 있던 책장을 발견합니다.
     
    그 안쪽에는 몇 권의 책이 남아 있군요.
     
    다만…
     
    앞의 선반을 밀거나 당기면, 삼면뿐인 벽이 불안한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책을 꺼내려 한다면 유격의 틈으로 손을 넣어야 할 것 같네요.
     
    헤더 린든:음... (손을 넣어 책을 집어본다.)
     
    헤더 린든: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9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낡은 서적 한 권을 손에 넣습니다.
     
    헤더 린든:(후, 먼지를 불어내는 시늉 한 번. 서적을 펼쳐 내용을 확인한다.)
     
    누르스름한 표지에서는 형용하기 어려운 쇠비린내가 납니다.
     
    치밀어 오르는 불쾌함을 애써 삼키고 내지를 펼쳐보면…
     
    ……
     
    이상한 일이죠.
     
    여태까지 도시에서는 단 한 글자도 읽어낼 수 없었는데, 이 책만큼은 예외입니다.
     
    다만, 기이할 정도로 모독적이고도 괴이한 내용이…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1d2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2
    굴림: 1
     
    GM:이성 -1
     
    곁에서 함께 책을 들여다보던 아가일의 얼굴에 선명한 불쾌감이 서립니다.
     
    ..끔찍하군요.
     
    용도조차 짐작할 수 없습니다.
     
    이 기분 나쁜 책을 더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
     
    ..그러나 동시에,
     
    지독한 이끌림을 느낍니다.
     
    이 책은 어쩌면 당신에게 여지껏 보지 못했던 것들을 선사할지도 몰라요…
     
    헤더 린든: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하지만, 역시 이건 아닙니다.
     
    당신이 본능과 이성, 양측의 합의 하에 책을 내팽겨치면…
     
    팔랑, 하고 종이 한 장이 떨어져 내립니다.
     
    헤더 린든:(시선은 책에서 종이로, 아직 다 가시지도 않은 불쾌감이 서린 얼굴로 종이를 줍는다)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 메모인 모양입니다.
     
    마찬가지로 읽을 수는 있으나,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쓸모가 있을까요?
     
    뒷부분은 찢겨나간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앞, 뒤로 살펴보고 더 확인할 점이 없다면... 찝찝한 얼굴로 메모를 챙긴다.)
     
    더 이상 볼만한 건 없는 듯합니다.
     
    수상쩍은 곳에 숨겨진 불쾌한 서적과 피가 묻었던 것 같은 검, 게다가 기묘한 조상…
     
    아무래도 떳떳한 종교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숨겨둘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헤더 린든:이제 다 살펴본 것 같은데... (마저 움직일지. 아가일을 보며 물어본다.)
     
    아가일 발렌티아:..사이비라도 있었던 모양이지. 이 큰 도시에서 그런 인간들 한둘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은. (여전히 불쾌한 기색을 조금 내비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건물 밖으로 나섭니다.
     
    .......
     
    소득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아가일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도시에는 갑작스레 몰락에 당도했다면 으레 있을법한 절박하게 도망친 흔적이나,
     
    살기 위해 발악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래서는 꼭,
     
    전부 조용히 잠들어 있다가 돌연 죽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을텐데도….
     
    도시의 적막한 풍광은 먼지 쌓인 모형정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일단, 아까 쉬던 곳으로 돌아가는 건 어떨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아가일이 권해 옵니다.
     
    헤더 린든:더 볼 곳은 없는 것 같으니까... (간단히 긍정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어디론가를 향해 걷다 보면…
     
    헤더 린든: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기야."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에 섞여, 바람같은 목소리가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헤더 린든:... 아가일, 방금 뭐라고... (귓가를 가만 문지르며 되묻는다. ... 상대가 맞는지는 고사하고.)
     
    아가일 발렌티아:..무엇을? (영문 모를 표정을 짓는다. 직전의 목소리를 꺼내지 않았거나, 혹은 듣지 못한 자의 표정이다.)
     
    헤더 린든:... ... 아니, 기분 탓인가. (...) 아무 말도 안 했다면... 마저 가지.
     
    그렇게 다시 고개를 돌리면,
     
    ……
     
    어째서 여태껏 발견하지 못했을까요?
     
    직후, 아가일이 옅게 숨을 들이키며 멈춰 섭니다.
     
    그럴 만 하군요.
     
    분명한 과거를 거짓이라 치부하고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으니까요.
     
    어둠에 잠긴 도시의 심부를 관통한 거대한 탑은 고고하게 홀로 서 있습니다.
     
    마치 이 세상에서 표리되어 다른 세상에 속한 것만 같군요.
     
    대지조차 탑을 위해 정중히 거리를 벌리고,
     
    공동 너머로 마주한 부해는 희미한 빛으로 탑의 실루엣을 장식합니다.
     
    정적이기에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박제같은 풍경.
     
    저것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어둠 속의 등대, 굽어보지 않는 구도자.
     
    당신은 상아탑이라는 말을 문득 떠올립니다.
     
    그렇다면 매끄럽고 고운 벽면을 침범하며 자라난 거대한 거목의 줄기는 탐욕스러운 뱀에 빗대는 것이 옳겠습니다.
     
    잔악무도한 침탈자는 탑 너머로 가지를 뻗은 채,
     
    지미한 빛을 머금은 흰 이파리들을 점점이 매달고 있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아름다워.
     
    ……
     
    거목과 함께하게 된 상아탑의 비극과는 상관 없이, 아가일의 말마따나 그것이 옳은 표현입니다.
     
    이 광경은, 지독히도 아름답습니다.
     
    허나 동시에.. 지독히도 비현실적입니다.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GM:1d4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4
    굴림: 3
     
    GM:이성 -3
     
    헤더 린든: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문득 도시 곳곳에 남은 무너진 흔적을 발견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도시가 거의 온전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폐허의 틈을 가르고 솟아난 줄기들은, 하나같이 탑을 베어 물은 거목과 이어져 있습니다.
     
    탑이 사람의 인지를 피해 숨을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부해의 거목에게 그러한 능력이 있는 걸까요…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것은, 본능의 경고입니다.
     
    헤더 린든:... 뭔가 꺼림칙한데. (두어 걸음 주춤이더니 아가일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더, 여기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 자리를 마저 피하는 게 좋겠어. (안 그런가?)
     
    피해야 한다는, 그 직감이 두 사람을 감쌉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지하 도시에서 그나마 지면과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장소는 저곳이 유일합니다.
     
    수상하기 짝이 없습니다만,
     
    아가일 발렌티아:..남은 곳은 저 탑뿐인 듯한데.
     
    역시 가볼 수 밖에 없겠죠.
     
    영원히 지하를 맴돌다 생을 마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요.
     
    헤더 린든:... ... (아가일과 탑을 번갈아 보는 눈치. 짧은 침묵을 뒤로 하고... 고개를 끄덕여 무겁게도 동의를 표한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당신과 아가일이 도달한 탑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인기척이라곤 일절 느낄 수 없습니다.
     
    상아빛의 벽체는 정교한 기둥이 떠받치고 있고,
     
    층층이 쌓인 탑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합니다.
     
    정면에 뻥 뚫린 아치형의 입구가 보입니다.
     
    내부로 진입하면, 먼지가 잔뜩 쌓인 적막한 홀이 두 사람을 마주합니다.
     
    다소 작게 보였던 입구와는 달리, 내부의 층고는 몹시도 높아 웅장함을 자아냅니다.
     
    안쪽에는 각 층을 잇는 원형계단이 보이고,
     
    계단을 지키고 선 조각상이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
     
    ……
     
    잠깐.
     
    조각상이 고개를 돌린다고요?
     
    이미지
     
    백각의 짐승: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4
     
    GM:백각의 짐승 체력 -7
     
    백각의 짐승: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백각의 짐승: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GM:백각의 짐승 체력 -4
     
    이미지
     
    ......
     
    짐승을 처리하고 나면, 계단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사실, 올라가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헤더 린든:... ... ... 올라가야, 겠지. (하며 계단으로 느리게 걸음을 뗀다.)
     
    아가일 발렌티아:그새 익숙해지셨나.. (망가진 조각상을 잠시 보더니 따라 걸음을 옮긴다.)
     
    ......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단을 오르던 아가일의 걸음이, 일순 멎습니다.
     
    그는 묘한 낯으로 잠시 고개를 기웃거리다, 당신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방금 무슨 소리가 들린 듯싶어서.
    착각인가, 마저 가죠.
     
    헤더 린든:(불안하게 왜.) ... ... (일단 마저 올라가는 것으로...)
     
    층을 오르면서 보이는 홀의 광경들은,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공간의 크기도, 층고도, 구조도 저마다 제각각이군요.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침착하고, 다시.. 시도해 봅시다.
     
    헤더 린든:(침침... 눈 깜빡깜빡...)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겉으로 보았을 때는 모든 층이 같은 규격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탑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비상식적인 광경을 목도한 당신,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각 층의 내부를 살펴보아도, 생활감 없는 삭막한 풍경이 당신을 맞이할 뿐.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던 중,
     
    두 사람은 11층에서 무너져 내린 홀과 마주합니다.
     
    탐욕스러운 뱀이 침범한 흔적이군요.
     
    공허하게 무너진 외벽 너머로 잠든 가지와 더불어, 어둠에 잠긴 도시가 보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것이 도시 곳곳을 무너뜨린 줄기의 본체-.. 정도 될런지.
     
    헤더 린든:본체라... (무너진 틈 사이로 도시를 가만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속단하는 편이 현명할지도. 더 무어라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얼마나 거대한 거지?
     
    아가일 발렌티아:글쎄.. 도시 전체를 무너뜨리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뜻인가.
     
    아가일이 잠시 침묵하다 가방에서 씨앗 두어 개를 뿌리면..
     
    ……
     
    어제 건물 안의 조목에서 겪었던 일이 다시 한 번 재현됩니다.
     
    씨앗은 삽시간에 발아하여 싹을 틔우고,
     
    연약한 줄기가 하늘을 향해 자라나며,
     
    그 끝에 매달린 꽃망울은 작고 여린 흰 꽃을 피워냅니다.
     
    축약된 생이 순환합니다.
     
    -그 순간,
     
    강렬한 이명과 함께 당신의 시야가 뒤집힙니다.
     
    녹음이 가득한 대지, 코 끝을 간질이는 싱그러운 향.
     
    어딘가 어색한 동작으로 가지를 살피던 아가일이 당신을 돌아봅니다.
     
    ……
     
    아니, ‘아가일 같은’ 자라 정정해야겠군요.
     
    이목구비가 인식되지 않습니다.
     
    저건.. 인간이 맞는 걸까요?
     
    차라리 인형에 비유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오릅니다.
     
    그럼에도 벙긋거리는 저것의 입모양이 선연합니다.
     
    ……
     
    ……
     
    아가일 발렌티아:-...린든.
     
    누군가가 어깨를 흔드는 손길.
     
    그 순간,
     
    이명이 사라집니다.
     
    신기루에 불과한 녹음이 흩어지고. 남은 것은 먼지 쌓인 익숙하고도 낡은 폐허.
     
    당신의 어깨에서 조심스레 손을 뗀 아가일은 물끄러미 당신을 살핍니다.
     
    가느다란 꽃대는 전부 바닥으로 떨어진 후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답지 않게 멍하신데. 아픈 곳이라도?
     
    헤더 린든:... (예의 그 멍한 시선, 이어서 얕은 혼란으로 일렁이는 눈으로 아가일을 바라본다. 신기루, 혹 짧은 꿈결 같은 찰나로 하여금, 자신이 무슨 감각을 느끼는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았으니. ... ) 아니... 그저 피곤해서. ... 나한테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끝말을 흐릿하니 답을 원한 물음은 아닌 모양.)
    ... 씨앗은 또 왜... (무엇을 더 확인해보려고. 이것이야말로 답을 갈구하는, 질문다운 질문이었다.)
     
    아가일 발렌티아:..환청이라도 들었나? (어쩐지 느껴지는 기시감. 명확히는 규정할 수 없기에 눈썹만 조금 들어올려진다.)
    건물에 있던 조목과 이어지는 종류인지 보려고.
    맞는 것 같고.
     
    방금 본 환상은, 대체…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GM:1d2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2
    굴림: 2
     
    GM:이성 -2
     
    ......
     
    헤더 린든: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탑을, 계속 오르나요?
     
    헤더 린든:(이기한 경험 아래, 자신이 무어라 저항할 수 있겠느냐만은. ... 다른 방도를 강구해야 하니.) ... 확인이 끝났다면 마저 가는 게 났겠군. ... 시간을 지체하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아가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당신과 동행합니다.
     
    여러분은 7층을 더 올라갑니다.
     
    ......
     
    문득, 돌이 바닥에 채이는 소리가 납니다.
     
    톡, 토독….
     
    바람이라도 부는 걸까요?
     
    시간조차 멎은 것 같은 거대한 무덤인 이곳에서?
     
    그러나.. 이질적인 소리가 다시금 이어집니다.
     
    아래쪽에서 나는 것 같은데…
     
    헤더 린든:뭔가, 소리가... ... (나는 것 같은데. 근원지로 추정되는 쪽으로 몸을 돌린다. ... 확인을 하는 게 나을까 싶었는지...)
     
    ……
     
    고개를 돌리면-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기괴하게 얽혀 형태를 이룬 짐승을, 또다시 마주합니다.
     
    이미지
     
    백각의 짐승: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8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GM:짐승 체력 -4
     
    헤더 린든:(주춤거리는가 싶더니 적당한 기회를 봐 목을 가격하길 시도한다. ...)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백각의 짐승:
    기준치: 50/25/10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GM:백각의 짐승 체력 -2
     
    백각의 짐승: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GM:헤더 체력 -2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5
     
    백각의 짐승:
    기준치: 50/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GM:백각의 짐승 체력 -5
     
    이미지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또 한 번 짐승을 쓰러뜨렸지만..
     
    ......
     
    이내 당신은, 산산조각난 나무조각이 부들거리다 천천히 도로 붙으며 형태를 재구성하는 것을 목도하고야 맙니다.
     
    자리를 피하지 않고 계속 지켜본다면-
     
    머리가 재구성된 것이 당신 향해 입을 벌리며 딱딱, 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곧이라도 덤벼올 것 같습니다.
     
    위로 도망가야 합니다.
    탐사자는 기본적으로 이동력만큼 층을 오르며, 40층에 도달하기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짐승의 추격이 이어집니다.
     
    헤더 린든: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아가일 발렌티아: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GM:탐사자는 계단을 오르거나 / 짐승을 공격하거나 / 기타 판정을 통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 오르다 보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금이 가 있는 계단이 보입니다.
     
    그냥 뛰어 올라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가일 발렌티아:(민첩 판정을 통해 해당 층계 자체를 뛰어 넘어간다.)
     
    아가일 발렌티아: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백각의 짐승: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백각의 짐승 :: 16층
    헤더 & 아가일 :: 18층
     
    GM:헤더, 건강 판정
     
    헤더 린든: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해당 라운드에서 헤더의 이동력은 2입니다.
    행동을 선언해주세요.
     
    헤더 린든:(마저 계단을 올라 이동한다.)
     
    GM:두 번째 이동 행동을 선언해주세요.
     
    헤더 린든:(이 다음 또한, 쉬지 않고 계단을 오른다.)
     
    백각의 짐승: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백각의 짐승 :: 25층
    헤더 & 아가일 :: 34층
     
    GM:헤더, 건강 판정
     
    헤더 린든: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해당 라운드에서 헤더의 이동 횟수는 2입니다.
     
    ......
     
    층을 뛰어올라가던 우리의 앞에, 계단 위로 무너져 있는 기둥이 눈에 들어옵니다.
     
    부수거나, 뛰어넘어야 할 것 같은데..
     
    헤더 린든:(기둥을 부수는 걸로... )
     
    GM:헤더, 근력 판정
     
    헤더 린든: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헤더는 손쉽게 기둥을 부숩니다.
     
    GM:두 번째 이동 행동을 선언해주세요.
     
    헤더 린든:(마저 계단을 오른다.)
     
    백각의 짐승: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GM: 백각의 짐승 :: 25층
    헤더 & 아가일 :: 40층
     
    ……
     
    목숨의 위협이 인체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당신은 직감합니다.
     
    그게 바로 지금이라고요.
     
    다리가 더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허벅지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통렬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습니다.
     
    그러나 끔찍한 사신의 발굽소리는 여전히 계단참을 메아리치고 있으며,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오를 곳도 없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린든.
     
    아가일이 벽에 기댄 채 숨을 토해내다, 문득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여기서 끝을 보게 될 것 같은 상황에 대한, 소감은.
     
    헤더 린든:여기서 농담을 던질 담은 어디서 길러왔는지. 그게 좀 궁금해진 것 같은데... (연신 밭은 숨을 뿜어내다가 눈을 가늘게 뜬다. ... )
    ... 별 방도가 없으려나. ...
     
    실낱같은 가능성과, 절망을 품은 귓새로..
     
    .......
     
    익숙한 바람소리가 스며듭니다.
     
    "밖으로."
     
    ......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멍.....)
     
    GM:..다시 시도해 봅시다.
     
    헤더 린든:(침착하자...)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밖이라면, 탑의 밖을 말하는 것이겠죠.
     
    저것은 탑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니,
     
    어쩌면 탑에서'만' 존속할 수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눈에 계단과 이어진 홀의 안쪽, 흰 가지가 성성히 빛나는 외벽 너머..
     
    까마득한 깊이의 어둠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곳으로 유도하면 되지 않을까요?
     
    헤더 린든:... 저 짐승을, 저 쪽...(가벼운 손짓으로 그 컴컴한 곳을 가리켰고)으로 유도한다면, 여기서 모든 게 끝나진 않을 것 같은데... (나쁘지 않은 방법인가. 아가일에게 확인을 받는 일련의 과정이고. ... 그리고 금방 제 몸을 세워 금방이라도 이행할 준비를 한다.)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의 손끝이 향하는 곳을 잠시 눈 가늘게 뜬 채 바라본다. 숨 고르듯 불규칙한 호흡 소리가 이어지고, 눈이 느릿이 감겼다 뜨이기를 반복한다.) ...-.. 다시, 재생될 가능성은.
    ..실행하려면.. 한 명은 유인을 하고.. 한 명이 밀치든가, ..그런 식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니라면.. 싸워서 다시 부순 후 잔해 그대로 집어 던지든가.
     
    ......
     
    어떻게 할까요?
     
    헤더 린든:(...) 후자로. 부수고 던지는 편이 나을 것 같군. ...
     
    GM:전자의 경우, 한 명이 민첩 판정 + 한 명이 근력 판정을 연속으로 성공해야 합니다.
    민첩 판정이 실패할 경우 해당 탐사자의 체력이 2 감소하며, 근력 판정이 실패할 경우 백각의 짐승이 체력 -2가 된 채 전투가 발생합니다.
    후자의 경우, 그대로 백각의 짐승과의 전투로 직행합니다.
    선택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헤더 린든:(곰곰... ...) (후자로 진행하겠습니다.)
     
    GM:좋습니다.
     
    이미지
     
    백각의 짐승: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5
     
    백각의 짐승:
    기준치: 50/25/10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GM:백각의 짐승 체력 -7
     
    백각의 짐승: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5
     
    GM:백각의 짐승 체력 -7
     
    이미지
     
    당신의 일격에 짐승이 또 한 번, 부서집니다.
     
    허나.. 그대로 둔다면 다시 한 번 재생하겠죠.
     
    서둘러야 합니다!
     
    헤더 린든:(지긋지긋한 얼굴. 퍽 다급한 손길로 잔해들을 집어 던져 치워버린다.)
     
    ……
     
    우여곡절 끝에 그것을 탑 밖으로 떨어뜨린 뒤.
     
    긴장감으로 옥죄여 오는 몸을 애써 움직여 밖을 확인하면..
     
    작은 나무들로 산산조각나 흩어진 짐승은 미동도 없습니다.
     
    더 이상의 위협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가일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휴식을 권합니다.
     
    확실히, 부해에 들어선 이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었죠.
     
    조금 쉬었다 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헤더 린든:... ... (긴 숨을 마저 뱉는다. 긴장이 풀렸는지 근육이 수축되고 이완되길 반복하다, 수그러든다. 바닥에 손을 짚으며 가만 호흡을 진정시키던가.) ... 아무튼, 위험했지만... 마지막은 아니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덧붙인다.)
     
    아가일 발렌티아:..경비병-.. 보안 시스템이라도 되었나 보지, 이곳의.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길게 숨을 내쉰다.)
    (이어 베리가 든 주머니 하나를 당신에게 건넨다.)
     
    헤더 린든:침입자라는 건가. ... (틀린 말은 아니지. 하며 주머니를 받아 든다. 내용물을 가만 보고, 두어 개 입에 넣던가. 가벼운 목례로 고마움을 표한다.)
     
    아가일 발렌티아:적어도 그들이 보기엔 그렇겠지. (그 '그들'이라는 게 누군진 모르겠지만. 짧게 비웃음을 흘리고는 저 역시 남은 것을 한두 개 털어넣는다.)
     
    GM:헤더, 아가일. 베리 섭취로 체력 1d4 회복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1
     
    헤더 린든:
    Rolling 1D4
    굴림: 3
     
    GM:아가일 체력 +1
    헤더 체력 +3
     
    잠시간의 대화를 주고받은 뒤..
     
    기대어 앉아 있던 당신은,
     
    지친 심신에 깜빡 잠이 듭니다.
     
    ......
     
    ……
     
    당신은 희미한 노랫소리에 눈을 뜹니다.
     
    그것은 홀 너머, 나선을 그리는..
     
    숨겨진 층계의 어느 먼 위쪽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직감합니다.
     
    지금이라면- 저것은 도망가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헤더 린든:(가만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본다. ... ) (긴장이 해소되어 다소 둔해진 몸을 겨우 일으키곤, 소리가 나는 근원지로 향하고자 걸음을 옮긴다. 그러니까, 어떤 기이한 상황의 일부는... 실마리가 잡힐 듯한 직감에.)
     
    음률이 전신을 지배하는 감각.
     
    당신은 이 노래를 압니다.
     
    아득한 언젠가, 누군가 당신의 귓가에 속삭여주었던 것.
     
    부드러운 숨결과 맑은 유리구슬 소리를 닮은 자장가.
     
    가까워지는 노랫소리가 꼭 언젠가의 가장 큰 행복과 즐거움을 떠올리게끔 합니다.
     
    어쩐지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당신은,
     
    그렇게 탑의 최상층에 도착합니다.
     
    계단 끝에 놓인 작은 문이 보입니다.
     
    윤기가 흐르는 밤색 나무문은 꼭, 방금까지 사용되던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머뭇거리며 문에 손을 대었다가, 속으로 짧은 초를 세었을까. 긴 순간이 지나서야 문을 여는 듯 싶었고.)
     
    문을 열면…
     
    뇌리를 관통하던 노래가 멎고, 계단참의 크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작은 방이 드러납니다.
     
    벽은 여지껏 탑에서 보아온 것과 마찬가지로 밝은 색을 띤 것이고,
     
    특이하게도... 바닥이 새까맣군요.
     
    내부를 비추는 의 온기가 퍽 따뜻합니다.
     
    헤더 린든:... (특이한 성질에 걸음을 더 내딛어도 되는지 곤혹스러운 낯이다. 하여 유심히 바닥을 바라보고)
     
    여태까지 탑을 이루던 바닥을 기억한다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고 번들거리는 바닥입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바닥은..
     
    ......
     
    유리같은 투명한 재질로 이뤄져 있습니다.
     
    바닥처럼 보이는 새까만 것들은, 그 너머에 위치한…
     
    진흙처럼 끈적한 점도의 촉수.
     
    혹은 뿌리가.. 느릿하게 물결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1d2 굴려주세요.
    노래 허밍을 권장드립니다.
     
    헤더 린든:
    Rolling 1d2
    굴림: 2
     
    GM:이성 -2
     
    헤더 린든:(이질적인 광경을 발 아래에 두자니 골 언저리가 웅웅거리는 것 같았다. 굳은 손가락을 까딱 움직이며 일정히 박자를 세던가. 당장의 기이한 상황을 모면하고자, 그나마 덜 기이하게 느껴지도록 짤막한 멜로디를 흥얼거렸으며... )
     
    GM:노래를 허밍합니다. 이성 1d6 회복합니다.
     
    헤더 린든:
    Rolling 1D6
    굴림: 4
     
    GM:이성 +4
     
    헤더 린든:(...하며. 내부를 비추는 빛을 가만 바라볼 뿐이다.)
     
    빛은 천장으로부터 새어 들어오고 있습니다.
     
    당신이 발을 내딛는다면, 빛줄기는 나아가야 할 길을 인도하듯 방의 중심을 향해 움직입니다.
     
    그에 응해 발을 내딛는 순간,
     
    당신은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습니다.
     
    그야-
     
    희미한 빛에 의지해야 하는 어두운 곳인데..
     
    당신의 모습은, 한낮의 태양 아래서 본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지 않나요?
     
    동시에, 빛이 방 내부의 탁자를 가리킵니다.
     
    그 위에 얌전히 놓인 작은 상자의 매끄러운 모서리가 빛을 머금고 반짝입니다.
     
    헤더 린든:... (조금 어리둥절한 낯.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자각하기도 전에, 시선이 상자에게로 가 닿던가. 무심코 손을 뻗어 그 상자를 살핀다.)
     
    화려한 보석이나, 선명한 금속 장식이 달려 있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부조가 인상적인 작은 상자입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로군요.
     
    매끄러운 마감만으로도 하나의 작품 같습니다.
     
    걸쇠가 달려 있진 않지만, 실금같은 가느다란 틈의 흔적이 보입니다.
     
    쉽게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자에, 글자가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이질적인 옛 문명의 언어.
     
    그러나 어쩐 일인지..
     
    당신은, 그곳에 적힌 글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맹세하라고? (중얼거림. 눈가의 골이 깊어지는 것 같았다. 이어서...) 마땅히 죽을 곳으로 향하겠다고. ... (어쩐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까닭이란. ... 기묘한 감각을 뒤로 하고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본다.)
     
    상자를 여는 순간-
     
    끔찍한 어둠이 당신의 얼굴을 핥고 지나갑니다.
     
    엄습하는 고통에 눈을 뜨기가 어렵습니다.
     
    비명을 내지르기도 전, 빛이 어둠을 밀어냅니다.
     
    찰나의 습격이 무상하게도 주변의 풍경은 전과 다름 없습니다.
     
    ......
     
    다시금 영롱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미련을 빚어 추억으로 새긴,
     
    어떤 과거의 영광이 눈 앞에 장막을 드리우면…
     
    ……
     
    ……
     
    ……
     
    황홀이 몸을 적시는 순간,
     
    뺨을 달구는 아릿한 고통에 당신은 깨어납니다.
     
    쨍그랑, 무언가 나동그라지는 소리가 납니다.
     
    불협화음이 귀를 찢고 혼곤한 정신 위로 세례를 끼얹습니다.
     
    당신을 깨운…
     
    아니, 당신의 따귀를 때린 것은,
     
    단연 아가일입니다.
     
    그 말고 누가 있겠어요?
     
    그는 평소보다 창백히 질린 얼굴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무어라 말을 잇지도 못하고 숨을 몰아쉬던 그가 힘이 빠진 듯 고개를 툭, 떨구면..
     
    하얗게 질린 귓바퀴를 타고 피가 흘러내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제, 정신이 드시는지.
     
    느릿한 물음에서는 짙은 피로가 묻어납니다.
     
    헤더 린든:... 이게, 무슨... ... (상황이냐고. 온전히 이루어진 질문은 아니었으나 토막난 단어라 하더라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을. 그런 무성의한 질문이 허공을 맴돈다.)
     
    아가일 발렌티아:.. ...갑자기 당신이 말도 없이 일어나더니, 계단 위로 올라가기 시작해서... 따라왔는데.
    이 층에 도달하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군.
    ..그래, 그 노래.
    이쪽 말이 안 들리는 것마냥, 자꾸 노래를 부르던지라.
     
    헤더 린든:내가 노래를 불러서. (제법 얼얼함이 가신 뺨에 손을 대었던가. 아가일을 가만 바라보며 말을 이었고) ... 당신 몰골을 보아하니 내가 사고를 친 것 같은데. ... 그 뒤로, 어땠지?(제 상태나 노래, 이어지는 상황 따위를 포괄적으로 묶은 물음이었다. 무얼로 해석하든 상관이 없을 것 같았는지. ...)
     
    아가일 발렌티아:노래만, 계속 불렀어. 저 상자를.. 보면서. (어딘가를 눈짓한다.)
    …-그거, 불쾌하다고 했던 것 같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니... 삼가줬으면 하거든.
    뺨을 때린 건 사과하지. ..도저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
     
    ..귀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어 고개를 든 그의 코에서도 한줄기 선혈이 흘러내립니다.
     
    GM:아가일, 이성 판정
     
    아가일 발렌티아:
    SAN Roll
    기준치: 20/10/4
    굴림: 23
    판정결과: 실패
     
    GM:1d6 굴려주세요.
     
    아가일 발렌티아:3
     
    GM:이성 -3
     
    ......
     
    아가일 발렌티아:대체 저 상자는.. 아니, 애초에..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
     
    그제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낯선 방입니다.
     
    아가일의 뒤쪽으로는 익숙한 층계참의 실루엣이 보이지만, 여기에는...
     
    그간 탑을 오르며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들로 가득합니다.
     
    수십, 수백의 ...
     
    백골입니다.
     
    악질적인 박제처럼. 군데군데 텅 빈 뼈대만으로도 그들은 바닥을 딛고 서거나 앉아서 손을 뻗고 있습니다.
     
    흡사.. 성전의 예술품 같습니다.
     
    헤더 린든: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니, 잠깐.
     
    ......
     
    당신을 향해서?
     
    그럴 리가요.
     
    이들은 본디 이곳에 있던 것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바닥에 나동그라진 상자라든가...
     
    그리 오래된 이들이 아닌 것 같다고, 아가일이 건조하게 속삭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저쪽.
     
    헤더 린든:저쪽?(무엇을 가리키는지 눈을 굴려 아가일이 지시하는 양을 살펴본다. 더 시선을 굴리던가.)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낡은 천이 보입니다.
     
    끄트머리가 삭아 있으나, 그 중심에 새겨진 수는 당신에게 익숙한 문양입니다.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알아차렸나요?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성도입니다.
     
    홀로 이곳에 발을 들였고,
     
    전부 상자 속의 노래에 눈이 멀어 운명을 달리한 익사자들.
     
    아가일이 없었다면 당신 또한 이 곳을 장식하는 백골이 되었겠죠.
     
    ......
     
    죽음은 고스란히 박제되어 방파제를 세웠으나,
     
    그 어떠한 전례도 파도 속으로 걸어가는 이들을 막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빽빽하게 얽힌 흰 뼈들 사이로 뒤집힌 낡은 책이 두꺼운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얌전히 잠들어 있으며, 다른 어떤 백골 밑에는  하나가, 다른 백골 근처에는 납작한 원반이 바닥을 뒹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발치에, 나동그라진 작은 상자가 보입니다.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그것이요.
     
    헤더 린든:... (하지만, 하지만... 어째서?) ... (입술을 지그시 깨물곤 발치에 나동그라져 있는 상자를 집어 들어 가볍게 살핀다.)
     
    ..원래는 내용물이 있었던 걸까요?
     
    안타깝게도, 의문에 답해줄 이는 없습니다.
     
    내부는 텅 비어 있으며,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헤더 린든:(백골 사이로 시선을 돌린다. 아가일이 없었더라면, ... 이어서 뒤집힌 책으로 신경을 가한다.)
     
    운 좋게 이 도시에 들어서는 데 성공했던 성도가 남긴 기록입니다.
     
    레덴바르 이전의 이 같군요.
     
    ......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깨닫습니다.
     
    그러니까..
     
    이곳에 이성을 잃지 않고 도달한 성도는, 당신이 유일하다는 것을요.
     
    ..아니, 사실 당신도 이성을 잃었었죠.
     
    아마 곁에 선 길잡이가 없었다면 이곳을 장식한 백골에 하나를 더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헤더 린든:... ... (정 원한다면, 뺨을 더 쳐도 무어라 하지 않겠다고 덧붙일까. ... 그런 소리로 감사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 ... 아득한 정신을 다잡고 백골 밑에 굴러다니는 등을 살펴본다.)
     
    특이한 모양새의 등입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재질로 이루어진 매끄러운 곡선이 퍽 아름답습니다.
     
    생긴 것은 꼭 기름등을 닮았으나, 어디에도 분리를 위한 유격은 보이지 않습니다.
     
    손에 쥐면.. 내부에서는 따스한 빛이 넘실거리더니.. 주변을 밝힙니다.
     
    대체 몇 년이나 이곳에서 고독하게 주인을 기다려온 것일까요?
     
    상식을 아득히 넘어서는 기술력.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헤더 린든:(등은 가만 챙긴다. 쓸모가 있어 보이니.)
    (이어서 눈에 걸리는 납작한 원반을 살펴본다.)
     
    등을 들고, 원반 쪽으로 향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낯익은 장치가 보입니다.
     
    비행정에서 보았던 '수신기'와 유사한 납작한 나침반 형태로, 붉은 유리 안쪽으로 불빛이 느릿하게 점멸합니다.
     
    그럼.. 이게 '발신기'겠네요.
     
    헤더 린든:... 그도 노래의 이끌림을 피해갈 수 없었던 건가. (발신기로 추정되는 걸 가만 보고, 더 무어라 할 특이점이 없다면 주위를 느리게 돌아본다. 마지막 시선은 아가일에게로. 미안해야 할지, 감사를 해야 할지. 혹은 둘 다인지... 정론은 영 모르겠으니 말을 잇는다.) 많은 성도들이... 나처럼 노래에 홀려 생을 마감한 모양이지. 여기, 발신기... 같은 게 있는데. 이전 성도도 그 끝이 마찬가지인 모양이야... (그렇게 어물거리는 듯 싶고)
    ... 당신, 상태는 좀. (... ...)
     
    아가일 발렌티아:(흐른 피를 손수건으로 닦아낸 듯, 이전보다 멀끔해진 낯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발신기와 주변을 가벼이 훑더니) -..그도 성도니까.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겠지. 다만.. (발신기며 장치까지 찾아낸 양반이, 다른 성도들처럼 여기서 당했을까- 허무하게. 일순 그런 의구심이 스쳤던가.)
    (알 수 없으니, 밖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다.) -..부르지만 않으면 돼. 그 이상은 과하게 신경 기울이거나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주변을 더 둘러보면, 벽면을 장식한 거대한 아치형 창문이 문득 눈에 들어옵니다.
     
    먼지 낀 다른 창문들은 희미하게나마 당신이 손에 든 동그란 불빛과 흐릿한 실루엣을 반사하는데,
     
    어느 하나의 창문은 불빛을 삼키고 텅 빈 암굴을 내보입니다.
     
    유리 대신 먹으로 만들어진 유체로 이루어져 있다 해야 할까요.
     
    탑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이 너머로 나서보았자 추락할 것이 뻔한데도,
     
    ..그렇지 않으리란 확신이 듭니다.
     
    이곳에서 숨을 거둔 성도들은 이 수상쩍은 입구를 코 앞에 두고도-
     
    그 무엇도 눈치채지 못하고 눈 먼 죽음을 맞이하고 만 셈입니다.
     
    헤더 린든:(아가일에게로 시선을 던진다. 어쩐지 제 곁에서 아플 일이 빈번하니... 제 책임이 있든 없든 미약하게 쥐어지는 부채감은 자연스러울지도 몰랐다. 적어도 본인에게는.)
    (시선은 다시 돌려 이질적인 창을 향한다. 무심코 드는 확신에, 손을 뻗었던가. 암굴 사이로 제 손을 비집고 넣는다.)
     
    당신이 그 안으로 손을 밀어 넣어도..
     
    미지근한 어둠만이 느껴질 뿐, 기타 위협이나 불쾌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 수상쩍은 암흑으로 향하면-
     
    흡사 땅울음에 가까운 진동이 탑을 뒤흔듭니다.
     
    아가일이 휘청거리다 간신히 당신을 붙잡습니다.
     
    넘어지는 것을 겨우 면한 그가 조심스레 자세를 바로잡는 그 찰나에,
     
    모든 일이 일어납니다.
     
    견고해 보이는 석조 바닥을 뚫고,
     
    집채만한 줄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끝에 달린 것이 여러분을 향해 방향을 바꿉니다.
     
    꽃?
     
    아뇨.
     
    그보다는,
     
    사람의 손을 닮은...
     
    손이 녹아 흘러내립니다.
     
    거대한 웅덩이로 화한 그것은 가느다란 줄기를 엮으며 형태를 바꿉니다.
     
    표면이 불길하게 물결칩니다.
     
    표면이 불길하게 물결칩니다.
     
    그러나 그것이 완벽한 무언가의 형태를 이루기 전,
     
    다시금 거대한 파동이 탑을 휩씁니다.
     
    '그것'의 행동이 일순 멈춥니다.
     
    훈풍이 등을 떠밉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듭니다.
     
    아가일이 당신의 손을 잡아 이끕니다.
     
    도망칠 곳이야 정해져 있습니다.
     
    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무모하게 등을 돌리는게 옳은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둔탁한 소리가 귓전을 휩씁니다.
     
    그 사이로 희미하게 얽혀든 낯선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뒤를 돌아보면...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
     
    공중에 박제되어 있던 뼈들이 형체를 갖춰 그것을 막아 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앞에서 죽은 자들은 무력합니다.
     
    마침내 사람과 유사한 형태를 갖춘 것이 갈퀴같은 손을 휘두릅니다.
     
    뼈는 삽시간에 무너져 잿더미로 화합니다.
     
    뻥 뚫린 방파제 너머로 시선이 마주쳤던가요.
     
    귀를 찢는 파열음이 들리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당신을 향해 날아듭니다.
     
    아가일이 황급히 당신을 당깁니다.
     
    그의 노력이 무상하게도,
     
    가슴을 찢는 끔찍한 고통과 함께…
     
    ……
     
    ……
     
    ……
     
    시야가,
     
    시야가 점멸합니다.
     
    ......
     
    낯선 녹음이 부서지는 햇살 아래 옅은 색으로 반짝이고,
     
    상쾌한 바람에 섞인 싱그러운 풋내가 코 끝을 간질입니다.
     
    몇 번이나 겪었으니 이제는 압니다.
     
    이것은, 백일몽입니다.
     
    그것도... 누군가가 끌어들인 꿈이죠.
     
    그렇다면 당신을 초대한 이는, 아마도...
     
    ……
     
    당신은 아가일의 형체를 빌렸던 얼굴 없는 이를 떠올립니다.
     
    대체 어느 순간에 이곳으로 끌려온 것일까요?
     
    당신이 기억하는 마지막은…
     
    ...어땠죠?
     
    헤더 린든:(손끝에 힘을 줘본다. ... 줄 수나 있나?) ... (그러며 기억을 더듬는다. 급박한 상황에서 조금, 아팠던 것 같은데. ... )
     
    ..아.
     
    그래요.
     
    몸 상태를 확인하면,
     
    심장 부근을 찢은 거대한 구멍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헤더 린든: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GM:1d4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4
    굴림: 3
     
    GM:이성 -3
     
    허나 기이하게도..
     
    피는 흐르지 않고 있으며,
     
    살점이 천천히 재생되고 있습니다.
     
    고통 또한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여지껏 보지 못했던 무성한 숲이 당신을 반깁니다.
     
    헤더 린든: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숲을 이룬 식물들은..
     
    지하 도시의 식물 도감에서 보았던, 그 초목을 닮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헤더 린든: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단 사실을 눈치챕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숲인데,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 존재하지 않다니....
     
    어색합니다.
     
    헤더 린든:(귀가 먹먹하던가. ... 눈을 감았다 뜨길, 곧 시선을 굴려 주위를 둘러본다. 오직 드리우는 녹음만이 전부인지. ... )
     
    주변에는.. 기이하리만치 평화하고 고요한 숲뿐입니다.
     
    아가일은 이곳에 없습니다.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자의로 행방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환상을 헤메이던 방랑자를 깨우는 것은 길잡이였습니다.
     
    아가일은 당신의 곁에 있을까요?
     
    당신을 깨우고자 노력하고 있을까요?
     
    ......
     
    돌연,
     
    풀들이 고개를 숙여 길을 냅니다.
     
    헤더 린든:(... 사고는 다소 느렸으니 몸이 먼저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길이 나자 자연스레 제 발을 굴려 옮겼으니. 미지의 경로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사락, 거리는 소리를 쫓아 시선을 움직이면…
     
    당신의 앞에는 아가일이 서 있습니다.
     
    아니, 아가일을 닮은 ‘그것’입니다.
     
    어째서 아가일로 착각했던 것일까요?
     
    생기라고는 일절 느껴지지 않는 표백된 피부는 도자기로 구운 인형과 흡사하며,
     
    눈두덩이를 메운 어둠은 숲 속의 늪과 흡사합니다.
     
    그보다도 기묘한 점은...
     
    얼굴을 인식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는 정화군집체의 두 번째 지능체인 '희망'입니다.
    오랜 시간 내 일부는 당신과 함께해왔으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군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저마다 다른 색들이 억지로 끼워 맞춰진 낯으로, 그가 미동 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소년에 가까운 앳된 얼굴이 기울어지면..
     
    때로는 중년을, 때로는 노파를 떠올리게끔 하는 기괴한 음영이 드리웁니다.
     
    수십 수백의 상이 인지를 흐립니다.
     
    헤더 린든: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그러니까.. 노래를 전한 이는..
     
    어쩌면 눈앞의 이 존재일지도 모르겠다고.
     
    희망:환영합니다, 헤더 린든.
     
    헤더 린든:... ... 그러니까, ... 희망이라고. ... 정화군집체의? (미간의 골이 깊어진다. 형편없이 구겨진 얼굴 위로 당혹감이 스치던가. 제 사고가 다 따라가기에 여러모로... 상식을 부정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나를 환영한다니. ... 당사자는 혼란스럽기만 한데. ...
    ... 나를 부른 건, 당신인가? (맞든 틀리든 뒤이어 자연스러운 의문이 솟는다. 나를, 왜, 어째서? ... 따위의.)
     
    희망:폭주한 ‘숲’을 막고자 그의 오염된 뿌리를 통해 나의 파편을 흘려보냈습니다.
    당신의 세계에서 성도라 부르는 이들이 가진 재생력과 면역의 원천은 나로부터 비롯됩니다.
    당신을 부른 건 내가 맞습니다. 다른 모든 성도들 또한.
     
    헤더 린든:당신이 원천이라고. ... 성도들을 부르는 까닭은 뭐지? 무언가 전하고자 하는 게 있는 건가?
     
    희망: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숲'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부해, 백산, 설산, 죽음의 땅.
    당신들이 부르는 정화군집체의 만들어진 주인인 자.
    나와는 육신을 공유하나 다른 영혼을 지닌 자. 우리를 만든 이들은 그를 시대의 희망이라 칭송했습니다.
    본래 우리들의 육신인 정화군집체는 오염된 세계를 정화할 기술의 집약체였습니다.
    그렇게 ‘숲’이 인간의 명령을 이행하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닿아서는 안될 것에 ‘숲’의 뿌리가 닿아버린 것입니다.
    사악한 지식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고, 변질된 그는 문명과 시대를 절멸로 이끌었습니다.
     
    헤더 린든:사악한 지식이라 함은..? (...)
    인간이 매개로 하여 닿게 된 건가? ( ... 하여튼 사특한 과정으로 희망이 부해로 변모된 것이라고. 짧게 중얼거리더니.)
     
    희망:인위적인 사고였습니다.
    정화군집체의 내부에 비정상적인 에너지 반응이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내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파동으로, 무언가의 문을 여는 용도로 추정됩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
    '숲'과 '희망'은 별개의 독립된 지능체입니다.
    나는 그가 이성을 잃은 뒤에야 깨어났습니다. 본래 그런 용도였기 때문입니다.
    수습하고 싶었으나 ‘숲’은 정화군집체의 제어권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보조를 위해 만들어진 지능체이기에 권한 없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이 미비합니다.
     
    내가 깨어나 탐색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내 영혼을 나누어 인간에게 심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온전하게 전달하지 못했지만. 한 명이라도 이곳에 도달해주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무력했으나, 세계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만들어진 목적이고 의의기에.
     
    헤더 린든:그렇다면 당신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겠군. (간극) 세계를 구하려면 말이야. (...) 그래서 도달하기를 바란 게 아닌가? (하여 뒤잇는 의문.)
    ... 덧붙여, 나 말고도 도달한...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도 궁금한데.
     
    희망:맞습니다.
    이곳까지 당도한 이는, 당신이 유일합니다.
    내가 일러준 열쇠와 내 목소리를 쫓아 탑에 도달한 이들은 되려 그 주문의 마력에 매혹 당했습니다. 이것은 나도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오염된 시대의 인간들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친 정보였던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성도가 아닌 동행인이 없었다면, 당신 또한 이곳에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헤더 린든:(무책임한 소리를... .) 그렇담 이따금 맴돌던 노래소리 따위도 당신의 목소리였던 같고. (제법 익숙한 듯 싶었으니. ... 아마도.) 열쇠, 열쇠는... (그런 게 있던가? 하며 시선이 기울어진다.)
    ... 아니 의문을 해결하기보다는. ...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궁금한데. 정말로 세상을 구할 방도가 있는 건가?
     
    희망:노래, 주문, 열쇠.
    당신들이 부해라 부르고, 나는 육신이라 부르는 정화군집체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 살아있는 생명에게만 주어지는 최종 명령의 권한.
     
    그 때, 갑작스레 발 밑이 흔들립니다.
     
    주변을 둘러본다면..
     
    시선이 닿는 먼 곳부터 아름다운 녹음이 깨어져 나가며, 어둠 속에 잡아먹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말의 동요 없이, '희망'은 지체 없이 말을 이어나갑니다.
     
    희망:우리는 지능체에 불과하기에 육신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원칙에 따르면, 우리는 물리적으로 현실 세계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숲’은 정화군집체의 일부를 가지고 심부에 접근하는 이들을 막기 위한 시스템, ‘자율방어체계’를 만들었죠. 당신을 공격했던 바로 그것입니다.
    이곳에 누군가 당도한 것은 천 년만의 일입니다. 내게 시간이란 무의미한 개념이지만, 당신의 문명과 세계는 앞으로의 천 년을 견딜 여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나는 당신이 이 시대의 유일한 가능성이라 판단합니다. 그러나 세계를 짊어진다는 것은 일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임도 이해합니다.
    따라서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하나. 회복을 마치고 지금 이 꿈에서 깨어나 '숲'의 자율방어체계를 넘어서 그의 육신을 정지시킨다.
    둘. 회복을 마치고 이 꿈의 일부와 함께 봉인되어, 부해가 세상을 잠식한 후 자율방어체계조차 멈출 때를 기다린다.
     
    ......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헤더 린든:(제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선연한 감각 하나가 떠올랐고, 순간의 아득함과 가벼운 공포가 내려앉았던 것도 같다. 그리고 저를 잡아당겼던 손길이 있던 것도 같았으니... . 주어진 선택지를 곱씹어 본다. 판단에는 영 재능이 없었다. 익숙해지도록 노력할 걸 그랬나. ... )
    내게 주어진 선택지가 이 두 가지 뿐이라면, 선택에 정론 따위가 없다면. 전자를 선택하도록 하지. 시간을 지체하면 안될 것 같아서. (그러니 이제까지 길을 서둘러 왔으니까. 마른침을 삼킨다. 정론이 없다 하더라도 훨 현명한 선택지가 있을지도 모르고, 자문을 구할 사람이 옆에 없으니. ... )
     
    ......
     
    헤더 린든.
     
    첫 번째 제안을 선택합니까?
     
    헤더 린든:(이 선택에 번복은 없을 터다. 재차 다짐하는 듯이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좋습니다.
     
    전자를 택한다면 ‘희망’은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희망:나는 더 이상 내 파편을 통해 당신에게 목소리를 전하거나,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당신의 심장을 수복하기 위해서는 파편의 힘으로 부족해,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후의 나는 반 영구적인 수면에 돌입합니다.
    즉, 남은 여정… ‘자율방어체계’와의 전투는 당신 혼자 오롯이 감당해야만 합니다.
    각오는 되어 있습니까?
     
    헤더 린든:물론. ... 각오는 되었어. (글쎄, 실제 상황에선 제 각오가 고갤 수그릴지도 모르지. 다만 헤더는 쉽게 거짓을 고하는 사람이 아니고,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런 순간에도 삶을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그걸로 괜찮을 것 같았다. 그다지 혼자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희망:좋습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격동이 바닥을 강타합니다.
     
    몸을 가누는 것이 어렵습니다.
     
    바닥을 뚫고 나온 새까만 손이 닥치는 대로 주변의 초목을 씹어 삼킵니다.
     
    흰 빛이 당신의 육신을 보호하듯 감쌉니다.
     
    관통상은 어느새 완벽하게 수복된 채입니다.
     
    아니, 가슴의 상처 뿐만이 아닙니다.
     
    부해에 진입하며 입은 모든 상처가, 빛에 감싸여 사라집니다.
     
    희망:안녕히.
     
    담백하기 짝이 없는 작별 인사가 전해집니다.
     
    '희망'의 육신이 말단부터 천천히 무너져 내립니다.
     
    ......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
     
    잘은 모르겠지만,
     
    '희망'이 미소짓고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사방을 탐욕스레 집어삼키며 뻗어나간 어둠이 당신 발 밑의 대지를 무너뜨리는 순간,
     
    당신은,
     
    끝없는 추락을 느끼며…
     
    ......
     
    ……
     
    …눈을 뜹니다.
     
    암굴같은 어두운 사위와 눅눅하고 퀴퀴한 공기.
     
    썩어가는 시취가 한데 얽힌 끔찍한 폐허가 당신을 반깁니다.
     
    낯선 곳이군요.
     
    하지만..
     
    다행히도 손을 붙잡은 온기는, 익숙한 온도감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 ..이번에야말로, 죽는 줄 알았는데.
     
    피를 뒤집어 쓴 아가일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그는 엉망이 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GM:헤더 린든의 체력과 이성이 전부 회복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그렇게, 가슴이 꿰뚫렸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은.
    대체-
    ..아니, 상황 설명을 좀.. 듣고 싶은데.
    성도를 직접 만나본 적은 드물지만, 당신 몸에 일어난 현상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든 알 테지.
    심장이 날아가고도 살아 있는 게 가능하던가..
     
    헤더 린든:(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다. 시야가 어두움에도 제 눈앞의 사람이 퍽 얼룩진 것은 알겠다. 대답을 고르는지 말이 없던가. 느리게 아가일을 뒤덮은 피를 손등으로 문질러 봤다. ... ) ... 나도 아직 얼떨떨한 감각이 있어서,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다만... 성도를 존재토록 하는 사념체를 만났어. 그가 말하길, 자신은 세상을 구하고 싶었으나, 물리적인 개입을 불가해 성도를 만들었다고 했지. 오랜 시간 성도와의 만남을 기다렸으나 내가 시초였으며... 세상을 구할 마지막 성도라고 여기는 것 같았고.
    그리하여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해. 내 육신을 수복하고 성도로서의 사명을 다하게끔. (손을 거둔다. 손을 느리게 쥐었다가 폈고) 여기는 낯선 곳... 같은데. 당신은 괜찮은 거야?(수 시간이 지나있는 건지, 혹 찰나가 지났던 것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느냔, 기이한 안부 인사겠다.)
     
    .......
     
    아가일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침묵합니다.
     
    그의 시선은 아직 당신의 구멍난 옷자락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가 뒤집어쓴 피는 아무래도 당신의 것이었던 모양이죠.
     
    갑작스러운 각성임에도..
     
    ..그래요.
     
    그 어느 때보다도 명징한 시야와 가뿐한 몸이,
     
    방금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합니다.
     
    당신은 ‘희망’을 만났고,
     
    그로부터 이 숲과 성도에 얽힌 진실을 들었고,
     
    안전하게 생을 부지할 기회를 맞이했음에도..
     
    꿈에서 깨어나, 지금의 세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를 택했습니다.
     
    ……
     
    단지 우연찮게 선택 받았다는 이유로,
     
    이곳으로 향했다는 이유만으로.
     
    시대의 존속을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도 잔혹하지 않나요.
     
    그러나 선택한 이상,
     
    앞으로 일어질 일들은 모두-
     
    GM:핸드아웃 '어떤 노래'가 갱신됩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사념체에, 의무라....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오는 낯선 정보를 가만히 곱씹는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낯. 천천히 생각을 정리할 적, 한 가지 의문을 내어 놓는다.)
    사명이라면, 어떤.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했는데.
     
    질문 후, 그는 그제야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
     
    가지가 당신의 심장을 꿰뚫었고,
     
    당신은 창 너머 공간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런 당신을 붙잡으려는 아가일이 함께 암굴로 진입했다고요.
     
    들어온 입구는 어느 새인가 사라졌습니다.
     
    ......
     
    당신의 생각대로, 이곳은 암굴이 맞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한 고른 바닥 위로 축축한 피가 고여 있고,
     
    흰 가지의 부스러기들이 잘게 떨고 있습니다.
     
    벽에는 기이하고도 불쾌한 문양이 새겨진 전구가 규칙적으로 박혀 있으며,
     
    두 사람에게서 가장 가까운 것 두어 개가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사명, 내가 해야 할 일은... 나를 공격했던... 숲의 방어체계를 넘어 그 육신 전체를 멈추고 세계를 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나에게 주어진 열쇠를 사용해서. ... (눈을 굴렸다. 현재로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직감은 미비하다. 시선이 튀자 잘게 떨고 있는 흰 가지에게로 향한다. 걸음을 옮겨 자세히 들여다보고)
     
    흰 가지는..
     
    그것은 전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마치, 나침반처럼.
     
    헤더 린든:(흰 가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본다. 제 걸음을 향할 곳을 가리키는 건가 싶어서.)
     
    당신을 향함과 동시에..
     
    아마,
     
    재생을 위함일 것입니다.
     
    탑을 오르는 길에 마주쳤던, 백각의 짐승처럼요.
     
    그들의 '본체'를 향해서.
     
    아가일 발렌티아:(당신의 대답을 들은 뒤, 주변을 살핀다. 아마 눈에 들어온 것은 상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전경이었을 터다.)
    영웅 놀이는 질색이지만은-.. 상황이 이리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듯하고. (암굴 뒤로 사라진 입구와, 흰 나뭇가지가 향하는 곳을 번갈아 바라본다.)
    길은 하나뿐인 듯한데.
     
    헤더 린든:(영웅 놀이라. 농이라도 들은 듯 가벼운 웃음을 뱉었다.) 그렇담 서둘러야지. (제대로 자리를 털고 몸을 일으켰다. 아가일을 가만 바라보던가.) 시간을 지체할 순 없다며 재촉했었으니까.
     
    아가일 발렌티아:친히 기다리시고 있는 듯하니.. 들어드리는 수밖에는.(짧게 숨을 뱉어낸다. 제 시야며 피부를 덮은 피를 닦아내고는 고개 끄덕이며, 마찬가지로 몸 곧이 세운 뒤 발걸음 맞춰 걸어가기 시작한다.)
     
    ......
     
    가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짙은 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보입니다.
     
    주인이 문을 닫는 것을 깜빡한 것인지 문이 살짝 열려 있네요.
     
    헤더 린든:(문을 짧게 더듬어 보고는 힘을 줘 열어본다.)
     
    문 내부로 들어서면-
     
    더럽고 지저분한 책상, 책이 가득 꽂힌 책장, 선반에 가득한 무언가의 액체들...
     
    언뜻 평범해 보이나, 난해하기 짝이 없는 공간입니다.
     
    바닥에 그려진 불길한 모양새 때문일까요, 아니면 에 붙은 광적인 그림들 때문일까요.
     
    헤더 린든:(책상으로 걸음을 옮겨 살펴본다.) 제법 너저분하군...
     
    책상 위로는 채 정리되지 않은 종이와 청사진, 펜과 자, 계산기와 주판 등이 난잡하게 놓여 있습니다.
     
    헤더 린든:(종이를 들어 확인한다.)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만, 기계 설계서의 일부분 같습니다.
     
    입방체가 그려져 있고, 그 입방체를 이루는 회로도가 빼곡하게 종이를 채웁니다.
     
    부분부분 색이 다른 잉크로 주석을 달아 놓았는데.. 그 필치가 꼭 광인의 것 같습니다.
     
    글씨는 읽을 수 없어도 낙서는 파악할 수 있겠습니다.
     
    ......
     
    설계서 아래 쪽에서 입방체를 향해 올라가는 화살표에, 차례대로 네모와 ‘징조의 표식’이 그려져 있습니다.
     
    헤더 린든:(네모? 이 표식은... 글씨체까지 가늠하니 제법 께름칙하다. 연관되는 점이 있나 바로 청사진을 살핀다.)
     
    탑의 설계도면입니다.
     
    당신과 아가일이 이곳에 들어서기 전에 본 모습과는 다르게, 탑의 설계도 그 어느 곳에서도 무도한 침범자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탑을 파괴하며 자라난 나무가 의도한 바는 아닌 모양입니다.
     
    붉은 잉크가 두 사람이 뼈와 상자를 조우한 층과 탑의 꼭대기를 잇고 있습니다.
     
    그 곡선의 중간에 점이 하나 더 찍혀 있고, 무어라 글이 적혀 있습니다.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거기에 더해, 탑의 꼭대기에는 노란색 잉크로 입방체가 그려져 있습니다.
     
    헤더 린든:(뭐라 써져 있는데... 알아볼 수는 없는 건가?) (여기서도 입방체... 종이와 청사진을 마저 훑고는, 별 내용이 없어 보일 때 책장을 향한다.)
     
    뭐든 손도 대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냄새가 나는 책들과, 멀쩡해 보이는 장정의 책들이 마구잡이로 꽂혀 있습니다.
     
    그 중에 삐죽 튀어나온 찢겨진 종이가 보입니다.
     
    헤더 린든:(이게 무슨 악취인지. 아니...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나. ... 튀어나온 종이를 빼 본다.)
     
    찢겨진 종이를 살핀다면,
     
    어디서 봤던 재질과 글씨…
     
    ......
     
    수상하기 짝이 없는 주문의, 찢겨나간 반쪽입니다.
     
    헤더 린든:(일전에 발견했던 종이와 짝을 맞춰 내용을 복기한다. 유의미한 주문인가, 쓰임새를 생각해보며 그림이 붙어있는 벽을 확인한다.)
     
    완성된 주문을 놓고 본다면.. 지금의 여러분은 표식을 발동할 수도, 무력화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글쎄요.
     
    벽에 붙은 그림에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습니다.
     
    언뜻 보아도 역겹고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나, 영문을 알 수 없는 바닷가, 더러운 석판…
     
    대체 왜 이런 걸 모아둔 걸까요?
     
    그나마 사람 여럿이 선 사진이 가장 멀쩡해 보이는군요.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흰색 망토를 걸친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높고 웅장한 건물에서 보았던, 아가일을 닮은 여성입니다.
     
    그는 혼자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헤더 린든:일전에 봤던 그림에선 이런 표정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 뭘 하는 사람이었던 거지? (아가일을 힐끔 바라보고) 여기 사진 속 여자, 이번엔 제법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나? (관련이 없단 확답을 들었는데도, 석연찮게 느껴지니. 순전히 얼굴을 닮은 것인지. 제가 마주했던 희망도 떠올려 본다. ...)
     
    ......
     
    헤더 린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 잘 생각해 봅시다.
     
    이 도시를 탐방할 적, 첨탑이 있는 건물에서 당신은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했었죠?
     
    헤더 린든:(... 종교에 관한 것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조상이나 말뚝같은...)
     
    그 종교는, 우리가 흔히들 얘기하는 '정당하고 자애로운' 종류였던가요?
     
    헤더 린든:(목도한 바, 불쾌감이 들지 않았던가. 정당함과 자애로움에는 거리가 있는... 모독적인 종교라 여겼던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방안에 있는 것들도 그곳에서 봤던 것들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아마..
     
    이 세계가 이리 된 것은 그들과 깊은 연관이 있고,
     
    어쩌면 당신의 길잡이를 닮은 저 여성이 그것과 제법 깊은 연관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이쪽.
     
    문득, 아가일이 당신을 부릅니다.
     
    그의 눈은 두 사람이 들어선 문을 향한 채입니다.
     
    헤더 린든:왜 그러지?(아가일을 따라 문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
     
    아, 이미 한 번 마주했던 것입니다.
     
    물결치는 흑요석,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어둠.
     
    두 사람을 이 공간으로 데려온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이 나무 문의 뒤편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원형 계단의 끝과 이어진 길고 어두운 통로, 그 너머 홀 바닥을 가득 메운 채 사악한 빛을 발하는 문양.
     
    당신은 예상했을까요?
     
    바닥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주문에 그려진 바로 바로 그 표식입니다.
     
    ……
     
    ……
     
    지금 당신은, ‘희망’조차 알지 못했던 이면의 진실에 도달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화군집체'의 제작에 관여했던 광인이 있었고,
     
    그는 ‘정화군집체’에 어떤 술수를 부려 과거의 문명을 몰락시켰습니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비극인가요.
     
    단 한 명의 모략으로 세상이 멸망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아, 모든 생명이 멸절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멸망은 현재진행중인 것으로 보아야 할까요?
     
    그 세계 앞에서..
     
    단 하나의 진실만이 명백합니다.
     
    절망이 집어삼킨 비탄의 시대.
     
    무거운 의무를 짊어진 자에게 묻습니다.
     
    헤더 린든:(세계를 미물같은 인간 하나가 짊어질 수 있을까? 오직 한 명 분의 생이 수십, 수백, ... 수많은 생애를 영속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어떤 노력이 그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끔 할 수 있던가. 짙은 어둠을 바라본다. 물결치는 암흑을 따라 요동치고 수근거리는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지? 다시 말해, 나는 한낱 미물 같은 인간이므로, 무엇을 할 수 있더라?) (다만 주어진 일이 있었으니. 희망의 숲의 정화군집체에 대한 권한을 찬탈하여 세상을 구할 것. 덮여진 이면에 도달하여 시대를 집어 삼키는 절망을 희망으로 하여금 멈출 것. ... )
     
    바닥에 그려져 있는 표식을 바라봅니다.
     
    '희망'은.. 특수한 파동으로 일어난, 어떤 '문'을 여는 힘에 인해 '숲'이 미쳐버렸다고 했었죠.
     
    문이 열려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면..
     
    그 문, 혹은 '통로'를 닫아야 하겠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이 오시나요?
     
    자율방어체계를 상대함과 동시에, 한 가지 사명이 더 요구된다는 뜻이 될 터입니다.
     
    헤더 린든:(표식을 다시 바라보고 일전에 발견한 종이를 곱씹는다.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주문을 외워볼 수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표식이 발동하여, 사특한 것이 숲에 깃들었으니..
     
    이를 또한 무력화해야, 온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바른 해결법에 도달했다면..
     
    이제는, 당신의 '의무'에 대해 깨달을 차례입니다.
     
    해야 할 바는 더없이 명확합니다.
     
    저 표식을 무력화하고, ‘절대명령권한’으로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죠.
     
    ‘자율방어체계’가 당신을 막아 설테니까요.
     
    그럼에도, 암흑 너머로 발을 내딛을 준비는 되었다면…
     
    가볼까요,
     
    모든 것을 끝맺기 위해서.
     
    헤더 린든:(느리게 숨을 뱉어낸다. 아가일을 한 번 돌아보고 암흑을 향해 걸음을 뗀다.)
     
    문을 넘어서면, 당신의 눈 앞에 긴 복도가 펼쳐집니다.
     
    미미하게 떨리는 수준이던 나뭇조각이 거세게 흔들립니다.
     
    제 본신이 저곳에 있다 말하기라도 하는 것 같군요.
     
    이곳은 공중정원입니다.
     
    풀과 매끄러운 돌로 조경된 화단이 복도의 양 옆을 장식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흰 나무들이 심겨져 있습니다.
     
    그것들의 가지는 천장에 닿아 구부러진 채 아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화단과 보도 사이로는 맑은 물이 졸졸 흐르며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복도를 절반 정도 지나면…
     
    어느 순간, 거칠게 진동하던 흰 나뭇조각이 자석에 이끌리듯 튕겨나갑니다.
     
    ......
     
    저 너머, 불길한 표식이 새겨진 홀을 향해서.
     
    헤더 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 너머 희끄무레한 윤곽이 보입니다.
     
    ‘정화군집체’에 다가서는 자를 배제하기 위해 움직이던 것.
     
    아까도 보았던, 그것입니다.
     
    아가일이 낮게 속삭입니다.
     
    아가일 발렌티아:..저것이 ‘자율방어체계’일 테고.
    저게 가만히 있지는 않을 듯싶은데. 역할을 나누는 것은 어떨런지.
    누구 하나는 표식을 무력화하고, 누구 하나는 ‘자율방어체계’를 상대하는 쪽으로.
     
    ……
     
    합리적인 말입니다.
     
    해야 할 일이 두 가지고, 마침 이곳에 도달한 이가 둘이니까요.
     
    헤더 린든:그렇다면 저 자율방어체계를 상대하는 건... 내가 하지. (괜찮은 선택인지, 혹 다른 이견은 없는지 되묻는 눈빛이다.)
     
    아가일 발렌티아:(잠시 생각하는 양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해주나.. 이런 것은 이쪽에게 맡겨 둬. 종류는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아예 모르는 것보다야 낫겠지.
    (이내 들고 있던 영화의 등불을 당신의 손에 들려준다.)
    지금은, 나보다는 당신에게 필요할 듯싶으니.
     
    헤더 린든:잘 부탁해. (고맙다는 의미로 고갯짓한다. 등불을 받아들고) ... 혹시 모르는 일이니 조심하고.
     
    아가일 발렌티아:이쪽이야말로. (황천길 드나드는 양 보는 건 한 번으로 족하거든. 덧붙인다.)
     
    ......
     
    나무가 고개를 숙인 복도를 지나,
     
    오래도록 방문한 이 하나 없는 적막한 홀 안으로 천년의 적막을 깨뜨리는 발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창문 대신 자리한 청사금석의 벽체는 꼭 어두운 밤하늘 같군요.
     
    복도와 마찬가지로 홀의 가장자리는 나무가 정갈하게 심긴 화단이 자리한 채,
     
    청사금석의 벽 위로 흰 가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홀의 바닥을 차지한 표식이 사악한 빛을 발합니다.
     
    그것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홀의 일부가 일렁이듯 뭉개지는 것만 같습니다.
     
    ......
     
    아, 전부는 아닙니다.
     
    동그란 홀 안쪽 깊은 곳에 위치한 단은 전혀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 것 같군요.
     
    그 위에서 무언가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겠습니다.
     
    앞쪽에 당신을 막아서고자 일어서는 것이 있기에.
     
    거대한 흰 웅덩이에서 반쯤 몸을 일으킨 것이, 고개를 돌려 등불을 든 이를 바라봅니다.
     
    기묘한 목울음이 홀 안에 낮게 깔립니다.
     
    그것의 표피를 타고오른 흰 가지가 고동치며 덩치를 부풀리며, 형체를 다시금 갖춥니다.
     
    사람이라 부르기엔 올바른 구성을 갖추지 못했으나..
     
    두 다리로 바닥을 디디고 선 모양새를 달리 부를 말도 없습니다.
     
    영화의 등불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밝게 타오릅니다.
     
    ‘자율방어체계’가 고통스레 울부짖습니다.
     
    귀청을 가르는 날카로운 노이즈가 시야를 뒤흔들고,
     
    날카로운 그것의 팔이 다시금 쇄도합니다.
     
    이미지
     
    GM:전투 시작 전, 장갑의 피해 절감 수치를 정합니다.
    헤더, 1d8 굴려주세요.
     
    헤더 린든:
    Rolling 1D8
    굴림: 4
     
    GM:총 4점의 피해를 장갑이 대신 감내할 수 있습니다.
    4만큼의 대미지를 입은 이후, 장갑은 자동으로 소멸됩니다.
    다음. 아가일은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동시에 특정 라운드를 소비해 표식을 무력화해야 합니다.
    아가일, 2d3 굴려주세요.
     
    아가일 발렌티아:2
     
    GM:아가일. '징조의 표식'을 소멸시키기 위해, 2라운드를 소비합니다.
    그럼, 전투를 진행하겠습니다.
     
    자율방어체계: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GM:반격 실패. 장갑이 2만큼의 대미지를 감내합니다.
    잔여 장갑 2점.
     
    헤더 린든:(정신 차리자. 숨을 가다듬는다. 제 권총을 들어 시야를 가늠하고, 자율방어체계를 유심히 살펴본다. 빨리 끝낼 수 있다면... )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자율방어체계:4
     
    GM:자율방어체계 :: 30/30
    헤더 린든 :: 11/11 (장갑 2/4)
     
    GM:징조의 표식 해제까지 1라운드.
     
    자율방어체계: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5
     
    GM:반격에 성공합니다. 자율방어체계 -9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자율방어체계:3
     
    GM:체력 정산
    자율방어체계 :: 21/30
    헤더 린든 :: 11/11 (장갑 2/4)
     
    GM:마력 5를 소모하여, 징조의 표식을 무력화합니다.
    아가일 마력 -5
     
    ......
     
    징조의 표식이 해제되면, 짧은 진동이 내부를 휩씁니다.
     
    ..아니, 괴로움과 고통이 뒤섞인 비명이나 고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탑 전체에 울리는 것 같은 거대한 이명이 귓전을 스치나, 찰나의 일입니다.
     
    눈을 깜빡이고 주위를 둘러보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율방어체계의 이상 현상을 제외하면요.
     
    얼굴에서 흉흉하게 빛나던 빛이 깜빡거리다 이내 빛을 잃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땅을 딛고선 그것의 다리가 끄트머리부터 바스라지고 있습니다.
     
    그 속도는 몹시 느리지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아가일은 불길한 표식을 무력화하는데 성공했고,
     
    저것은 더 이상 재생하지 않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전해도,
     
    ......
     
    아가일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짧은 신음소리를 내며, 무릎부터 쓰러집니다.
     
    GM:정화군집체에게 공급되던 석판의 사악한 마력이 끊겼습니다. 따라서 '숲'과 연결된 자율방어체계도 더이상 재생하지 않습니다.
     
    자율방어체계: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6
     
    헤더 린든:아가일?(한눈을 팔 여력이 되지 않으므로, 헛된 호명 끝에 반격을 시도한다. ...)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GM:반격에 실패합니다.
    장갑 -2. 장갑이 자동 소멸합니다.
    헤더 체력 -5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GM:체력 정산
    자율방어체계 :: 18/30
    헤더 린든 :: 6/11
     
    ......
     
    불안한 마음에, 찰나에 뒤를 돌아본다면..
     
    정신은 없지만, 호흡이나 맥박 따위는 전부 정상인 듯하였습니다.
     
    단순히 해주 과정에서 기력을 온전히 소모해 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집중하세요.
     
    당신의 의무는 이제 하나뿐이므로.
     
    자율방어체계: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GM:반격에 실패합니다.
    헤더 체력 -6
     
    ......
     
    단전을 끊은 일격에, 일순 시야가 암전됩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압니다.
     
    당신은, 최후의 사명을 부여받은 성도.
     
    죽음까지는 한참 이르기에.
     
    포기하지 마세요.
     
    아니,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허락 받지 못할 테니까요.
     
    GM:헤더, 이성 -10
    7만큼의 체력으로 부활합니다.
     
    헤더 린든:(아가일은 본인의 몫을 다했다. 그러니 나도 정신을 차려야 해. 똑바로... ... )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7
     
    GM:체력 정산
    자율방어체계 :: 11/30
    헤더 린든 :: 7/11
     
    자율방어체계: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7
     
    GM:헤더, 반격에 성공합니다.
    자율방어체계 체력 -7
     
    헤더 린든: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4
     
    GM:자율방어체계 체력 -7
    자율방어체계 :: 0/30
    헤더 린든 :: 7/11
     
    이미지
     
    ……
     
    ……
     
    굳건히 버티던 직전이 무색하게,
     
    치명상을 입은 자율방어체계는 무릎을 꿇습니다.
     
    고장난 꼭두각시 인형처럼 팔과 다리를 축 늘어뜨린 그것은, 더 이상 행동의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허무하기까지 한 끝입니다.
     
    이제 당신의 의무를 방해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 나아갈까요.
     
    그것의 심부에 마지막 열쇠를 꽂아,
     
    세상을 뒤덮은 재앙을 걷어내기 위해서.
     
    헤더 린든:(짧게 주춤거린다. 당장 걸음을 재촉해야 했으나... 아가일에게로 시선을 한 번 던지고, 급히 자신의 길로 나아간다. 공연히 빚을 졌다고 느끼던가. 다만 이는 청산의 길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심부의 문지기가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새하얀 가지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길을 엽니다.
     
    '희망'이 권한을 부여한 적법한 제어자.
     
    절망과 비탄의 시대의 마지막 희망.
     
    진실된 열쇠를 지닌 유일한 이.
     
    그것이, 당신입니다.
     
    부해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당신은 단 위로 오릅니다.
     
    고작 열 칸의 계단.
     
    그러나 이곳에 발 디딘 사람은 천년 간 당신이 유일하겠죠.
     
    엷게 쌓인 먼지가 가볍게 공중을 부유하다 가라앉습니다.
     
    완벽한 원을 그리는 흰 대리석 바닥은 정갈하고도 아름답습니다.
     
    원 위에 복잡하게 새겨진 회로는 금빛으로 반짝이며 중심을 향해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것을 눈으로 따라가면, 심부의 중심에서 표요히 부양하는 정방형의 입체가 시야에 담깁니다.
     
    새하얀 빛을 머금은 채 천천히 회전하고 있군요.
     
    이것이 '정화군집체’의 심장.
     
    십여 세기 동안 지상을 지배해온 군주의 심장은 이토록 작고 초라합니다.
     
    헤더 린든:(계단으로 발을 떼자 그 걸음이 느리게 나아간다. 낯선 공간을 경계하듯이 둘러보고 끝에 도달하여 심장을 향한다. 외면의 흉폭함이 내면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알지만, 그럼에도 초라하게 느껴지는 모양새에 맥이 풀렸던가. 고작 이러한 초라함 앞에 도달하기 위하여 ... ) (제게 주어진 열쇠를 되짚는다. 올바른 명령을 입력하면 되는 건가?)
     
    열쇠, 노래를 속삭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헤더 린든:(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문다. 이제 별 다른 문제가 제 앞에 놓여지지 않으리란 직감이 들어도, 혼자서 노래를 읊조린다는 게 불안했던가, 겁이 났던가. ... 그런 머뭇거림은 짧다. 짧아야 했다. 제 몫을 다해야 했으니까.) (그리하여 찬찬히 숨을 뱉고 기묘한 순간들을 걸쳐 머리에 새긴 노래를 입 밖으로 내뱉는다.)
     
    ......
     
    열쇠를 속삭이면,
     
    웅웅거리는 공명음과 더불어 시야 위로 단 하나의 문장만이 떠오릅니다.
     
    ……
     
    '숲'이 발악이라도 하는 걸까요?
     
    글자가 일그러지고 뭉개지지만,
     
    그보다도 글자가 복구되는 속도가 빠릅니다.
     
    .......
     
    선택은, 다시 한 번 당신에게.
     
    숲을 그대로 종료하느냐,
     
    아니라면 이 '숲'을 당신의 손으로 틀어쥐고 직접 신시대를 개척해 나가느냐.
     
    세상 모두를 정화할 필요는, 어쩌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땅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겠고요.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헤더 린든:(고민은 찰나다. 목표는 태초부터 변함이 없었는데, 목표를 이루며 꿈꾸는 미래가 늘어난 탓에 다른 선택을 염두한 적이란 잠시간이라도 없었다. ... ) 숲을 종료하겠어.
     
    ……
     
    ......
     
    ……
     
    다른 성도와 당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당신은 얼마나 대단하고, 또 이 ‘자격’에 걸맞는 사람인가요?
     
    아마 당신은 크게 대단한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혹은, 그럴만한 자격이 없는 자일지도 모르죠.
     
    그저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릅니다.
     
    죽음이 드리운 숲으로 함께 향한 이가 있다는 것이,
     
    그가 당신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는 것이.
     
    이 모든 것이 우연이고,
     
    당신이 그저 운이 좋았을 뿐 일지라 하여도…
     
    ……
     
    왕관도, 왕홀도 존재하지 않는 초라한 대관식의 장중에서-
     
    왕은 제 왕국을 끝내겠노라 선언합니다.
     
    유일한 증인은 잠들어 있으니 세상 그 누가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할까요.
     
    그러나 맹세하세요,
     
    당신은, 모든 것들을 바로잡기를 택합니다.
     
    잠시간의 정적.
     
    고요한 바람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가고,
     
    심장이 발하는 빛이 점차 강해집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심장으로부터 강력한 파동이 일렁입니다.
     
    심장이 맥박칩니다.
     
    강렬한 징조를 이기지 못한 벽체의 밤하늘이 조각나 무너져 내립니다.
     
    그제서야 당신은 알아차립니다.
     
    이곳은 탑의 최상층인 동시에- 지상의 아주 높은 곳입니다.
     
    새하얀 나무들이 지평선을 빼곡히 메우고 있습니다.
     
    흐릿한 빛을 머금은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익숙한 부해의 풍경.
     
    그러나...
     
    더는,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린든?
     
    희미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잠에서 깨어난 아가일이 주위를 둘러보다 드러난 부해의 풍경에 황급히 제 입가를 가립니다.
     
    ……
     
    그러나 더는 호흡이 괴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선, 손을 천천히 내립니다.
     
    아가일 발렌티아:부해가... 힘을 잃었군.
     
    헤더 린든:(제법 경쾌한 발걸음으로 아가일에게 향한다. 흐린 웃음을 걸고 있던가.) ... 이제, 끝인 것 같지.
    수고했어. (영웅 놀이에 적당한 끝인가 싶다.) ... 정말로.
     
    다시금 거대한 파동이 탑을 휘감습니다.
     
    심장을 감싸던 눈부신 빛이,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집니다.
     
    삽시간에 당신과 아가일은 거대한 빛의 기둥에 휩싸입니다.
     
    탑 밖의 그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두렵지는 않습니다.
     
    이렇게나 따스하고 부드러운 걸요.
     
    거대한 생명이 세계에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저 멀리에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빛이 점차 잦아듭니다.
     
    ......
     
    아가일의 눈에서는, 모종의 기대감과 경계가 읽힙니다.
     
    정말 해결해 낸 걸까, 정말로 이게 끝인 걸까...
     
    그는 소리 내어 질문하는 대신, 고개를 돌려 탑 너머 지평선을 바라봅니다.
     
    탑을 감싼 빛이 마침내 사라집니다.
     
    심장은 빛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쨍그랑!
     
    작은 소리와 더불어, 부해의 심장은 산산조각 납니다.
     
    순백의 바다 위로 연약하기 짝이 없는 녹색의 순이 돋습니다.
     
    머뭇거리며 고개를 내밀은 그것은 빠르게 자라나, 지평선을 온통 녹색으로 물들입니다.
     
    저 멀리서 새 한 쌍이 노래를 지저귀며 스쳐 지나갔던가요...
     
    이로써,
     
    부해는 힘을 잃고 평범한 숲이 되었습니다.
     
    저주는 생명으로 덧씌워졌으며,
     
    재액은 축복이 되어 세상을 정화하겠죠.
     
    아가일 발렌티아:... ...앞으로의 계획이라도 있으신지.
     
    ……
     
    이 뒤에 어떤 삶을 택할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제국으로 돌아가 대제에게 보상을 받을 수도 있겠죠.
     
    그는 약속한 부와 명예를 당신에게 안겨줄 것입니다.
     
    아니면 이대로 숲 너머 미지의 대지로 떠나도 좋겠죠.
     
    당신이 바란다면 아가일은 당신의 승리가 죽음과 맞바꾼 것이라, 기꺼이 거짓을 고할 것입니다.
     
    그도 아니라면.. 함께 새로운 땅으로 떠나자 말을 꺼내 볼까요?
     
    어떤 가능성도 좋습니다.
     
    어떤 미래도 좋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아주 많으니까요.
     
    ......
     
    ......
     
    이미지
     
    GM:자유롭게 바라는 삶을 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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